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장형 인공지능(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지원하는 신제품 ‘아이폰 16′ 시리즈를 공개했다. 올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에 온디바이스 AI를 선보인 데 이어 애플 아이폰도 이 기능을 도입하면서 ‘AI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1차 출시국에 이름을 올리며 9월 20일 아이폰 16이 공식 출시됐다.
아이폰 16의 핵심 기능은 AI(인공지능)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로 여겨진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2007년 아이폰 탄생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통화 녹음‘ 기능이다.
삼성전기/주력부품 MLCC 공급···영업익 16% 증가 예상···판매가 고정이 변수
LG이노텍/폴디드 줌 아이폰 공급 모델 확대···하반기 영업이익 사상 최대 기대
삼성·LG 디스플레이/1.3억대 아이폰 패널 공급 전망···’올레드 수혜‘ 더 커진다
애플이 최근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아이폰16을 출시한 가운데, 애플 아이폰에 주력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의 실적 수혜가 기대된다. 삼성전기는 아이폰16에 탑재하는 ‘고성능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가동률을 일제히 높이고 있다. 단 MLCC 판매 가격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실적 개선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기 실적 수혜 영근다
애플은 지난 9월 9일(현지 시각)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 최초로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했다. 이에 따라 자동 글쓰기와 통화 녹음·요약 등 각종 AI 편의 기능이 제공된다.
아이폰16은 AI칩을 탑재했지만 가격은 아이폰16 125만 원, 아이폰16 플러스 135만 원 등 전작과 동일하다. 시장에서는 이런 가격 정책으로 아이폰 교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16 시리즈의 초기 출하 물량 목표치를 전년 대비 10% 증가한 9000만대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에서 애플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기도 실적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애플에 ‘고성능 MLCC’와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이다. 애플에 납품하는 제품은 고성능 MLCC로 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를 위한 기판으로 이 또한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삼성전기의 올 3분기 MLCC 가동률도 90%대까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에 비해 20% 증가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기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각각 3.6%, 16.6% 오른 2조6700억 원, 2424억 원으로 각각 전망된다. 아이폰16의 판매 호조가 예상외로 강할 경우 삼성전기 실적 개선 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6은 17년 만의 첫 AI 아이폰으로 향후 사람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MLCC와 FC-BGA의 판매 가격은 변수다. 삼성전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MLCC의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0.2%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전년 대비 1.3%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주력 부품 판매 가격이 오르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또 아이폰16의 가격 동결로 인해 부품사들에 대한 원가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점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6으로 인한 삼성전기의 실적 수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며 “다만 경쟁사들과의 부품 공급 경쟁은 더 치열해져 대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LG이노텍, 애플발 실적 개선
애플의 첫 AI폰 출시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LG이노텍이 어느 정도 실적 개선을 이룰지 관심이 커진다.
LG이노텍은 국내 부품사들 가운데 애플 공급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의 80%를 애플로부터 얻고 있다. 그만큼 아이폰16 성공 수혜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LG이노텍은 애플 신제품 ‘아이폰16’ 시리즈에 ‘폴디드 줌’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지금까지 애플은 플래그십 모델인 ‘프로맥스’ 모델에만 폴디드 줌을 탑재했지만, 이번 아이폰16 시리즈에서는 ‘프로’ 모델로 탑재 대상을 넓혔다.
특히 LG이노텍이 아이폰16 시리즈의 폴디드 줌 초도 물량을 모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폴디드 줌 탑재 모델 확대가 LG이노텍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폴디드 줌은 스마트폰 후면에 카메라가 튀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빛을 꺾어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카메라 모듈이다. 애플은 최신형 아이폰 시리즈에 이 고성능 폴디드 줌을 탑재해 왔다.
폴디드 줌 확대 외에 카메라 모듈 판매 가격 상승도 LG이노텍의 실적을 견인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카메라 모듈의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상승했다.
이에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LG이노텍 하반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898억 원이었지만, 아이폰 교체 수요가 폭증하면 사상 최대 실적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특히 LG이노텍은 올해 들어 설비 투자를 급격히 줄여 애플발 실적 수혜는 더 커질 수 있다. LG이노텍의 설비 투자 규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335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원)대비 66.5% 감소했다. 이미 지난 2년 간 시설 투자에 집중했던 만큼 애플 수요에 대응할 생산여력을 갖췄다는 진단이다.
다만 LG이노텍 역시 다른 부품사들처럼 아이폰16의 가격 동결에 따른 원가 인하 압박은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하면서 부품 단가를 낮추라고 요구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어떤 부품사들보다 아이폰16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아이폰16의 AI 판매 특수가 얼마나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올레드 수혜’ 더 커진다
애플 최초의 AI폰 출시를 계기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실적 수혜가 확실시 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총 1억 대가 넘는 휴대폰용 올레드(OLED)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올레드가 주력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통해 올 하반기 실적개선이 큰 폭 이뤄질 수 있다. 그동안 적자를 감내해 온 LG디스플레이도 올 하반기 흑자 전환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16’ 시리즈에 공급하는 올레드 패널 물량만 1억2000만~1억300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아이폰16 시리즈 전체 4개 모델에 걸쳐 8000만 대를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도 아이폰16 프로 및 프로 맥스 등 2개 모델에 4000만 대에 달하는 올레드 패널을 납품 예정이다.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중국 패널 업체인 BOE로부터도 올레드 패널을 납품 받지만, 샘플 인증 시기가 늦어지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올 하반기 물량은 대부분 공급하게 된다.
전작 아이폰 시리즈에서 중국 BOE와 함께 올레드 패널을 공급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국내 업체들이 받을 애플 수혜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아이폰16 프로 및 프로맥스 등 상위 모델의 디스플레이 면적이 더 커져, 양사 패널 공급 금액도 더 높아지게 됐다. 아이폰16 프로의 화면 크기는 기존 6.1인치에서 6.3인치로, 프로맥스는 기존 6.7인치에서 6.9인치로 각각 0.2인치씩 커졌다.
두 회사 모두 기술 난도가 높고, 고부가 제품인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올레드’를 공급하는 만큼 수익성도 기존보다 높은 편이다. LTPO 올레드는 전력 효율이 높고, 패널 반응이 빠르며 배터리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애플 수혜로 두 회사의 올 하반기 실적도 긍정적이다.
LG디스플레이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영업손실 47억 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6621억 원)보다 손실 폭이 큰 폭 줄어든다. 이어 4분기에는 영업이익 4040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 2분기 영업이익 1조100억 원을 올린 데 이어, 하반기에는 애플발(發) 이익 증가가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단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BOE의 패널 공급이 뒤늦게 이뤄질 수 있는 데다, 중국 내 아이폰16 판매 부진이 변수라고 꼽는다. 이 변수의 향방에 따라 수혜 폭이 엇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6 출하량 확대로 고부가 올레드 패널 공급량이 어느 때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아이폰16의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중국에서는 내년에나 쓸 수 있는 점이 판매량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