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올리며 ‘역주행’ 중이다. 가계대출 급증세에 금융당국이 속도 조절을 주문하자 대출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금리를 높이고 있다. 7월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7월 21일 기준 연 2.84~5.58%로 나타났다. 변동형 금리는 연 3.96~6.553%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다달이 수조 원씩 불어나며 증가폭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시장금리·예금금리 내림세 불구 가계대출 ‘속도 조절’ 위해 대출금리 인상
은행이자 올라도 5대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 7월에만 3조8000억 규모 늘어
당국 스트레스 DSR 2단계 9월 도입···한도 줄기 전 대출, 3~4% 금리 감내
6월 가계대출 4.4조↑···석 달 만에 14조 증가···주담대 DSR 우회사례 있나?
▲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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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7월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고정(혼합형)·변동형 금리를 0.2%포인트씩 올렸다. 앞서 7월 3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7월 11일에는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7월 22일부터 은행채 3년물·5년물을 기준으로 하는 금리를 0.05%포인트 올려 받고 있다. 7월 15일 은행채 5년물 기준 가계대출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한 지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은 7월 12일 5년 변동 주기형 아파트 담보 주담대 금리를 0.1%포인트 높였고 7월 24일부터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추가로 올렸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급증하는 가계대출로 인해 금융당국의 관리 압박이 커지자 가산금리를 높여 금리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디커플링’
주담대 고정금리를 산정하는 지표인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는 하락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은 7월 18일 3.332%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초 3.7%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반 만에 0.4%포인트 가량 내린 것이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2%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5월에는 6개월 만에 상승하며 전월 대비 0.02%포인트 올랐으나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시장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7월 초 시행한 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되자 은행들의 추가 인상도 이어지는 추세다.
반면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흐름을 반영해 내려가고 있다.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년) 상품 최고금리는 7월 17일 기준 연 3.35~3.45%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최고금리가 연 3.45%로 가장 높다.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연 3.40%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이 연 3.35%로 가장 낮다.
7월 초 연 3.45~3.55%와 비교하면 보름 만에 0.1%포인트 가량 떨어지면서 5대 은행 모두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기준금리(3.5%)보다 낮아졌다.
앞으로 예금금리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낮다.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데다 앞서 두 달간 은행 정기예금으로 18조 원 이상이 몰렸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전 정기예금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에 5대 은행 정기예금은 5월에만 16조8232억 원이 증가했으며 지난 6월에도 1조4462억 원 늘었다.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이자수익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은행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가산금리 인상으로 인해 차주들이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되고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대출한도 조정과 같은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이자 늘어도 대출 ‘러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 수요가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다달이 수조 원씩 불어나며 증가폭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7월 18일 기준 555조9517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 552조1526억 원에서 이달 들어서만 3조7991억 원 불어난 규모다.
앞서 5대 은행 주담대는 올해 상반기 동안 22조2604억 원 급증한 바 있다. 월별 증가 폭은 4월 4조3433억 원, 5월 5조3157억 원, 6월 5조8467억 원으로 점차 가파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잇달아 높이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로 한도가 줄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다”며 “현재 3~4%대의 이자를 감내하다가 이후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3년 경과 후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6월 시중은행 신규 주담대(5월 취급) 평균금리는 3% 후반에서 4% 초반대를 형성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3.83% ▲하나은행 3.83% ▲농협은행 3.89% ▲우리은행 4.00% ▲신한은행 4.02%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케이뱅크 3.78%, 카카오뱅크 3.97%를 나타냈다.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 1억 원의 직장인이 다른 대출 없이 주담대를 40년 만기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상환할 때, DSR 40% 제한에서 4% 금리를 적용하면 기존에는 7억97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지난 2월 26일부터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을 더한 스트레스 DSR 1단계 규제가 적용되면서 같은 조건일 때 대출 금리와 한도는 ▲변동형 4.38%, 7억5300만 원 ▲혼합형 4.23%, 7억6500만 원 ▲주기형 4.11% 7억7800만 원 수준이 됐다. 기존 대비 변동형은 4400만 원, 혼합형은 3200만 원, 주기형은 1900만 원 줄어든 액수다.
