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산부인과’ 운영 심상덕 원장 속풀이 인터뷰

“산부인과 의사로 산다는 건 힘들다…그래도 醫業의 원칙 지키련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9/06 [14:27]

‘양심적인 산부인과’ 운영 심상덕 원장 속풀이 인터뷰

“산부인과 의사로 산다는 건 힘들다…그래도 醫業의 원칙 지키련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9/06 [14:27]

30년 넘게 산부인과 진료를 맡고 있는 한 전문의가 7억 원 상당의 빚을 지고 있다는 소식이 몇 년 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낙태 시술이나 불필요한 제왕절개 수술 등 돈벌이를 위한 과잉진료는 하지 않는다. 간호사들의 월급이 일부 연체되는 상황 속에서도 심야 무료진료의 원칙은 고수한다. 의사 혼자서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산모들의 자연분만을 돕는다. 작은 병원이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낮은 진료비와 양심적인 병원 운영에 대한 입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산부인과 전문의 심상덕(64) 원장의 이야기다. 그는 1986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1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개인병원을 개업했다. 현재는 서울 마포에서 진오비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진오비 산부인과’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상담도 진행한다.

 


 

낙태·제왕절개 등 돈벌이 과잉진료 배제···진료비 저렴한 양심병원 운영 입소문

병원 재정 열악 간호사 월급 연체되기도···산부인과 진료 33년에 한때 빚 7억

의사 1인 산부인과인 까닭에 분만실 옆방 365일 상주하며 교과서적 진료 고수

 

“고되고 수입 적고 의료분쟁 위험에 늘 노출···그래도 새 생명 탄생 돕는 보람”

“내가 몸담은 의업에서만큼은 원칙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의사로 기억됐으면”

“의료대란 사태 분석과 대응 틀렸다···의료로 치면 ‘의대 증원’은 오진+치료 태만”

 

▲ 산부인과 전문의 심상덕 원장. 작은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낮은 진료비와 양심적인 병원 운영에 대한 입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산부인과 전문의 심상덕 원장은 2019년 11월께 KBS <다큐 공감>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소위 ‘돈 잘 버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의사가 수억 원의 빚더미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병원 운영 원칙을 지켜가는 모습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시대. 산부인과는 병원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진료과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기피과 중 하나가 됐다. 힘들고, 위험 부담이 크고, 개원해서 큰 돈을 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잉 진료에 매달리는 의사도 적지 않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심 원장의 형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과서적인 진료도, 어려운 병원 상황도 그대로다. 병원 분만실 옆방에 365일 상주하고 있는 심 원장은 한 달에 10명가량 아이의 탄생을 돕고 있다. 심 원장의 병원은 분만 의사가 한 명인 까닭에,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방문할 경우 심 원장의 수면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례로 새벽 1시께 환자가 내원한 지난 주말 심 원장은 하루 한 시간만 잘 수밖에 없었다. 한 손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빚 규모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애초 그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삼성의료원 산부인과에 자리를 잡았지만 ‘갑갑함’을 이유로 11개월 만에 퇴사했다고 한다. 이후 서울 은평구·서대문구 등 지역에서 동료 의사들과 동업을 하기도 했으나, 7년 전부터는 홀로 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진오비’라는 의사회를 꾸려 산부인과 이미지와 제도 개선 등에 힘쓰기도 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현실에 낙담한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의사들 중 3분의 1가량이 성형외과·피부과 등 소위 ‘인기과’로 전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원장은 7억 원에 달하는 빚이 쌓인 것과 관련 ▲배상보험 및 합의금 ▲의료 분쟁 리스크 ▲저출산 여파 등을 원인으로 거론했다.

 

심 원장은 배상보험 가격이 다른 과에 비해 높고,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배상액이 큰 의료 분쟁이 산부인과에서 일어날 위험이 높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과거 낮게 책정된 산부인과 의료 수가에, 저조한 출산율이 이어지면서 많은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만 나누거나, 심야에 방문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제공하는 자신의 철칙은 고수하고 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대학 동기다. 심 원장은 의과대 동기들 사이에서도 ‘고지식하다’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개업은 안 의원의 정치 도전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꼽힌다고.

 

앞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한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개인 파산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연락까지 받았다는 심 원장. 서울 마포구 진오비 산부인과에서 그를 만나 일부러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대형병원 근무는 갑옷 입은 느낌”

 

-처음 삼성의료원에서 11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그만둔 이유가 궁금하다.

 

▲첫째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았다, 분만 의사는 수명이 짧다. 제한이 있는데. 아침 6~7시에 출근해서 오후 11~12시 퇴근했다. 두 번째는 대형병원이다 보니 회사에 다니는 것과 똑같다. 사실 필요 없는 것(검진 항목)들이 많은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 한 것이다. 뭔가 굉장히 갑갑하고 나한테 잘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가고 싶은 길도 아니고 정해진 길로 가야 돼서 굉장히 갑갑했다.

 

-퇴사할 당시 결혼한 상태였나.

