현직 의사들의 위험한 도발 ‘약에 관한 불편한 진실’

“의사들은 왜 그 약을 먹지 않을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4/03/08 [15:01]

현직 의사들의 위험한 도발 ‘약에 관한 불편한 진실’

“의사들은 왜 그 약을 먹지 않을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4/03/08 [15:01]

50대 이후가 되면 각종 건강검진을 통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나 콜레스테롤, 혈압, 혈액 속의 당 수치 등을 재고, 기준치에 떨어지면 약을 처방받는 것이 의료의 공식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도 쉽고 약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가벼운 감기 증세로도 한 번에 처방받는 알약의 개수는 6알 가까이 된다. 거기에 더해 상시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10알을 먹는 것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불면증이나 우울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정신과 약까지 처방받는다면 하루에 먹는 약의 개수는 15알이 넘어서고, 몸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까지 먹는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에 이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봐야 한다. 약 때문에, 약 덕분에 과연 내 몸이 좋아지고 있는가? 환자뿐 아니라 의사조차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약, 우리는 과연 평생 약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일본의 의료 저널리스트와 의사 5명의 문답을 바탕으로 약을 둘러싼 궁극적인 진실을 따라가봤다.

 


 

상시적 복용약 15알 넘어서고 영양제까지 보태면 밥보다 약이 많을 지경

약 덕분에 과연 몸이 좋아지고 있는가? 나이 들수록 약 느는 건 당연한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 해치고 수명 줄어들 수도 

복수의 질병 가진 고령자들 다약제 복용 이상사례 증가로 되레 몸에 악영향

 

▲ 환자뿐 아니라 의사조차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약, 우리는 과연 평생 약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감기 증세로 들른 병원에서 의사가 문진을 하고 청진기를 대보고 입속을 들여다본 다음, “이제 됐습니다, 집에 가서 푹 쉬시면 며칠 뒤에 나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면 어떨까?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진단만 하고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 의사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출간된 <의사는 먹지 않는 약>(더난출판사)에 ‘감수의 글’을 쓴 장항석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는 “꼭 필요한 약 외에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들 중에는 약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들도 수없이 많다”면서, “그러한 약들은 중단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사와 환자 모두 약을 먹지 않기로 결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환자들은 우선 관련 지식이 부족하기에 약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진료 가이드라인’이다.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은 각각의 기준치가 있고, 그 이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적혀 있으니, 그것을 무시하고 약을 줄이거나 처방하지 않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왜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했는가?’라는 지적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조차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약, 우리는 과연 평생 약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일본의 의사 5명이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수하려면 의료 의존 금물

 

일본의 의학전문 기자 도리다마리 도루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약과 백신을 맹신하고, 의사와 환자 모두 약에 의존하는 현상에 대해 5인의 의사와 인터뷰를 한 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책을 펴냈다. <의사는 먹지 않는 약>이 바로 그 책이다. 

 

도리다마리는 2004년부터 의료 문제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타미플루 기부금 문제, 임플란트 재사용 의혹 등의 특종 기사를 발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인터뷰에 참여한 5명의 의사들은 명문 의과대학을 나와 오랜 기간 연구실이 아닌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약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낸다. 

 

“의사에게 처방받은 대로 약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몸과 마음을 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렇게 말하는 걸까?

 

▲ 약에 의존하는 현상은 오랜 고정관념과 사회제도, 의료교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서 나타난다. 사진은 약국 진열대 모습. <뉴시스>  

 

약은 ‘빼기’가 가능하다

 

‘높은 마스크 착용률 덕분에 일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적다.’ ‘국민의 70~80%가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 확산은 진정된다.’ ‘백신 덕분에 코로나19 중증화가 예방된다.’

 

소위 ‘전문가’인 의사와 의학자들이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되었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하나둘 해제할 때도 일본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제7차 유행(2022년 7~9월 말)으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국민의 약 80%가 2회 이상, 약 70%가 3회 이상 접종했음에도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줄어드는 것은 고사하고 중증화 예방 효과가 있다면 코로나19 감염 1일 사망자 수도 줄어야 하는데 제8차 유행(2022년 11월~2023년 2월)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021년은 전체 사망자가 전년 대비 약 6만7000명, 2022년은 11월에 이미 전년 대비 10만 명 이상 급증했다. 마스크와 백신 등의 대책을 계속 마련했는데도 사람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체 사망자가 증가한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이 총 1966건, 접종 후 병세 악화가 총 8333건(의료기관의 보고)이다(2022년 12월 18일까지). 보고된 증상은 빙산의 일각이다. 기존 백신과 비교해도 비정상적으로 많은 숫자인데, 일본 정부는 건강 피해를 인정하기는커녕 이미 늦었는데도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접종을 국민에게 권고했다.

