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스타트’를 끊었다. 6월 21일 윤상현 의원이 가장 먼저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6월 23일 1시간 간격 릴레이로 출사표를 던졌다.
6월 25일 당 대표 후보 등록을 마감한 가운데 당권 경쟁은 4파전으로 굳어졌다. 당권 주자들은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출마 회견 첫날부터 정면충돌했다. 이들은 4인 4색 행보를 펼치고 있다. 4월 총선에서 나 의원은 ‘수도권’ 당심과 민심을 파고들고, 원 전 장관은 친윤계인 영남권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모양새다. 윤 의원은 정책 전문성을 강조하고 나섰고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한 현역 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동훈/지원그룹은 ‘한동훈 비대위’에서 당직 맡은 의원 또는 영입인재
원희룡/주류의 지원 ‘탄탄’···보수 전통 지지기반인 TK 찾아 당심에 호소
나경원/수도권 5선 관록으로 중도 확장성 승부수···‘핵무장 3원칙’ 제안도
윤상현/외교통·안보통답게 정책 전문성 강조···‘한동훈과 각 세우기’ 눈길
▲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스타트’를 끊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나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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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외 한동훈’ 고군분투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나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에 연을 맺은 현역 의원들을 업고 ‘원외 당 대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 전 위원장은 연일 국민의힘 보좌진 및 사무처 당직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당사 미화원, 2030세대 보좌진과 오찬을 하기도 했다. 당내 기반이 없는 한 전 위원장이 당 실무자들과 접촉하며 스킨십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을 지원하는 그룹은 한동훈 비대위에서 당직을 맡은 의원들 및 영입인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전 위원장과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사무총장 출신인 장동혁 의원, 초선 박정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 비례대표 한지아 의원, 영입인재 출신 정성국 의원 등이 한 전 위원장을 돕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6월 25일 차기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금 미리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KBS 라디오 <뉴스레터K>에 출연한 자리에서 “지금은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이고 당장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가 (대선) 1위 후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건 연기 같은 것”이라며 “만약 1년 뒤쯤 누구라도 그 시점에 국민들이 보기에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확신한다면 제가 아니더라도 밖에서 그분 보고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강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개인의 커리어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제안한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안 없이 (민주당의 특검법이) 재의요구가 됐었을 때 108석으로 막을 수 있겠나”라며 “제가 낸 제안으로 상황이 바뀌지 않았나. 프레임이 바뀌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걸 반대할 이유가 사실 없다. 이 정도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흘러온 이 채 상병 특검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을 불식할 기회를 저희가 실기했다”며 “국민들이 이런 눈초리로 보고 계시는데 이 정도의 대안 제시도 없이 정면 돌파가 가능하다고 정말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공적 관계는 사적인 친소관계에 의해 좌우되면 안 된다”며 “저와 대통령의 관계는, 제가 당 대표가 되고 나면 집권당 대표로서 대통령을 존중할 것이고 집권당 대표로서 협력하고 국민을 위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의 통화가 10초 남짓에 불과했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안녕하세요만 해도 10초가 되는데 그게 뭐 그렇겠나”라며 “저도 오랜만에 통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덕담을 나눴다”고 반박했다.
수평적인 당·정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도 “어려우니까 해야 되는 것이지 쉬운 것이라면 왜 도전하겠나”라며 “수평적이고 실용적인 관계를 해내라는 것이 총선 민의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성공한 정부로 남기를 누구보다도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수평적이고 실용적인 당·정 관계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제가 윤석열 정부를 이 방법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가 하면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본인이 만나기 싫다고 하니 뵙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6월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이 자신과의 만남을 거절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최근 대구·경북 방문 일정 중 홍 시장과 면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홍 시장 측에서 개인 일정을 이유로 거절했다. 홍 시장은 이날 다른 당권 주자인 원희룡 전 장관을 만났다.
한 전 위원장은 이번 전당대회 구도가 ‘친한 대 반한’ 구도로 굳어지는 양상에 “정치인 친소관계가 계파 구도가 되는 것을 참 후지게 생각한다. 누구랑 친한지 국민들에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며 “그런 부분에 동의하지 않고 우리는 친국민, 친국가, 친국회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이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같다. 합리적 근거도 없고”라며 “보수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보수정치를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반박했다.
또 윤 의원이 당권 주자와 최고위원 간 러닝메이트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선 “정치를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분들과 같이 하고 싶다. 그게 이상한가?”라며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그렇게 선거에서 함께할 분을 찾고 계셨던 걸로 안다”고 맞받았다.
