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약 이야기

약은 반드시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어야 하는 이유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4/11/08 [15:11]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약 이야기

약은 반드시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어야 하는 이유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4/11/08 [15:11]

대부분의 사람은 두통, 감기, 변비 같은 자질구레한 병도 약으로 다스리려고 한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나 두통약을 먹고, 감기가 조금 심한 것 같으면 해열제를 찾거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역시 주사가 효과가 빨라’라며 안도한다. 요즘은 넘쳐나는 정보 덕분에 환자들은 의료진보다 더 똑똑하고, 까다롭고 깐깐해졌다. 이렇듯 질병의 치료를 위해, 아니면 조금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거의 모든 사람이 매일 약을 먹거나 약을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약을 정말 잘 쓰고 있는 걸까? 누군가는 시도 때도 없이 약을 찾고, 누군가는 약 먹는 게 질색이라 꼭 먹어야 하는 약도 무시한다.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몇 년 지난 약은 먹어도 되는지, 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 약을 놓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최근 출간된 세브란스병원 김재송 약사의 책 <약, 바르게 제대로>(봄이다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약 이야기’를 간추려 소개한다.

 


 

알약은 물과 함께 먹어야 소화관에서 용해돼 혈액 속에서 약효 제대로 발휘

여러 물질로 뭉쳐진 약, 몸속에서 제대로 부서지고 녹아야만 생체 이용 가능

 

약과 함께 복용하는 음료수는 약물 효과에 직간접적 영향 미치므로 주의해야 

대부분 약물은 간에서 대사···간에 무리 주는 술과 약물 함께 복용 절대 금물

 

▲ 어떤 약을 얼마만큼 먹는 것이 좋은지, 약이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등 약에 관해 체크해야 할 사항은 무수히 많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책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환자들을 생각했다. 나 역시 하나둘씩 아픈 곳이 생겨서 이제 경중 환자가 되었다. 늙는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정신은 아직도 20대 청춘인데 몸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젊은 시절 아프지 않고 약 없이 지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이렇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건강함을 어린 시절부터 누리지 못하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만성질환이 생긴 어르신들도 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또 그런 환자와 함께하는 가족들에게, 그리고 가끔 아플 때 약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세브란스병원 약무국 약무정보파트장으로 일하는 김재송 약사는 자신의 책 <약, 바르게 제대로> ‘들어가는 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사실 누구나 약을 먹는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든 단순히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든,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약을 먹는다. 우리가 인생에서 약을 먹는 시간을 어림잡는다면 약 성분을 분해할 수 있을 때부터 죽음을 앞두고 아무것도 삼키지 못할 때까지일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태어나서 고작 몇 달을 제외하고는 인생 전반을 약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 긴 시간만큼 우리는 약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진다. 약은 왜 꼭 물과 함께 먹어야 할까? 약의 모양이 다양한 이유는? 약 먹는 시간은 꼭 지켜야 할까?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약의 부작용, 미리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이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정말 효과가 좋을까?

 

김재송 약사는 이러한 궁금증에 명쾌하게 답변하고 약을 복용하는 데 필요한 의약 지식, 의약품을 구입할 때 필요한 지식을 자세히 소개한다.

 

약은 왜 꼭 물과 함께 먹나?

 

“얼마 전 주말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데, 여주인공이 알약을 물도 없이 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알약이 제대로 녹지 않아 식도 벽에 붙거나 걸려서 식도염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몰입하는 것은 아마 직업병일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멋진 단발의 여주인공이 잘못된 방법으로 약 먹는 모습을 보고 청소년들이 따라 할까 봐 나는 드라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동안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김 약사는 “아주 작은 크기의 알약이라 할지라도 물 없이 먹어도 된다는 생각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면서 “알약이 크든 작든 모든 약은 꼭 충분한 양의 물(약 200mL)과 함께 복용해야만 소화관에서 용해되어 혈액 속으로 들이가 제대로 된 약효를 나타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약사에 따르면 대한약사회에서는 ‘약바로쓰기운동본부’를 조직해 약사 강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강사단은 약의 올바른 복용법과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초중고교에 직접 방문해 의약품 안전 사용 교육을 시행한다. 

