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6주 연속 상승하며 5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증가하면서 집값이 다시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집값 급등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7월 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4% 상승했다. 한 주에 아파트값이 0.24% 이상 오른 것은 집값 폭등기인 2018년 9월 셋째 주 0.26% 상승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월 상승세로 돌아선 서울 아파트값은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 6월부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16주 연속 상승 거래···5년 10개월 만에 최대···거래량도 증가
1~5월 아파트 매매거래 중 9억 원 이상 52.4%···전세가 60주 연속 오름세
시장 “천장 뚫을 기세”···한은 “생각보다 빨리 상승”···국토부 “추세 상승 아니다”
▲ 서울 아파트값이 16주 연속 상승하며 5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사진은 7월 11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서울 성동구를 비롯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지역의 아파트가 강세를 보였다. 성동구(0.52%)는 7월 둘째주에 이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고, 송파구(0.41%), 서초구(0.40%), 용산구(0.36%), 서대문구(0.35%), 마포구(0.35%), 강동구(0.32%), 은평구(0.30%), 강남구(0.28%)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선호단지 위주로 매수 문의가 지속되고 매도 희망가격이 높아져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인근 단지에도 확대되면서 상승 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건을 넘기면서 3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957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기한(30일)을 감안하면 6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3000건을 돌파하더니, 4월에는 4000건, 5월에는 5000건을 넘어서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2.2로 전주(100.4) 대비 1.8p(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수급지수 100을 넘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주택 거래량이 증가한 것은 최저 연 1%대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출시된 영향이 크다. 지난 1월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은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 원을 연 1.2~3.3%의 초저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당초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3000만 원보다 낮아야 신청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부터 2억 원, 내년부터 3년간은 2억5000만 원으로 소득 기준이 상향된다.
실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노원아이파크(전용면적 180㎡)’는 지난 5월 6일 9억2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2017년 종전 신고가인 7억3000만 원보다 1억90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또 강북구 수유동 삼성타운(전용면적 84㎡)이 5억1300만 원에, 도봉구 창동 세인트라디움(전용면적 52㎡)은 지난 6월 2억3750만 원에 각각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매수세가 회복되면서 당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치솟는 전·월셋값과 전세사기, 주택공급 부족 등의 여파로 앞으로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주택 매수세가 활발하다”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2%대까지 하락하면서 주택 임대차시장에 머물기보다 이 기회에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3구·마포·용산·성동 급등
강남3구와 마·용·성이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매매와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더 늦기 전에 ‘똘똘한 한 채’를 찾아야 한다는 수요자들의 심리가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9억 원을 웃도는 고가 아파트 매매 거래가 3년 만에 역대 최다 기록을 넘겼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1만8830건을 분석한 결과 9억 원 이상 거래가 전체의 52.4%(9870건)을 차지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매년 1~5월 기준)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직전 최다는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9608건으로, 2022년 3077건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6406건으로 반등한 데 이어 올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셈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1298건으로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 1087건, 성동구 889건, 서초구 841건, 마포구 749건, 강동구 732건, 동작구 587건, 영등포구 582건, 양천구 430건, 광진구 321건 등의 순이었다.
강남과 마·용·성 대장 아파트들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 전용 84.97㎡는 지난해 5월 13일 17억8000만 원(9층)에 거래된 것이, 올해 5월 30일에는 19억2500만 원(8층)으로 1억4500만 원 오른 가격으로 계약됐다.
마포구 염리동 프레스티지자이 전용 59㎡는 지난 6월 29일 16억4000만 원(11층)으로 신고가를 썼다. 두 달 전인 지난 4월 같은 면적 15억6500만 원(16층)보다 8500만 원 오른 것이다. 전용 84㎡도 반 년 만에 9000만 원 오른 19억9000만 원(22층)에 6월 29일 거래됐다.
이는 우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6주 연속 상승한 데다가 상승 폭도 점차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7월 둘째 주(7월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은 전주보다 0.24% 올랐다. 상승 폭도 전주(0.20%)보다 확대됐다.
25개 자치구 중에선 성동구(0.52%)가 가장 상승 폭이 컸고, 강남구(0.28%), 서초구(0.40%), 송파구(0.41%) 등 강남3구와 마포구(0.35%), 용산구(0.36%)도 오름세를 보였다. 정주 여건이 좋은 선호단지가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인근 단지로 확산하는 양상으로 분석된다.
전세가격도 전주보다 0.20% 오르며 6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치구별로는 영등포구(0.36%), 은평구(0.34%), 노원구(0.30%) 순으로 오름세가 높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5월 말 기준 6억477만 원이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도 강하다. 한국은행 ‘6월 소비자 동향조사’를 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심리지수(CCSI)는 7포인트 오른 108로 상승 전망이 우세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미국 금리 인하 이후 4분기 중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도 아파트 구입 심리를 키우는 요소다. 다만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연기에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 가계부채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 한은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추세 상승 아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아직 추세적 상승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상승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주택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60주 연속 오르면서 생긴 집값 상승 압력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최저 연 1%대 신생아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 대출도 주택 매수 심리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하반기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6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수도권 거주자 796명을 대상으로 ‘2024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7%가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상반기 조사 당시 12% 비중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보면 세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에 정부에서도 현재의 집값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 잘못된 시그널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러한 기대를 선 반영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을 경계했다.
그러나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는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며 올해와 내년 공급 물량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분석이 다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7월 11일 열린 국토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집값이 추세적 상승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이는 지엽적이고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잔등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방심하고 있어선 안 되겠지만 기본적인 시각은 전 정부 때처럼 집값이 몇 년간 계속 오르는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라며 “3기 신도시가 곧 착공하면 분양도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만만치 않은 물량“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지역의) 부분적 상승은 수급 문제가 아니라 금융장세의 성격이 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금융장세적 성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마포·성동 등 규제지역(용산 및 강남3구)에서 벗어난 서울 내 일부지역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부분도 일단은 추가적인 규제 없이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한다고 해도 큰 효과가 있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도 날 수 있어 직접 지시는 가급적 자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