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재벌 3세 ‘홍수철’ 역···익살과 애절 오가며 시청자 웃기고 울려
“초반 ‘밉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내 깜냥 파악하는 시간 가졌다”
▲ ‘눈물의 여왕’에서 철없는 재벌 3세 ‘홍수철’로 등장한 배우 곽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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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곽동연(27)에게 <눈물의 여왕>은 도전이었다. 철없는 재벌 3세 ‘홍수철’로 등장, 부성애 가득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초반에 ‘밉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지만, ‘가감 없이 보여주자’고 마음 먹었다. 곽동연은 “내 깜냥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돌아봤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애절한 눈물 연기로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다. 무엇보다 박지은(48) 작가와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12년 만에 재회해 의미가 남다를 터다. “박지은 작가님이 데뷔시켜 줬는데, 잊지 않고 내가 연기하는 걸 봐주고 인정해줘서 감사하다.”
“박지은 작가뿐만 아니라 (<빈센조>를 통해) 김희원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감독님과 미팅 후 박지은 작가가 내 얘기를 해줬다고 해서 감회가 새로웠다. 데뷔작 이후 다시 만났는데, 시간이 허투루 지나지 않은 것 같다. 작가님이 ‘우리 장군이가 이렇게 잘 컸다. 내 새끼’라며 칭찬해줬다. ‘약간 자식 키운 것 같다’고 하더라. <넝쿨당> 출연 당시 나는 중3이라서 기억이 희미하다. 당시 작가님과 소통할 기회가 적었는데, 나의 소년 시절을 기억해줘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곽동연이 연기한 홍수철은 퀸즈가(家)의 ‘금쪽이’였다. 사고뭉치인 데다가 매형인 백현우를 괴롭히며 ‘얄미운 처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드라마 속 코믹 비중도 컸는데, 대본 자체가 재미있었다. 곽동연은 “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우리 드라마는 전체를 관통하며 웃음을 지향하지 않았는가. 10~20대가 아니라 엄마, 아빠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코믹을 소화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부성애 연기가 “가장 막막했다”고 짚었다. “나는 20대 미혼인데, ‘실제 아이가 있는 분들을 속일 수 있을까?’ 싶었다. 어느 순간 힌트를 딱 얻은 순간이 있다. ‘부모님이 나를 생각할 때 어떤 마음일까?’를 떠올렸고, 그런 마음으로 접근했다.”
수철은 ‘건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걸 안 뒤에도 부성애를 보여줬다. “사실 어떻게 보면 동화 같다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수철이 끝끝내 애정 어린 시선과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수철은 단순 무식하지만,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이다. 내가 키웠고 날 보고 아빠라고 하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촬영 초반에 건우가 11개월이었다. 그때는 뭘 몰라서 낯가림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를 편하게 못 자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더라. 더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내가 손가락을 내밀면 잡고 같이 뛰어 다니는 등 교감이 이뤄졌다. 건우가 연기 천재다. 주사 맞는 신 등에서 필요한 표정을 딱 해줬다. 건우는 현장에서 최대 권력자였다. 김갑수 선생님과 함께 가장 우대받는 연기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디렉션을 주고, 어떻게든 시선을 받으려고 간식으로 달래곤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촬영 순서를 바꾸는 등 서로 도와가면서 만들었다.”
7세 연상 ‘천다혜’ 역 이주빈(34)과의 부부 연기도 돋보였다. “누나인데도 편하게 대해줬다. 덕분에 나이 차이를 느끼지 않았다. 난 현장에서 안 풀리면 심각하게 고민하고 다운되는데, 이주빈씨는 밝은 에너지가 강해서 잘 어우러졌다. 이주빈씨가 하드캐리 했다. 현장에선 ‘여보’라고 불렀다. 촬영 끝나고 다음날 영화 시사회에 갔는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더라. ‘여보, 여기서 뭐해? 애는?’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김지원(31)과는 2017년 <쌈, 마이웨이>에서 옛 애인으로 출연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남매로 호흡을 맞췄다. 김수현(36)과도 이미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인연을 맺었다.
“김지원씨와 이전에 짧게나마 호흡을 맞춰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 서로 낯을 가려서 데면데면한 시간이 있었지만, 연기할 때 뭘 하든 받아줘서 재미있게 작업했다. 또 김수현 형은 이전부터 팬이었다. 형, 동생 하면서 사적인 시간을 보낸 후 작품으로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연기할 때 말하지 않아도 뭘 할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난을 쳐도 다 받아줬다.”
박지은 작가의 전작 <사랑의 불시착>은 국내외에서 인기몰이했다. <눈물의 여왕> 마지막 회인 16회는 24.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찍었다. <사랑의 불시착>을 넘어 tvN 역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전개 관련 호불호가 갈렸고, ‘재벌가인 퀸즈그룹이 너무 쉽게 당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곽동연은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며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가치와 깨달음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조금 허술하고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지점이 있을지언정 다른 부분에 더 집중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수철이 처한 상황이 너무 드라마틱하고 극적이라서 정신 차리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곽동연은 어렸을 때부터 활동해 남동생 이미지가 강하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수철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고, <구르미 그린 달> <사이코지만 괜찮아> <빈센조> 속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곽동연은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연기를 하면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엘리펀트 송>을 시작으로 2020년 <썸씽로튼>, 2022년 <올드위키드송> 등 연극무대에도 오르며 내공도 쌓고 있다.
“스무 살 때쯤 공연 제안을 받고 덥석 출연했다. 연영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공연부터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근간이 불확실해 묘한 자격지심이 있었다. 공연판에서 활약하다가 매체까지 넘어온 선배들이 많아서 ‘공연은 어떤 힘이 있는 걸까?’ 궁금했다. 다 이해할 순 없지만, 확실히 리프레시 되는 느낌이 있더라.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대중들이 계속 보고 싶어 하고, 작업물을 궁금해 했으면 좋겠다. 생명력을 꺼트리지 않은 채로 오래, 30대가 되고 60대가 되어서도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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