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심장 남양기술연구소 르포

“전기차 시대 이끌고 최고의 자동차 완성하는 곳”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4/04/12 [15:40]

현대·기아차의 심장 남양기술연구소 르포

“전기차 시대 이끌고 최고의 자동차 완성하는 곳”

송경 기자 | 입력 : 2024/04/12 [15:40]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자동차는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다. 시간도, 날씨도 뛰어넘는 극한의 내구 시험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시상식에서 거둔 화려한 수상 기록으로 우수한 품질과 뛰어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 EV9이 ‘2024 영국 올해의 차(UK Car of the Year)’로 선정됐으며,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모델들이 미국의 저명한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가 선정한 최고의 SUV 부문을 휩쓸었다. 전기차뿐 아니라 다양한 내연기관 모델까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종합 R&D 컨트롤타워답게 남양기술연구소는 24시간 내내 시험 중

1995년 출범 29년간 승용·상용 등 전 차종 연구개발···최근 전기차 개발 주력

 

현대차그룹 모든 차는 혹독한 시험대에···시간·날씨 뛰어넘는 극한의 내구 시험

전기차 시대 최고 완성차 이상 ‘퍼스트 무버’ 도약하려는 현대차 의지 곳곳에

 

▲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전경. 승용차와 상용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모든 자동차는 이곳에서 똑같이 혹독한 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글로벌 승용차 시장에서의 높은 명성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은 상용차 시장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세계 최초의 대형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을 양산하면서 진보한 기술력을 과시했고, 카운티 일렉트릭, 일렉시티 타운, 일렉시티 이층버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등 트럭 및 버스의 전동화 모델을 대거 선보이면서 더 많은 고객에게 친환경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저력의 배경에는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가 있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갖추고 끊임없는 시험을 거듭하는 이곳에서 승용차와 상용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모든 자동차는 똑같이 혹독한 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 현대차는 세계 최초 대형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을 양산하면서 진보한 기술력을 과시했다.  

 

지난 3월 27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다. 이곳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기술력의 산실이다. 직접 둘러본 전동화 차량 개발 연구시설에선 전기차 시대 최고 수준의 완성차 회사, 그 이상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 의지를 엿볼 수 있다. 1995년 출범한 남양기술연구소는 신차와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과 설계, 평가 등 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시설을 한데 모은 곳이다. 

 

거친 환경에서 주행하는 상용차의 품질과 내구성을 끌어올리는 무대인 ‘상용환경시험동’과 ‘상용시스템시험동’은 분주했다. 그동안 외부에 여러 차례 소개된 승용차 시험 환경과 얼마나 유사한지 살펴봤다. 

 

상용환경시험동은 환경풍동시험실, 섀시 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 시험준비실(워크숍)을 갖추고 있다. 핵심은 환경풍동시험실이다. 내연기관차(ICE), 전기차(EV), 수소전기차(FCEV) 등 모든 종류의 차량을 개발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상용차용 풍동 시설로 손꼽힌다. 환경풍동시험실 내부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해 다양한 상용차의 모든 라인업을 시험할 수 있다. 시험실 내부 규모는 길이가 18m에 달하는 전기굴절버스도 시험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 주행과 동일한 조건을 구사하기 위한 풍동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외부 시설의 규모는 더욱 크다. 

 

현대차 유니버스가 혹서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시험실 안은 마치 사막과 같이 뜨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실내 온도를 –40℃부터 60℃까지, 습도를 25%부터 95%까지 조절할 수 있다.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하는 시험실에서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환경풍동시험실에서는 다양한 주행 환경 성능시험(냉각, 열해, 냉간 시동, 전자장비, 히터·에어컨, 충전과 방전, 연비, 환경, 주행 등)을 할 수 있다. 실내에는 온도와 습도를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들이 마련돼 있는데, 그중 가장 시선을 모으는 것은 솔라 시스템이다. 각지의 환경에 맞게 태양빛과 열을 재현하며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챔버(Chamber)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현지와 동일한 환경의 시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45℃의 환경에 방치한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60℃를 넘는다. 상용차의 거대한 유리창이 온실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솔라 시스템은 자동차의 옆면까지 비춰 동일한 상태를 재현한다. 전 세계를 달리는 자동차인 만큼 극한의 조건에서 시험해야 에어컨 성능이나, 실내가 높은 온도로 인해 입는 손상(열해, Thermal Damage)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 환경풍동시험실에서는 다양한 주행 환경 성능시험을 할 수 있다.   

 

환경풍동시험실에는 전기차 개발을 위한 400kW급 800V 초고속충전기 3대가 설치되어 있다. 환경조건(혹서·혹한)에 맞춘 여러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극한 조건을 고려하여 초고속충전기의 조작부와 파워뱅크는 풍동 밖에, 충전건은 실내에 설치하였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실도로 주행 시험을 위해 1000마력 다이나모 모터와 세계 현지 모드를 재현 가능한 도로영상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의 현지 상황을 사전에 시험하며 개발할 수 있다. 또한, 3.3m의 대형팬으로 시속 120km까지 공기흐름을 재현하여 실제 도로와 동일한 조건의 시험을 할 수 있다.

