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를 달리는 대만 기업 TSMC의 독주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 시장점유율은 더 오르며 60%를 넘어섰다.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이제 50% 이상 벌어졌다. 인공지능(AI) 제품 수요가 지속되면서 TSMC 몸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은 줄을 서서 TSMC를 찾고 있으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9월 17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 8월 매출은 2508억7000만 대만달러(약 10조473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올 3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37%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SMC 점유율 62.3%···삼성과 격차 50% 이상···하이닉스와 6세대 HBM 협력
1등과 멀어진 삼성, 패키징 신기술 안정화 급선무···고부가 HPC 매출 높여야
▲ 노트북 화면에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의 로고가 표시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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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글로벌 상위 10개 파운드리 기업의 총 매출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전분기(61.7%)보다 0.6% 증가한 62.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도 전분기(11.0%)보다 매출이 0.5% 올라 시장점유율 11.5%를 달성했지만 TSMC와 격차는 50.8% 포인트 더 벌어졌다. 지난해 9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던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2분기 매추 43억 달러에 그치며 -66% 영업이익률로 상위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AI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파운드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서버와 관련된 HPC 수요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이 수요는 연말까지 강세를 유지할 예정이다. 일부 고급 프로세스 주문은 2025년까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긍정론도 제기된다.
실제 엔비디아, 애플, AMD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TSMC의 독보적 지위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TSMC는 올 2분기 매출에서 AI 반도체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처음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 3나노 공정의 매출 비중도 올해 2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갖는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TSMC와 협업하고 있다. 5세대 HBM인 HBM3E까지는 기존 메모리 생산라인에서 해결했지만 HBM4부터는 성능 향상을 위해 ‘베이스 다이’ 생산에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HBM4 생산을 위해 TSMC와 협업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첨단 AI 반도체 수요가 커질수록 TSMC를 찾는 글로벌 업체들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TSMC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공급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며 “TSMC 이외 다른 파운드리 업체에도 AI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엔비디아가 TSMC를 쓰는 이유는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엄청난 차이이고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라며 TSMC를 치켜세워 실제 TSMC를 다른 업체로 교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등과 더 멀어진 삼성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TSMC를 따라잡고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삼성전자는 TSMC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말았다.
반도체 시장이 AI라는 초호재를 맞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여전히 TSMC로만 손을 뻗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삼성전자가 ‘패키징’과 ‘고성능 컴퓨팅(HPC)’에서 두각을 보여야 시장 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대만 TSMC는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62.3%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11.5%로 간신히 2위에 그쳤다.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올 1분기 50.7%포인트에서 2분기 50.8%포인트로 더욱 벌어진 상태다.
2분기 매출의 경우 TSMC는 208억1900만 달러(27조88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10.5%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38억3300만 달러(5조1300억 원)를 올리며 전 분기 대비 14.2%로 상승했지만, 아직 TSMC 매출의 5분의 1에 그치는 상황이다.
현재 TSMC는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 등 빅테크에 고부가 AI 반도체를 공급하면서 확고한 생태계를 꾸리고 있어,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쉽게 줄지 않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바꿀 중요한 열쇠 중 하나로 ‘패키징’ 기술을 꼽는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첨단 패키징 기술인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를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FO-PLP는 기존 원형 웨이퍼를 대체하기 위해 직사각형 인쇄회로기판(PCB) 패키징을 도입한 기술로, 생산 효율이 높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TSMC의 패키징 기술인 ‘CoWoS’가 AI 시장 수요 확대로 병목현상을 겪으며 삼성전자의 이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해 고객사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TSMC와의 실적·점유율 격차 이유 중 하나였던 ‘고성능컴퓨팅(HPC)’이 또 다른 돌파구로 꼽힌다.
HPC는 고성능 연산을 하기 위한 컴퓨터로 고부가 반도체가 필요해 수익성이 높다. 이미 TSMC의 HPC 매출 비중은 52%에 달하지만 삼성전자는 19%에 불과하다. 오히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모바일 비중이 54%로 더 높다.
업계에서는 HPC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여부가 당분간 전체 AI 칩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본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5나노 이하 HPC 고객 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힌 만큼 이를 통해 HPC로의 매출 전환을 얼마나 가속화할지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패키징과 HPC 집중 전략으로 고객 신뢰도와 수익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TSMC 추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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