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레이블 차리고 발표한 ‘우릴 머금던 바다’ ‘불꽃, 놀이’ 반향
▲ 1인 밴드 ‘치즈 달총’은 여름에서 사람들이 톺아보지 못한 것들을 솎아내 자신의 ‘여름 시리즈’를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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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름도 있다. 1인 밴드 ‘치즈(CHEEZE)’의 달총(33·임혜경)은 여름에서 사람들이 톺아보지 못한 것들을 솎아내 자신의 ‘여름 시리즈’를 빚어냈다. 디지털 싱글 <우릴 머금던 바다> <불꽃, 놀이>가 그렇다.
여름의 상징 자본인 청량을 내세우는 대신 쓸쓸하다. 이 분위기는 낭만과 현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불꽃을 머금은 감정이 사라지는 여운의 때를 묘하게 포착해낸다.
2010년 12월 4인조로 결성, 이듬해 12월 싱글 <나홀로 집에>를 발매하면서 데뷔한 치즈는 어번 팝 풍의 정규 1집 <레시피!(Recipe!)>로 인디 신에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프로듀서 역을 맡던 구름이 2017년 탈퇴하면서 달총 1인 체제가 됐다.
그간 그냥 치즈 혹은 치즈의 달총, 달총의 치즈 등 갖가지 수식이 붙었지만 결국 ‘치즈 달총’이 됐다. 그렇게 부침이 심한 인디 업계에서 달총은 바다의 험난한 파도를 헤엄쳐 하늘에 불꽃을 터뜨렸다.
독립 레이블 ‘무드밍글(MoodMingle)’을 차리고 연이어 발표한 <우릴 머금던 바다> <불꽃, 놀이>는 치즈의 또 다른 시작이다. 다음은 최근 서울숲에서 만난 달총과 나눈 일문일답.
-<불꽃, 놀이>는 보통 생각하는 ‘여름 노래’, 또 치즈 노래와 다른데.
▲치즈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는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고 밝고 명랑한 것들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마이너한 곡도 있고 발라드도 있고, 숨겨져 있는 조금 우울한 곡들도 있다. <불꽃, 놀이>가 그런 정서를 대표하는 하나의 곡이 되면 좋겠다. 치즈 이미지에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알려줬으면 한다. 이전 곡보다 조금 더 무게를 실은 곡이다.
-무게를 뒀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번 곡은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쓰려고 했다. 가사에 심오한 뜻도 있고 거의 처음 쓴 그대로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전 곡보다 조금 더 진중한 느낌이 있다.
-사랑이 아닌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고.
▲원래는 여름에 들을 수 있는 단위가 있는 앨범을 계획하고 곡을 좀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다를 생각해서 청량한 밴드 사운드에 기타가 시원하게 나오는 <우릴 머금던 바다>를 먼저 썼는데, 생각보다 가사가 슬프게 나왔다. 여름이라고 해서 너무 밝고 신나게만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다음에 쓴 곡이 <불꽃, 놀이>인데 개인적으로 여름에 보사노바 장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불꽃놀이 키워드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보통 이제 막 시작한 사랑을 ‘한여름밤’ ‘한여름’에 비유하지 않는가. 확 불 타고 확 사라지는…. 또 여름 키워드 중 바닷가 불꽃놀이가 있으니까 그걸 사랑 노래로 풀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알고 보니까 그에게 다른 사람이 있었던… 그래서 울분과 배신감이 뒤섞이고 그게 집착으로 바뀌는 걸 강렬하게 풀어보고 싶어서 불꽃놀이를 키워드로 삼았다. 확 붙고 확 사라지는 불꽃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 사람한테는 내가 ‘놀이’였다는 것도 녹여냈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신경을 쓴 지점은.
▲감정선이 다양한 곡이다. 배신감이 들었지만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도 하고 증오도 있고 내가 작아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있다. 노래 녹음할 때 어느 부분에서는 짜증 나는 듯한 기술적인 디테일 같은 것도 신경 쓰려고 했다.
-뮤직 비디오에 배우 지예은이 나왔는데 평소 밝은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였다.