 

▲결혼을 일찍 했다. 아이들도 셋이나 있고 돈을 벌어야 됐다. 가진 재산도 없는데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과로로 인해) 가면 남겨진 가족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개업해서 돈이나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개업 체질은 사실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다.  

 

의과대 동기가 안철수(의원)다. 동기 동창인데 그 얘기를 왜하냐면 우리 동기들 사이에 ‘참 의아하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들 하는 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개업한 것이다. ‘쟤는 도저히 개업 스타일이 아니야’ ‘장사 소질이 없다’고 했다. 워낙 고지식하고 이래서 ‘대학의 교수나 하면 모를까’(이런 식이다). (그리고) 안철수가 정치한다는 게 (또 다른) 의외였다.

 

-이전에 출연한 방송에서 7억 빚이 있는 의사로 이슈가 됐다.

 

▲(빚 규모는 지금도) 거의 비슷하다. 사실 빚 있는 의사들이 많고, 의사 아니고도 빚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빚이 많은 건 별로 자랑할 일도 아니고 이슈가 될 만한 게 아닌데, 산부인과 의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데 빚이 많다고 하니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목을 받은 것 같다. 별로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물론 나는 부자긴 하다, 빚도 자산에 들어가니까.

 

각 과별로 배상보험이라는 걸 든다. 산부인과가 (내는 금액이) 톱이다, 1년에 내는 최고액이 1100만 원이다. 산부인과를 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분쟁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분쟁으로 가서 배상액이 큰) 케이스가 잦진 않다고 하는데, (그) 많지 않은 경우들이 산부인과에서 주로 발생한다.

 

내가 방송 나갔을 때 제일 먼저 전화가 걸려온 곳은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개인 파산하는 걸 도와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파산 신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자존심이 있지, ‘나 망했어’ 이렇게 하는 건 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365일 분만실 옆방에 거주하는 심상덕 원장은 “산부인과 의사로 산다는 건, 일이 고되고 수입은 적으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밤중 진료 돈 안 받는 이유”

 

-병원이 적자인 상황에서도 검사비를 받지 않았다던데.

 

▲무료 진료 중 하나가 한밤중에 환자가 찾아올 때다. 원래 밤에 오는 환자의 경우 진찰, 처치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는다. 오래 전 어떤 경험이 있었냐면 한 산모가 아침 6~7시에 오는 도중 아기를 낳을 만한 상태로 오셨다. 그때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일찍 오면 입원료가 하루 더 나간다기에 돈이 걱정돼서 이 시간에 왔다’고 했다. 그 얘길 듣고 돈 때문에 적기에 진료를 못 받는 건 없어져야겠다 싶어서 걱정 말고 오라는 의미로 야간에는 진찰비를 받지 않는다. (또) 우리 병원은 말만 듣고 가는 분들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는다.

 

-여전히 병원에서 거주하고 있는가.

 

▲그렇다. 3층 분만실 옆방이 하나 비어서 거기 살고 있다, 한 7~8년 된 것 같다. 그때부터는 365일 24시간 여기 살고 있다. 가족과 뚝 떨어져서 살고 있다. 집사람한테는 굉장히 좋은 일이다. 떨어져서 사는 덕분에 자기가 ‘숨 쉬면서 산다’고 하더라.

 

-2018년 3월께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오래 전 병원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음악을 틀고 의료 상담을 간간이 하면서 운영했다. 유튜브 라이브와 유사하다는 걸 알고 있던 산모들께서 적극 권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진오비’라는 모임을 운영했던데.

 

▲외래만 잠깐 할 당시 다른 대학 출신 동료들과 뜻이 맞아 ‘진오비’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산부인과 의사의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았다. ‘돈밖에 모르고 공부도 못한다’ 이런 편이었다. 산부인과 의사 이미지도 개선하고 낙태수술 같은 것도 좀 하지 말고 운영이 잘 되게끔 제도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바꿔 나가보자고 했다. 주로 젊은 산부인과 의사 60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나중에는 ‘안 되는구나’ 하고 200명 정도가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전과했다.

 

-과거 ‘진오비’ 의사회에서 산부인과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냈는데.

 

▲태동 검사 문제라든가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했다. 유방 분야 (해외)연수나 의사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것, 산부인과도 활로를 찾자(는 취지였다). (또) 낙태 금지운동을 하면서 뭔가 좀 바꿔보고자 했는데, 개선되기는커녕 사회적으로 논란만 잔뜩 일으켰다. 제도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인품으로나 사회성으로나 많이 모자라지만, 내가 몸담은 의업에서만큼은 원칙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의사라는 점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산부인과 의료수가 너무 열악”

 

-필수과 의료수가 문제에 대한 견해는.

