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과 함께 돌아온 이문세 노련한 인터뷰

“나는 사랑이란 테마를 음악으로 가장 잘 표현한 아티스트”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11/22 [15:07]

신곡과 함께 돌아온 이문세 노련한 인터뷰

“나는 사랑이란 테마를 음악으로 가장 잘 표현한 아티스트”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11/22 [15:07]

“노래 한 곡 부른 거 같은데/나는 무대 위에 혼자 서 있네/한숨 한 번 쉰 거 같은데/내 머리 위엔 하얀 눈이 쌓여 있네/사랑 한 번은 해봤으니까/내 인생 밑지지는 않았나 보다/박수 한 번은 받아봤으니까/내 인생 끝이어도 난 좋아”(<마이 블루스> 중에서) 가수 이문세(65)에게 무대는 곧 인생의 은유다. “다시 켜질 무대 위 상상하는데”(15집 수록곡 <무대> 중에서), “쇳덩이 같고 큰 굴레 밖에서/며칠 걷고 싶은 것뿐이야“(16집 수록곡 <프리 마이 마인드(Free my mind)> 중에서)에 이어 17집 선공개 곡으로 11월 13일 발매한 <마이 블루스>도 같은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이문세가 작사·작곡한 <마이 블루스>는 목가적인 일상과 무대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이문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공개 곡엔 일상과 무대의 삶 사이 균형 잡는 이문세표 진솔한 이야기 담겨

“언젠가 못하게 될지언정 ‘이제 마지막이야’라는 말 남기진 않았으면 좋겠다”

 

“비(정지훈)처럼 춤 추고 싶다는 로망···막상 하면 ‘버겁구나 왜 그랬니’ 후회”

라디오 마이크 다시 잡은 지 6개월···날마다 너무 행복하지만 또 너무 힘들다“

 

▲ 가수 이문세가 11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열일곱 번째 정규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문세가 신곡 <마이 블루스>와 함께 내놓은 곡으로, 역시 17집에 실리는 <이별에도 사랑이> 뮤직 비디오는 심지어 배경이 공연장 안 무대다.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를 바라보는 이문세의 표정, 눈빛은 다양한 함의를 머금고 있다. 연인과 이별을 넘어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이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팝발라드다.

 

내년 발매 예정인 17집의 분위기와 방향성은 지난해 12월 선공개된 <웜 이스 베터 댄 핫(Warm is better than hot)>에서 이미 예고했다. 뜨거운 것도 좋지만, 따뜻한 온기가 더 좋다는 뭉근함, ‘설렘보다는 편안함’이라는 관조. 그래서 거장으로부터 나오는 중용(中庸)의 미학이 우리에게도 자연스럽게 깃든다.

 

다음은 이문세 덕분에 데뷔한 MC 박경림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박경림은 ‘별밤지기’ 이문세가 진행했던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밤캠프’를 통해 눈에 띄어 연예계에 입문했다.

 

-정규 17집 발매 예정인데 이번엔 두 곡만 공개했다. 그럼 17집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나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 공개하는 두 곡 포함해서 세 곡을 공개했는데도. 사실 이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엄청나다. 예전엔 뭣도 모르고 음악을 만들고, 씩씩하게 해왔는데 이제는 좀 더 면밀하게 세심하게 분석한다. 또 완성한 시기엔 ‘이런 음악이 맞나’라는 생각으로 꽉 차 있으니까, 예전에 비해서 새 음악을 만들기가 녹록지 않다. 그래서 더뎌지고 늦춰지는 건데, 빨리 해야 좋을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문세라는 이름을 증명해야 된다’는 그 무게감이 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 것 같은데, 또 팬들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

 

▲지난 열여섯 장의 앨범을 어떻게 내왔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까만득한 옛날 얘기지만 1집을 냈을 때 ‘나는 앨범 17장, 20장을 내는 가수가 되고 말 테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주어진 시기에, 주어진 환경에, 주어진 좋은 음악들을 그때그때 만들어서 낸 게 차곡차곡 겹겹이 쌓여 열여섯 번째 앨범에 이르게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열일곱 번째 앨범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켜켜이 쌓아나가서 몇 곡이 완성돼야 17집 앨범을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지난 선공개곡 <웜 이스 베터 댄 핫>에 이어 헨(HEN·최은혜)이 참여한 곡이다.

