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무차입 경영으로 재무구조가 단단하기로 유명했던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주요 상장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롯데그룹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롯데그룹 주식들이 휘청거렸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으며, 이는 유동성 위기와 관련된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된 루머는 증권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져나갔다. 이 루머에는 ‘모라토리엄 선언’과 대규모 인력 감축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러한 루머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루머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향후 대응과 시장 반응이 주목된다.
‘유동성 위기’ 루머 휩싸여 롯데쇼핑 등 핵심 상장사 주가 곤두박질
계열사들 재무구조 악화로 경영난 직면···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
격랑의 롯데, 강하고 빠르게 대응 “루머 유포자 수사의뢰 등 법적 조치”
롯데지수 “그룹의 총자산 139조 원으로 충분한 유동성 확보하고 있다”
▲ 재계 6위 롯데그룹이 위기설에 휩싸여 크게 휘청거렸다. 유동성 위기로 12월에 ‘모라토리엄 선언’을 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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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6위 롯데그룹이 위기설에 휩싸여 크게 휘청거렸다. 11월 셋째 주 주말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12월에 ‘모라토리엄 선언’을 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풍문의 영향으로 11월 18일 롯데그룹주들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시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롯데그룹은 최근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의 경영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석유화학 업황의 침체, 높은 차입금, 회사채 발행 문제,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악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향후 향후 롯데그룹의 대응이 주목된다.
내우외환 시달리는 롯데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루머와 관련한 속칭 ‘지라시(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적은 쪽지)’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정기 임원인사에서 쇄신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월 19일 재계에 따르면 11월 18일 오후 롯데지주와 롯데쇼핑·롯데케미칼은 최근 유포되고 있는 유동성 위기와 관한 지라시에 대해, “관련 루머는 사실 무근”이라고 공시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지라시는 차입금 39조 원, 올해 당기순이익 1조 원 등 유동성 위기를 겪는 롯데그룹이 12월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 50% 이상 감원 예상, 금융당국 예의주시 등의 풍문이 보태진 채 빠르게 유포됐다.
이 같은 지라시가 계속 유포되면서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11월 18일 롯데지주 주가의 종가는 2만55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6.59% 떨어졌고,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종가 역시 각각 5만8000원(6.60%), 6만5900원(10.22%)으로 하락세로 마감됐다. 직전 거래일인 15일과 이날 종가를 비교하면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은 3208억 원, 롯데지주는 1521억 원, 롯데쇼핑은 1160억 원 등 5889억 원이 증발된 셈이다.
실제로 유동성도 악화됐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100% 이하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는데, 롯데지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 100.3%에서 2023년 139.4%로 높아졌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133.81%를 기록하면서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100%를 넘기며 재무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롯데그룹의 두 축 중 하나인 롯데쇼핑의 부채비율도 높은 편이다. 3분기 말 기준 190.36%로 직전 분기 말(186.5%) 대비 약 4%포인트 늘어났다.
아울러 롯데그룹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들은 그룹의 재무 구조와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그룹은 약 39조 원의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부채 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등, 높은 부채 비율이 지속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다수의 회사채에서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가 발생했고, 이는 사채권자들과의 협의가 필요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는 롯데그룹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특히 금리 인상과 같은 외부 요인도 롯데그룹의 재정 건전성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요인이 그룹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기설 루머는 사실무근”
격랑에 휩싸인 롯데그룹은 강하고, 빠르게 대응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즉각 “수사의뢰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 루머는 사실무근“이라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롯데그룹은 올해도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 건설 등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롯데면세점(6월)·롯데케미칼(7월) 등 계열사들과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8월)가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이달부터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 등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지주 임원은 급여의 10~20%를,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은 급여의 10~30%를 각각 자진 반납한다.
올해 3분기 롯데지주 매출은 4조14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90억 원으로 같은 기간 25.9% 감소했다. 당기순손실 216억 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여기에 롯데그룹은 올해 롯데쇼핑의 e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과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롯데면세점 등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인력 운용에 변화를 준 바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11월 말 또는 12월 초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쇄신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임원 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롯데지주 ”자산 139조 유동성 충분“
롯데그룹은 그룹의 총 자산이 139조 원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 및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한다고 천명했다.
11월 21일 롯데지주는 설명 자료를 내고 “롯데그룹의 지난 10월 기준 총 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 원에 달한다”며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 10월 평가 기준 56조 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 원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롯데지주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가 발생해 사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한 조정에 나섰다.
지난 9월 30일 연결 기준으로 사채관리 계약상 유지해야 하는 재무비율 중 3개년 누적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롯데지주는 “2018년 이후 화학산업은 신규 증설 누적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급이 악화되고 중국의 자급률 향상에 따라 손익이 저하됐다”며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으로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차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공고 및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통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이번 현안에 대해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며,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 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 원 상당을 확보해 안정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 및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현금 유출이 수반되는 신규 및 경상 투자는 계획 조정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공장 가동 최적화 및 원가 절감을 위한 ‘Operational Excellence’ 프로젝트를 상반기 여수공장에 이어 하반기 대산공장까지 확대 운영 중이다.
또한 에셋라이트 전략 방향에 따라 저효율 사업 구조조정, 비핵심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한 바 있고, 해외 자회사 지분 활용을 통한 1조3000억 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라며 “이 가운데 6600억 원은 11월 초 이미 조달을 마쳤고, 잔여 6500억 원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열사들과 원활한 협의를 통해 안정적 경영을 유지하고, 필요 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이번 현안 관련해선 롯데지주 중심으로 주채권은행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롯데케미칼에 대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흔하지 않게 이익창출능력을 포함했지만 유동성 리스크가 고조될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롯데쇼핑 부채비율 180% 높은 건 사실”
한화투자증권 이진협 연구원은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을 통해서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됐다“며 “롯데 측은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해당 루머로 인해 11월 19일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 악화를 해소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롯데쇼핑 유동성 위기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해보자면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출범 후 3분기까지의 누적 적자 규모는 수조 원대가 아니라 5540억 원 규모“라며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다면, 롯데쇼핑 내 자금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쇼핑이 백화점, 마트, 홈쇼핑, 컬쳐웍스, 이커머스 등 사업부별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지만 대부분 인력 적체 해소를 통한 인건비 및 운영 효율화 작업이었고, 유동성 리스크 때문에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추정된다”며 “50% 이상의 인력 구조조정 역시 낭설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채비율이 180%에 육박할 정도로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CEO IR 데이에서 연결법인 자산(토지)재평가를 통해 재무비율 개선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며 “무엇보다 유동성 리스크가 있는 회사가 배당성향 상향(기존 30%→향후 35%), 중간배당 실시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된 밸류업 정책을 발표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