 

교육 시간에 반드시 하는 실험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이 직접 알약을 녹여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을 물과 우유에 동시에 넣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각각 얼마나 녹았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물에 넣은 알약은 다 녹지만 우유에 넣은 알약은 일정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러한 실험을 직접 해본 학생들은 약을 우유가 아닌 물과 함께 먹어야겠다고 몸소 느끼게 된다.

 

약이 얼마나 잘 부서지고 잘 녹느냐에 대한 실험 알약이나 캡슐 제형은 환자가 정확한 용량으로 직접 투여할 수 있고 휴대하기에 용이하다. 그리고 다른 제형보다 유효 기간이 길고 제조하기 쉽다는 점이 장점이 있다. 이런 내용고형제제의 약을 동그랗거나 길쭉하거나 네모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된 약의 성분(유효성분) 이외에도 여러 물질의 첨가제를 추가해 압축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물질로 뭉쳐진 약이 우리 몸속에 들어왔을 때 유효성분이 얼마나 작은 입자로 잘 부서지고(붕해), 체액에 얼마나 신속하게 녹는지(용출)에 대한 여부가 약효를 나타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효성분이 잘 붕해되고 용출되어야만 몸 안에서 흡수되어 비로소 생체 안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약처는 내용고형제제의 제조 공정 중 붕해시험과 용출 시험을 통해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 즉 우리 몸속과 비슷한 환경 조건 안에서 내용고형제제는 일정한 시간 내에 거의 균일하게 붕해되어야 하며, 내용고형제제로부터 유효성분의 용출 속도를 측정해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때 생체와 비슷한 환경 조건을 설정하기 위해 온도는 37±2℃, 시험액은 ‘물’로 진행한다. 국내 모든 의약품은 대한민국 약전에서 정해진 품질 기준에 맞춰 적합하게 제조되고 있다. 즉 모든 품질 기준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한 시험법에서 ‘물’을 사용했고, 물에 의해 안전하게 붕해되고 용출된다는 것을 입증받았기에 물과 함께 복용을 권장하는 것이다.

 

▲ 누구나 약을 먹는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든 단순히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든,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약을 먹는다.   

 

음료수와 약물은 어떤 관계?

 

환자 중에는 위장장애의 위험을 줄이려고 약을 우유와 함께 복용하거나 약의 불쾌한 맛을 감추려고 주스나 탄산음료와 함께 먹는 경우가 있다. 사우디의 한 연구팀이 사용 빈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을 대상으로 다양한 음료수가 약물의 붕해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붕해 시험은 버터밀크(발효 유제품), 콜라, 에너지 드링크, 오렌지주스, 아라빅 커피로 실시한 후 이를 물과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음료수가 약의 붕해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 밖에 다양한 연구에서도 진통제를 대상으로 음료수 실험을 했더니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붕해 시간이 지연된다는 것은 흡수가 지연되므로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물보다 오래 걸림을 의미한다. 물 이외의 음료수는 끈적끈적한 성질을 나타내는 점도가 높아서 붕해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제품인 버터밀크가 훨씬 더 시간이 지연되었고 그 이유는 버터밀크에 들어 있는 단백질(카제인)과 지방이 알약 주변에 필름을 형성해 물이 정제에 침투하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이 외에도 사우디 연구팀에서는 온도에 따른 붕해 시간을 측정했다. 설탕을 뜨거운 물에 녹이면 빨리 녹는 것과 마찬가지로 5°C의 차가운 온도에서는 약이 붕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었으나, 43°C의 고온에서는 크게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점도와 결합력을 느슨하게 만들어 붕해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김 약사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약을 먹을 때는 유제품, 콜라, 에너지 드링크, 과일주스, 커피가 아닌 ‘미지근한 온도’의 ‘물’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약물 흡수와 산·염기 반응 

 