 

▲헨은 최근 만난 뮤지션 가운데 가장 천재성이 곁들여지는 음악인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트렌디하면서도 고전적인 것을 놓지 않는, 현대와 과거를 묘하게 넘나드는 멜로디 진행과 노랫말로 나의 마음을 먼저 움직였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선택했다. 너무 멋있는 뮤지션이다.

 

나는 처음에 드라마 OST로 만났다. 헨은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에서 음악을 담당했다. 무심히 음악을 듣다가 ‘도대체 누가 쓴 멜로디일까? 이렇게 덤덤하게 그리고 힘 하나도 주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기 다 하고 정말 대범하고 깜짝 놀랄 만한 뮤지션이 나타났네’ 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내게 준 곡도 사실은 누가 만들어준 곡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만든 작곡가가 헨이었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곡도 너무 좋고 뮤직 비디오 속 윤계상의 연기도 너무 멋졌다. 이 계절과도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다.

 

▲사실 이렇게 100여 명이 함께 모여서 음악을 듣게 되면 객관적이 되는데, 1대 1로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주관적인 생각과 내 평가가 나오지 않겠나? 나의 예전 음악들을 쭉 돌이켜보면, <옛사랑>이 담겨져 있었던 7집 앨범에 있었는데, 객관적으로 타이틀곡이 다른 곡(<가을이 가도>)이었다. <옛사랑> 같은 곡은 그냥 나 혼자 듣고 싶은 음악이었고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후크 같은 게 없는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갖춰진 곡이 아니었다. 그냥 독백하듯이 하는 곡이다.

 

그런 맥락으로 따졌을 때는, <옛사랑>과는 또 다른 결이지만 <이별에도 사랑이>는 ‘다 같이 합창합시다’ 하는 곡은 아니다. 혼자 조용히 ‘사랑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며 내게 찾아왔던 그 수많았던 사람들을 끝내거나 돌려보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를 되새겨 보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마무리엔 ‘이별이 오히려 고마웠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마이 블루스>는 직접 작사·작곡을 한 노래다.

 

▲내가 늘 친구나 가족들 또는 후배들에게 항상 사석에서 하는 얘기는 ‘잘 놀다 잘 가자’다. 이 말엔 정말 여러 가지가 함축돼 있다. 잘 살기가 참 쉽지 않은 세상이다. 시간도 아껴 써야 되고 하루하루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다. 젊은이들에게 약간의 충고와 또는 용기와 위안을 주고 싶었던 선배가 ‘이렇게 살아가고 이렇게 지금 흘러가고 있어, 근데 누구나 다 올 수 있는 길이니까 대비하면서 잘 살렴’이라고 하는 격려의 글이다.

 

-최근 가왕 조용필이 정규 20집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조용필의 컴백에 비추어 ‘이문세가 걸어온 길’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을 것 같다.

 

▲17집을 준비하는 가수로서의 소회를 굳이 밝히자면···마이크 잡고 대중들 앞에서 노래한 지 40년이 넘었다. 그 얘기는 중간에 힘든 과정도 있었고, 넘어야 할 강과 산과 무릉도원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40년 이상 박수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외면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마이크를 잡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대중을 의식하고 만들었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론 ‘히트곡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이 음악이 과연 먹힐까 안 먹힐까’ ‘트렌디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은 적어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문세가 던지고 싶은 음악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면 고맙지만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래서 16집까지를 돌아보면 회자되는 음반이 몇 장 정도밖에 안 된다. 히트곡이 (한 장에) 몰려 있거나 몇 장은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또 어떤 곡은 그냥 이문세의 작품 발표회려니 생각하는, 점수를 낮게 받는 앨범도 없지 않아 있다.

 

‘이제 별 반응이 없으니까 그만할 테야’가 될 수 있지만 내가 마이크를 잡고 박수를 받았던 그 원동력은 음반만이 아니라 공연에서도 힘과 에너지를 얻었고 전반적으로 음악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제가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니었나 싶다.

