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분양가 껑충, 내 집 마련 멀어지나?

대출 힘들고 분양가 4000만 원대…“이러다 평생 집 못 살라”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9/27 [15:52]

아파트값·분양가 껑충, 내 집 마련 멀어지나?

대출 힘들고 분양가 4000만 원대…“이러다 평생 집 못 살라”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9/27 [15:52]

금융당국이 급증한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숨을 고르고 있다. 대출 규제로 집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매물이 줄어 당분간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반 년 넘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3.39%, 수도권은 1.29%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이 6년 만에 두 배 상승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전고점 대비 평균 90% 수준 회복···실수요자는 관망세 전환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 4311만 원···강남 정비사업 물량 나와 상승 견인

 

국민평형 평균 14억, 마포도 17억···건축비 인상 요인 여전 상승세 이어질 듯

대출 규제 영향 수도권 보합세 숨 고르기···금리 인하 전 추가 규제 가능성도

 

▲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DSR 시행으로 부동산 시장이 숨을 고르고 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지난 7~8월 강남·용산구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전고점 대비 평균 9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올해 7~8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의 직전 최고가와 비교해 평균 90%까지 매매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서초구·용산구의 3분기 거래가격이 직전 최고가의 평균 99%까지 올라섰다. 이어 강남구(97%), 마포구·종로구(95%), 성동구·중구(93%) 등이 뒤를 있었다. 송파·양천·광진구도 최고가의 92%까지 실거래가를 회복했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최근 46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도 지난 7월 20억1000만 원에 거래돼 전고점을 넘어섰다.

 

“이러다 평생 집 못 살라”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 부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대출한도를 줄이기 위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시행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를 적용한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소득 5000만 원 차주가 변동금리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억1500만 원에서 2억8700만 원으로 2800만 원가량 줄어든다. 소득 1억 원 차주는 대출 한도가 6억3000만 원에서 5억7400만 원으로 감소한다.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 폭은 이전 대비 줄었으나, 상승세는 여전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9월 16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면서 2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전주(0.23%)보다 줄어들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은 증가했으나 거래량은 감소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단기 급등한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관망 심리가 점차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이 늘어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1615건으로, 8월(7만9141건) 대비 3.1% 증가했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당일인 9월 1일(8만462건)에 비해서도 1.4%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에선 일시적인 숨고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값이 급등해 피로감이 쌓인 데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잠시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단기간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 강화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와 주택 공급 부족 우려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 분양가 6년 만에 ‘2배’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이 6년 만에 두 배 상승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하반기 서울 아파트 3.3㎡(평)당 평균 분양가도 4000만 원을 넘어서면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14억 원을 웃돌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으로 원자잿값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건비 등 상승 요인은 여전해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8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 민간 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격은 1304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1평(3.3㎡)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4311만7000원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6월에는 평당 분양 가격이 전월 대비 8.28% 오른 4190만4000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4000만 원대를 돌파했다.

 

7월에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평당 분양가는 4401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2월 평당 분양가인 2192만1000과 비교하면 2배 오른 것이다.

 

HUG가 발표하는 월별 평균 분양 가격은 공표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 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 사업장의 평균 분양 가격을 의미한다. 분양가가 높은 단지들이 많이 포함될수록 평균 분양가도 더 많이 상승하는 구조다. 올해는 다른 지역보다 분양가가 높은 편인 강남 지역에서 많은 물량이 나오면서 평균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평당 분양가가 가장 높았던 곳은 1월 광진구에서 분양한 ‘포제스 한강’이다. 포제스 한강은 평당 1억1500만 원으로 전용 84㎡ 분양가는 32억 원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4000만 원대를 굳히면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기준 평균 분양가격도 14억 원대가 표준이 됐다.

 

강북 지역에서 분양한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는 전용 84㎡ 기준 약 12억 원의 분양가에 나왔지만,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마포구에 조성되는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7억4510만 원에 달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원자잿값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건비 등 분양가 상승 요인이 여전해 당분간 분양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7.5로 지난해 6월 이후 16개월 연속 기준치(100.0)를 웃돌며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큰 상황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광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건설산업동향 보고서에서 “건설자재의 급격한 상승세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노무비를 포함한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가 본 ‘내 집 마련’ 시기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서울 아파트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인기 지역보다는 아직 전고점까지 오르지 않은 수도권 지역의 싼 매물로 눈을 돌리거나, 내년부터 시작될 3기 신도시 분양, 경매 등으로 주택 구입 방안을 다변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줄면서 수도권 집값은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실’에 따르면 9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3468건으로 한 달 전(7만8672건)과 비교해 6.0% 증가했다. 특히 DSR 2단계 시행 당일인 9월 1일(8만462건)에 비해서도 3.7% 증가했다.

 

이를 두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이후로 시중은행의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 등 선호 지역 및 단지에 대한 가격상승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나 대출 규제로 인한 관망과 가격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 누적으로 거래량과 가격 상승 폭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수도권 내에서도 당분간 양극화가 지속되겠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 인기 주거지에 대출 규제 영향이 미치고 있으나, 지방은 가격이 싸서 대출을 크게 내지 않아도 돼 대출 규제보다 금리인하 효과가 클 것”이라며 “지방이 바닥을 다지는 상황이라면 서울은 숨고르기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0.5%p(포인트) 인하 ‘빅컷’에 따라 예상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내 집 마련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가계부채를 줄이고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유동성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DSR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하향 조정, 과열지역에 대한 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대출 상환 등 자금 여력을 고려해 싼 매물을 찾는 ‘똘똘한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년 초 부동산 신규 정책 발표 및 금리 인하 시기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3기 신도시 청약과 경매 등도 다각도로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3기 신도시 1만2000가구 분양되는 것과 내년도 신규 분양 물량을 기다려 분양받는 것이 가장 좋다”며 “여유가 있으면 경매 시장이나 급매 물건을 전세를 끼고 사는 내 집 마련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단기 급등하거나 신고점을 찍은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를 추격 매수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이니 급매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아직 전고점에 다다르지 않아 가격 메리트가 있는 단지에서 싼 매물을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함영진 랩장은 “올해 서울 집값 상승과 거래량이 크게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이 함께 늘어나자 정부가 수요억제책 중 하나인 대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거래 총량과 가격상승 움직임이 둔화될 수 있으므로 이미 고점을 넘어선 지역을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는 것보다 분양과 경매 등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가격만족도가 높은 상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실수요자들은 불확실한 단기 흐름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며 “필요하면 자금에 맞춰서 사되 이왕이면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아파트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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