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으로 끝났다. 한 대표는 7월 2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62.84%(32만709표)의 지지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로 직행했다. 한 대표는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62.65%,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 63.46%의 지지를 얻었다. 압축하면 용산과의 차별화를 내세운 ‘미래권력’ 한 대표가 압승한 셈. 이로써 한 대표는 총선 패배 후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103일 만에 여당 선장으로 복귀했다.
한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통합과 건강한 당·정 관계를 강조했지만 검찰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정가에서는 한 대표가 자기 색깔을 내려면 ‘용산’과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권력인 한 대표가 현재권력인 윤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을 것인가, 반기를 들 것인가? 이래저래 한 대표의 정치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편집자 주>
국힘 전대 ‘어대한’으로 마무리···집권여당 ‘당심’ 현재권력 아닌 미래권력 택해
한동훈 수락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미래·변화·국민 눈높이 수차례 강조한 까닭?
진흙탕 경선으로 촉발된 계파 갈등은 여권 분열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
여당 대표로서 풀어야 할 가장 어렵고도 시급한 과제는 대통령과의 관계회복
자기 색깔 내기 시작하면 ‘용산’과의 갈등 격화···이래저래 정치력은 시험대에
▲ 한동훈 대표는 7월 2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지지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국민희힘 대표로 직행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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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호(號)가 우여곡절 끝에 출항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흙탕 경선으로 촉발된 계파 갈등은 향후 여권 분열의 시작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 만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당장 풀어야 할 가장 어렵고도 시급한 과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이다. 3년 남은 현직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풀지 않고는 당의 미래는 물론 한 대표 자신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선이 확정된 후 수락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까지 소환된 전당대회 내홍을 수습하지 않고는 당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정 관계 개편 의지 재천명
한 대표는 7월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통합을 강조했다. 출마 선언 당시 ‘수평적 당·정 관계 재정립’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당·정 관계 개편 의지도 재천명했다.
한 대표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박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말했다”며 “저도 단순히 시간 흐름에만 맡겨두지 않겠다.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때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 제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전당대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한 대표는 ‘당직 인선 때 친윤계 인사를 기용할 계획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으로 우리 당에 친한(친한동훈)이니 친윤(친윤석열) 이니 하는 정치 계파가 없을 거라는 약속을 드린다”며 “우리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많은 유능한 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친한’이라고 했을 때 저랑 같이 가는 사람이 저의 잘못된 행동에도 무조건 지지하고 추종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 당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며 당내 계파 갈등에 선을 그었다.
친윤계 의원들과 지도부의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우리의 목표는 이 정부를 성공시켜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라며 “목표가 같은 사람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을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토론과 합리적인 대화로 이견을 해소하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정답을 찾겠다”고 답했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야당에서 ‘한동훈 특검법‘ 등 강행 의사를 밝힌 것에는 “그런 억지 협박으로는 저와 국민의힘이 승리 기반을 만들기 위해 새출발 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한동훈 대표와의 일문일답.
“앞으로 친한, 친윤 계파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 예방 계획이 있는가. 따로 일정 등을 조율했나.
▲당연히 찾아뵈야 할 것이다. 지금 행사장으로 바로 와서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는 않았지만 당·정 관계를 생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통령과 자주 소통할 예정이다.
-야당은 당선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제3자 채상병 특검을 추진하라는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야당은 도대체 특검 말고는 할 얘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저는 야당과도 협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우리 당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순리대로 풀어나갈 것이다.
-향후 당직 인선 때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기용할 생각인가.
▲앞으로 우리 당에는 ‘친한’이니 ‘친윤’이니 하는 정치 계파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 친한(친한동훈)이라고 했을 때 저랑 같이 가는 사람이 저의 잘못된 행동에도 무조건 지지하고 추종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면 우리 당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저는 우리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많은 유능한 분들과 함께할 것이다.
-민주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한 것에 대한 대응은.
▲그런 억지 협박으로는 저와 국민의힘이 승리 기반을 만들기 위해 새출발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특검은 굉장한 의혹이 있어야 하는 건데, 저를 어떻게든 해코지하겠다는 목적 말고는 내용이 뭔지 모른다. 지난 정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대단히 공격적인 수사를 했는데 무혐의를 냈던 사안이다. 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당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한 것이 특검 내용에 들어가 있는데, 그게 왜 특검 대상인가. 상을 줄 일이다. 댓글 얘기는 뭐 어쨌다는 건가. 민주당이야말로 DDD 리스크나 매크로, 댓글팀을 운영하는 손가락 혁명군을 파다 보면 이재명 대표가 나오지 않겠나. 저는 그런 거 없다. 뭘 특검하겠다는 건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30년 구형 육성 영상’ ‘댓글팀 의혹’ 등을 놓고 법적 대응 방침 밝혔는데. 취하할 생각도 있는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많은 분과 함께 갈 것이다. (박 전 대통령 관련 영상은) 페이크 영상이다. 과한 경우 없는 것을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단지 그렇게 취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전당대회 기간 있었던 갈등에 대해서는 묻고 가야 한다.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화합하고 단결하는 미래로 가야 한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총선 백서 발간 문제가 불거졌다. 전당대회 전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는 주장은 의도적이라고 했는데, 언제쯤 발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지.