 

-사랑이 계속 반복되는 주제인데, 그것에 대한 생각도 계속 변했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과 같은 존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과 사랑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살면서 섭취해야 될 물과 우리가 살면서 또 섭취해야 될 우리 정서는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의 주제는 무한대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사랑엔 옅은 사랑도 있고 깊은 사랑도 있고 다양한 사랑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런 사랑을 주제로 한 테마를 가장 적절하게 잘 표현하면서 음악 활동을 해왔던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곱고 맑은 감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음악 하는 사람은 단순한 삶을 살아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부업이나 사업을 하지 않았다. 여기 가서 계산하고 ‘뭐가 잘못됐잖아. 이거 지출 전표 다시 떼고 부가가치세’라고 그러면… 그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다. 그냥 정말로 음악만 하는 단순한 나의 사고, 생각 그런 것들이 40년 이상 마이크를 잡게 했던 게 아닐까 한다. 나는 또 이완과 집중을 비교적 잘 지킨다. 이완할 때는 농사도 짓고 시골의 친구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온전하게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그렇게 산다. 그게 또 나의 자연스러운 삶이고. 그게 너무 행복하다. 

 

그러다가 공연이 임박했다거나 앨범을 만들어야 될 때는 누구 못지않게 집중해서 기타를 잡고 노래 연습을 한다. 그때도 행복하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나의 일이 있다’는 것에 단순화하면서 사는 게 내 나름대로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콘서트에서 만만치 않은 춤 실력도 뽐내던데.

 

▲또 하나 욕심이 있다. 내가 춤만 잘 췄으면 17집 타이틀곡은 댄스곡으로 가서 60대 중반에 그냥 비(정지훈)처럼 추고 싶은 게 나의 꿈이고 로망인데 말이다. 문제는 한 곡은 내가 어떻게든지 해볼 요량이 있지만 그 다음에 발라드 할 때의 숨차오름이라든가 ‘버겁구나 왜 그랬니’ 후회가 계속 밀려들 것 같아서. 다만 공연에서 관객들이 지루하면 안 되니까 신나게 춤을 춘다. 무대를 열 때는 가급적이면 물랑루즈 쇼처럼 해야 되기 때문에 추하지만 율동이 들어간다. 그다음부터는 차분하게 다시 내가 하고 싶은 그런 공연의 틀로 들어간다.

 

-정규 16집을 내고 나이듦에 대해 고민할 만한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한다. 안식년도 가졌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를 되돌아봤을 때 ‘대중들한테 박수 한 번은 크게 받아 봤으니까 내가 밑질 건 없었네’ ‘사랑 한번 진하게 해봤으니까 나는 뭐 여한이 없네’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소유의 가치와 또는 존재의 가치 두 가지가 병행을 한다고 한다. 소유의 가치, 존재의 가치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둘 것이냐는, 사람마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존재 가치가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별이 빛나는 밤에>를 했을 때 수많은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왔고 수많은 클럽에서 돈을 많이 줄 테니 노래 좀 해달라고 하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다 뿌리쳤다. 왜냐하면, 나는 별밤지기이기 때문이었다. 별밤지기는 적어도 기본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가 만들어야 된다. 그 존재의 가치를 더 크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음악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내가 폼 잡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살아보니 진짜 인생이 그렇더라 거기에 대한 준비 좀 하면서 살까 하는 것이다.

 

-‘씨어터 이문세’ 브랜드 공연이 시즌을 거듭해 롱런을 하고 있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공연에서 정말 다부진 몸매도 인상적이었다.

 

