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들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당원 게시판 논란’이 쉽게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원 게시판은 실명 인증을 거친 당원만 글을 쓸 수 있는데, 작성자 이름이 성을 제외하고 익명 처리된다. 그러나 최근 전산 오류로 인해 작성자명을 검색하면 실명과 게시글이 그대로 노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친한계(친 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이 “실명 검색 자체가 옳지 않다”며 당무감사 가능성에 선을 긋자, 친윤계(친 윤석열계) 권성동 의원은 “우리 가족과 보좌진 중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진상규명을 재차 요구했다. 여의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용산 쪽과 친윤계가 ‘당원 게시판 논란’을 고리로 삼아 ‘한동훈 끌어내기’를 하려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당무 감사’를 둘러싼 친윤·친한 갈등이 이번에는 ‘엔드 게임(종반전)’이 될 수 있을까?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과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비방글 무더기로 올라와 ‘시끌’
친윤 김종혁 최고 “실명 검색 자체가 옳지 않다” 당무감사 가능성에 선 긋기
용산과 친윤, ‘당원 게시판 논란’ 고리로 ‘한동훈 끌어내기’ 한다는 소문 파다
장예찬 “개혁과 쇄신 요구하며 정작 가족 의혹 덮으려는 한동훈은 공정한가?”
홍준표 “한동훈 가족 동원됐다면 대표자 될 사람만 처벌하는 게 수사의 正道”
▲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들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당원 게시판 논란’이 쉽게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대표.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 게시판에 본인과 가족들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는 것과 관련 “없는 분란을 굳이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11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법률국에서 허위 사실에 법적 대응을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굉장히 중요한 여러 사안이 많다”며 “그런 상황에 없는 분란을 굳이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혁 “대통령 비판 잘못된 건가?”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월 20일 친윤계가 당원 게시판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의혹에 대한 당무감사를 촉구하는 것과 관련 “기본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와 가족들 이름으로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을 두고 “익명 게시판에서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게 잘못된 건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 대표와 가족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불거졌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당무감사와 수사 등을 통해 이번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한 대표를 비방한 유튜버를 고발하는 등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이번 의혹에 “없는 분란을 굳이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만 답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원 게시판에는 대통령과 여사뿐 아니라 한 대표, 심지어 장동혁·김재원 최고위원이나 나 같은 사람들에 대한 비판글도 차고 넘친다”며 “익명 게시판이 그런 것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인데 대통령 비판글이 있었다고 해서 당무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능한 얘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무감사는 당직자나 국회의원 등 당에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일반 당원들이 댓글을 달았다고 그걸 어떻게 당무감사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김 최고위원은 “익명으로 된 당원 게시판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특정 사람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끄집어냈는지도 상당히 의혹”이라며 “권성동 의원은 혹시 (당원 게시판에) 가족이나 이런 분이 들어가 있지 않나. 실명으로 검색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 자체가 옳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현재 누군가 고발을 해서 경찰 수사를 하고 있다. 위법행위가 있으면 경찰 수사에서 나올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논란에 대해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면서 공격하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당 대표를 공격하고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친한계, 줄기차게 당무감사 요구
하지만 권성동 의원은 이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최고위원이 의혹을 제기했다”며 “우리 가족과 보좌진 중에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싶다면 저와 관련해 당무감사를 해도 좋다”고 적었다.
친윤계인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당무감사를 요구하며 권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최고위원은 11월 18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이) 수사기관에서 밝혀지기 전에 우리 스스로 당무감사를 통해서 게시판 관리가 왜 잘못됐던 것인지 우리가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을 언급하며 “한동훈 대표가 말씀하신 ‘너희는 더 낫냐’고 하는 이 잣대로 우리는 국민의힘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원 게시판에 대한 문제 제기는 보통 사람의 양심과 상식에서 나온 문제 제기”라며 “왜 특정글은 삭제되고 왜 특정글은 삭제되지 않는지, 특정글은 언론에 대거 보도되고 왜 특정글은 그렇지 않은지, 언론과 당원 게시판이 같이 간 것은 아닌지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 대표께서 말한 ‘너희는 더 낫냐’ 이것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면서 우리 스스로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예찬 “한동훈 내로남불”
이런 가운데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연일 한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장 전 최고위원은 11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파괴범이라고 김경수 복권을 반대하던 한동훈 대표의 내로남불”이라며 글을 시작하며 “한동훈 대표 가족들이 당원 게시판에서 여론조작을 한 행위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드루킹을 방조한 김경수와, 가족의 여론조작 행위를 묵인하는 한동훈 대표는 뭐가 다른가”라며 다시 한번 한 대표를 저격했다.
또 한 대표가 검사 시절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된다, 걸리면 가야 된다”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고 꼬집은 뒤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는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 가족 의혹은 덮으려는 한동훈 대표는 지금 공정한가?”라고 거듭 물었다.
장 전 최고위원은 “범죄 혐의가 걸렸으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게 검사 한동훈의 신념 아니었냐”고 반문하며 한 대표의 검사 시절을 상기시켰다. 그리곤 “어쩌다 이렇게 비겁하고 무책임해졌는지, 검사 한동훈이 정치인 한동훈을 한심하게 여길 게 분명하다”고 힐난했다.
