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년 차의 생기와 신인 같지 않은 노련함으로 첫사랑 인물 살아 숨 쉬게 해
“‘여름’ 캐릭터 매력적···지금 내 나이에 딱 맞는 이야기였기에 주저 없이 선택”
▲ 배우 노윤서. 데뷔 3년 차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생기와 데뷔 3년 차 같지 않은 노련함으로 첫사랑에 빠진 ‘여름’을 살아 숨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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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가 내가 좋아하는 그 영화들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배우 노윤서(24)에게 ‘멜로 영화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정말 좋아한다”며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작품 두 편을 꼽았다. 전지현과 차태현이 주연한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손예진·조승우의 2003년 영화 <클래식>이다. 두 영화는 2000년대 한국 로맨스를 대표하는 영화들이다.
노윤서는 “숨김 없이 솔직하고, 캐릭터가 매력이 있으며, 각기 다른 특색이 있어서 이 시대 로맨스 영화를 유독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절 감성이 살아 있는 이런 영화처럼 <청설>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은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청설>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노윤서가 말한 ‘솔직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으며, 특색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노윤서 역시 데뷔 3년 차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생기와 데뷔 3년 차 같지 않은 노련함으로 첫사랑에 빠진 ‘여름’을 살아 숨쉬게 한다.
조선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홍경·김민주와 함께한 <청설>은 우연히 만난 두 청춘 여름과 용준의 사랑을 담았다. 수영장에 도시락 배달을 갔다가 우연히 여름을 본 용준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고, 수어로 소통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여름에게 다가간다. 여름은 진지하고 순수하게 마음을 내보이는 용준을 보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영선수인 동생 가을이 올림픽에 나가는 게 자신의 꿈이기도 한 여름은, 용준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가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용준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청설>은 최근 한 해에 한 편도 보기 힘든 멜로물. 여름을 배경으로 청춘의 사랑을 그린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지만 거의 모든 대사가 수어로 담겨 있고, 두 주인공이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이 서두름 없이 담겨 있다는 건 이 작품만의 매력이다. 노윤서는 “용준이 순진하고 예쁘게, 그러면서도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마음이나 그 마음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여름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며 “지금 내 나이에 딱 맞는 이야기였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선 용준 캐릭터가 굉장히 발랄하다. 홍경 배우도 그런 느낌으로 연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하더라. 순수해 보이고 귀여웠다. 놀랍기도 했고. 홍경 배우 연기를 보면서 나 역시 연기를 더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었고, 그게 이 영화의 특색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노윤서 말처럼 <청설>은 2009년에 나온 동명 대만 영화가 원작이다. 노윤서는 당연히 원작을 찾아봤다고 했다. 아름답고 여운 있는 작품이었으나 원작 주인공의 연기를 이번 작품에 빌려온다거나 참고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차별화를 하려 한 것도 아니다. 원작은 원작 그대로 두고, 새 시나리오에 맞는 연기를 하려고 했다. “어쨌든 다르다. 배경도 다르고, 연기하는 사람도 다르다. 그럼 완전히 달라지는 거라고 본다. 나만의 연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차별화될 거라고 판단했다. 대본에 집중하면 되는 일이었다.”
<청설>엔 도전 과제 하나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사 대부분이 수어로 돼 있기 때문에 수어를 최대한 편하고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노윤서와 홍경·김민주는 촬영 전 3개월간 수어를 배웠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함께 모여 수어 공부를 하면서 대사를 익혀야 했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기에 아직 연기 경력이 오래 되지 않은 노윤서에게도 부담스러운 숙제였다. 다만 그는 “배워가는 게 재밌었고, 어설프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움으로써 연기에 득이 된 게 더 많았다”고 했다.
“공부가 끝나고, 촬영장 뒤에서도 배우들과 함께 수어로 장난을 칠 정도로 즐겁게 익혔다. 수어는 단순히 손으로 표현하는 언어가 아니다. 함축적인 데다 작은 손짓 변화에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다. 표정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이 될 수도 있다. 표현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연기에 오히려 더 도움이 많이 됐다.”
노윤서는 수어가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수어로 대화하려면 상대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에게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다 보니까 캐릭터에 빠져들게 되더라.”
상대 배우 홍경은 노윤서에 대해 “슈퍼 커리어를 쌓고 있는 배우”라고 했다. 그 말이 과언이 아닌 게 노윤서는 2022년 데뷔하자마자 굵직한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한국 최고 배우들과 함께 해왔다. 데뷔작이 이병헌·김우빈·차승원·이정은·한지민·엄정화·김혜자·고두심 등이 나온 2022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였고, 다음 작품인 2023년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선 전도연과 호흡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선 김윤석과 부녀 연기를 펼쳤다.
노윤서는 “사실은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매사 감사하자고 되뇐다”고 했다.
“내가 그 대단한 선배님들과 함께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실감이 안 나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나의 연기를 본의 아니게 다시 볼 때가 있는데, 그러면 또 내가 저런 작품에서 저런 연기를 했다는 게 와닿았다. 아마 <청설>도 그럴 것이다. 내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나온다는 게 참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청설>을 다시 보게 되면 나의 첫 영화라는 실감이 딱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연기를 더 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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