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악재 뚫고 광폭 행보

TSMC 회장 만나 “AI 시대 초석 함께 놓자”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4/06/14 [15:44]

최태원 SK그룹 회장 악재 뚫고 광폭 행보

TSMC 회장 만나 “AI 시대 초석 함께 놓자”

송경 기자 | 입력 : 2024/06/14 [15:4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조 원대 재산분할’ 판결 등 악재가 이어지는 와중에 국내외를 넘나들며 현장 경영에 몰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만 현지에서 TSMC 회장을 만나 AI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선대회장 경영철학 중심으로 새 판 짜기에도 나섰다.

 

최 회장은 이혼소송 항소심 패소 판결과 관련해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그룹 경영과 국가경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최 회장의 행보를 두고 위기 속에서도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 웨이저자 회장 미팅···AI 반도체 경쟁력 강화 위해 두 회사 협력 다짐

재산분할 판결 관련 “SK와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 없도록 소임 다하겠다”

 

▲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과 TSMC 웨이저자 회장(오른쪽)이 6월 6일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6월 6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 회장과 만나,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 회사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TSMC 웨이저자 회장 등 대만 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AI 및 반도체 분야 협업 방안 등에 관한 논의도 했다.

 

최 회장은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메시지를 전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뜻을 모았다.

 

SK하이닉스는 HBM4(6세대 HBM)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TSMC와 기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성능 향상을 위해 베이스 다이 생산에 TSMC의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 협력을 바탕으로 HBM4를 2025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베이스 다이(Base Die)’는 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다이를 가리킨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D램 단품 칩인 코어 다이(Core Die)를 쌓아올린 뒤 이를 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 만들어진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 기술 결합도 최적화하고, HBM 관련 고객들의 요청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는 TSMC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고유 공정으로, 인터포저 (Interposer) 라는 특수 기판 위에 로직 칩인 GPU/xPU와 HBM을 올려 연결하는 패키징 방식. 수평(2D) 기판 위에서 로직 칩과 수직 적층(3D)된 HBM이 하나로 결합하는 형태라 2.5D패키징으로도 불린다.

 

최 회장의 AI 및 반도체 분야 글로벌 협력을 위한 ‘광폭 행보’는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AI 및 반도체 분야에서 고객들의 광범위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글로벌 협력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기업인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SK하이닉스와 기술협력 방안(EUV용 수소 가스 재활용 기술 및 차세대 EUV 개발)을 끌어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양사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최근 행보는 한국 AI·반도체 산업과 SK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경영 차질 없도록 최선”

 

최 회장은 이에 앞서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그룹 경영과 국가경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6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경영진들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 이날 회의에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먼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 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그룹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최 회장은 CEO들에게 “우리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모두 함께 따뜻한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하면서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SK 위기 극복 경영전략회의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가 6월 말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선 SK 고유의 경영 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화두로 리밸런싱 방향성을 논의한다. 

 

 SK그룹이 오는 28~29일 경기 이천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상반기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SK그룹이 당면한 총체적 난국에 대한 타개책이 모색될 전망이다.

 

SK그룹은 6월 28~29일 이틀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등과 함께 SK그룹 CEO들이 모두 모여 그룹 주요 사안들을 연례행사다. 올해 경영 현안과 기업문화 차원의 논의를 함께 하자는 취지 아래 기존 확대경영회의에서 경영전략회의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 SK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조직 재조정(리밸런싱) 작업을 점검하고 남은 과제를 공유·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현재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 아래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 및 재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회의에서 그룹 사업 재편 방향에 대한 윤곽이 나올 수 있다.

 

이번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의장 등 SK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회장 이혼 소송 여파,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 등을 타개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해결책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SK그룹 고유의 경영 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모색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SKMS 실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1만5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참여하는 등 SK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임직원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설문조사 결과 임직원은 ‘리더 및 임직원이 SKMS를 바탕으로 사내에서 소통하려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는 취지로 응답했다.

 

SKMS에는 임직원이 높은 수준의 자발성과 의욕으로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자세를 '패기'라고 표현하는 등 SK 내부 용어가 있는데, 과거 대비 임직원이 이런 용어를 중시하고 사용, 실천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내부적으로 SKMS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데 어떻게 구심점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밖에 ‘패기 있게 일을 추진하면 오히려 손해’ ‘현실에 안주하는 분위기 확산’ 등의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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