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개통 45일 실효성 논란 솔솔

‘교통혁명’ 띄웠지만 예상수요 반토막…사업성 ‘적신호’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5/10 [16:05]

GTX 개통 45일 실효성 논란 솔솔

‘교통혁명’ 띄웠지만 예상수요 반토막…사업성 ‘적신호’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5/10 [16:05]

지난 3월 30일 개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운행을 시작한 지 40일을 넘었다. 정부는 ‘교통혁명’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이용객 수는 국토부 예측의 절반을 넘기지 못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동탄 지역주민들은 수서까지 ‘급행열차’ 운행을 반기면서도 역까지 접근성이 떨어지고 연계 교통편도 부족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앞서 국토부가 예측한 GTX-A의 이용객은 주말 약 1만2000명, 평일 1만5000명이었다. 그런데 개통 한 달간 전체 이용객은 26만3665명. 하루평균 승객은 8505명에 그쳤다. 특히 평일 이용객은 7675명, 주말 평균 이용객은 1만16명으로 집계돼 평일보다 주말 이용객이 많았다. 이는 국토부의 평일 예측에 비해 실제 승객은 절반에 그친 셈이다.

 


 

출근시간 동탄~수서 21분···반쪽 개통에 예상수요 반토막···한 달 이용객 26만

동탄역 앞 22억이라지만 실거래 떨어진 단지 여럿···집값 통계 몇달째 하락세

 

올해 1월 ‘강남권 관통하는’ C노선 착공···서울 접근성 낮은 경기 북부 기대감 

공사비 급등·고금리···건설업계 사업성 검토 신중···일부 노선 사업 지연 가능성

 

1. ‘반쪽 개통’, 예상수요 반토막

 

5월 3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30분께 동탄역에서 수서행 GTX-A 급행열차에 탑승했다. 역 입구에서 지하 6층 승강장까지 도달한 시간은 5~6분으로 여러 차례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야 했다.

 

승강장에는 수서행 8량 열차가 문을 연 채 승객들을 맞았다. 서울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으로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선두 칸부터 이용객이 채워졌다.

 

▲ 3월 20일 동탄 방향 GTX-A 성남역 승강장 모습.  

 

열차 후미로 갈수록 좌석이 넉넉해 서서 가는 사람은 없었다. 열차 내 안내 패널에는 8량 모두 혼잡도가 낮다는 의미의 연녹색 불빛 표시가 떴다.

 

이날 오전 7시36분 출발한 열차는 오전 7시57분 수서역에 도착했다. 동탄~수서 32.7㎞ 구간을 21분 만에 주파한 셈이다. 준고속 열차이지만 달리는 동안 정숙성이 유지돼 출근길 시민들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수인분당선 환승 개찰구 앞에서 안전관리를 하는 직원 강건우(57)씨는 “오전 8시대 승객이 더 많다”며 “그래도 붐비는 정도까진 아니다”라고 전했다.

 

교대역으로 통근하는 40대 박모씨는 “환승이 편해서 타는데 아침저녁에 붐비지는 않는다”며 “(삼성역) 2호선이 연결되면 많이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수인분당선으로 환승해 지하철 2호선이 연결된 선릉역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오전 8시21분을 가리켰다. 45분 만에 경기 동탄에서 서울 강남 테헤란로까지 이동한 셈이다.

 

앞서 국토부가 예측한 GTX-A의 이용객은 주말 약 1만2000명, 평일 1만5000명이었다. 그런데 개통 한달간 전체 이용객은 26만3665명. 하루 평균 승객수는 8505명에 그쳤다. 특히 평일 이용객은 7675명, 주말 이용객은 1만16명으로 집계돼 평일보다 주말 이용객이 더 많았다. 이는 국토부의 평일 예측에 비해 실제 승객은 절반에 그친 셈이다.

 

▲ 영업시운전에 나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동탄 구간 열차가 취재진에게 공개된 모습.  

 

일각에서는 지난 4월 30일 동탄과 성남, 수서역 등 일부 구간만 우선 개통해 정부의 예측보다 수요가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GTX-A 서울역~수서 구간은 2026년 말 개통되며, 지하철 2호선이 연결되는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은 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는 2028년에 개통된다. 운정~서울역 구간은 올해 말 운행을 시작한다.

