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업영역 재편 주도 이어 주요 기업 찾아 셀카 찍고 햄버거 미팅
김동관 중심으로 한 체제 공고히 하면서 세 아들 사업영역 더 명확해져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4월 5일 경기 판교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해 로봇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김 회장 오른쪽이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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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건강이 좋지 않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년 만에 현장 경영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그룹 사업영역 재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이 핵심 계열사를 잇달아 방문,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햄버거 미팅을 하는 등 광폭 경영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는 것.
김 회장이 현장 경영 활동에 나선 것은 2018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처음이다.
한화로보틱스 찾아 기술혁신 주문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4월 5일 경기 판교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해 로봇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고 4월 8일 공개했다.
한화그룹의 로봇 부문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는 미래 핵심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로봇 분야 선점을 위해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했다. 2017년 주력 제품인 협동로봇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 기반의 다양한 첨단기술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2030년 최대 351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이 사업장을 직접 찾은 것은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 방문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이날 현장에는 한화로보틱스의 전략 기획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도 함께했다. 김 부사장은 김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김 회장은 특히 신기술 개발 이뤄지고 있는 연구 현장에 한참 머물며 실무진과 기술 현황, 미래 로봇산업 전망 등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 회장은 “사람과 로봇의 협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혁신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그룹 내 로봇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로봇은 우리 그룹의 중요한 최첨단 산업”이라면서 “그룹의 발전을 위해 여러분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날 현장 곳곳을 둘러본 김 회장은 직원 간담회 대신 20·30대 MZ 직원들과 햄버거를 먹으며 1시간 가까이 격의 없는 소통을 했다. 이날 식탁에 오른 버거는 김 부사장 주도로 지난해 6월 국내에 선보인 ‘미국 파이브가이즈’였다. ‘오픈런 버거’로 유명한 파이브가이즈의 등장에 MZ 직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한 30대 연구원이 “훗날 전국 곳곳의 무인 주방에서 한화가 만든 로봇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 회장은 “꼭 그렇게 해달라. 기대하겠다”며 화답했다.
식사 후 직원들의 사인 요청에 김 회장은 흔쾌히 펜을 들었다. 한화이글스 유니폼에 사인을 부탁하는가 하면 들고 있던 휴대전화에 곧바로 사인을 해달라는 직원도 있었다.
햄버거 오찬을 함께한 허지은 연구원은 “연구실 곳곳을 일일이 살피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주신 부분이 실무자로서 무척 인상 깊었다”면서 “한화로보틱스가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로봇기술 혁신의 최종 목표는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이 돼야 한다”면서 한화의 기술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비전 스마트 솔루션 △순찰·보안·용접 등 자동화 솔루션 △푸드테크 솔루션을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국내외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우리보다 훨씬 먼저 로봇 산업에 뛰어든 미국, 유럽 등에서도 여러 건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회장은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푸드테크를 시작으로 방산·조선·유통 등 그룹 내 여러 사업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로봇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우주사업 산실 대전 R&D 캠퍼스 방문
김 회장은 이에 앞서 3월 29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연구·개발) 캠퍼스를 전격 방문했다. 3월 20일 누리호의 뒤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단독 협상대상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정돼 축제 분위기였던 대전 R&D 캠퍼스 연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었다. 이날 자리에는 한화그룹의 우주사업 통합 브랜드 스페이스 허브를 총괄하는 김 회장의 맏아들 김동관 부회장도 함께했다.
▲ 김승연 회장이 맏아들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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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3월 29일 대전 R&D 캠퍼스에 “한화의 우주를 향한 도전,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입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 혁신하여 글로벌 챔피언이 됩시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누리호 고도화 및 차세대 발사체 사업의 주역인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회장은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자력으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고 보유한 7번째 국가가 되었다”며 사업에 참여한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또한, 차세대 발사체 사업 단독협상자 선정을 축하하면서 이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아 우주시대를 앞당겨 미래 세대의 희망이 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간담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엄새빈 선임연구원은 “누리호 발사마다 회장님께서 주신 격려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 한화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1차 발사 당시 격려 편지를 가져와 김승연 회장의 친필 서명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격려 편지와 선물을 보내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원 대부분이 그 대상으로 김 회장에게 셀카 촬영을 요청하며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관하게 될 누리호 4차 발사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2025년으로 예정된 4차 발사의 완벽한 성공으로 우주 전문기업으로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자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우주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누적 약 9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집행해왔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자체 기술 확보와 독자적 밸류체인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를 통한 우주수송을, 쎄트렉아이와 한화시스템은 인공위성 제작 및 위성 서비스를 담당하는 등 우주 사업 밸류체인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순천 율촌 산단 내에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제작센터 착공식을 갖고 현재 한창 건설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센터가 완공되면 민간 체계종합 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중대형 발사체 전문 기업으로서 독보적 역량을 갖추어 지속적으로 국가 우주 사업에 기여할 계획이다.
김승연 회장의 광폭 경영과 관련 ‘방산, 우주·항공, 화학·에너지’를 3대 축으로 그룹 핵심 사업 전열을 재정비한 김 회장이 맏아들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세 아들의 사업영역이 더 명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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