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주역 뮤지컬 배우 이지혜 인터뷰

“마리 앙투아네트 과몰입…단두대 오를 때 울었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5/10 [15:32]

‘마리 앙투아네트’ 주역 뮤지컬 배우 이지혜 인터뷰

“마리 앙투아네트 과몰입…단두대 오를 때 울었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5/10 [15:32]

“마리의 삶 통해 살면서 생각할 고민과 답이 없는 질문 표현하고 싶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 다해서 관객들의 마음 속에 각인되는 배우로 남고파”

 

▲ 뮤지컬 배우 이지혜는 10주년을 맞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주역으로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과몰입을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트리고 돌을 던지는 마그리드 아르노와 군중들이 너무 미워서 눈물까지 났다.”

 

뮤지컬 배우 이지혜가 10주년을 맞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주역으로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지혜가 연기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가장 높고 화려했던 자리에서 가장 비참한 자리로 떨어진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다.

 

5월 2일 서울 강남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이지혜는 “연기를 할 때 뿐 아니라 뉴스를 보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과몰입하는 편”이라며 “캐릭터에 나를 투영해 표현하는데 마리 앙투아네트와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었고, 그래서 캐릭터의 색깔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속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다. 사치와 허영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그녀에 대한 소문은 대부분 실체가 없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유명한 말은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중 한 구절이지만 마치 왕비의 말처럼 선전됐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의 경우 재판을 통해 진범이 가려졌지만 아무도 왕비를 믿지 않았다.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가 왕비와 대척점에 서서 군중들을 선동한다.

 

“나도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 악플들로 많이 힘들었다. 공황 장애를 겪기도 했다. 다들 데뷔 때부터 잘 해왔다고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 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이 있었고, 나 스스로는 늘 고비였다.”

 

이지혜는 “이 작품의 주제는 사실 늘 삶에 존재하는 이슈”라며 “진실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아무것도 모르고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나는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 덤벙대고 웃기는 사람이다. ‘친해지면 나에 대해 알 텐데’라는 속상함이 있다. (악플에 대해서도) 호소하고 싶지도, 호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이제 그런 각인이 오히려 좋다. 그 인식을 바꿀 여지가 충분하지 않은가.”

 

배역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 “극의 마지막으로 가며 왕비가 재판을 받고, 수레를 타고 단두대로 끌려갈 때 군중들이 손가락질을 하는데 군중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눈빛, 표정을 보며 나도 모르게 과몰입해서 울게 되더라고. 마그리드도 미웠다. 진실은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들으려 하지도 않고 귀를 닫고 있지 않은가. 배우들과 주고받는 그런 에너지가 너무 크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귀여운 것, 고양이를 생각하며 마음을 환기시켜야 했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지혜는 “마리가 아니라 내가 단두대에 오르는 것 같았다”며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해야 하는 작품인데, 이 내용이 흥미로울까,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컸다. 그녀를 찬양하고 싶지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녀의 삶을 통해 교과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교훈, 살면서 생각해야 할 고민, 답이 없는 질문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지혜는 “연기를 하며 나는 마그리드였던 적이, 군중이었던 적이 없을까 생각해봤다”며 “나라고 항상 맞는 쪽에 있지는 않았고, 군중이었을 때도 있었고, 그런 생각을 하니 처음에는 (마그리드와 군중들이) 미웠지만, 나중에는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왕비가 처형당하며 ‘고마워, 마그리드’라고 할 때 숨죽여 우는 관객들이 많더라. 나도 누군가에게 쉽게 돌을 던지지 않았나 부끄러웠던 분들도, 그렇게 혼자 끙끙 앓다 눈물이 난 분들도, 마녀사냥을 당했던 기억이 나서 눈물이 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이지혜는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요즘의 모토는 하루에 작은 행복을 한 가지씩 찾는 것”이라고 했다. “큰 행복을 위해 저축하지 말고, 당장의 작은 행복 한 가지를 매일매일 쌓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성악을 전공한 이지혜는 2012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뮤지컬 <레베카>, <베르테르>,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팬텀>, <몬테크리스토>, <프랑켄슈타인> 등에서 활약했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파친코>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에는 곧바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는 <프랑켄슈타인> 무대에 오른다.

 

이지혜는 “코로나19 이후 쉬었던 공연들을 달리다 보니 다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힘들지만 감사하다”고 했다. 

 

“소극장 공연도 해보고 싶고 왈가닥에 가까운 나와 비슷한 연기도 해보고 싶다. 귀여우면서 야한 <레드북>, 독백이 많은 <키다리 아저씨>, 그리고 <어쩌면 해피 엔딩>도 좋다.”

 

이지혜는 “나의 베이스는 뮤지컬이지만 이제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매체에서 나를 알리고, 그렇게 나를 알게 된 관객들이 뮤지컬을 관람하러 오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 꿈은 성악가였지만 연기자도 꿈이었다. <여인천하> 같은 사극을 보며 사극 배우를 꿈꿨다. 어머니만 나가시면 동생과 중전마마, 궁녀 연기를 하곤 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관객들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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