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치열한 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11월 5일(현지 시각) 미국 국민들은 4년이란 시간을 누구에게 맡길지 선택하게 된다.
미국 대선은 비단 미국인에게만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외교적·안보적 사안으로 묶인 한국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날이다. 미국 대선이 20여 일 남은 시점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되는지, 현재 누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지, 전문가의 시각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美 대선은 다수결 아닌 선거인단 270명 확보 싸움···선벨트·러스트벨트 시소게임
경합주 7곳 1~2%p 차이···진보 강세주 226명, 보수 219명···선거인단 이미 ‘쫙’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월 25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런 대학에서 경제 정책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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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은 언제 열리나?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 5일(현지 시각) 치러진다. <주간현대> 발행일인 10월 16일 기준으로 정확히 23일 남았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치열한 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사전투표도 한참 진행 중이다. 이번 미국 대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본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60번째 대선이며 이를 통해 제47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미국은 임기가 아닌 인물을 기준으로 몇 대(代) 대통령인지 정하고 있다. 연임한 대통령이 많아 선거 횟수와 대통령 대수(代數)가 다른 것이다.
최종 당선자는 선거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조직해 전임 대통령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새로운 정부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선출된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부터 4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그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제45대 대통령직을 수행한 바 있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밀리며 단임 대통령으로 남게 된 것이다. 미국 역사상 연임을 이루지 못한 대통령은 단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2024년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나섰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대권 도전에 나섰으나 TV토론에서 인지력 논란 등을 겪으며 대선 후보직을 내려놨고, 해리스 부통령이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004~2011년 샌프란시스코 검사를 거쳐 2011~2017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후 2017년부터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상원 의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해리스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란 역사를 쓰게 된다.
선거인단 확보 총력 ‘간접선거‘
미국 대선은 유권자 전체 득표율이 아닌,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미국 각 주에는 인구수에 비례해 선거인단이 배정된다. 50개 주와 워싱턴DC에 배정된 총 선거인단 수는 538명이며, 이 가운데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최종 대통령직에 오르게 된다.
미국은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인단 선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정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차지하는 방식이다.
선거인단은 주별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된다. 캘리포니아는 55명으로 가장 많다. 몬태나·와이오밍·노스 다코타·사우스 다코타는 각각 3명이다. 인구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난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가 뚜렷한 정치적 성향을 견지하고 있어, 후보들의 발길은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세를 보이지 않는 이른바 ‘경합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애리조나(11명), 플로리다(29명), 미시간(16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펜실베이니아(20명), 위스콘신(10명) 등 6개 주는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힌다.
반면 캘리포니아·뉴욕주 등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인 ‘블루 스테이트’로 분류된다. 텍사스·아이오와 등은 공화당 강세인 ‘레드 스테이트’로 불린다.
미국 대선까지 20여 일 남았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은 11월 5일 본선거 이전에 투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이를 ‘사전 투표’라고 말하며, 이는 일부 주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주(州)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주는 ‘우편 투표’와 투표소에 직접 방문하는 식의 ‘사전 투표’를 허용한다. 모든 주는 어떤 형태로든 우편 투표가 가능하며 컬럼비아 특별구, 괌,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지니아는 투표소 투표의 조기 투표를 실시한다.
CBS에 따르면 앨라배마·미시시피·뉴햄프셔·웨스트버지니아에선 사전 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 우편 투표를 하려면 적격 사유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선거일을 제외한 다른 날에 투표할 수 없다.
10월 4일 기준 사전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주는 앨라배마·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네소타·사우스 다코타·노스 캐롤라이나·미시간·네브래스카 등 31곳이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2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서배너의 조니 머서 극장 시민 센터에서 세법과 제조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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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누가 더 앞서고 있나?
현재로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근소하게나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은 농촌 등지의 유권자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가 약간 우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0월 1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턴트가 9월 27~29일 전국 성인 1만1381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해리스 후보를, 46%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투표할 의사가 있는 등록유권자들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1%포인트다. 전국 단위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트럼프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무당층 유권자들 지지율은 해리스 후보가 45%, 트럼프 후보가 44%로 큰 차이가 없었다. 5%는 제3의 후보를 지지했고, 또 다른 5%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청년층과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해리스 후보 지지세가 높았다. 응답자 중 18~34세 유권자들은 53%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 후보 지지율은 43%로 10%포인트 뒤졌다. 흑인 유권자의 경우 77%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고, 19%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경합주서 불꽃 튀는 접전
결국 미국 대선은 초접전 상황으로 평가된다. 대선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이른바 경합주 지역에서 두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은 직접 선거와 간접 선거가 혼재된 방식으로 치러진다. 한국에선 단순히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각 주별로 표를 계산해, 승리한 후보에게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몰아준다. 주별 선거가 50.0001%대 49.9999%로 치열했어도 승자가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식이다. 이렇게 더 많은 선거인단을 모은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 전체 선거인단이 538명이라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게임이 끝난다.
이러한 선거방식 탓에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도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2000년 앨 고어 전 부통령이 그랬다.
미국 대선의 또다른 특징은 50개주와 워싱턴DC 중 대다수 지역은 정치색이 사실상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진보 색채가 강한 캘리포니아나 뉴욕, 보수 색채가 강한 텍사스·와이오밍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선거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선거인단 226명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219명을 선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미국 대선은 결과를 예단키 어려운 7개 경합주, 선거인단 93명을 누가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핵심이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후보가 7개 경합주 중 네바나주를 제외한 6개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백악관에 입성했다. 반대로 2020년엔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노스 캐롤라이나를 제외한 6개주에서 승리해 왕좌를 차지했다.
현재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경합주 상황은 말 그대로 초접전이다. 해리스 후보가 힐러리 전 장관처럼 더 많은 표를 얻고도 트럼프 후보에 패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펜실베이니아 승자가 대권 유리
7개 경합주는 ‘러스트 벨트(동북부 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과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지역)’로 분류되는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네바다 등이다.
러스트 벨트는 전통적으로 친노조 성향의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으나, 백인 남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지지세도 강력하다. 반면 선벨트는 통상 공화당 지지 경향이 높았으나, 경합주 4곳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증가세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펜실베이니아다. 7개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해리스 후보 입장에선 펜실베이니아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계산이 선다. 미시간(15명)·위스콘신(10명) 등 3곳에서 승리해 매직넘버 270명을 달성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펜실베이니아를 가져오면 러스트 벨트 중 다른 한 곳을 내주더라도 조지아(16명)나 노스캐롤라이나(16명) 중 한 곳만 이겨도 승리한다.
반대로 트럼프 후보도 펜실베이니아를 승리할 경우 승리로 가는 길이 한층 완만해진다. 6곳 중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두 곳만 가져오면 270명을 채운다.
이에 따라 양쪽 모두 펜실베이니아 점령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대선 한 달을 앞둔 10월 5일 버틀러에서 대규모 유세에 나섰다. 버틀러는 지난 7월 유세 중 총격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해리스 후보 진영에선 10월 10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로 보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세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