 

여기에 동탄 신도시에 동·서부를 가르는 경부고속도로에 동탄역까지 접근성이 낮은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역 근처에 살아도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며 “수서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시간이 맞으면 버스를 타고, 지각하면 그냥 택시를 탄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정부도 대책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토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5월 2일 동탄신도시 외곽지역에 출퇴근 전세버스 노선 7곳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이러면 GTX-A 수요가 최대 600~1000명 늘어날 전망이다.

 

연계 교통수단인 ‘동탄트램’도 내년 중반 착공해 오는 2027년 12월 실시설계 및 트램 차량 제작 완료를 목표로 추진된다. 경부고속도로 도심 1.2㎞ 구간을 지하화해 동탄 동서를 연결하는 공사도 진행됐다.

 

국토부는 교통수단 개통 뒤 예측 수요를 넘기까지 램프업(ramp up) 기간을 고려하면 아직 이용률을 따지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구간이 시간 맞춰 개통되고 연말까지 연결도로가 개설되면 접근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까지 자가용으로 가서 주차하고 GTX-A를 타는 파크 앤 라이드(park and ride)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차로 서울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는 수요를 억제하려면 승용차 중심의 연결 교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주차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파크 앤 라이드를 미리 구상해야 한다”고 했다.

 

2. 동탄, 다 같은 동탄 아니다

 

수서와 동탄을 오가는 GTX-A 노선이 개통한 지 40일이 넘었다. ‘출퇴근 교통혁명’으로 기대를 모았던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대장 아파트에서는 신고가가 경신되는 등 지역 부동산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수혜는 일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5월 5일 직방이 수도권 지역별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동탄신도시가 속한 화성의 3.3㎡당 매매가격은 1532만 원으로 지난해(1419만 원)보다 8.0%가량 상승했다. GTX 개통을 전후로 동탄역 근처에 위치한 단지 위주로 가격 상승 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21억 원(25층)에 팔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102㎡는 지난 2월 22억 원(34층)을 기록하며 지역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달 송동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전용 116㎡은 20억5000만 원(32층)에 거래됐다.

 

실거래가 이뤄지자 해당 단지의 호가 상승세도 뚜렷하다.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102㎡가 21억5000만 원부터 23억 원까지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온기가 동탄 대부분의 단지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격 통계를 봐도 유의미한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화성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0.43%, 올 1월 -0.23%, 2월 -0.12%, 3월 -0.21%로 5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실거래가를 보면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집값이 떨어진 거래도 여럿 포착된다. 청계동 동탄역 대원칸타빌 포레지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8월 6억7300만 원(17층)에 거래됐지만 지난 2월과 3월에는 각각 6억4000만 원(17층, 15층)으로 오히려 3000만 원 떨어졌다. 청계동 동탄역 센트럴 푸르지오도 같은 면적이 지난해 10월에는 7억9000만 원(13층)에 손바뀜 됐지만 지난 2월에는 7억6000만 원(16층)에 그쳤다.

 

철도 개통에도 아파트값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현재 GTX-A가 삼성역이 아닌 수서역까지만 오가기 때문이다. GTX 개통 전에도 동탄에서 SRT를 타면 약 15분이면 수서역에 닿을 수 있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지금은 수서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상승세가 덜하지만 삼성역 구간이 개통하면 더 뛸 것”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동탄은 더 오를 여지가 있는 지역이다. 버스노선, 셔틀 등 동탄역과의 접근성 개선이 중요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GTX-B 착공 기념식에서 착공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3. ‘저평가’ 경기 북부 집값은?

 

GTX-A노선 개통으로 주요 역 인근 집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다음 수혜 지역은 어디가 될지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을 지나지 않는 GTX-B노선보다는 삼성역과 양재역 등에 정차하는 GTX-C노선 인근 부동산이 GTX 개통에 따른 수혜를 더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서울로 오가는 교통편이 불편해 저평가됐던 경기 북부 지역의 기대감이 크다.

