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표와 업황을 감안할 때 올해 디스플레이 산업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업황 회복에 힘입어 올해 매출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올해 경기선행지수(LEI)와 경기동행지수(CEI) 등 각종 경기 지표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경기 지표가 올라갈수록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고, 디스플레이 업계도 회복할 수 있다.
박진한 옴디아 코리아 이사는 3월 13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올해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물가가 낮아지면서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동안 높은 물가에 TV와 PC, 스마트폰 등에 대한 소비가 줄면서 디스플레이 산업도 침체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기 업턴·스포츠 이벤트 긍정적 영향···삼성·LG 디스플레이 얼마나 좋아질까?
PC·IT 등 AI 탑재로 올레드 수요 커져···올레드 키운 삼성·LG, 1위 탈환하나?
애플 9년 만에 새 하드웨어 ‘비전 프로’ 출시···삼성·LG 사이버 멀미 긴급처방?
전자칠판·투명 디스플레이 등 확장···2027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33조 성장
▲ ‘MWC 2024’에 참가한 삼성디스플레이 부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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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5.6%였지만 올해 4.7%, 오는 2026년 2.8%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3개의 대형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점도 디스플레이 업계의 반등을 끌어낼 요소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이 신제품 TV 구매에 대거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파리 올림픽은 물론 유로 2024, 2024 코파 아메리카 등도 열린다.
TV 제조 업체들은 이들 대회가 열리기 수개월 전인 올해 초부터 TV에 탑재할 패널들을 선주문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패널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패널 업체들의 매우 낮은 패널 재고 수준도 가격 상승을 이끌 전망이다. 지난 2022년과 다르게 지난해 패널 수요가 줄어 패널 업체들은 재고 수준을 급격히 낮췄다.
박진한 옴디아 코리아 이사는 “경기 지수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2분기 말 정도에 경기 턴어라운드로 디스플레이 업계의 완연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삼성·LG, 고부가 패널로 반등?
이런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 기업은 이미 올레드(OLED)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어 수요 증가에 따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삼성전자의 42형, 48형, 55형, 77형 등 TV 전 제품에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체 TV용 올레드 출하량은 140만 대, LG디스플레이는 600만 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올해 모니터용 올레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8만 대, LG디스플레이는 45만 대로 각각 155.6%, 58.5% 오를 수 있다. 태블릿용 올레드도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를 끌어올린다.
정윤성 옴디아 코리아 상무는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에 850만 대 올레드 패널이 들어가며, LG는 물량의 절반, 삼성은 350만 대를 공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TV의 경우 대형화 및 저가 추세가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 패널 업체 BOE는 110인치 패널, 차이나스타는 115인치 패널을 내놓는 등 ‘거거익선’ 전략을 택하고 있다. TV 시장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가 되어야 수요가 생기는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경기를 더 큰 화면으로 보려는 소비자 심리도 감안했다.
TCL 등 중국 TV 업체들은 최근 1999달러의 98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내놓으며 가격 경쟁도 본격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호재로 중국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강화되고 있어 한국 기업들도 전략을 미리 짜야 한다”고 말했다.
▲ LG디스플레이는는 ‘ISE 2024’에서 ‘홈 시네마용 LG 매그니트’ 등 혁신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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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탑재하는 PC·스마트폰
인공지능(AI)이 PC와 스마트폰에도 탑재되면서 올레드(OLED)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AI 탑재로 제품이 고급화하고, 올레드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 및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7년 AI PC가 전체 P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급증할 전망이다. 올해 19%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새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또 윈도우10에 대한 서비스가 종료돼 PC 교체 시기를 맞으면서 AI PC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PC 시장은 제조 업체가 다른 분야보다 많아 AI PC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PC에 탑재되는 올레드 패널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 성능뿐 아니라 패널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상향되기 때문이다.
박진한 옴디아 코리아 이사는 “올 하반기부터 노트북 교체 수요가 충분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노트북 패널 수요는 지난해보다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레드 패널 수요는 AI를 탑재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분야에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는 아이폰 시리즈 등 애플의 제품들을 중심으로 올레드 패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애플의 프리미엄 태블릿인 올레드 맥북은 오는 2027년 출시 예정으로 패널 업체들도 이에 맞춰 프리미엄 IT용 올레드를 내놓을 전망이다.
옴디아는 올레드 태블릿 수요 대수를 올해 1000만 대에서 오는 2026년 2000만 대로 관측하고 있다.
