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너지·산업기계를 주력으로 삼은 기업집단 HD현대그룹이 본업인 조선업의 부활을 알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7월 2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76개 국내 대기업 집단에서 HD현대그룹은 시가총액 53조200억 원으로 삼성그룹(721조5250억 원), SK그룹(247조2100억 원), LG그룹(163조3310억 원), 현대차그룹(160조1850억 원), 포스코그룹(69조4660억 원)에 이어 6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연초 대비 무려 56.8%(19조2010억 원)나 시가총액이 상승하며, 재계 시총 서열 10위에서 6위로 4계단 도약했다. 지난 5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새로 상장하고,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 수혜주로 급부상한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 상승 영향에 따른 것이다.
HD현대그룹 시가총액 53조200억···연초 10위에서 4계단 뛰어올라 6위
선박엔진 부품부터 건조·개조까지···거듭난 HD현대 수익 극대화에 주력
▲ 조선·에너지·산업기계를 주력으로 삼은 기업집단 HD현대그룹이 본업인 조선업의 부활을 알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은 HD현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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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총액 기준 재계 서열 8위에 등극한 HD현대그룹이 주식시장에서도 그룹 시가총액이 급증하며 연초 이후 시총 순위가 4계단이나 올랐다.
HD현대그룹 시가총액 53조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성그룹·SK그룹·LG그룹·현대자동차그룹·포스코그룹 이어 6위로 올라섰다. 시총 5위 포스코와의 격차는 약 16조 원 정도다.
HD현대그룹의 시총을 끌어올린 주역은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 수혜주로 급부상한, 전력기기·에너지 설루션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주가가 치솟으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13조1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7월 24일 시총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29위에 해당한다. 올해 초만 해도 HD현대일렉트릭 시총은 2조8900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104위였다.
시총만 치솟은 게 아니다. 실적도 훨훨 날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날 올해 2분기 매출 9169억 원, 영업이익 2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한국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2.7%, 영업이익은 257.1% 증가한 것이다.
사업 분야별로 전력기기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49.8% 매출이 늘었다. 배전기기와 회전기기 매출 또한 전년 대비 각각 42.9%, 16% 증가했다. 이 회사 2분기 영업이익률은 22.9%를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수주액은 8억8000만 달러(약 1조2200억 원)로, 상반기 누계 23억1800만 달러(약 3조215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치인 37억4300만 달러(약 5조1900억 원)의 61.9%에 달한다. 수주 잔고는 52억5200만달러(약 7조2835억 원)로, 전년 대비 41.1% 증가했다.
본업인 조선 계열사 ‘탄탄’
HD현대그룹의 본업인 조선업도 ‘기염’을 토했다. HD현대그룹 내 조선 계열사가 일제히 부활하며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6개월 만에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44척(해양설비 1기 포함)을 수주해 162억7000만 달러를 올리며, 6개월여 만에 연간 목표 135억 달러를 120.5%로 초과 달성했다.
2021년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연간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으로 국내 조선 ‘빅3’ 중에서 가장 먼저 목표치를 넘어섰다. 글로벌 조선업계는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 다시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주 못지 않게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2분기 매출액으로 6조337억 원, 영업이익으로 2645억 원을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0.6%, 271.1%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계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1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미포도 현대삼호, 현대중공업과 함께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미포는 수리·개조 조선소에서 중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중형 컨테이너선 등을 주로 만들고 있다.
PC선도 최근 신조선 가격이 상승하며 이익 개선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월 화물·승객 겸용 선박 계약 해지로 저가 수주 물량 대신 고가 물량 건조에 나선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정기선과 HD현대마린솔루션
지난 5월 새로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첫 투자처로 AI(인공지능) 해운 스타트업을 낙점했다. 향후 해양 분야 AI 기술 확보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노린다는 포석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7월 14일 해운물류 스타트업 기업 ‘씨벤티지’와 총 3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씨벤티지는 2018년 설립된 해운물류 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선박 위치정보와 날씨, 항만 및 항로 네트워크 등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선박 이동 경로와 도착 시간, 화물 위치 등을 예측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항만의 선박 대기 현황과 물동량 분석 서비스도 제공해 해운물류 추적 솔루션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투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해양 AI 기술 고도화가 목적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자사 AI 기반 탈탄소·운항 솔루션 ‘오션와이즈’ 서비스에 씨벤티지의 플랫폼 개발·운영 능력을 더해 고객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전 세계 선사들을 대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HD현대마린솔루션 입지를 키우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제한 규제가 강화되자 주요 선사들은 LNG(액화천연가스)나 메탄올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엔진이나 암모니아,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도입을 속속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선박은 반드시 기존 방식 대비 더 높은 유지·보수 비용을 수반한다. LNG나 메탄올의 경우 1.5배, 암모니아는 2배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 같은 선박의 유지·보수를 맡는 AM(애프터마켓) 사업이 핵심으로 이런 규제 강화로 선박 부품 교체 및 정비 시장이 더 커지는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실제 AM 사업은 현재 회사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이자 향후에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분야다.
이 같은 청사진이 현실화하면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경영능력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부회장이 경영 수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은 회사다.
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사명이었던 회사는 정 부회장이 지휘봉을 맡으며 ▲친환경 선박 개조 ▲선박 디지털 제어 및 플랫폼 ▲벙커링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선박 엔진 선박 건조·개조
HD현대그룹은 최근 선박 엔진 제조 기업을 인수하며 조선업 벨류체인(가치 상승)을 탄탄하게 완성했다. 선박 엔진 부품부터 선박 건조, 개조가 모두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난 HD현대는 이제 수익 극대화에 더 주력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그룹은 STX중공업을 인수해 선박 엔진 부품부터 건조, 개조 사업까지 풀 벨류체인을 구축했다. STX중공업은 7월30일 HD현대마린엔진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터보차저는 선박 엔진에 사용되는 공기 압축기로 엔진에 더 많은 산소를 제공해 출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HD현대의 엔진 사업을 담당하는 HD현대중공업도 터보차저를 생산했지만, STX중공업의 국산 기술을 확보한 의미가 남다르다.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 후 디지털 전환 기술 도입 등을 단계적으로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HD현대중공업은 이중연료엔진 설계 과정에 시뮬레이션 검증을 도입했다. 가상 운전 조건을 만들어 디지털 환경에서 엔진 시스템 효과를 미리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가정해 엔진 성능을 최대치로 검증할 수 있다.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도 시스템 검증이 가능하다 보니 연료 비용을 8000만 원 이상 아낄 수 있고,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다.
HD현대의 본업인 조선업은 호황 사이클을 만나 순항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엔진을 내재화하고,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서 설계 후 건조에 이르는 전 과정이 더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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