 

다만, GTX 발표 당시 호재가 집값에 선반영 됐고,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일자리 등 또 다른 집값 상승 요인이 뒷받침돼야 추가적인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 25일 경기 양주시 덕정역과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GTX-C노선 착공식을 열었다. GTX-C 노선은 양주시 덕정역을 출발해 창동역, 광운대역, 청량리역, 왕십리역, 삼성역, 양재역, 정부과천청사역, 인덕원역 등을 지나 수원시 수원역까지 86.46km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14개 정거장 모두 일반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으로, 향후 5년간 총사업비 4조6084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서울 강남권을 관통하는 GTX-C노선이 착공에 들어가자 주요 역 인근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교통편이 불편해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졌던 경기 북부 지역은 GTX-C노선 착공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GTX-C노선 기점인 덕정역이 위치한 경기 양주시는 2기 신도시(회천·옥정) 개발과 GTX 호재 등으로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미분양 주택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양주시 인구는 27만5284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2만4568명(9.8%) 증가하면서 경기도 내 인구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2월 기준 미분양 주택도 798가구로 지난해 11월 1040가구와 비교해 23.3%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TX-A노선 개통으로 주요 정차역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러한 파급효과는 GTX-B·C·D 등 다른 노선에도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교통편이 불편했던 의정부도 GTX-C노선 착공에 이어 경기도가 SRT·별내선 연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교통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경기도는 올해 4월 ‘경기도 철도기본계획’을 통해 GTX-C노선을 이용해 SRT를 의정부역까지 연장하고, 별내선도 의정부까지 연장하는 안을 발표했다. 다만, 경기 북부 지역은 GTX 호재가 집값에 미리 반영돼 일자리 등 또 다른 집값 상승 요인이 뒷받침돼야 추가적인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위치한 동탄은 GTX-A 개통으로 역세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1년 새 5억 원 이상 올랐지만, 경기 남부 지역보다 일자리가 부족한 북부 지역은 GTX 호재에도 가격 상승이 더딘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착공에 들어간 GTX-B, C노선은 개통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은 만큼 GTX 이외의 도시개발 계획이나 일자리 등 추가적인 호재 요인이 있는지 잘 따져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탄역 동서연결통로 및 여울공원 지하주차장 위치도.   

 

4. 사업성 ‘의문’···건설업계 ‘글쎄‘

 

GTX-A 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된 지 40일이 지나고 B·C노선 공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C노선(양주∼수원)은 지난 1월 착공해 2028년, B노선(인천∼남양주)은 지난 3월 착공해 2030년 개통 예정이다.

 

GTX A·B·C사업은 수요 부족 위험을 민간에서 모두 부담하는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이다.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지어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고,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하며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GTX-A 개통 한 달 이용객이 예측 수요의 43% 수준에 그치면서 건설업계는 다른 노선 공사에 대해 사업성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있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영향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자칫 공사 수주가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GTX-D·E·F노선에 대한 사업성이 낮게 평가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공공 공사를 수주해도 자칫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선뜻 GTX 공사 수주에 나설 수 없다”며 “내부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분야 공사라고 해서 무조건 입찰에 참여하기에는 공사비가 많이 올라 조심스럽다”며 “GTX 공사는 선로부터 모든 걸 새로 지어야 하는 구간도 많아 사업성을 더 따져보면서 적합한 사업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GTX 2기인 GTX-D·E·F 노선이다. 특히 E·F노선은 사실상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다. 민간사업자가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김포공항을 출발해 수도권 외곽지역을 잇는 F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이미 다른 지하철 노선과 겹치는 구간이 많아 사업성이 여전히 의문이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GTX-A 이용객 수가 예상을 밑돌면서 다른 GTX 노선의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이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입찰을 위해 사전 검토를 했을 때 사업성이 기준이 미치지 못해 내부적으로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이 부족한 노선의 경우 사업이 지연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GTX 개통이 중요하지만 앞서 실시한 사업성 평가에서 지하철 노선과 겹치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노선들이 있다”며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민간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사업 진행이 지연되거나 축소, 취소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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