 

정부나 전문가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해도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가 아닌 질병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이 공적 의료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국민개보험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 일본은 병원에 가서 진료받기도 쉽고 약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 그래서 평소에 늘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복수의 질병을 가진 고령자들은 여러 종류의 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다약제 복용(폴리파머시, Poly-pharmacy)은 이상 사례의 증가로 오히려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의학전문 기자 도리다마리 도루는 ‘프롤로그’에서 “의사에게 처방받은 대로 약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몸과 마음을 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혼란스러운 코로나19 상황에도 책과 SNS 등을 통해 다약제 복용과 과도한 의료 의존의 폐해에 대한 경종을 울려온 5명의 의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음의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신약(백신 포함)은 바로 먹지 말고 상황을 두고 본다.

△약(코로나19 포함)에 기대하기보다 먼저 면역력과 회복력을 키운다.

△약은 ‘제로(0)’가 이상적이다. 우선순위가 낮은 약부터 줄인다.

△혈압, 혈당 수치 등의 기준치에 연연하지 말고 몸 상태에 따 라 약을 조절한다.

△무작정 약에 의존하기보다 생활환경, 인간관계, 가족관계를 먼저 고려한다.

 

도리다마리 기자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5인의 인터뷰를 읽는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왜 의사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지, 왜 불필요한 약이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지, 과도한 의료 의존에 빠지는 배경은 무엇인지 등 본질을 파고든다.

 

5명의 의사들은 모두 실천적인 노력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환자가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어수선했던 3년 동안 이런 이상을 향해 달려가야 했던 의료가 후퇴하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각적인 시점이 결여된 의사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고찰한다.

 

‘신약일수록 안전하고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가고시마현에서 고령자 시설과 연계해 새로운 방문진료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하루하루 힘쓰고 있는 의사 모리타 히로유키는 “애초에 신약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종을 울린다. 그렇다면 우리 는 신약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도리다마리 기자와 모리타 의사의 인터뷰 중 ‘신약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아직 모릅니다’와 ‘제약회사는 유리한 내용만 말합니다’ 대목을 소개한다.

 

신약과 제약회사 부작용

 

기자: 얼마 전 트위터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대해 ‘애초에 신약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라는 글을 올리셨죠. 저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선배들에게 듣고 배운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연수의(硏修醫, 한국의 인턴·레지던트) 시절의 일인가요?

 

의사: 연수의 시절에 신약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여러 선배들에게 들었습니다. 지금 젊은 의사들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제가 젊었을 때는 신약은 가능하면 쓰지 말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처음에는 몰랐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중에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존의 약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치료를 위해 신약을 써야겠지요.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 같은 작용을 하는 오래된 약이 있다면 그 약을 쓰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저는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미야자키현의 일반 병원에서 연수의를 했는데, 그곳 내과 의사들 얘기입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죠. 당시에 선생님들이 40~50대였으니까 지금은 60~70대이겠죠.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약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기억하세요?

 

의사: 그 시절에 특히 화제가 된 것이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ARB)입니다.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강압제(고혈압 치료제)로는 이뇨제, 알파-1 차단제, 베타 차단제, 칼슘길항제, ACE, ARB 등이 있다. ARB의 주성분은 로사르탄, 칸데사르탄, 발사르탄, 텔미사르탄, 올메사르탄, 이르베사르탄, 아질사르탄 등이다.

 

기자:강압제(고혈압 치료제)의 일종이잖아요. 지금은 복제약도 나오지만, 당시에는 안지오신 전환효소(ACE) 억제제에 이은 획기적인 신약이라고 광고했어요.

 

의사: 맞아요. 당시에도 미국에서는 고혈압 치료로 오래전부터 있던 이뇨제와 칼슘길항제를 첫 번째로 선택했습니다. 이뇨제는 1알에 10엔도 안 되는 약이 많습니다. 그런데 ARB는 신약이었으니까 1알에 수십 엔부터 수백 엔으로 비쌌죠. 그래서 제약회사는 이 약을 팔려고 했어요. 제약회사 영업사원(의약정보 전달자, MR)이 의사들에게 엄청난 판매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당시는 접대도 가능했으니까요. ARB를 처방하는 의사가 늘어나자 강압제뿐만 아니라 모든 약 중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약이 되었습니다.

 

기자: 다케다약품공업의 고혈압 치료제 블로프레스(칸데사르탄) 등은 판매가 시작된 2014년 1년 만에 1000억 엔 가까이(946억 엔) 판매되었죠. 이런 큰 이익을 올린 신약을 제약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라고 부릅니다.

 

의사: 그런 상황에서 “ARB 같은 신약을 쉽게 쓸 게 아니라 오래 되고 좋은 약이 있으니 그런 약을 제대로 쓰자”고 말한 선배가 있었어요. 특히 논문을 읽고 제대로 공부하는 의사들은 그런 경향이 강했죠.

 

기자: ‘오래 되고 좋은 약’이라는 것은 칼슘길항제나 이뇨제 같은 것이죠?

