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여소야대···총선 의미와 정국 기상도

범야권 192석 대승…심판당한 정부여당…‘식물 정권’ 현실화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4/04/12 [16:33]

더 강력해진 여소야대···총선 의미와 정국 기상도

범야권 192석 대승…심판당한 정부여당…‘식물 정권’ 현실화

송경 기자 | 입력 : 2024/04/12 [16:33]

윤석열 정권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심판당했다. ‘윤석열 정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총 300석 가운데 192석을 획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압도적인 과반 의석인 175석을 차지했다. 12석의 조국혁신당, 1석의 진보당 의석 등을 포함하면 범야권은 190석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더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 심판’에 힘을 실어 달라는 범야권의 호소에 응답했다. 큰 격차로 범야권이 국민의힘을 압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무력화와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한 200석까지 몰아주지는 않았다. 범야권 의석이 200석에 미치지 못해 대통령의 상습적 거부권 행사를 뚫지는 못하게 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헌정사상 최초로 5년 내내 ‘여소야대’ 정치지형에 갇히게 만들었다. 조국혁신당 입성으로 더 강력해진 야당에 의회 권력을 내준 윤석열 정부는 임기 후반부 ‘식물 정권’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4·10 총선 민심은 ‘윤석열 정권 심판’ 힘 실어 달라는 범야권 호소에 응답

민주당 175석 압도적 과반, 조국당 12석···국힘 108석 개헌선 간신히 지켜

 

‘이재명 체제’ 강화 민주당과 선명한 조국당 입성으로 더 강력한 여소야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 위한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 목소리

 

이재명 범야권 대선주자 위상 재확인 “민주당 승리 아니라 국민들의 승리”

정치신인 한동훈 초라한 성적표 받아들자 사퇴···대권가도에도 먹구름 잔뜩

조국혁신당 ‘윤석열 정부 조기종식’ 구호 앞세워 돌풍···단숨에 원내 제3당

 

▲ 4월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었다. 범야권이 큰 격차로 승리를 거두며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사진은 3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악수하는 모습.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큰 격차로 승리를 거두며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반면, 야당에 의회 권력을 내준 윤석열 정부는 임기 후반부 국정 통제력을 상실, 극심한 레임덕 상황에 처하게 됐다. 대통령이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지형에 둘러싸인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2대 국회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강화된 거함 더불어민주당과 선명한 조국혁신당 입성으로 더욱더 강력한 여소야대 국회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당장 새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되게 심판당한 정부와 여당

 

4·10 총선 비례대표 개표가 끝난 4월 11일,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 더불어민주당의 연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이 2석을 얻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이 됐다. 녹색정의당은 0석의 수모를 겪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민심의 직격탄을 맞아 호된 심판을 당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총 10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108석은 야당이던 21대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103석)보다 5석 많지만 집권여당으로 상당한 조직과 의제 설정 권한을 가지고 치른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 강도가 더 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여당 프리미엄을 업고도 텃밭인 대구·경북(TK)을 제외한 격전지인 한강·반도체 벨트는 물론 전통적 캐스팅 보터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 등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 이종섭 전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도피성 출국 논란, 의·정 갈등 장기화 등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댕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한 ‘이·조(이재명이·조국) 심판론’으로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의회 독재와 민주주의 후퇴 등 이념에 기반한 여권의 선거 전략은 먹혀들지 않았다. 중도층과 2030 세대 등 캐스팅 보터 공략에도 실패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중진과 정치 신인을 전략 공천을 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었던 한강·반도체 벨트 성적표도 낙제점을 면하지 못했다. 여당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정권 심판론 파도를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을 공보물에서 제외하는 암묵적인 거리 두기에 나서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여야가 한강벨트로 분류한 9개 선거구(용산·광진갑·광진을·동작갑·동작을·마포갑·마포을·중성동갑·중성동을) 가운데 민주당은 9석을 가져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용산(권영세), 동작갑(나경원), 마포갑(조정훈) 등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수원(갑·을·병·정·무)과 용인(갑·을·병·정), 화성(갑·을·병·정), 평택(갑·을·병) 등 경기 남부를 아우르는 ‘반도체 벨트’에 속하는 16개 선거구는 화성을(개혁신당)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반면 낙동 강벨트 10개 선거구(경남 김해갑·김해을·양산갑·양산을, 부산 북갑·북을·사하갑·사하을·강서·사상)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우위를 확보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최초로 5년 내내 여소야대 

 

이번 총선은 경제를 둘러싼 분노 속에 치러졌다. 정권 심판론의 핵심은 경제와 물가였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일·채소값 폭등세가 계속됐고, 국제유가마저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지난 3월 농산물 물가는 20.5% 상승해 전달(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 넘게 올랐다. 사과(88.2%)와 배(87.8%)는 각각 1980년 1월과 1975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정부는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잔뜩 뿔이 난 민심만 확인됐다.

