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우리는 왜 점점 더 많은 병을 얻게 되는 걸까?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최고의 의학 저널리스트 외르크 블레히는 유병장수 시대인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만병통치약은 바로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25년간 발로 뛰어 탐구한 몸에 관한 연구를 담아 책도 펴냈다. 그의 책은 생물학자, 인류학자, 의사, 교수 등을 직접 만나 얻은 최신 건강 정보와 사례 들을 집대성한 연구의 결정판으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블레히의 책은 얼마 전 한국어로도 출간됐다. 제목은 <운동 혁명>(웅진지식하우스).
블레히는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통념과는 달리, 인간 몸의 구조는 많은 부분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스스로 재생하고 회춘할 능력을 갖췄다고 말한다. 대부분 노화의 과정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질병은 간단한 생활 방식의 개선만으로도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간극은 우리가 몸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므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운동 혁명>을 바탕으로 당신의 노후 20년을 바꿀 처방을 간추려 소개한다.
우리 몸은 스스로 재생하고 회춘할 능력···생활방식만 바꿔도 질병 예방
의사는 기계공 관점으로 신체 분석···진화의학 ‘질병 왜 존재?’ 근본 질문
인간 몸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의 원인은 풍요롭고 편안한 생활에 기인
운동이 면역력 높이고, 심장 질환 예방하고, 염증 위험 낮추는 원리 이해를
매일 만 보 걷지 않더라도, 10분 남짓 운동해도 사망률 감소하고 몸 달라져
덜 먹고 더 움직이는 본질 작동 시급 “그러니 지금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라”
▲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최고의 의학 저널리스트 외르크 블레히. 그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결과들에 대해 경고하며 “지금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라! 움직이지 않으면 반드시 고장 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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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멋진 기계를 선물 받았는데 작동법을 제대로 모른다고 상상해 보자. 그래서 수명을 늘리기 위해 사용 빈도를 줄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 내연기관의 종류에 대해 제대로 설명받은 적이 없어서 무작정 불이 잘 붙는다는 고효율 연료로 탱크를 채운다면 어떨까. 알고 보니 그것이 기계의 엔진에 맞지 않는 연료였다면? 오히려 독이 되어 기계의 수명을 더 단축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제어센터가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잊은 채, 오래된 하드웨어에 실망해 새 소프트웨어 설치까지 미룬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이 기계는 다름 아닌 우리의 몸이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경이로운 수단이다. 그런데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이것을 잘못 ‘작동’시키곤 한다. 한 예로, 관절은 아낄 필요가 없다. 활동할수록 오히려 기능이 왕성해진다. 또 장은 혼자서 음식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 억, 수 조 개의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서 소화를 담당한다. 때문에 장 건강을 위해서는 박테리아를 관리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면 마음은 노년기에도 활력과 민첩성을 유지할 수 있다.”
독일의 생화학자이자 최고의 의학 저널리스트 외르크 블레히는 자신의 책 <운동 혁명>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의 신체는 시간순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변한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통념과는 달리, 우리 몸의 구조는 많은 부분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스스로 재생하고 회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억력 감퇴, 관절의 퇴화, 신진대사의 저하 등 우리가 노화의 과정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질병은 간단한 생활 방식의 개선만으로도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몸을 너무나 많이 오해하며 몸이 고장 난 뒤에야 의사의 처방에 의지하려고 한다.
블레히는 이러한 잘못된 의학 정보와 오래된 믿음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우리 몸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쉽고 자세히 알려준다.
“우리 몸의 구조는 많은 부분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스스로 재생하고 회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늦더라도 아니, 적어도 중년기에는 건강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긍정적인 효과는 반드시 나타난다. 몸의 통증과 아픔이 점차 사라지며, 삶이 더욱 건강하고 균형 잡히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개선의 노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블레히는 “몸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면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효과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비밀을 밝혀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더 오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여정의 길잡이를 자처한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그럼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블레히는 진화의학으로 보는 우리 몸의 비밀을 파헤친다.