▲절차에 따라 하면 되지 않겠나. 어떤 특정한 사람이 총선을 규정한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여러분이 총선에 대한 평가를 했고, 민심과 당심이 이번 당 대표 선거를 통해 판단한 거다. 대표로서 당을 위해 도움이 되는 총선 백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변화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가장 큰 과제가 내년 재보궐 선거와 2년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다. 어떤 행보부터 시작할 건가.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당이 변화하는 모습, 민심에 따르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그걸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구체적인 것을 지금 시작할 단계는 아니다. 차차 말씀드리겠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변화해야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 선거 내내 변화를 내걸고 표를 구했다. 거기서 60% 이상의 압도적인 표를 민심과 당심이 주셨다. 저는 변화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민심과 당심의 그 명령을 충실히 따르겠다.
-친윤 의원들과 지도부의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가 된 후에 탕평책을 어떻게 쓸 건가.
▲우리의 목표는 같다. 이 정부를 성공시켜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목표가 같은 사람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이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견을 민주적인 토론과 합리적인 대화로 해소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정답을 찾겠다. 제가 생각하는 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열어놓고 유연하게 설득하고 경청하고 그리고 설득당할 것이다.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추진 과정에서 원내 반대에 부딪히면 발의를 강행할 건가. 당내 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가.
▲정치는 살아 있는 것이다. 저는 오늘 대표가 됐고, 당에도 절차가 있다. 제가 제3자 특검법을 내놓음으로써 여러 가지 돌파구가 이미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 상황이 여러 가지 변했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제가 말한 특검법을 전면 거부한 상황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저는 지금 생각이 같은데,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고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적절했다고 보나.
▲그동안 조사가 미뤄지던 것을 영부인이 결단해서 직접 대면 조사가 이뤄졌지 않았나. 검찰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각종 법안 처리를 시도하고, 여당은 필리버스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 대표 당선이 유력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집권 여당이 소수당일 때 좋은 정치를 하고 좋은 성과를 낸 적도 있었다. 그건 집권 여당이 민심과 한편이 됐을 때였다. 저는 그렇게 변화할 것이고 그렇게 변화해서, 지금 (민주당이) 한마디로 막 나가지 않나. 저런 분들을 민심과 함께 제지하고, 결국 심판하고 평가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채 상병 특검’이 갈등의 불씨?
정가에서는 한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제안했던 ‘제3자 추천 방식 채 상병 특검법’이 여당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친윤계와 대통령실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발 탄핵 공세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표를 향해서도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제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정치는 살아 있는 것”이라며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을 염두에 두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당내에서도 한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단 방향을 잘 잡았지만 대통령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영남권 중진은 “예상대로 당원들이 담대한 변화를 선택했다. 변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도 성공할 수 없고 지방선거도 총선도 대선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당원들이 많은 우려에도 한 대표를 선택한 것”이라며 “대통령도 현실을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한 대표도 똘똘 뭉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남권 재선 의원은 “갈등을 수습하려면 한 대표가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게 숙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원들이 대표의 말을 잘 안 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갑이라고 생각하면 망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말한 건강하고 수평적인 당·정 관계는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건강한 당·정 관계는 양측의 신뢰가 바탕에 깔린 뒤에야 가능한 것이다. 양측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대통령도 한 대표도 모두 힘들어 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진흙탕 전대와 남은 숙제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지만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 사이에서 불거진 댓글팀·공소 취소 부탁·김건희 문자 등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예상돼 이에 대한 방어도 숙제로 남았다.
이번 전당대회는 총선 참패 이후 당 쇄신을 위한 기회로 기대를 모았으나, 민생과 당 비전에 대한 제시보다 후보들 간의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됐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대표를 향해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과 더불어 비례대표 사천 의혹, 댓글팀 운영 논란을 제기했다.
원 후보와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대표가 제안한 ‘채 상병 특검 제3자 추천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빌미를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한 대표가 방송토론회 막바지에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을 폭로했고, 이에 세 후보는 한 대표의 보수 정체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해당 폭로가 당내 의원들 ‘단톡방’에서도 논란이 불거지자 한 대표는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로 불거진 여러 갈등과 폭로가 야당에 빌미를 제공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내일(7월 24일) 법사위에 한 대표 특검법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7월 22일 한 대표의 ‘댓글팀’ 실체를 규명할 TF(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고, 조국혁신당은 한 대표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