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1월 15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파격’으로 압축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 창사 57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을 CEO 자리에 앉히는 등의 전례 없는 인사를 결정했다.
우선 현대차그룹 글로벌 최고 운영책임자(COO) 겸 북미·중남미 법인장인 호세 무뇨스(Jose Munoz)를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승진시켜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룹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CEO를 발탁한 것이다. 또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완성차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성 김(Sung Kim) 고문역도 사장으로 승진시킨 후 그룹 싱크탱크 수장 자리를 맡겼다.
정 회장은 앞서 실력이 있으면 국적과 나이, 성별과 관계없는 인사를 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사장단 인사를 두고 정 회장의 ‘성과 중심’ 인사 기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 사장단 인사는 ‘부회장, 외국인 CEO, 트럼프’ 3대 키워드로 요약
정의선 회장, ‘전문경영인 부회장’ 발탁…장재훈, 그룹 완성차 사업 총괄
현대차 CEO에 호세 무뇨스 선임···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 확대 집중
성 김 사장 임명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춘 현대차그룹의 발 빠른 대응
현대건설·현대트랜시스 CEO 전격 교체···기아·현대글로비스 CEO는 유임
실적 안 좋거나 60대인 계열사 CEO 교체···신상필벌·세대교체 인사 기조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 창사 57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을 CEO 자리에 앉히는 등의 전례 없는 인사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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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현대차그룹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는 ‘부회장, 외국인 CEO, 트럼프’라는 3대 키워드로 요약된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완성차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됐고, 호세 무뇨스 사장은 그룹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또 한국계 미국인인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는 그룹 싱크탱크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 속에 그룹 차원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성 김 현대차그룹 고문역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그룹 싱크탱크 수장 자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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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11월 15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수 년간 현대차의 최대 실적을 이끈 공로를 인정 받은 것으로, 정의선 회장의 장 사장에 대한 믿음을 반영한 인사로 불린다.
▲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완성차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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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말 윤여철 전 부회장이 퇴임한 이후 오너 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제외하고 별도로 부회장을 두지 않았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의 가신그룹으로 통했던 ‘부회장단’을 퇴진시키고, 이 과정에서 장 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발탁했다. 취임 이후 부회장이 아닌 사장단이 중심이 돼 그룹을 이끌어 왔던 것이다.
이번에 ‘장재훈 부회장’ 승진으로 ‘전문경영인 장재훈 체제’는 당분간 더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 부회장은 현대차의 완성차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돌파와 글로벌 판매 확대를 더 강화할 전망이다.
2025년 1월 1일자로 장 사장을 현대차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현대차그룹은 11월 15일 “완성차 사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장 부회장은 2020년 말 현대차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차의 다양한 리스크 확대 속에서도 제품과 기술 패러다임 변화을 이끌고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장 부회장 리더십을 통해 현대차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잇달아 달성했고, 동시에 인도 기업공개(IPO)도 성공시키며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
향후 장 부회장은 상품 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와 시너지 확보를 모색하고, 원가와 품질 혁신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 미래 경쟁력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CEO 무뇨스, 해외판매 더 키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됐다. 현대차 창사 이래 외국인 CEO 임명은 처음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 원칙이 외국인 경영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 사례라고 본다.
▲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최고 운영책임자(COO) 겸 북미·중남미 법인장인 호세 무뇨스(Jose Munoz)를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승진시켜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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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내년 1월 1일자로 신임 대표이사에 임명한다고 11월 15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판단 하에 현대차 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CEO로 내정됐다”며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출신의 무뇨스 사장은 토요타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 등을 거쳐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해 글로벌 COO 겸 북미·중남미 법인장을 맡았다.
무뇨스 사장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보다 북미시장 실적개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합류 이후 딜러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했다.
특히 그동안 가솔린 세단 중심이었던 현대차 북미 판매 라인업을 스포츠 실용차(SUV)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로 바꿨다. 이를 통해 2018년 68만 대였던 현대차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87만 대로 뛰었다.
