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9월 24일 만찬 회동 이후, 한동훈 대표의 ‘독대’ 재요청을 두고 당 안팎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친한동훈계에선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시혜를 베푸는 것이냐”며, 독대 요청을 불편해하는 시각에 불만을 나타냈고, 친윤석열계 쪽에선 “대통령을 자꾸 궁지에 몰아넣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국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두 달 만에 공식적인 만찬을 가졌지만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진 분위기다. 친한동훈계에선 한 대표가 제대로 된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반면 친윤석열계에서는 한 대표가 충분히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말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만찬 행사 직후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독대를 재요청한 것이다.
61일 만의 회동 직후 한동훈 ‘독대’ 재요청···갈등의 골만 더 깊어진 분위기
친한계 “여당 대표 만나는 게 시혜인가”···친윤계 “대통령 궁지 몰아넣는 것”
대통령실, 현안 많아 독대 필요성 공감하지만 제안 방식 당황스럽다는 목소리
민주당 “그저 밥만 먹었단 사실 충격적”···유승민 “윤도 한도 치졸하고 한심”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1일 만에 다시 만났지만 밥만 먹고 헤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독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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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1일 만에 다시 만났지만 밥만 먹고 헤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독대’는 없었다. 한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이튿날인 7월24일 곧바로 열린 당정 만찬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1시간 30분 만에 끝난 만찬 회동으로 ‘아슬아슬한 윤·한 관계’만 다시 한번 노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9월 24일 저녁 만찬 회동을 했다. 대통령실 야외 분수정원에서 6시30분에 시작된 만찬은 저녁 8시께 마무리됐다. 장소가 옥내가 아닌 개방된 야외공간이어서 처음부터 깊이있는 대화는 이뤄지기 힘든 자리였다.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들은 만찬이 끝난 뒤 경내를 짧게 산책한 뒤 대통령실을 빠져나왔다.
한동훈, 다시 독대 요청 왜?
대통령실은 만찬 직후 4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단체 사진 속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냉랭한 만찬 분위기를 반영한 듯 한 대표는 만찬 행사 직후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독대를 재요청한 것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만찬 직후 “오늘 만찬은 어떤 의견을 개진하거나 토론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 성격의 자리는 아니었다”며 “한 대표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 수석대변인은 “가벼운 대화만 했고 대통령께서 말씀을 많이 재미있게 했다. 체코 순방 다녀온 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참석자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논란 등 현안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참석자는 “한 대표가 만찬 말미에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홍 수석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원전 얘기를 많이 했다”며 “체코에 다녀 온 얘기, 다른 나라 원전 얘기, 원전 생태계에 대해서 얘기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며 “한 대표가 끝날 때 가서 정무수석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한 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독대 재요청을 받은 홍 수석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국정감사와 국회일정, 우리가 추진하는 법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대통령은 상임위원회별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한 대표가 식사 후 10분 정도 나란히 걸으면서 산책을 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만찬 다음날인 9월 25일 만찬 이후 다시 독대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찬 성과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만찬의 성과는 저녁을 먹은 것”이라고 답하면서 “소통의 과정으로 길게 봐달라”고 말했다.
만찬에서 의정 갈등,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현안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에는 “현안 관련 얘기가 나올 만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한 대표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이를 당·정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는 “정치는 민생을 위해서 대화하고 좋은 해답을 찾는 과정”이라며 “너무 그렇게 해석할 문제는 아니다”는 말로 답을 피했다.
