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그 후 국내 유동자금 일제히 미국 대이동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11/22 [16:05]

트럼프 당선 그 후 국내 유동자금 일제히 미국 대이동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11/22 [16:05]

시중은행 달러예금·달러보험 판매 늘어···미국 주식·코인 투자 폭증

코스피 3분기 누적영업익 156조 역대 최대···1만 원 팔아 538원 남겨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월 13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달러로 향하는 빅머니

 

최근 국내 시중 유동자금이 일제히 미국 달러화와 투자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달러와 증시, 비트코인 등이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11월 8일 기준 628억6700만 달러 규모로 나타났다. 지난달 10월 말   606억7800만 달러 대비 3.6%(21억8900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달러예금은 지난 10월 32억1800만 달러, 4조 원 넘게 빠져나간 바 있다. 지난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급등하면서 개인과 법인의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들어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섰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예금이 다시 불어나는 모습이다.

 

은행에서 파는 보험(방카슈랑스) 채널에서도 달러보험 판매가 급증세를 보인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보험은 올해 3분기까지 7617억 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실적인 5679억 원을 넘어선 규모다. 달러보험은 현재 금리로 미래 수익을 확정하는데 앞으로 달러 가치 상승에 대한 환차익 기대감이 반영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1월 14일 587조6455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597조7543억 원에서 10조1088억 원 빠진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 예금보다 이자율이 낮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기성 자금을 말한다. 이달 들어 10조 원 넘게 급감한 것은 예금주들이 돈을 빼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6179억 원으로 10월 말보다 7522억 원 늘었다. 적금 잔액은 38조1305억 원으로 10월 말보다 7871억 원 줄었다. 금리가 내려가는 적금 상품에서 돈을 빼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이용하며 강세를 보이는 미국 주식과 코인 등에 투자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의 규모는 100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1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총 1000억7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시장도 가열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11월 13일 기준 24시간 총거래 대금은 34조6000억 원으로 같은 날 코스피·코스닥의 거래량 합산액을 넘어섰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는 하루 거래액이 25조 원 규모에 달했다.

 

◆코스피 상장법인 3분기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줄었고,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 역시 부진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4분기와 내년에도 뚜렷한 이익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법인들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5% 증가한 155조646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에 비해 0.34% 감소한 53조4474억 원으로, 둔화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7조8777억 원으로, 전년 동기(8조4000억 원) 대비 6.22% 감소했다. 코스닥 상장사 5곳 중 2곳은 적자였다.

 

하나증권 이재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4분기 실적은 기업들의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3분기 보다 낮게 형성이 되는데, 4분기 실적보다 2025년 이익 추정치가 훨씬 중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출 데이터 등을 보면 좋아지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높아진 환율만 본다면 수출 기업에 나쁘지 않겠지만 환율이 이렇게 높게 형성된 이유를 들여다 보면 한국기업에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는 매년 10월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부진 이유는 실적 수준의 계절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크게 움직이지 않던 실적 전망이 3분기에 실적이 예상보다 못하다는 시그널을 받고, 4분기와 다음해 실적 전망까지 하향 조정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년 실적 전망에 대한 부분들“이라고 내다봤다. 또 “시장이 내년 실적에 대한 시장의 가이던스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장이 그래도 최근 들어 반등 시도를 하고 있는 이유는 실적이 불안하고 업황이 불안하지만 벨류에이션 가격대가 워낙 낮아져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발 실적 불안까지 상당 부분 선반영됐기 때문에 반등 시도를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변수의 성격이 꽃길을 걷는 느낌이었다면 하반기 이후부터 내년까지는 비탈길, 자갈밭, 지뢰밭 같은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 한국 수출 성장률이 아무리 인심을 써도 좋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막무가내식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적 눈높이 자체가 상당 부분 과잉 계상돼 계속해서 증시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며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까지도 계속 고민을 남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목 선정이든 투자든 의사 판단에 있어 실적 변수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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