 

여기에 2년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세계 주요 200여 개국 중 최하위권으로 추락해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했다.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자료를 인용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누적 100억500만 달러(약 13조5267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중 172위다. 2022년에는 198위로 전년 대비 180계단 밀려났고, 상반기에는 200위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입틀막‘으로 명명된 과잉 의전 논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협박 발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주 호주대사 임명 등과 잇단 용산의 불통 행보가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 5년을 모두 ‘여소야대’로 보내는 정부가 됐다. 범야권이 180석을 넘게 되면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야당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할 뿐 아니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을 활용해 여당의 입법 저지에 맞설 수 있다. 

 

범야권 압도적인 승리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한 범야권은 192의 의석을 확보하며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지역구 161석에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더해 175석의 의석을 얻었다. 

 

조국혁신당은 12석,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2석과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준석 대표가 당선돼 총 3석을 얻었다. 새로운미래와 진보당도 각각 지역구에서 각각 1석을 차지했다.

 

이로써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 등 범야권은 192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수도권 122곳 중 99곳에서 앞섰다. 민주당은 전통적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는 충청권 28곳 중에서도 21곳에서 앞섰다. 다만 ‘낙동강 벨트’ 등 격전지가 많았던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국민의힘이 40곳 중 34곳을 앞서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민주당은 양산을(김두관)과 사하갑(최인호)을 내주며 김해갑(민홍철)·김해을(김정호), 북갑(전재수) 등 3석을 수성하는데 그쳤다. 현역인 김두관 후보(49.0%)는 국민의힘이 저격수로 배치한 김태호 후보(51.0%)에게 석패했다.  최인호 후보(49.5%)도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50.5%)에게 패했다.

 

전통적 캐스팅 보터로 꼽히는 충청권의 표심도 민주당을 향했다. 국민의힘은 전체 28개 선거구 중 6석을 얻는데 그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한 민주당 출신 이상민 후보도 대전 유성을에서 패배했다.

 

대전에서는 민주당이 7석 전석을 석권했다. 충남(11석)에선 민주당이 8석, 국민의힘이 3석을 나눠 가졌다. 충북(8석)은 민주당이 5석, 국민의힘이 3석을 확보했다. 세종(2석)은 민주당이 1석, 새로운미래가 1석을 가져갔다.

 

민주당은 20대·21대·22대 총선에 이어 다시 제1당을 차지하게 되면서, 막강한 입법 권력과 함께 국정운영의 무거운 책임감을 나눠 갖게 됐다.

 

이재명 정치 입지 한층 탄탄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목표로 했던 과반을 훨씬 뛰어넘는 의석을 얻어 압승함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향후 정치적 입지가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주류를 친명계로 교체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당을 완전히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비례연합정당을 성사시켜 범야권까지 아우르는 결과를 만들어 향후 대권 도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의 승리와 함께 재선 고지에 오른 이 대표의 정치적 주가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대표는 ‘비명횡사’ 공천 논란을 극복하고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를 친명계로 대거 교체하는 물갈이를 단행했다. 이 대표가 주도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당내 비명계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총선에서 패배했을 경우 이 대표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이 대표는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당의 간판을 맡아 선거를 총지휘했다. 지난 2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등장 이후 지지율에서 밀렸던 당을 재정비하고 민주당을 제1당으로 발돋움시켰다.

 

이 대표는 서울 한강 벨트와 부산·경남(PK) 지역을 집중 지원하고 전국을 돌며 표심을 잡아냈다. 당대표 비서실은 이 대표가 선거 30일 전인 3월 11일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4월 9일까지 직선거리 기준 6908㎞를 누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부산 방문 도중 흉기 피습을 당하면서 개인적으로도 큰 시련을 겪었지만 극복해냈다. 또한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도 장시간 재판에 참석하는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전국 유세를 돌며 고군분투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이 대표는 확실한 범야권의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누르면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4월 11일 오전 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제22대 총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중앙선대위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과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께서 행사하신 한 표, 한 표에 담긴 소중한 뜻을 민주당이 전력을 다해 받들겠다”며 “국민의 오늘을 지키고 국민의 더 나은 내일을 여는 데 22대 국회가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당선자들에겐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며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왔기 때문에 국민 주권의 원칙을 가슴에 새기고 일상적인 정치 활동에서 반드시 실천해 나가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또한 “이제 선거는 끝났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민생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민생 정치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관련 입장발표를 마친 후 당사를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단>  

