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서 향후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으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인데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의 경우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산업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주요 경제기관들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5~1.0%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삼고 금융·외환, 통상, 산업 등 3대 분야를 점검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한편 양국 협력 채널을 가동해 정책 기조 및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역사상 최강의 미국 우선주의 내세운 트럼프 당선으로 관세전쟁 본격화
10~20% 보편적 관세 부과 시 한국 수출 위협···한국 경제 변곡점 오나?
IRA 전면 폐지로 대다수 업종 ‘우려’···이차전지·재생에너지 전망 어두워
달러 강세에 고환율·고물가 재현···1기보다 산업경쟁 격화···산업별 희비 엇갈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1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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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보편적 관세 부과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중국에는 최대 6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들에도 10~2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는 무역 및 기술 경쟁, 자국산업 역량강화 및 국가안보를 위한 정책들을 강화할 수 있고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분리를 추진하기 위해 중국의 최혜국 대우 지위 철회, 대중 관세 인상, 필수품 수입 단계적 폐지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율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입장에서 8번째로 무역 적자가 큰 국가인 만큼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2018년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미 FTA 개정을 추진할 수도 있고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한 보조금 축소 우려도 적지 않다.
수출 타격 시 성장률 0.5~1.0%↓
미국 수출이 타격 받을 경우 한국 경제 성장률도 하락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예상했고 내년에도 2% 안팎을 전망하고 있는데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집권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7년 3.4%에서 2018년 3.2%, 2019년 2.3%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0.7%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주요 경제기관들은 실질 GDP가 0.5~1.0%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이 62조 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어 GDP는 최대 0.67%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관세 전쟁이 확산되면 우리나라 수출이 142억6000만 달러에서 347억4000만 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고 경제성장률은 0.5∼1.1%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거 기간 중 공약했던 보편적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컨트롤 타워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맡는다. 금융·외환, 통상, 산업은 각각 거시경제금융회의, 글로벌 통상전략회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 별도 회의체를 가동해 상황별 대응계획을 마련한다.
통상 정책의 경우 현안별로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미국과의 협력 채널을 가동해 소통을 이어가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중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도 금융·외환 시장으로 넓힌다. 미국 대선 전후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상황별 대응 계획을 세우고 적기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우리 경제에 번지는 대미 통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도 힘을 모은다. 정부는 통상 리스크가 산재한 만큼 업종별로 촘촘한 방안 마련을 논의할 방침이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주요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세부 이슈별 대응 방안도 수립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이 상이한 만큼 면밀한 분석을 통해 업종별 ‘핀셋’ 대응에 나서려는 것이다.
이차전지·재생에너지 위축
대다수 업종에서 불안감이 감지된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주요 정책은 전면 폐지까지 거론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정조준했다. IRA를 통해 지원을 받던 이차전지와 재생에너지 업종은 전망이 어두워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이미 상황이 어려웠던 이차전지 업종은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연료 채굴 강화, 전략비축유 재축적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종 역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다만 실제로 IRA가 폐지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IRA 전면 폐기보다는 공화당 내 당론을 고려해 부분적 개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공화당 강세 주에서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IRA 전면 폐기로 인한 투자 위축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IRA 등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지속될지, 원점으로 돌아갈지, 수정에 그칠지조차 예측이 어렵다.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1월 6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한 뒤 멜라니아 여사와 미소 짓고 있다. 왼쪽은 며느리 라라 트럼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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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계 제로, 조선업 청신호
자동차 산업은 ‘시제 제로’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IRA 수혜가 컸던 전기차의 추락도 동시에 예견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내연기관차 금지에 대한 폐지를 발표했다. 여기에 기업 평균연비 규제(CAFE)도 없애 내연기관차에 힘을 싣는다.
다만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자국 내 자동차 산업을 지원사격하기 위한 정책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보편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높아질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기존 관세율에 10~20%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동차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IRA로 인해 막대한 지원이 이어졌던 친환경차 보조금도 지급 요건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업종이 불확실성에 직면했지만, 조선업종은 트럼프의 승리로 인해 청신호가 켜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지난 11월 7일 통화에서 한미 간 조선업에 대한 협력을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업을 특별히 시사한 이유에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한국의 도움을 빌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조선업은 높은 인건비 등으로 쇠퇴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견제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미 간 조선업 협력으로 선박 정비·수리·운영(MRO)뿐만 아니라 함정 건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관세·환율 우려 높아지는데···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관세장벽 강화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강화가 한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 간 산업정책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강달러 인플레이션이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11월 7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보여준 정책기조를 보면 관세 부과 강화, 불법 이민자 추방, 감세 등으로, 모두 미국 물가를 끌어올리고, 강달러를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미국의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이는 한국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환율 강세가 금리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사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트럼프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부과, 재정정책 감세, 불법이민 차단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으면 금리 인하의 여력 자체가 약화되고 달러의 강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원화 약세로 이어져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가 강해지면 우리나라 환율은 절하돼 물가에 압박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주된 1차 타깃은 중국일테니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뭔가를 찾지 못하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1기 때보다 산업경쟁 격화
‘아메리칸 퍼스트’를 추구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첫 대통령으로 집권 당시 자국을 우선으로 한 예측 불가능한 정책 기조를 보인 바 있다. 외교와 안보, 경제, 통상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집권 2기에는 1기 때보다 국가 간 산업정책 경쟁이 더 치열해진 만큼 중국 견제에 따른 리스크가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수 있다.
하준경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관계성이 중요한데, 한국이나 대만에서 생산하는 것을 미국에서 하라는 압박도 강해질 것”이라며 “바이든의 보조금 정책과 달리 트럼프는 관세를 올리면 미국에 와서 생산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힘들어지면 미국 수출에 있어 우리나라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세계시장의 경쟁이 강화될 것이라는 측면도 있다.
졍영식 실장은 “미국이 대중국 관세부과나 기술과 관련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대미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제품이 경합되는 부분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중국이 세계시장으로 나와 세계시장의 경쟁이 커지는 부분이 있다. 이는 부정적인 측면이다”라고 설명했다.
보호주의 무역과 친환경 정책 완화 기조는 산업별로 각기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업은 화석 연료로 회귀하면서 LNG, LPG 운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건설업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추진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지만 수요가 커지고 있는 중동시장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이차전지는 관세 인상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제 혜택 감소로 가격 경쟁력을 낮출 전망이다. 농식품 산업 역시 보편관세 정책으로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나온다.
정영식 실장은 “트럼프가 전기차나 친환경 배터리, 이차전지 보조금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말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수출이나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원전이나 전통적인 산업들에 대한 부분들은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해 우리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