끝으로 그는 “이재명과 민주당을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한 대표 가족 의혹은 확실하게 털어내야 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장 전 최고위원이 11월 18일에는 한 대표의 딸 명의까지 여론조작에 이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한동훈 오늘도 한 가족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며 글을 적었다.
이어 “가족들이 했냐, 안 했냐? 이 간단한 대답을 못 하니 추가 증거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공개한 (한 대표의) 장인, 배우자, 장모, 모친이 전부가 아니었다. 딸 명의도 당원 게시판에서 여론조작을 일삼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공격했다. 한동훈 대표에 대한 노골적 찬양글도 다수다”라고 지적했다.
장 전 최고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국민의 힘 당원 게시판에 하루 글 작성 3개 제한 시스템이 생긴 9월 10일을 기준으로 그전에는 한 대표 장모 명의로 하루에 수십 개 이상 게시글이 작성되다가, 제한 시스템이 생긴 9월 10일 이후 장인, 배우자, 모친, 딸 명의가 당원 게시판에 갑자기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달 동안 딸 명의 게시글 152개. 딸이 글 올린 시간대, 마지막으로 글을 남기고 사라진 시간대는 나머지 가족과 1~2분 간격으로 동일하게 기록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모든 게 우연일 확률은 0%”라며 “결국 한동훈 대표의 가족 중 1인이 다른 가족 명의로 여론을 조작하고 당정 갈등을 일으킨 범인”이라고 설명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가족 중 1인을 한 대표의 배우자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맘카페 활동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하고, 양가 가족들의 인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몸통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장 전 최고위원은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나와도 계속 침묵하고 도망 다닐 거냐”고 쏘아붙이며 한 대표의 해명을 촉구했다.
홍준표 “본질은 욕설 비방의 비열함”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월 19일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 “한동훈 대표의 가족이 동원됐다면 가족 중 대표자가 될 만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수사의 정도”라고 짚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일가족 수사할 때 ‘가족 범죄는 대표인 조국 수사로 끝낼 일이지 부인, 딸, 조국 모두 전 가족을 수사해 가정을 풍비박산 내는 것은 가혹하지 않느냐’고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말했다가 어느 못된 후보가 그걸 ‘조국수홍’이라고 비난하면서 곤욕을 치른 일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 한동훈 일가 당원 게시판 욕설 사건도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모용으로 보지만 만약 한동훈 가족이 전부 동원됐다면 그 가족 중 대표자가 될 만한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 수사의 정도로 보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가족 범죄의 경우 가족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조국 일가 때나 한동훈 일가 때 나는 동일한 기준으로 말하는 건데 어느 못된 사람이 이걸 또 ‘동훈수홍’으로 몰아갈까 저어해서 한마디 해본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경고했다.
홍 시장은 11월 20일에도 친한계 의원들의 주장에 반박하며 ‘당원 게시판 논란의 본질’에 관해 얘기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게시판 논란의 본질은 누구라도 그런 말 할 수 있다가 아니다”고 적으며 친한계에서 “익명을 통해 누구라도 그런 말(비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견해를 내놓은 것에 대해 반박했다.
11월 19일 친한계 6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JTBC 유튜브에 출연해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한동훈 대표) 가족이 했다고 하자. 했다고 해도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친한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누군가가 (논란이) 꺼질까 봐 계속 지금 연료를 갖다 때고 있다”며 “어쨌든 이건 수사 절차를 통해 좀 더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이러한 친한계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당원 게시판 논란의 본질은 당대표 가족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숨어서 대통령 부부와 중진들을 욕설로 비방하는 비열함과 비겁함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당당하게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익명성 뒤에 숨어서 비열한 짓을 했는가가 비난의 요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게 해서 여론 조작하는 것은 명태균, 김경수, 드루킹과 다를 바 없다”며 “좀 당당하게 정치합시다. 할 말은 당당하게 하고 숨어서 쑥덕거리지 말고”라고 비꼬았다.
천하람 “강기훈 면직 왜 안 하나?”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1월 19일 대통령실이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된 강기훈 선임행정관을 면직시키지 않는 이유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 관련 담당자이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대체토론에서 “강 선임행정관은 음주운전을 했다. 당연히 대통령실에서 정리가 돼야 마땅한데 한 대표와 가족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문제를 대통령실 안에서 내부적으로 담당하는 실무 담당 격이라서 당장은 못 내보낸다는 제보까지 얘기가 나오는데 혹시 사실이냐”고 물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그런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천 의원은 “강 선임행정관은 ‘체리따봉’ 메시지에도 등장하고 한 대표가 말하는 김건희 여사 라인에도 들어가고, 음주운전까지 했는데 면직이 아직 안 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거취를 정리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고 오래 모셔왔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는 것 같은데 이분은 면직이나 사직해서 정리가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홍 정무수석은 “특정 행정관의 거취에 대해 답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행정관 이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서실장이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물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