 

참패한 한동훈, 결국은 사퇴

 

정치 신인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10 총선에서 참패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입법 주도권을 거대 야당에 내줬다. 특히 원톱 체제를 고수했던 한 위원장의 책임론도 커지면서 향후 대권가도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선거 다음날인 4월 11일 오전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나와 “민심은 언제나 옳다”며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을 포함해 모든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부탁드린다”며 “함께 치열하게 싸워주고 응원해주신 동료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료들, 당선되지 못한 우리 후보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전 위원장은 “우리가 국민들께 드린 정치개혁의 약속이 중단 없이 실천되길 바란다”며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겠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국민만 바라보면 그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정치권에선 여당 승리 기준을 135석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민주당의 단독 과반을 저지할 수 있는 숫자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초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140석 이상의 의석을 기대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게 나타났고, 오차범위 밖 수준의 격차를 보여 제1당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장수로 나선 선거에서 이보다 적은 의석을 얻었다는 점에서 패배 책임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정치 분석가들은 여당의 패배 배경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꼽았지만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한 전 위원장이 취임 후 여당이 반전을 도모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많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6일 비대위원장으로 정치권에 등판한 이후 한때나마 윤석열 대통령을 커튼 뒤로 밀어내는 효과를 발휘했다. 비대위원장 취임식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대상자를 공천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출산 정책, 철도 지하화 등의 공약을 내세우면서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였고, 2월 공천 과정에서 반발을 빠르게 수습하면서 정당 지지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이견이 당과 용산 사이에 불거지고, 이 논란이 ‘한동훈 사퇴’ 요구로 이어지면서 갈팡질팡 했다. 

 

3월 중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 고물가에 따른 대파 가격 등의 이슈로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도 급락했다. 뒤늦게 한 전 위원장이 정부에 이종섭 대사의 귀국 등을 요청했지만 수습에는 실패했다.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인식이 해소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술도 어설펐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읽지 못하고 ‘이·조 심판론’만 부르짖다가 ‘선거 대패’를 맞이했다.

 

한 전 위원장이 3월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것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사저를 예방한 것은 TK(대구·경북) 지역의 보수층 표심을 얻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행보가 보수층 집결에는 도움이 됐으나 중도층 표심에는 부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여당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하려다가 급하게 취소한 것 역시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전 위원장은 선거 기간 내내 선거대책위원회 원톱 체계를 고수했다. 중도층과 수도권 공략을 위해 유승민 전 의원의 역할론 등이 제기됐으나 한 전 위원장은 선을 그어왔다. 온전히 원톱 체제였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의 책임도 더 커진 셈이다.

 

전문가들 총선 패배로 ‘한동훈=윤석열 아바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아바타의 한계를 못 벗어났다”면서 “뒤집어서 얘기하면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무섭게 떠오른 조국혁신당

 

이번 총선에서 “3년은 너무 길다”며 윤석열 정부 조기종식 구호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12석을 확보하며 단숨에 원내 제3당으로 급부상했다. 거대 양당의 틈새를 비집고 무섭게 떠오른 것이다. 

 

조국혁신당 약진에 대해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 파이를 키운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흡수하지 못한 진보 표심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단>  

 

예견된 선전이었다. 조국혁신당은 3월 3일 창당해 한 달 사이 지지율을 한 자릿수에서 20%대까지 끌어올렸다. ‘남은 3년은 길다’고 외치며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부각했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먼저 끌어안았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야권 연대정당이란 태생적 한계 탓에 의석 지분을 쪼개야 하는 데 비해, 조국혁신당의 의석 지분은 100퍼센트 연대 대상인 민주당 몫이라는 인식이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흡수하지 못한 각 진영 세력과 중도층 일부를 흡수, 외연 확장 양상까지 보이면서 제3당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의 돌풍 배경에는 ‘정권 심판’과 ‘검찰 개혁’이라는 선명한 양대 목표를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범야권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끌어안는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도 제대로 견제 한 번 못한 거대 야당 민주당에 대해 반감과 그 과정에서 이탈한 민주당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을 사표(死票)를 막아줄 새로운 대안으로 낙점한 것도 돌풍의 심리적 요인으로 꼽힌다.

 

조국 대표가 "더 빠르게 더 강하게 행동하고, 총선 이후에도 결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조국혁신당은 향후 대여 투쟁을 둘러싸고 강경하고 선명한 입장에서 민주당과 협력적 주도권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월 10일 투표 종료 직후 최대 14석 의석 확보가 예상된다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민께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자평했다.

 

조 대표는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총선은 끝났지만 이제 조국혁신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며 “창당 선언 이후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드린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하나씩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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