독대를 다시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중요한 현안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가 말했고, 그 필요가 여전히 있지 않은가. (전날 만찬은) 그런 말을 나눌 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한동훈 대표는 9월 2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만찬 이후 다시 독대를 요청한 것에 대해 “대통령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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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동훈 더 멀어진 관계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오랜만에 공식적인 만찬을 가졌지만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진 분위기다. 친한동훈(친한)계에선 한 대표가 제대로 된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반면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한 대표가 충분히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말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9월 25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진행자가 ‘한 대표가 인사말도 못 했다는 보도가 나온다’고 지적하자 “한 대표는 바로 대통령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말도 못 하게 막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발언을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한 대표 스스로 이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분위기는 어땠느냐’고 묻자 “주관적일 수 있지만 대통령도 한 대표를 배려하면서 이야기를 꺼내고 (만찬을) 진행해 갔고, 한 대표도 중간중간에 호응하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서로가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만찬 직후 한 대표가 재차 독대 요청을 한 것에 대해서는 “양쪽이 다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야기는 충분히 했는데 귀를 닫고 있더라 이렇게 이야기가 되면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지 않나. 만약에 수용하면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굴복했다는 프레임을 씌울 수가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게 반복되면 독대 요청을 하는 것이 나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것이라는 오해가 쌓일 수 있다”며 “한 대표도 지금 이 국면이 계속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도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만찬에서 한 대표에게 발언 기회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친한계로 꼽히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9월 25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진행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에서 한 대표에게 발언 기회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김 최고위원은 진행자가 ‘한 대표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사실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수긍하면서 “한 대표는 말할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한 대표가 일찍 갔다. 혹시라도 독대를 안 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좀 일찍 와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초 윤 대통령이 도착할 것으로 알려진 시간이 6시 20분에서 30분 사이였고, 한 대표는 6시께 만찬 장소에 도착해 기다렸다는 게 김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고, 만찬 진행 중에도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인사말로 한마디씩 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진행자가 ‘한 번씩 쭉 돌아가는 발언 기회조차도 없었느냐’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하나도 없었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고 적어도 대표는 한 말씀 하시죠 보통 이렇게 화답의 메시지를 내게 되는데 그 기회가 없었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그런 건 없었다”면서 “대통령이 말하면 다른 분들이 중간에 추임새 비슷한 말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른 것 같다”며 “대통령실과 당에서 특히 한 대표와 대통령이 지금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예를 들면 의정 갈등에 대한 상황 인식도 완전히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나 당의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입장인 것이고, 대통령과 그 주변에 있는 참모들은 개혁이니 그냥 밀고 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시혜를 베푸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만나고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본인이 임명한 분들의 얘기만 들을 순 없지 않은가. 껄끄러운 얘기를 하는 분들이나 정치인들 얘기도 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어쨌든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수시로 만나야 한다”며 “듣기 좋은 소리든 듣기 싫은 소리든 우리가 함께 가는 배에 구멍을 뚫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도 “독대가 필요하다면 두세 번이라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9월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전날 만찬 결과에 대해 “결국 만찬만 하고 끝나는 자리가 되어서 좀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통 그런 자리면 당대표가 인사말씀을 한다”며 “그런 계제에 민심도 전달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기회 없이 곧바로 식사를 했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는 따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당대표로서는 적어도 건배사나 인사말씀 할 수 있는 정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말씀 정도는 준비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기회도 없었다”며 “그래서 재차 독대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 같다”고 봤다.