 

장시간 또는 반복 재현성이 필요한 시험의 경우 로봇을 이용해 시험을 진행한다. 로봇은 주행 사이클에 맞춰 자동차를 스스로 운행한다. 실제 도로와 동일하게 구성된 환경조건 아래에서 로봇을 이용해 평가를 진행할 경우, 우수한 재현성을 이용해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시험실에는 수소전기차의 중량법을 이용한 연비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수소 공급라인도 갖추고 있다. 수소 공급 및 이용 관련 법규가 개정된다면 사용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 시험을 위한 전용 설비 또한 마련돼 있다. 수소전기차는 주행 중 물과 수증기가 나오는데, 이를 배출하기 위한 별도의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초고속 충전기, 수소 충전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만큼 상용환경시험동은 철저한 안전 환경을 조성했다. 모든 콘센트는 물론 실내의 모든 장비를 방폭 설비로 도입했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실내 오염을 막기 위해 타이어 분진 흡기 시스템도 갖췄다. 덕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에서 인증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자격도 획득했다. 

 

상용환경시험동은 실내에 불꽃, 열, 연기를 감지하는 다양한 감지기는 물론, 수소 감지 센서까지 갖추고 있다. 참고로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위로 떠오르며, 일정 비율을 넘기지 않으면 폭발하지 않는다. 시험동은 화재 및 수소 누출 여부를 센서로 감지하는 시스템과 자체 소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인근 소방대와 알림 시스템이 연계돼 있어 위험 요소 발견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용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100만km를 훌쩍 넘는다. 이에 대응하는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꼼꼼하게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극한의 환경을 상정해 시험을 거듭하며 개선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들이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저력일 것이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은 다양한 실차 조건의 시스템 평가를 통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최적화하는 곳이다. 안전, 조향, 구동, 제동, 품질, NVH 관련 55개 이상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건물 면적만 4,391평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실차의 거동을 재현하고 필드 환경을 반영한 부품, 시스템 단위 검증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차체안전시험구역의 로봇시험실에서는 로봇이 현대차 솔라티의 트렁크 도어를 힘주어 여닫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차량 수명 이상의 내구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문을 여닫는 강도는 사용자 평가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한다. 해당 로봇은 24시간 내내 작동하며 데이터 확보를 위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기도 한다. 이처럼 로봇시험실은 단기간에 차량 수명 이상의 시험을 진행하는 데 의의가 있다.

 

목표한 내구성을 달성하면 이상이나 고장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 시험을 진행한다. 부품의 내구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의 다양한 부품 중에서도 고객 안전과 연결된 것들은 더욱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이는 고객이 차량 수명 내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현대차그룹의 집념이 담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조향현가구역의 조향성능내구시험실에서는 육중한 로봇이 현대차 일렉시티 버스의 서스펜션을 연신 흔들고 있었다. 서스펜션의 내구성을 단기간에 확인하려면, 주행 환경과 동일한 움직임을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차량에 센서를 부착해 시험 주로를 달려 데이터를 얻고 이를 로봇에 반영한다. 

 

해당 로봇은 상하, 전후, 좌우 등 X축, Y축, Z축의 움직임을 재연할 수 있으며 각 축의 회전까지 구사할 수 있다.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다. 또한, 여러 종류의 서스펜션에도 대응할 수 있으며, 서스펜션 전체가 아닌 일부 요소만 시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조향성능내구시험은 24시간 연속으로 진행되지만, 100만km 이상 주행을 목표로 진행하기에 시험 기간만 몇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주행 환경 이상의 가혹한 시험을 단기간에 진행하기에 이를 견디는 부품을 만들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더 내구성이 뛰어난, 우수한 품질의 차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조향현가구역의 유공압시험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다. 6축 운동기계에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의 마운트를 걸고 실제 주행과 마찬가지로 거세게 흔들며 충격을 주고 있었다. 해당 시험은 자동차에 장착돼 흔들릴 수 있는 모든 진동 부품의 내구성을 측정한다. 엔진, 변속기, 연료탱크, 배터리, 연료전지 스택 등 주요 부품이 이에 속한다.

 

해당 시험은 프루빙 그라운드(주행시험장)를 달려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동일한 진동과 충격을 부품에 전달한다. 수집하는 주행 데이터는 산악도로, 고속도로, 시내도로 등 다양한 조건과 노면을 포함한다. 어느 길을 달려도 변함없는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행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공을 들인 것이다. 

 

유공압시험은 충격을 증폭해 부품의 한계를 살피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부품의 충격, 피로도, 응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으며 시험할 수 있는 부품도 다양하다. 액추에이터 1개당 최대 10톤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다. 무게만 2톤 가까이 되는 대형 상용차의 엔진과 변속기도 해당 시험을 거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각국의 고객이 기대하는 품질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믿고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 세계 전역의 환경을 고려하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종합 R&D 컨트롤 타워인 남양기술연구소에선 24시간 내내 시험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날 풍동실 내부 천장과 측면에는 태양광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이를 통해 시험실 온도는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영상 45도에 맞춰져 있는데, 이 때문에 외투를 벗는 취재진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시험실의 희소성과 기술력 때문에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력계부터 배터리 핵심 소재에 이르는 전기차 연구개발 역량과, 세계 곳곳의 극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대규모 환경 시험장이 조성된 국내 최대 자동차 종합기술 연구소. 남양연구소는 지난 30년 성과를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연구개발 산실로 위상을 더 높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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