2. 친윤 업은 원희룡 화력은?
한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원외지만, 25년 넘게 당 생활을 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가장 먼저 보수 전통 지지기반인 TK 지역을 찾아 당심에 호소했다. 원 전 장관은 6월 25일 오전부터 경북 안동·상주·칠곡·구미·김천 지역구를 찾아 당원들을 만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도 나눴다. 6월 26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났다. 원 전 장관은 친윤 그룹의 측면 지원으로 영남권 당심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나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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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전 장관은 6월 25일 <TV조선 뉴스9>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검찰 수사만 하다가 국정운영으로 직행하는 사례는 윤석열 대통령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권당 대표라든가 국가 운영, 이런 부분은 국회의원도 한 번 나가보고, 자기 선거도 치러보고, 지방자치단체를 거치면서 훈련되고 다져서 올라와야 국민들이 안심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당권 경쟁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도 언급되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 전 장관은 자신이 ‘친윤 후보’라는 해석에 대해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는데 지금 친윤·반윤을 나누고 특히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반윤을 드러내놓고 싸우자고 달려들면 집권여당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출마 선언 전날 윤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갔다와서 주로 그 이야기였고 끝에 다른 (당권)주자들도 다 다녀가거나 통화했다, 그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그날은 시간도 짧았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진행자가 ‘당시 출마한다고 이야기했느냐’고 묻자 “그때 (출마는) 화제가 아니었다”며 “(대선 경선 때) 함께했던 의원들과 과연 이 전당대회를 이 상태로 두고 봐도 우리가 후회하지 않겠나, 격론 끝에 ‘팀장이 안 나서면 우리 팀 해체하자’, 그런 팀원들의 등 떠밂에 제가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당당하게, 대차게 맞서지 못하고 순진하게 휘말린다든지, 집권여당 안에 있을 수 있는 여러 전략·정책의 견해 차이를 갈등관리 못해서 집안싸움으로 내부에 대한 공격 위주로 흘러간다면, 정말 이러다가 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절박함을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서로 소통 이력,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 능력을 발휘해서 원팀이 되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주류와 갈등을 빚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당 안의 식구는 식구대로, 당 밖의 파트너는 파트너대로 광폭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3. 나경원 ‘핵무장’ 들고 나온 이유
수도권 5선인 나경원 의원은 중도 확장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나 의원은 “한미관계나 국제규범으로 인해 핵무기 개발이 제한된다 해도, 핵무기를 단기간 내에 개발할 수 있는 준비는 지금 당장 하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무장을 고민해야 한다”며 ‘핵무장 3원칙’을 제안했다.
나 의원은 “첫째,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이라며 “동맹국인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견인해내겠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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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존을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이나 영구히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북한과의 핵군축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내고, 평화를 회복하는 핵무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관계나 국제규범으로 인해 핵무기 개발이 제한된다 해도, 핵무기를 단기간 내에 개발할 수 있는 준비는 지금 당장 하겠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담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이상의 내용을 당론으로 정하고 당차원의 보다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6월 24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정책 현안에 관한 대화를 나눈 데 이어 국민의힘 서울시의회를 찾기도 했다.
4. 한동훈과 각 세우는 윤상현
외교·안보통으로 알려진 윤 의원은 6월 25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의 탈당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싱 하이밍 중국대사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순직 해병에 대한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것은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각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러닝메이트 격으로 최고위원 후보를 꾸려 당권 주자로 나선 것에 대해 “한마디로 줄 세우기 정치”라며 “친윤과 친한을 벌써 줄 세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나선 윤상현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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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친윤·친한이 앞으로 친박·비박보다 더 당을 공멸의 길로 만드는 악화된 관계로 갈 것”이라며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우리 당에 있는 분들이 탄핵시켰다”며 “저는 그 상황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야당이 탄핵으로 갔을 때 우리 108명 똘똘 뭉칠 수 있느냐,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러닝메이트는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서병수 위원장이 결론을 내려달라. 등록을 시키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날 윤 의원은 싱 대사를 만나 중국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화성 공장 참사 관련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윤 의원은 “희생한 분들의 국적·성별에 관계없이 보상이나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고 싱 대사는 “중국 정부에 잘 보고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나 의원이 띄운 ‘핵 무장론’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핵 무장은 국제적·경제적·외교적 고립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한국과 미국 간 핵 공유 협정을 맺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진전된다면 전술핵 무기를 재배치하자”고 제안했다.
싱 대사는 이와 관련해 “내정(內政국내 정치)“이라며 대사로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리가 아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중국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을 복원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