“사실 우리 몸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설명한 자연선택의 원리에 따르면 말이다. 그는 세대마다 생존에 유리한 적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고 하여 오늘날 현대인이 늘 넘치는 건강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진화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간극을 설명할 수 없다. 약 600만 년 동안 기후 붕괴, 자원 부족, 운석 충돌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인간의 선조인 유인원은 병이나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진화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결핍된 존재다. 왜 우리 몸에는 고기 뼈나 생선 가시 같은 음식물이 걸려서 질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도 식도와 호흡기가 교차하여 자리 잡고 있는 걸까? 왜 우리는 설탕과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과잉 섭취하면 동맥경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제하지 못할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이프와 포크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어째서 많은 사람의 뇌는 노년기가 되면 수명이 다한 듯 더는 자기가 살아온 삶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의학은 눈부신 진보를 거듭하며 특정 질병의 전조 증상과 위험 요인까지 점점 더 정확하게 밝혀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특정 질환에 걸리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지식이 완전하지는 않다는 게 블레히의 지적이다.
의사는 종종 기계공의 관점으로 신체를 바라보며,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이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손상을 복구할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진화의학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병은 왜 존재하는가? 신체는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 우리에게는 왜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가? 그 반대의 측면도 탐구한다. 신체 활동은 과연 몸에 스트레스를 주고 마모를 가속해 수명을 단축하는가?
미국의 의사인 랜돌프 네스와 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는 공저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에서 “경이로울 정도로 잘 만들어진 기계에 왜 그렇게 많은 약점과 결함, 임시방편이 존재하여 우리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지는 의학의 최대 미스터리”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언어로 건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선언문으로 여겨졌다.
“진화의학은 질병의 진정한 원인을 이해하고, 예방하며, 치료하기 위해 진화의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본다. 겉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질병에도 종종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에서는 그럴 듯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진화의학에 따르면 우리 몸의 단점 중 일부는 생존과 적응을 위해 균형을 맞추려는 타협의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부분 질병은 우리의 몸이 현대사회의 환경과 생활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현재는 더 많은 생물학자와 의사가 이 근본적인 관점에 주목하며, 우리 조상이 신체를 어떻게 형성하고 움직이며 살아왔는지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인간의 몸과 오늘날의 환경 사이의 부조화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도 숙고하고 있다.”
어떤 고통은 건강 유지
블레히는 ‘어떤 고통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피부암에도 진화적 요소가 있다. 현대 인류가 약 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이주하여 정착한 후, 자연선택에 의해 인간의 피부는 날이 갈수록 창백하게 발달했다. 구름이 많은 북쪽에서는 희박한 햇빛이 창백한 피부에 더 잘 투과되어 비타민D 생성을 촉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응에 단점이 따라왔다. 창백한 피부는 흑색종이나 기타 피부암에 취약하다. 특히 한낮에 햇볕에 노출될 때 더욱 그렇다. 더 진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피부가 흰 사람들의 경우 이 위협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자연선택으로 피부암에 대한 취약성을 교정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은 없다.
그런가 하면 처음에는 해로운 병처럼 보였던 증상이, 사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오래된 신체 메커니즘인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발열은 해로운 박테리아 감염과 싸우고 작은 침입자를 열로 사멸시키기 위한 고대의 전략으로 밝혀졌다. 통증과 불안 또한 생명을 구하는 보호 메커니즘에서 비롯되었다.
“진화론적 관점을 가진 의사들은 어디를 보든 놀라운 현상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귀재들인데, 열대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의 최대 40%는 현미경으로 보면 원형이 아니라 낫처럼 보이는 적혈구를 생성하는 유전적 소인이 있음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쪽 부모에게서만 이 유전적 소인을 받은 사람은 말라리아 병원균이 세포에 퍼지는 능력이 억제되어 한 번도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없거나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완치되었다.”