▲기획과 구성과 기획력 또 마케팅 이런 것들이 절대적이고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즌 4를 하면서 시즌 1부터 4까지 한 번도 겹치는 구성이 없었고. 무대도 그렇고 연출도 그렇고 새로운 작품을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 갔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어진 환경에서 그냥 내 노래만 최선을 다해서 불렀을 뿐이고 그 외에 밴드, 뮤지컬 팀, 음향, 조명, 각종 무대 디자인 이런 분들이 유닛으로 각자의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스태프가 다 모여서 붙들어서 만들어 가니까 안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덧붙여서 ‘이문세는 그러면 노래라도 잘해라’, 몸짓이나 진행을 책임져야 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내 몸 관리를 하는 것이다. 몸 관리가 제대로 돼야 노래를 온전하게 할 수 있고. 춤은 내가 비보다 못 추지만 체력에 대한 안배 같은 것은  후배들한테 방향을 제시하는 선배여야 되니까 나름대로 루틴을 갖고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나는 특별한 계획이 없는 뮤지션이다. 주어진 것, 스케줄에 그때그때마다 최선을 다해왔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이를테면 ‘오늘 기자간담회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좋겠네’ ‘그럼 내일은 라디오 하나 있고 또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뗄 게 하나 있고’ 이런 잔일도 나한테는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충실히 해나가는 게 계획이다. 내년까지 차 있는 공연은 내가 해야 될 숙제들이다.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를 통해 라디오 복귀를 했다. DJ를 맡은 소감과 왜 라디오에 복귀했는지도 궁금하다.

 

▲이문세라는 이름과 라디오라는 세 글자는 친근감 있게 빼놓을 수 없는 함수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나는 라디오를 통해서 성장했고 라디오를 통해서 꽃을 피웠고 수많은 청취자와의 교감을 통해서 지금도 박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공연하고 여행도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 라디오를 그만둔 지 13년 정도가 됐다. 그 동안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라디오는 근데 복귀를 할 생각이십니까?’ ‘언제 라디오 친정으로 다시 복귀 합니까’라고. 그러면 나는 ‘언젠가 돌아갑니다’라고 했다. 나는 고향의 정서를 TV 프로그램보다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느낀디. 라디오를 통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라디오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과감하게 라디오로 복귀한 것이고. 

 

지금 한 6개월 정도 됐는데 매일매일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매일매일 너무 힘들다. 1시간짜리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1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스태프가 2시간 이상씩 매일 회의를 한다. 라디오에 목숨 걸고 집착하지 않아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복귀하면서 마음 자세가 좀 달라졌다. 더 사랑스럽고 더 귀하고 더 잘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까 욕심이 나서 더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예전 이문세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그런 욕심은 전혀 부리고 싶지 않지만 ‘라디오의 정서는 아직 남아있구나’ 정도의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

 

-‘조용필 은퇴 공연은 안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사실 가수 이문세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은퇴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마이 블루스> 가사에 이문세를 대입해 보니까 울컥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 이 노래를 작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대부분 관객이 공연에서 나를 만나고 돌아가시면서 악수라도 한 번 하면 ‘앞으로 30년은 끄떡없겠어요’라는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20년은 끄떡없겠어요’ 또는 ‘앞으로 10년만 더 열심히 해주세요’라고 점점 숫자가 줄어든다. 나는 진짜 한 20년 끄떡없이 할 생각인데 ‘파이팅 하시고 10년은 문제 없으시죠’ 이러시니까···. 10년이면 70대 중반도 안 됐는데 말이다, 하하.

 

그런데 또 음악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것을 잠시 잊고 살았던 것인가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은퇴를 한다고 하면 내가 막 가슴이 아픈 것이다. 나도 그 수순을 밟아야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은퇴 공연을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내가 개인적으로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왜냐면, 은퇴라는 것 자체는 쓸쓸히 퇴장한다는 얘기 아닌가. ‘지금까지를 추억으로 생각하시고 저는 이제 퇴장하겠습니다’인데 뮤지션, 아티스트한테 퇴장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걸어 나올 수 없으면 휠체어를 타고라도 나와서 인사말이라도 하고 그렇게 인사만 하고 들어가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객석에 단 한 사람이라도 앉아 있다면, 그분을 위해서 마이크를 잡아야 되는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은퇴 공연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에 대한 약속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음악에는 유통기한이 없듯이 새 앨범을 내는 것도 어느 기간이 꼭 필요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7집을 준비하고 중간에 중간에 이렇게 음원을 발표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년 여름쯤에는 좀 더 활기차고 더위를 잊힐 만한 그런 곡들이 또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어쨌든 집이 완성돼 꼭꼭 다 차서 ‘새로운 앨범이 이제 만들어졌습니다’ 하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공연도 하면서 음악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그때 다시 한번 짠하고 노래를 들고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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