김 약사는 또한 “약물은 화학적 합성물질이므로 산·염기적 특성이 있다”면서 “염기성 약물은 산성 환경에서 이온화가 되어 흡수가 증가하고, 반대로 산성 약물은 염기성 환경에서 흡수가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발톱무좀 등에 사용하는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은 약 염기성 약물인데 산성인 콜라와 함께 복용 시 흡수가 증가했다는 연구가 있다고. 김 약사에 따르면, 실제 국내 한 연구에서 조사한 시판 음료수의 평균 pH는 3.9로 대부분 음료가 산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탄산음료가 3.0으로 강한 산성이었고, 과일과 채소 음료는 3.1-3.7, 액상차 4.7, 액상 커피 6.6, 유제품 6.8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pH도 약물의 산·염기적 특성에 따라 흡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판된 음료수와 함께 약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몽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자몽주스나 자몽차를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자몽을 접하기가 어려웠고 시중에서 자몽주스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학부 약물학 시간에 자몽의 쓴맛을 내는 ‘나린진’이라는 성분이 여러 약물의 대사에 관여하는 시토크롬 효소를 저해하는 작용을 하기에, 이 효소에 의해 대사되는 약과 함께 복용하면 해당 약물의 혈중농도를 높이는 위험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몽을 맛본 이후에는 그 특유의 씁쓸한 맛 때문에 나는 이 과일을 더욱더 좋아할 수가 없다.”

 

모든 약물은 대부분 간에서 시토크롬과 같은 효소에 의해 신장에서 쉽게 배설되는 화합물로 변형되는 생화학적 분해 또는 무독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적 변화를 대사라고 한다. 그런데 자몽주스처럼 시토크롬 효소를 저해한다는 것은, 이 효소에 의해 대사되는 약물의 생화학적 분해를 방해하므로 더 오랫동안 체내에 남아 혈중 약물 농도를 높이고 부작용 등 독성을 나타낼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몽주스는 위장관에서 약물이 흡수되는 단계에 관여하는 수송체 단백질을 억제해 약물의 체외 배출과 흡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몽주스 이외에도 오렌지주스, 크랜베리 주스, 석류 주스, 포도 주스, 사과 주스 등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여러 약물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 완화에 사용하는 펙소페나딘 같은 항히스타민제는 과일주스가 위 산도에 영향을 주어 약물의 흡수를 방해하고 약효를 저하하므로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또한 알루미늄이 함유된 제산제와 오렌지주스를 함께 마시면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으므로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 탄산음료나 과일주스도 위의 산도를 높여 제산제의 약효를 저하시킨다. 이처럼 물 이외에 약과 함께 먹는 음료수는 약물의 효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우유와 약물의 흡수

 

소아 환자일 경우, 보호자가 물 이외에 분유나 요거트 등에 약물을 섞어서 투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분유에 약을 혼합하는 경우에는 유제품 자체가 약물의 붕해를 지연시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유아가 경험한 약물의 불쾌한 맛 때문에 자 첫 분유 섭취까지 꺼리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분유와 함께 약을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철결핍성 빈혈 등에 사용하는 철분제는 우유나 유제품뿐 아니라 녹차, 홍차 등 탄닌을 함유한 차와도 동시 복용을 피해야 한다. 철분의 흡수와 철분 이용률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퀴놀론계 항생제도 유제품과 함께 복용 시 약물의 혈중농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는 치아가 성장하는 시기에 복용하면 치아에 착색이 발생할 수 있어 12세 미만 소아에게는 투어를 금한다. 치아 착색 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칼슘 이온이 킬레이트화를 통해 치아에 침착되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와 칼슘이 포함된 우유는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다가 우유는 해당 항생제의 혈중농도도 감소시켜 약효를 감소시킬 수 있다. 변비 치료제 비사코딜은 대장에 도달해서 약효가 나타날 수 있도록 장용성 제형으로 만든다. 

 

그런데 약알칼리성인 우유는 장용정(위에서는 녹지 않고 잠에서는 녹도록 만든 알약)과 함께 복용하면, 우유가 위산을 중화시켜 알약의 보호막을 손상하므로 장용정의 특성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위장에서 약이 녹아서 약효가 저하되거나 위를 자극해 복통이나 위경련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우유와 함께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케토롤락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는 위장장애 감소를 위해 우유나 음식물과 함께 복용할 수도 있다. 또한 천식 치료제로 사용하는 몬테루카스트 성분을 가진 세립 제형의 경우에도 개봉 후 즉시(15분 이내) 실온 이하에 보관된 소량(약 5mL)의 모유나 이유식 또는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에 섞어 복용할 수 있다.