오는 9월 1일부터는 규제가 강화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된다. 2단계에서 적용 금리와 한도는 각각 ▲변동형 4.75%, 7억1000만 원 ▲혼합형 4.45%, 7억4000만 원 ▲주기형 4.23%, 7억6500만 원이 된다.
1단계 대비 변동형 4300만 원, 혼합형 2500만 원, 주기형 1300만 원 더 줄어들게 된다. 기존과 비교하면 변동형 8700만 원, 혼합형 5700만 원, 주기형 3200만 원 낮은 수준이다.
내년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적용된다. 이 경우 ▲변동형 5.5%, 6억4000만 원 ▲혼합형 4.9%, 6억9500만 원 ▲주기형 4.45% 7억4000만 원으로 적용 금리가 오르고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2단계 대비로는 변동형 7000만 원, 혼합형 4500만 원, 주기형 2500만 원 적은 액수다. 기존과 비교하면 변동형 1억5700만 원, 혼합형 1억200만 원, 주기형 5700만 원 감소한 규모다.
금융당국 가계부채 전방위 압박
최근 서울 일부 지역 집값 상승과 금리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은행 주담대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이 전방위적 관리에 나섰다.
당국은 변동금리에 일정 부분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오는 9월에 도입하고, 은행 현장점검을 통해 주담대 심사 적정성과 DSR 우회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주택가격 추이를 점검하는 한편,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상태는 아니지만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일부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가계대출은 지난 석 달간 약 14조 원 늘었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각각 1조9000억 원, 4조9000억 원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했으나 4월과 5월, 6월에는 4조1000억 원, 5조3000억 원, 4조4000억 원씩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주택경기 회복세 및 금리인하 기조에 따라 정책 모기지(디딤돌·버팀목)와 은행 주담대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시행하며, 차주의 상환 능력을 벗어난 가계대출 관행에 본격적으로 고삐를 죌 계획이다. DSR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로 규제되고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당국은 지난 2월에 이미 0.35%(1단계)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여했고, 오는 9월엔 0.75%(2단계), 내년부터는 1.5%(3단계)의 금리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DSR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 요인 중 상당수가 정책모기지인 만큼, 일각에서는 DSR 대상에서 제외됐던 정책 모기지와 전세대출 등을 DSR 규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에 DSR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무주택자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는 방안은 주택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현장점검도 진행 중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련 연간 경영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고 지켰는지, 특수은행에 부여된 고(高) DSR 대출규제 특례를 오남용되는 사례가 있는지,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DSR 한도를 우회해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제대로 징구하지 않거나 심사 절차를 부실하게 이행했는지도 따져볼 계획이다.
은행 직원이 차주의 재산상황·신용상태·변제계획 등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가계대출을 취급했다면 이는 금융소비자법상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위반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주담대 위규 행위가 발견된다면 이는 금소법상 불완전판매에 해당되므로 금감원은 해당 은행에 신분제재와 과태료 등의 행정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7월 2일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7월 18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7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9월 예정된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차질 없이 시행하고 주택정책금융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필요시 건전성 규제 강화방안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리 올라도 ‘영끌’ 주담대 급증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여신금리를 높였지만 주담대 규모는 점점 더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전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관리 강화를 주문해왔다. 이에 은행들은 여신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은행권은 추가 인상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고, 신한은행은 7월 22일부터 은행채 3년물·5년물을 기준으로 하는 금리를 0.05%포인트 높였다.
우리은행은 7월 24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금리를 0.20%포인트 올렸다. 아파트 외 주택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0.15%포인트 인상한다. 또 전세대출 2년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도 0.1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을 기존 7월에서 9월로 연기하면서 주담대 한도가 줄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렸고, 집값 상승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또다시 가계대출을 막기 위해 시장금리에 역행해 인위적으로 여신금리를 높이는 건 예대차 확대로 은행 수익을 늘리고 차주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 폭이 점점 커지며 17주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7월 셋째 주(7월 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5% 상승하며 지난주(0.04%)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0.12%→0.13%)과 서울(0.24%→0.28%)은 이번 주에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1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며 2018년 9월 셋째 주(0.26%)의 상승 폭을 5년 10개월 만에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