 

▲지금 산부인과 의료수가가 너무 열악하고 굉장히 저평가돼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의료보험 제도가 도입됐다. 도입 당시 이야기를 들어 보니 비급여가 많아서 질염 치료 등은 ‘그냥 해줘’ 이렇게 합의했다. 과거에는 의료보험이 되는 항목이 거의 없어서 양보하듯 해줬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항목이 보험(급여)이 돼 버렸다, 성형외과 분야만 빼고. 능력만 있으면 지금보다 두 배 더 벌 수 있고, 없으면 반도 되는 게 성형외과다. 그런데 산부인과는 망하는 쪽이 많다. (의료수가를 낮게) 묶어놓아 재정이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그럼) 환자라도 많이 봐야 되고, 출산을 많이 도와야 되는데 출산율이 줄어들어 올 사람이 없다. 산부인과 의사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똑똑하고 잘생긴 애를 나오게 할 수 없다. 결국 자연분만을 도와주고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이런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의과대학은 아픈 사람을 돌보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여기에) 직업적인 안정성과 경제적으로 중간 이상의 생활 때문에도 가는 건데 산부인과나 흉부외과는 그게 안 되는 것이다.

 

-제왕절개 수술을 잘 안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던데.

 

▲우리 병원의 경우 제왕절개 수술률이 5~7% 남짓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부인과의 평균 제왕절개율은 37% 정도다. 즉 대부분의 경우 100명 중 37명이 수술로 출산을 한다면 나는 5명에서 7명 정도만 수술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왕절개 수술은 나쁘고 자연분만은 좋기만 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 각각은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만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이왕이면 자연분만이 산모의 회복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하고 산모에게도 그렇게 설명한다.

 

37명과 7명 사이의 차이 30명은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의료 분쟁에 휘말릴 걱정에 방어적인 진료를 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흔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 분쟁으로 많은 배상액을 지불하기도 했고 병원 경영상으로도 그리 형편이 좋지 않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출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새벽에 출산한 분이 있어 잠을 두 시간밖에 자지 못하거나 저녁에 출산하는 분이 있어 밤 11시부터 병원에 나가 분만 대기를 하는 때도 있다. 4일 만에 집에 들어갔다가 옷만 갈아입고 나오기도 한다. 집에 들어가 마음 편히 푹 자고 나온 날이 많지는 않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직업을 택할 건가.

 

▲의사 말고 다른 직업을 택하고 싶다. 로망은 서점 주인이나 여행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의사를 하게 된다면 산부인과 말고 다른 진료 과목을 택할 것 같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나.

 

▲단점은 일이 고되고 수입은 적으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장점은 산과 의사의 경우 출산을 도와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다는 보람이 있다는 점이다.

 

“‘의대 증원’은 의료로 치면 오진”

 

-현재 의료 대란 사태에 대해 견해는.

 

▲‘응급실을 가네 못 가네’ 하는 사태는 의대 증원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말처럼 ‘응급실 뺑뺑이’는 그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모양이 됐다. 그렇게 되는 데는 문제의 원인 분석이 틀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의사 숫자가 모자라서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이 생긴 게 아니다. 의사 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소아과·응급실 의사가 부족하거나 적자적소에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면허제로 바로 개업을 못하게 해도 ‘몇 년 트레이닝하고 성형외과 개업하겠다’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되겠나. 문제의 분석과 대응 방법이 틀렸다. 의료로 치면, 오진했고 태만하게 치료했다. 잘못한 것이다.

 

전공의들이 지금 대부분 사직했다. 그리고 일반 병원에 취직한다는 것 아닌가. 그럼 이제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이다. 고생했는데 전문의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사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30년 경력 의사도 지금 하기 어렵고 싫은 상황인데, ‘4년이면 일찍 잘 (발을) 뺐네’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투자한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직한 전공의들 중 성형외과, 피부과의 경우는 일부 돌아온다고 들었다. 그러나 응급의학과나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가 돌아온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돈으로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다. 방법은 두 가지 있다. 첫째 전체 의료 파이를 놓고 이 안에서 배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게 조절이 잘 될까? 어려울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만약 적정 수준으로 주려면 출산율이 1/3~1/4로 줄었으니, 수가를 3배로 올려줘야 된다. 분만 안정 수가, 지역 할당 수가 등으로 올려준 게 있긴 하지만 이걸로는 안 된다. 그럼 건강보험료를 개인이 (지금보다) 3배쯤 내면 되는데, 낼 의향이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걸 하려면 국민들이 이해하고 감수할 준비가 돼야 한다. 이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하도록 노력을 해야 된다.

 

-지난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나.

 

▲지금 무법지대가 됐다고 본다. 낙태 사유는 90% 이상이 사회적·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법을 개선해서 이렇게 된 건데 결국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금 제대로 된 법을 못 만들고 있다. 왜냐하면 (낙태 허용 기간을) 몇 주에 맞출지를 못 정하기 때문이다. 

 

낙태 허용 기간은 나라마다 다르다. 종교색이 강한 나라들은 8~12주 초기에 맞춰져 있고, 희미한 나라의 경우 20주로 정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 종교 두 단체 파워가 강해서 정부도 선뜻 어느 쪽 편을 들어줄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럼 사회적·경제적 이유는 모두 들어줄 것이냐, 이것도 문제다. 유럽 국가들은 들어주긴 하는데 숙려기간, 복수 의사의 판단 등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런 복잡한 세부항목 때문에 지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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