이 밖에 올레드는 자율주행 등 AI 기능이 도입된 차량 증가도 호재다. 차량 운전석 및 조수석 측면에 걸쳐 대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면서 패널 업체들은 전장용 패널을 통해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이같이 AI로 올레드의 활용 분야가 확대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에 뺏긴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은 액정표시장치(LCD)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올레드는 아직 한국 기업들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LCD에서 올레드로 사업을 재편한 것은 신의 한 수로 볼 수 있다”며 “단 중국 업체들도 올레드 기술을 높이고 있어 IT와 전장에서 기술 격차를 낼 만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 3월 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의 한 애플 매장에서 한 시민이 비전 프로를 착용해 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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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올레도스 사업 강화
“하드웨어가 아직도 못 따라오고 있다.”(박진한 옴디아 코리아 이사)
애플이 9년 만에 신규 하드웨어 ‘비전 프로’를 출시했지만, 아직 XR(확장현실)기기 시장이 대중화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비싼 가격과 불편한 착용감, 무엇보다 ‘사이버 멀미‘로 불리는 감각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XR기기와 같은 근안(Near-Eye)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 2020년 3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52억달러로 연평균 31% 고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산업용, 교육용, 헬스케어용 등 분야로 한정될 공산이 크다.
박 이사에 따르면 “비싸고, 불편하고, 피곤한 형태의 하드웨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계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비전 프로의 경우 초고해상도 올레도스(OLEDoS)를 탑재했다. 올레도스는 화면 크기가 1인치(3.3㎠)보다 작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일종으로, 눈앞에 있는 작은 화면으로 사용자에게 몰입감 넘치는 화면을 제공한다.
하지만 올레도스는 3499달러(460만 원)에 달해 고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레도스를 탑재한 내부 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제품 원가의 40% 수준으로 추정된다. 제품 무게도 633g으로, 앞서 출시된 피코4(259g)나 퀘스트3(515g)보다 무겁다.
올레도스는 유기 기판 대신 실리콘 기판 위에서 만들기 때문에 경량화 장점이 있어, 앞으로 제품 무게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이버 멀미 문제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사이버 멀미는 디지털 기기 화면의 빠른 움직임을 보면서 어지럼과 메스꺼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눈(시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전정기관(세반고리기관)으로 들어오는 것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할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디스플레이에 영상이 얼마나 시차 없이 표시되는지 따지는 ‘응답 속도(Response Time)’가 중요해졌다. 응답이 빠를수록 잔상감이 줄면서, 움직이는 영상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올레도스는 올레드 기술에 강점이 있는 한국 업체들의 새로운 미래 시장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올레도스 시장 선두는 일본 소니이지만, 한국 업체들도 과감한 투자로 추격전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3년 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를 통해 0.42인치 3500PPI 올레도스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고, 현재 LX세미콘·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통해 올레도스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소니가 사용 중인 화이트 올레드(W-OLED) 방식보다 더 진보한 RGB 방식의 올레도스를 올해 최초 공개했다. 지난해 이를 위해 미국 RGB 올레도스 전문기업인 이매진(eMagin)을 인수하고, 전담팀을 별도로 꾸려 양산을 준비 중이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레도스 기술을 활용한 XR 기기를 개발 중이다. 이 올레도스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추격을 떨쳐낼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소형 올레드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올레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1%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9%까지 뛰었다. 한국과 중국 간 올레드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도 1년 남짓으로 좁혀져,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진단이 들린다.
디지털 사이니지, 틈새시장 ‘쑥’
디스플레이 시장이 TV와 PC, 모바일을 넘어 더 확장되면서 삼성과 LG 등 한국 업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동향 컨퍼런스에서 올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주 테마로 ‘가상 프로덕션’, ‘LED 혁신’, ‘전자칠판(IFP) 트렌드 변화’, ‘21대 9 와이드 화면 증가’, ‘고휘도 디스플레이’, ‘투명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가상 스튜디오의 LED 비디오벽은 2019년 이후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 등에서 채택이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소규모 제작사도 늘고 있다.
기업 및 교육 부문에서도 회의와 프레젠테이션, 강의 등을 위해 소규모 VP(버추얼프로덕션) 스튜디오가 늘어나고 있다. 향후 2~3년 안에 영화·TV 제작 사업 규모를 능가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LG전자의 경우 XR(확장현실)을 통한 VP 스튜디오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영화 제작 등에서만 사용했던 VP 기술을 소규모 회사나 XR 소비자 경험 확대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전자칠판 디스플레이는 학교 뿐 아니라 기업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터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카메라, 스피커 같은 성능이 향상되며 향후 전망도 밝다.
투명 디스플레이도 공공공간, 유통, 교통 등의 영역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제품을 돋보이게 하고 사용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활용도가 더 높다.
LG디스플레이는 백색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기반으로 하는 올레드 패널을 생산하고, 삼섬은 청색 올레드를 기반으로 패널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 시장은 LG가 장악해 왔지만, 최근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4‘에서 삼성이 자사 기술을 적용한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처음 선보이는 등 격전이 예상된다.
또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은 올레드가 장악했지만 올해 마이크로 LED를 활용한 투명 디스플레이가 나오면서 또 다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올해 ISE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제품군은 단연 전자종이(e페이퍼) 디스플레이다.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는 전력이 필요치 않은 만큼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주목된다. 지난해 ISE에서 25인치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필립스는 올해 13인치 제품을 추가했다. 단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는 동영상 재생이 어렵고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풍부한 색상 표현이 어려운 만큼 아직은 활용처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옴디아는 전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오는 2027년 240억 달러(약 33조 원)로 성장할 것이며, 매년 8.4%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