단순히 판매량만 늘린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차종인 SUV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같은 기간 미국법인 매출은 15조2928억 원에서에서 40조8238억 원으로, 3301억 원 순손실은 2조7782억 원 순이익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무뇨스 사장은 2022년에는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아·중동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COO에 올랐고, 현대차 사내이사로도 활약하며 현대차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일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향후 전기차 중심의 글로벌 판매 확대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직면했지만 업계에선 전기차 시대는 필연적이라고 본다.
현대차그룹은 캐즘과 무관하게 전기차 전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전기차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현대차는 2030년 연간 판매 목표 555만 대 중 35% 수준인 200만 대를 전기차로 판매한다는 목표다.
떠나는 CEO, 남는 CEO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현대트랜시스·현대케피코 등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한 반면 기아·현대글로비스 같은 계열사 대표들은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는 실적이 좋지 않거나 60대 대표가 지휘하는 계열사 대표를 교체해 ‘신상필벌’, ‘세대교체’ 인사 기조를 이어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이 11월 15일 단행한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 변속기 제조 등을 맡는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대표가 교체됐다.
여수동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는 백철승 부사장(사업추진단장)을 내정했다. 백철승 부사장은 현대차 체코법인장 및 구매본부 주요 보직을 거쳐 2023년 현대트랜시스에 합류해 사업추진담당을 맡아 왔다.
백 부사장은 핵심 사업 추진을 위한 연속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노사관계 안정 등 주요 현안 해결 및 관리체계 내실화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현대트랜시스 대표 교체는 전형적인 세대교체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수동 대표는 지난 2019년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합병으로 출범한 현대트랜시스 초대 대표를 맡아 지난 5년간 회사를 이끈 인물이다. 5년간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끈 60대의 여 대표는 이제 50대 젊은 대표에게 사령탑 바통을 넘긴다.
현대건설과 현대케피코 등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계열사 대표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차그룹 산하의 엔진 부품 생산 계열사인 현대케피코의 유영종 대표가 퇴임하고, 이 자리에 오준동 상무(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를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오 부사장은 제조 기술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전동화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현대케피코 운영체계 고도화를 통해 자동차 부품 사업 최적화 및 전동화 중심 미래 신사업 전환에 주력한다.
현대건설에선 이한우 전무(주택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는다.
2020년 말 대표에 올라 4년간 회사를 이끈 윤영준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 부사장은 1994년 현대건설 입사 후, 전략기획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과 전략·기획 전문성을 갖췄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현대건설과 현대케피코 대표를 교체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전형적인 신상필벌 인사 기조로 꼽힌다.
그러나 최대 실적을 이어간 계열사들의 대표는 유임시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송호성 기아 사장이다. 송호성 사장은 2020년부터 기아의 최대 실적 흐름을 이어가며 기아의 지속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준영 기아 부사장(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로 자리를 옮긴 주우정 부사장(기아 재경본부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진단이다. 주우정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를 맡게 된다.
2022년 말 인사에서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맡은 이규복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말 현대위아 대표에 오른 정재욱 대표는 그대로 유임됐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를 맡은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임기를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지속 성장하는 계열사나 아직 대표로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계열사들은 대표를 유임 내지 승진시키며 또 한 번 기회를 줬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신상필벌과 세대교체 인사 기조를 적절히 조율하며 그룹 전반에 안정성과 역동성을 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
현대차그룹의 인사 원칙인 성과·능력주의는 계열사 이번 인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임기가 내년 3월 29일까지였지만, 이번에 유임되면서 임기가 다시 늘었다. 기아는 부가가치 높은 제품 구성으로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릴 정도로 ‘돈 벌 줄 아는 회사’가 됐다.
기아 재경본부장으로 살림을 담당하던 주우정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맡는다. 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이었던 오준동 상무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로 옮긴다. 주우정 사장 후임으로는 김승준 기아 경영관리실장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재경본부장과 경영관리실장을 겸직한다.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인 최준영 부사장과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부사장은 우수한 사업 실적과 조직 체질 개선 등의 공로로 각각 사장으로 승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