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3일 오전 유럽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회장은 “봄이 왔네요”라는 짧은 인사말을 건네어 다양한 해석을 나았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찾아 유럽 시장 관계자들과의 미팅, 주재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4월 26일(현지 시각)에는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기업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날 이탈리아로 넘어간 이 회장은 4월 27일(현지 시각) 바티칸 시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만났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도 보였다.
글로벌 광학 기업 ‘자이스’ 본사 방문해 경영진과 협력강화 방안 논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미래 먹거리 발굴+핵심사업 키우는 ‘해결사’ 역할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3일 오전 유럽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
“봄이 왔네요.”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3일 귀국하며 취재진에게 짧은 인사말을 전하며 한 말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7시28분께 일주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친 뒤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이 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의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침부터 나와서 고생이 많다”고 짧게 답한 뒤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봄이 왔네요” 인사에 담긴 뜻
이 회장이 이날 ‘봄이 왔다’고 말한 것은 계절적 의미일 뿐 아니라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최근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상황을 빗대어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에서 5개 분기 만에 70조 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DS) 부문에서도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DS부문은 14조 원대 적자의 늪에 빠졌지만, 업황과 차세대 반도체 매출 비중 확대에 올해 1분기 1조91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흑자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을 통해 만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 논의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4월 25일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해 약 일주일간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독일 ‘자이스’ 본사 찾은 이유
이 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핵심 사업을 키우는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4월 26일(현지 시각)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CEO 등 경영진과 두 회사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이다. 반도체 EUV 노광장비 분야 세계 1위, 일명 ‘수퍼을’로 통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은 3만 개 이상이다.
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 및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으며, 자이스의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 및 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자이스 본사 방문에는 송재혁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CTO,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 등 반도체 생산기술을 총괄하는 경영진이 동행했다.
삼성전자와 자이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EUV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을 주도하고,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이스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성능 개선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을 달성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이스는 2026년까지 480억 원을 투자해 한국에 R&D 센터를 구축할 방침으로, 자이스가 한국 R&D 거점을 마련함에 따라 양사의 전략적 협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고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파운드리 수주 잔고를 달성한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 우위 지속 ▲고객사 다변화 ▲선제적 R&D 투자 ▲과감한 국내외 시설 투자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전작에 비해 AI 성능이 약 15배 이상 향상된 모바일 AP ‘엑시노스 2400’은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탑재돼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아이소셀 비전 63D’ 등 다양한 제품을 양산하며 업계 1위 기업을 맹추격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구동칩(DDI·Display Driver IC) 시장에서는 21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처리장치인 NPU(Neural Processing Unit) 사업도 본격적으로 육성하며 시스템반도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만나
이 회장은 바티칸 시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만났다. 이 회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4월 27일(현지 시각)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을 알현했다는 것.
이 회장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로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유흥식 추기경의 주재로 교황을 소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남석우 삼성전자 사장, 다비데 코르테 삼성전자 이탈리아 법인의 IT제품 세일즈 헤드 등이 동석했다.
이 회장 일행은 교황과 준비한 기념품을 교환했고, 교황은 이 회장과 삼성 대표단에게 덕담과 축복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 옥외 전광판을 기부한 것에 대한 교황청의 답례 의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여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옥외 전광판 4대를 설치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2007년 설치한 옥외 전광판이 낡고 해상도가 떨어져 교황청이 교체를 검토하던 중이었다. 교황청은 세계 각지에서 3000만여 명의 순례객이 바티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가톨릭 희년을 앞두고 도움을 준 삼성전자에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비즈니스 미팅 및 유럽 시장 점검, 주재원 간담회 등의 일정도 소화했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비롯해 지난해 12월 피터 베닝크 ASML CEO, 지난해 5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IT 기업 CEO들과 연이어 만나 미래 협력을 논의해왔다.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그간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호아킨 두아토 J&J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등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CEO들과 연쇄 회동하며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수주를 달성했으며 위탁 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며 미래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LJF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휴대폰 ▲TV 등 IT업계 기업들과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2020년 삼성전자가 이동통신 세계 1위 버라이즌과 7조9000억 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이 회장의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의 인연이 계약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