 

이처럼 우유와 유제품은 대부분은 약물과 함께 복용은 삼가는 것이 좋으나, 약물 특성에 따라 복용 가능 여부가 다르므로 복약 안내문 및 의약품 설명서를 꼭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페인과 약물

 

현대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커피일 것이다. 커피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천식에 사용하는 테오필린 등 기관지 확장제는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나 음식과 함께 먹으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불안, 흥분, 심박수 증가 등의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초콜릿, 커피, 콜라, 차와 같이 카페인을 함유한 식품과 함께 복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카페인의 배설을 억제해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불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벤조다이아제핀계 항불안제는 카페인에 의해 예상치 못한 흥분 작용이 발생해 항불안 작용이 감소된다. 아미트림틸린 등의 삼환계 항우울제도 카페인 때문에 신경과민, 떨림, 불면 등의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고, 위십이지장궤양 등에 사용하는 파모티딘 같은 히스타민 길항제는 위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위궤양 등에 사용하는 프로스타글란딘 계열의 레바미 피드는 위산 분비를 자극해 위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가 함유된 복합 진통제도 카페인이 함유된 경우가 많아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등과 함께 복용 시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골다공증 치료제는 카페인으로 인해 해당 약물의 흡수가 현저히 감소할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는 많은 경우 티라민도 함유하고 있으므로 티라민을 조심해야 하는 항균제 리네졸리드나 결핵약 이소 나이아지드 같은 약물과는 함께 먹지 않아야 한다.

 

약물, 최악의 적은 술

 

“앞서 언급한 드라마에서 물 없이 약을 복용한 여주인공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제인 졸피뎀을 복용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런데 다음 회에서는 수면제를 위스키와 함께 복용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그 순간 ‘오! 하나님이시여!’를 외쳤다. 졸피뎀을 술과 함께 먹으면 중추신경계 우울증, 복합 수면장애, 정신운동 활동 손상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약물은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에 무리를 주는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매일 석 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D)를 복용하면 위장 출혈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 약물과 술의 상호작용은 매일 325mg 미만의 저용량 아스피린에서도 나타났다. 또한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 트리아졸림의 경우 술로 인해 이 약의 진정 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 이 약의 설명서에는 술이나 다른 중추신경 억제제와 병용 시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채로 ‘수면 운전’을 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주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술은 항우울제의 진정 효과를 증가시키고, 지사제(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로 사용하는 로페라미드의 중추신경계 효과를 증가시켜 졸음과 현 기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당뇨병 치료제인 설포닐우레이의 혈당 강하 효과를 악화시키고 인슐린 저항성도 촉진시킨다. 더욱이 만성적인 술 복용은 장기이식 환자가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의 간독성 효과도 악화시킨다. 또한 항히스타민제를 술과 함께 복용하면 항히스타민제의 중추신경 억제 효과나 졸음을 배가시킬 수 있고, 천식 치료제인 테오필린과 함께 복용하면 메스꺼움, 구토, 두통, 과민성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계열의 약물은 부작용으로 간 손상을 유발한다. 

 

그리고 술은 혈전 예방 약물인 와파린의 대사에 영향을 미쳐서 출혈 위험성을 증가시키므로 금주해야 한다. 혐기성 세균을 치료하는 항균제인 메트로니다졸은 반드시 금주가 필요한 약물이다. 술과 함께 복용 시 메스꺼움, 위경련, 구토, 두통 등 알코올 부작용(디설피람양 작용)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치료제로 사용하는 알렌드론산 성분은 의약품 설명서에 심지어 광천수, 보리차조차 이 약의 흡수를 저하시킨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모든 약물과 음료수와의 상호작용, 모든 잠재적 유익성과 위험성을 파악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기에 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금주하고, 물 이외의 음료수는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말이지 음료수를 먹고 싶다면 약과 동시에 먹지 말고, 약물 복용 2시간 전이나 2시간 후에 마시도록 하자. 그것이 약물과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약은 충분한 양의 물(약 200mL)과 함께 복용하자. 다시 말하지만 커피, 콜라, 과일주스, 우유, 유제품 등 다른 음료수와 동시 복용을 피하고, 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술을 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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