 

의사: 그렇습니다. 암로디핀(칼슘길항제)이나 푸로세미드(이뇨제) 같은 거죠. 이런 약부터 제대로 사용해보고 나서, 그래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ARB 를 쓰자는 것이었어요. 새로운 약은 아무래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고 약값도 비쌉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딱히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제대로 공부한 의사라면 모두 그렇게 말했습니다.

 

기자: 제약회사가 신약을 홍보할 때는 당연히 좋은 말만 하고 불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죠?

 

의사: 당연하죠. NNT® 같은 건 전혀 언급하지 않아요.

 

NNT(Number Needed to Treat)는 ‘치료 필요 환자 수’를 말하며, 검사, 복약, 수술 등을 한 경우 몇 사람에게 적용하면 한 사람을 질병에서 구할 수 있을지를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계산한 수치다. 예를 들어 100명당 10명이 발병하는 질병에서 약을 먹은 결과, 발병이 5명으로 줄었다고 하면 질병 감소 효과는 50%가 된다. 이것을 ‘상대 위험 감소율’이라고 한다.

 

하지만 NNT를 계산하면 20[100÷(10-5)]이 된다. 즉, 20명이 그 약을 먹으면 1명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100명)를 모수로 계산하면 질병의 감소 효과는 100명 중 5명이니까 5%가 된다. 이것을 ‘절대 위험 감소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강압제는 5년간 계속 복용하면 125명 중 1명의 목숨을 살린다.

 

기자: 100명 중 몇 명이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에 걸리지 않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몇 퍼센트가 혈압이 떨어졌다’는 식으로 효과가 커 보이는 숫자만 강조하죠.

 

의사: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만큼 좋은 효과가 있었으니 여러분도 꼭 검토해달라는 식이죠. 하지만 의식이 높은 의사들은 NNT나 약값에 대해 질문합니다.

 

기자: 저도 병원에 취재를 가면 제약회사 MR들이 교수실이나 부장실 또는 의국 앞에 쭉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의사: 지금은 ‘MR 출입금지’인 병원이 꽤 많아서 그런 광경을 거의 볼 수 없죠. 하지만 예전에는 어느 병원에 가든 MR이 의사가 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서서 계속 기다렸어요.

 

기자: 그렇게 순서가 오면 신약에 대한 설명서나 논문을 가지고 가서 신약이 얼마나 뛰어난지 어필하는 거죠.

 

의사: 전혀 상대하지 않는 의사도 있고, 반대로 잘 이용하는 의사도 있었어요. 당시는 인터넷이 그렇게까지 발달하지 않아서 논문을 모으기도 꽤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제약회사 MR에게 논문을 모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기자: 의사들도 일상 업무로 바쁘니까요. 특히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본인의 업무만으로도 완전히 지쳐버리니까 시간 내서 공부하기가 어렵겠죠. 그래서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치우치는 것 아닐까요?

 

의사: 제약회사 쪽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내놓기 때문에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기자: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고혈압 환자에게 이뇨제와 칼슘길항제보다 ARB를 처방하게 되죠.

 

의사: 그런 광경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현실적으로 ARB의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났으니까요. 게다가 그 후에 디오반 사건도 일어났어요.

 

기자: ‘블로프레스 문제’도 있었죠. 둘 다 임상시험을 한 일본의 대학에 제약회사가 억대의 금액을 기부한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의사: 데이터 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에 의한 건강 피해가 꽤 나왔어요. 이레사 간질성 폐렴도 저 역시 몇 건이나 경험했으니까요.

 

기자: 환자가 간질성 폐렴에 걸리면 무섭죠. 실제로 8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의사: 그래서 신약의 무서움을 아는 의사는 쉽게 달려들지 않아요.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도 완전히 새로운 약이니까 의사들이 쉽게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런 말을 하는 의사가 굉장히 적었습니다.

 

몸을 의사에게 맡기지 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으면 결과적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세포막이 약해지고, 콜레스테롤이 재료가 되는 남성호르몬 분비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할 때는 이런 것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내분비과에서 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약이 호르몬 쪽에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약이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에 의존하는 현상은 오랜 고정관념과 사회제도, 의료교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서 나타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이다. 의사가 환자의 질병이 아닌 환자의 삶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환자 역시 의사를 약만 처방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도리다마리 기자와 인터뷰를 한 의사들은 “치료제 중에서도 불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지만 모든 병에 대해 약 처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미한 수준의 증상에 대해 약물치료를 한다든가, 부작용이나 환자의 삶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처방하는 약의 폐해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모리타 히로유키 의사는 “생활환경을 개선하면 약은 ‘빼기’가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혈압약은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말은 거의 불변하는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혈압약과 세트로 따라오는 것이 또한 고지혈증 약, 즉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다. 내과의 모리타 히로유키는 나이 들면 흔히 먹는 혈압약과 콜레스테롤 억제제도 얼마든지 줄이거나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도 나이에 따라 환자의 환경에 따라, 심지어 계절에 따라서도 바뀌어야 하는데, 의사와 환자 모두 ‘진료 가이드라인’에 얽매어 약을 중단하거나 끊는다는 개념조차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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