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세수 부족으로 시급한 예산 지출에 한은 일시차입금 마통처럼 빈번하게 사용”

“한은 발권력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인식해 공무원 월급 조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

▲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가 올해 들어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금액이 총 152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 차입 횟수도 75회로 이미 지난해 수치(64회)를 뛰어넘었다. 정부의 한국은행 일시차입은 세입과 세출 사이 시기가 맞지 않아 일시적으로 자금부족을 겪는 경우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임 의원이 10월 1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은행에 일시차입한 건수 및 금액은 9월 중순까지 총 75회에 걸쳐 152조6000억 원을 차입했고 142조1000억 원을 상환했다. 이자비용으로는 1936억 원을 지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제출한 정부의 일별 차입내역을 보면 대출일자가 확인된 9월12일까지 총 68회 중 38%인 26차례가 공무원 월급 지급일 하루나 이틀 전에 일시차입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의원은 이 대목에 주목하고 “정부가 세수부족으로 8월 말까지 재정증권 49조7800만 원을 발행하면서도 부족한 자금을 한국은행에서 일시차입해 공무원 월급을 지급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각 기관별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월급 지급일 1~2일 전에 각 기관에 급여액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국방부 및 그 소속기관은 10일, 교육부 17일, 행정안전부 및 대법원 등 20일, 그 밖의 기관 및 소속기관은 25일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한국은행에 대규모로 일시차입한 사례를 보면 2020년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2차례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실시해 51회에 걸쳐 102조 원을 대출받았으며, 지난해인 2023년에는 56.4조 원의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64회에 걸쳐 117.6조 원을 일시차입했다. 올해 3/4분기 시점에서 벌써 작년 차입금 규모와 횟수를 넘어서 역대 최다 건수로 이용했고 최대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7월 말 기준으로 봤을 때 정부의 기금을 제외한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지출액 286조원 중 105조원을 한국은행을 통한 일시차입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가 세수가 걷히면 되갚은 것이다. 

임 의원은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시급한 예산 지출에 한국은행의 일시차입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공무원 월급 지출 자금이 부족하여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인식해 월급을 조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의원은“정부의 중앙은행 일시차입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국은 중앙은행법상 대정부 일시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만 허용하고 있는 제도다”며 “통화량 증가 등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시차입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