▲지예은 배우는 평소 눈 여겨보던 팬이었다. <SNL 코리아> 등에 출연하며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굉장히 귀엽고 밝고 엉뚱한데 이번 뮤직 비디오가 반전의 이미지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했다.
-개인 레이블 ‘무드밍글’을 설립했는데.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랑 같이 일을 한 게 거의 7~8년 정도 돼 간다. 이 회사에 있으면서 진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매일 보는 사람들과 매일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치즈라는 브랜드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더라. 내가 음악만 만들어 가면 다른 건 회사에서 가이드를 짜주는 게 많다 보니까 스스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도 잘 안 나더라. 새로운 도전이나 새로운 걸 해보려는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레이블을 설립하게 됐고 취향이 맞는 분들을 모아 라인을 잡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레이블 설립 후 뭐가 달라졌나.
▲내가 대표라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온전히 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는 게 없다 보니까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시장 분석도 하게 됐다. ‘내가 안 하면 이제 진짜 망하는데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에는 이 정도로만 유지를 해도 ‘나는 행복하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 신(scene)에 크게 전환점 하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전환점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래프로 따지면, 치즈가 한 번도 치고 올라간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잔잔하고 길고 얇게 해왔다. 한 번이라도 강렬하게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앨범을 만들거나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대부분은 차지하는 K팝 신은 대형 기획사 위주로 완전 재편이 됐고, 인디 생태계는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 같다. 음악을 시작한 2010년대와 비교해도 많이 바뀌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전에는 어느 정도 신이 나눠져 있었다. 아이돌 신, 힙합 신, 밴드 신 이런 식으로. 그런데 지금은 신이 대통합됐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분이 밴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밴드나 힙합을 좋아하는 분이 아이돌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개인 취향 위주로 되다 보니까 오히려 인디 신에서는 ‘이런 환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다. 왜냐면 어떠한 아티스트가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쭉 가면 나를 섭외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2010년대엔 차트 생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취향이 확실한 분들을 공략하는데 그 부분이 나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본인은 어떤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친근함과 어려움 그 중간에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더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더라. 두 영역의 음악이 공존하니, 더 많은 분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취향을 갖고 있는 분이 또 적을 수도 있고…. 그 중간에서 항상 고민하는 편이다.
-1인 밴드 체제가 된 지는 오래 됐지만 치즈의 달총 혹은 달총의 치즈의 같은 브랜드 고민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치즈라는 이름 때문에 달총의 음악이 규정되거나 그 테두리 안에 본인도 모르게 갇혀 있거나… 치즈라는 브랜드에 대해 여러 고민도 했을 것 같다.
▲치즈는 ‘음악계에 전설이 되자’ 같은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팀이 아니다. 네 명이서 놀다가 스터디 식으로 ‘좋은 곡을 써보자’ 해서 시작했다. 조금씩 밴드에 대한 피드백이 있다 보니까 ‘장난으로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해서 쭉 해왔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이제 혼자 활동을 하게 됐다. 사실 혼자서 활동하고 난 다음에 어려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치즈를 사랑한 분들의 서운함도 크컸을 것이다. 중간엔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평가가 많아서 나도 솔직히 속상했다. 그런 평가에 많이 좌지우지됐던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예전부터 똑같이 하고 있었다. 일찍부터 멜로디랑 가사를 다 썼고. 이전엔 프로듀서(구름)가 있었다 보니, 내 역할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피드백에 흔들릴 게 아니라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좋게 들리는 거를 내는 게 더 좋겠다’고. 그렇게 해서 망해도 내가 선택한, 내 책임이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내 손으로 망해버리자’ 해서 낸 앨범이 <오늘의 기분>(앨범 <아이 캔트 텔 유 에브리싱(I can't tell you everything)>의 타이틀곡)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서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다. 그 뒤로 다른 사람 말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붙었다.
-치즈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끌고 나가고 싶은가?
▲내가 책임감이 있는 편이라서 치즈라는 이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가볍게 시작한 팀이 점점 의미가 커졌다. 이걸 지키는 게 누구도 아픈 사람 없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름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최근에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도 한다. 혼자 하는 치즈도 ‘폼이 좋다’고 인정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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