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국+김치+단백질 반찬1+나물 반찬2+과일 한두 조각 또는 유제품 간식
▲ 백김치의 은은한 맛은 먹는 이의 마음마저 은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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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이 떨어져서 자주 감기에 걸려 골골대거나, 예전만큼 소화가 잘 안 되어 고생하거나, 갑자기 불어난 뱃살에 당혹스러워하거나, 오랜만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 진단을 받아 온갖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약을 달고 살아야 할 정도의 중병이나 지병까진 아니니 약 없이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단 생각에 이런저런 건강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이런 이들의 눈앞에는 각종 TV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건강 관련 도서와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이 펼쳐진다. 여기엔 이게 좋다더라, 저기엔 저게 좋다더라 하는 정보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 안타까운 대목은 몸에 좋다는 시도를 모조리 따라 해보다가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사례들도 속출한다는 현실이다.
건강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금연도, 금주도, 꾸준한 운동도 아니고 바로 식사 관리라고 한다. 담배와 술은 끊으면 되고, 운동은 땀 나고 숨차는 수준으로 계속하면 된다. 의외로 해결책이 단순하다. (물론 실천은 단순하지 않다.) 반면 음식, 특히 ‘균형 잡힌 식단’으로 먹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균형 잡힌 식단’이 무엇인지 간단명료하게 한두 줄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데다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필요한 식단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간헐적 단식’이니 ‘저탄고지 식단’이니 하는 ‘특별한’ 처방 식단이 끊임없이 유행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석대로 ‘균형 잡힌 식단’을 일상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환자들이 약 대신 해볼 수 있는 무언가, 특히 앓고 있는 질병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생길지 모를 질병까지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음식에 대한 지식에 목말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짧은 진료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설명하기가 불가능해 생략하고 지나가면, 환자들은 애먼 정보를 찾아서 애먼 음식을 먹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건강하게 먹고 싶지만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먹는 것인지 모르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의사로 일한 박현아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는 더 늦기 전에, 편협한 주장에서 벗어나 음식과 영양에 대한 건강한 선택을 돕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지침서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약 없이 건강해지는 식습관 상담소>(위즈덤하우스)라는 책을 펴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며 내공을 다져온 박 교수가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식사 관리 노하우를 총망라하여 책을 쓴 것. 박 교수는 한국인의 식생활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도 정확하게 잘 모르는 올바른 의학 정보를 쉽고 명쾌하게 알려준다. 알찬 식습관 관련 기본 지식을 기억해두면 매체와 인터넷에 떠다니는 건강 정보를 판별하고 받아들일 때 유용하면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숨 막힐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잘 챙겨 먹기’란 정말로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오늘 놓쳐버린 한 끼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젊을 때는 한두 끼쯤 굶은 채로 일도 할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다. 중년이 되어도 약간 기운이 빠진 채로 어떻게든 버틴다. 하지만 노년에 한두 끼를 건너뛰면 기력뿐 아니라 면역까지 떨어지고 근육도 빠져나간다. 게다가 청년기와 중년기에 음식 관리에 소홀했던 사람들은 노화가 한층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나이 들고 싶다면 식습관 관리를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박 교수는 먼저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영양 지식에 대해 설명한다. 잘못된 지식을 벗어던져야 제로 베이스에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밥은 몸에 좋고 외식은 해롭다’, ‘좋다는 음식을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다’, ‘영양제는 꼭 챙겨 먹어야 한다’, ‘해독 주스를 꾸준히 마시면 도움이 된다’, ‘과일은 몸에 좋으니 많이 먹어도 된다’, ‘탄수화물은 무조건 줄여야 한다’ 등 흔히 들어봤을 법한 속설들의 진위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아울러 개인의 증상과 건강검진 결과로 제대로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저마다 몸 상태에 따라 필요한 균형 잡힌 식단이 다른 만큼 스스로의 식생활을 잘 살펴보는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음식을 잘 먹고 있는지 알기 위한 가장 정확하면서도 돈 안 드는 방법은 바로 식사일지 쓰기라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사는 걸까요? 딱 하나만 꼽아주세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허리둘레 관리하세요!’라고 대답한다. 허리둘레를 관리하려면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고 스트레스도 줄여야 하고 잠도 잘 자야 하고 좋은 음식도 골라 먹어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면에서 건강한 습관을 포괄하는 주문인 셈이다.”
박 교수는 또한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먹는 방법인 ‘식사 공식’을 제시한다. ‘하루 세 번 현미나 잡곡밥+국이나 찌개+김치+단백질 반찬 하나+나물 반찬 둘+하루 한 번 과일 한두 조각 또는 유제품 간식’이 그것이다. 이어 ‘절대 금지’ 달달한 음료부터 ‘최대한 적게’ 트랜스지방, ‘골라서 섭취’ 탄수화물과 기름, ‘적당량 섭취’ 과일과 김치, ‘반드시 챙기기’ 단백질과 채소 등까지 우리가 평소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골라 먹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할 때 무엇에 주의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왜 구운 고기와 생선을 가급적 피해야 하는지, 왜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하는지, 왜 최대한 천천히 식사를 해야 하는지, 왜 먹고 나서 눕는 게 최악의 습관인지, 조곤조곤 설명한다.
“먹고 나서 자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 더 나쁜,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나쁜 습관이 있다. 바로 먹고 나서 바로 눕는 것이다. 먹으면 소화를 시키기 위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느긋해지고 이완된다. 게다가 소화를 위해 위장관으로 가는 혈액이 두세 배 증가하고 뇌로 가는 혈액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나른해지고 졸린다. 잠들기 쉬운 조건이다. 점심 먹고 깜빡깜빡 조는 이유와 저녁 먹고 누워서 TV 보다가 깜빡 잠드는 이유다. 먹고 눕기는 삼중으로 건강에 타격을 준다. 첫째, 섭취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 내장지방으로 쌓인다. 둘째, 음식물이 위 안에 가득 들어 있는 상태에서 누우면 위산과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이 생긴다. 그러면 속이 쓰리고 더부룩해진다. 마지막으로, 위장관에 일을 시키고 잠들면 분주한 위장관 때문에 잠의 깊이가 얕아져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 눕기 전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건강에 나쁘다. 진시황의 불로초라 해도 먹고 바로 누우면 건강에 나쁠 수 있다.”
“음식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는 질병을 예방하고, 개별 질환에 맞춤 설계된 식단은 치료를 도와준다. 잘 먹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항암제도 투여할 수 없다. 영양이 결핍되면 항암제를 견딜 체력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식사는 면역체계를 도와 의학적 치료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음식이 병을 치료하진 못하지만 올바르게 먹지 않고서는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을 먹는가는 건강에 정말 정말 중요하다. 누구나 뭔가를 먹고 살기에 잘 아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것이 ‘무엇을 골라서 얼마나 먹는가’이다.”
실제로 ‘무엇을 골라서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정보를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나 귀하다. 유튜브와 SNS에서 말하는 파편화된 정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비과학적인 가설에 입각한 정보에 지쳐 보석 같은 진짜 정보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 박 교수의 ‘건강해지는 식습관 이야기’는 한 줄기 단비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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