또 장 최고위원은 “(만찬 자리가) 실외였고 인원도 다수였다”며 “그간의 여러 만찬 자리에 비추어보면 깊이 있게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독대가 안 된 점이 더 아쉬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진행자가 ‘대통령실이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요청한 것을 수용하겠느냐’고 질문하자 “독대는 이뤄져야 한다”며 “대통령실에서도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 말은 꼭 서로 논의해야 될 현안들이 있다면 독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그렇게 말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언론에 먼저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데 대해선 “형식이 내용보다 앞서가서 결국 독대가 무산되거나 한 것은 안타깝다”며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가 만나는 일이 무슨 007 작전(처럼) 굳이 이루어져야 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장 최고위원은 “독대를 요청했다면 (한 대표가) 여·야·의·정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눴겠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부분을 말하지 않았을까”라며 “당에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되고 대통령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윤·한 갈등’이 재차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해서 또 한 번 제안했는데 거절당하면 이게 당대표와 대통령과의 관계가 이렇게 비춰지지 않을까, 저렇게 비춰지지 않을까 그런 고민보다 독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두세 번이라도 독대 요청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형식에 관계없이 자주 보면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불편한 기류 감지
한 대표가 9월 24일 저녁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에서 대통령과의 독대를 다시 요청하면서 ‘다음’을 기약했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이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독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현재 시급한 현안이 많아 독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제안하는 방식이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우선 대통령실은 독대 재요청에 대한 수용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대 요청이) 어제 밤에 이뤄진 일 아니냐. 대통령에 보고가 되고 논의를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로선 입장이 없다. (한 대표로부터 독대 요청을 받은) 정무수석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한 대표가 ‘제3자’를 통해 독대를 제안하고, 또다시 언론을 통해 알리는 방식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사실을 언론에 먼저 알리면서 한 차례 신경전을 겪은 후 성사된 자리인 만큼 독대 재요청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했어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 생각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만찬을 마무리할 때쯤 홍철호 정무수석에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 수석에게 독대 요청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별도로 보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모두발언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한 대표 측의 주장도 오해라는 입장이다. 자유롭게 대화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의 모두발언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지, 한 대표 발언 기회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또 윤 대통령이 만찬을 마치고 산책을 제안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한 대표에 독대 공간을 내준 것으로 해석한 참석자도 있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산책길이 좁아서 윤 대통령,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세분이 맨 앞쪽에서 나란히 걸어갔는데 길을 걷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분이 걷는 모습도 보였다”며 “그럴때 한 대표가 다음에는 독대를 하자고 제안했다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불편한 시각은 그동안 한 대표가 보여왔던 용산과의 소통 방식에서 쌓여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한 대표의 ‘제3자 소통 스타일’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 시절 이관섭 비서실장의 사퇴 종용 폭로나 고위 당정 회의를 마치면서 한 총리에 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제안 등에서 보여온 소통 스타일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가 언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야의정협의체 등도 자신이 일부라도 결과물을 갖고 와서 논의하는 게 순서가 맞지 않느냐”면서 “무엇보다 한 대표의 상대는 이재명 대표 아닌가. 당정이 공조해서 야당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민주당 “그저 밥만 먹었다고?”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에서 의료대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한 대표 스스로 ‘의료대란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고 말해놓고 독대 자리가 아니면 말도 못 꺼내는 여당 대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료대란특위는 9월 25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이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며 “의료계 위기가 심화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그저 밥만 먹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이번 회동이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 여당이 현 시국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대표는 왜 윤 대통령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건가,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보다 검찰 선배의 말이 더 무서운 건가”라고 물으며 “독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따끔하게 현안을 이야기 나눴어야 한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대는 절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며 “국정운영 책임자들이 임무를 더 이상 방기할 경우, 지금의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유승민 “이럴 거면 왜 만났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을 두고 “포용하고 경청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나, ‘독대’를 두고 언론플레이만 하는 당대표나 둘 다 치졸하고 한심하다”고 싸잡아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9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만나 ‘우리 한 대표가 좋아하는 소고기, 돼지고기’만 먹고 헤어졌다. 의료사태는 ‘의’자도 나오지 않았고, 연금개혁은 ‘연’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이럴 거면 왜 만났느냐”고 따졌다.
유 전 의원은 “자영업자의 비참한 몰락, 미친 집값과 가계부채 같은 민생의 문제도 없었다”며 “대화와 합의의 정치를 마비시키는 김건희특검법, 채상병특검법도, 대통령과 당에 대한 민심이반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들만 불행하다”며 “최소한 의료대란을 해결할 당정의 일치된 해법 만큼은 꼭 나와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검사 출신 두 사람의 이런 한심한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며 “당과 대통령실의 책임자들 수십 명이 다 모인 자리에서 어느 한 사람도 지금의 국정실패와 민심이반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니, 정부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직업윤리도 영혼도 없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배가 가라앉고 다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그때는 뒤늦게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