빈혈을 일으키는 낫 모양의 적혈구가 어떤 원리로 말라리아 저항성을 높이는지는 1944년에 발견된 이래 오랫동안 학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2011년에서야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연구팀에 의해서 이 미스터리가 밝혀졌다. 적혈구에 침입한 말라리아 원충은 ‘어드신(adihesin)’이라는 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세포 내 작은 주머니인 소포체에 담아서 적혈구 표면으로 내보낸다. 이때 어드신을 혈구의 표면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액틴(actin)’이라는 단백질이 담당하는데, 낫 모양 적혈구에서는 이 작업이 방해를 받는다. 그래서 말라리아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이다. 낫 모양의 적혈구 형질은 말라리아 병원체가 인간 게놈을 어떻게 가공하고 반죽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오늘날에도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더 많이 안정을 취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단 며칠만 활동하지 않아도 사용하지 않은 부분이 쉬이 위축된다.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줄어들면 골격근에 붙어 있는 단백질까지 신체 활동의 에너지원으로 쓰게 되어 곧 발을 딛고 서 있을 힘마저 부족해진다.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 코르셋도 약해져 심한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심장근육도 위축되고 박출량도 빈약해진다. 뼈가 얇아지고 동시에 칼슘과 인산염이 빠져나와 골연화증이 발생하고,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치명적인 혈전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중년 이후부터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 사람은 근육량과 골격, 인지능력도 더 빠르게 감퇴한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다. 바로 하루라도 빨리, 한 살이라도 먼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운동하지 않으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결과들에 대해 조목조목 일러주면서 “지금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라! 움직이지 않으면 반드시 고장 난다”고 경고한다.
▲ 중년 이후부터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 사람은 근육량과 골격, 인지능력도 더 빠르게 감퇴한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한 살이라도 먼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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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생활과 건강 악순환
출간되자마자 독일 현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궁극의 건강 마스터플랜’이라는 평가를 받은 <운동 혁명>은 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진화의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하는 인간 몸의 원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인간은 쉽게 고열량의 음식을 얻게 되었지만, 초가공식품에 의존한 대가로 지방이 더욱 빨리 쌓이는 몸이 되고 말았다. 또 장거리 이동에 유리하게 진화한 몸은 근육세포가 활성화되었을 때 에너지를 생산하고 세포의 노화 과정을 지연시키도록 설계되었지만,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앉아 있거나 누워서 보내는 탓에 몸의 기능이 둔화되고 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젊은 연령층에서 당뇨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 역시 음식이 부족하던 과거에 생존을 위해 당분을 저장하던 몸의 메커니즘이 넘치는 영양분에 적응하지 못하여 발생한 것이다. 블레히는 이런 사례를 들며 현재 인간의 몸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질병의 원인 대부분은 풍요롭고 편안한 생활에 기인한 것이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움직이지 않으면 몸은 반드시 고장 난다. 우리는 지금보다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한다.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생활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사용 설명서 없이 기계를 마구잡이로 다루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건강을 위해 당신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운동이 면역력을 높이고, 뇌와 심장 질환을 예방하고, 암을 치료하며 염증의 위험을 낮추는 원리를 이해하고 매번 꺾이고 마는 운동 욕구를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운동은 몸을 혁신적으로 재설계
당연히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현재 당신의 앓고 있는 만성질환에 운동이 어떻게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실제로 병원에서 약물치료와 외과적 처치를 제시할지라도 운동을 꾸준히 한 뒤에 다시 보자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한 예로 75세 이상의 인구 10~20%는 노인성 근감소증이 진행된 상태임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이 위험한 현상을 노화의 일환으로 치부해왔다. 이들이 관절 보조제를 먹는 대신 몸에 맞는 근력 운동을 처방받아 꾸준히 실행해왔다면 어땠을까. 근육 손실로 인한 낙상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이동성을 유지하며 더 멋진 노후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무릎이 망가질까 봐 걷기를 회피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매주 수십 킬로미터를 조깅하고도 무릎 관절의 손상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연골이 잘 연마되고 영양분이 잘 분배되도록 적당한 긴장과 휴식을 번갈아 가며 진행해야 한다. 지속적인 움직임은 활막세포가 더 많은 활액을 생성하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하면 무릎이 조깅할 때 더 이상 아프지 않을 정도로 회복될 수 있다. 또 스틱을 활용하는 하이킹, 클래식 스타일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또는 수중 체조는 골관절염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특수 근력 운동은 무릎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을 강화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랫동안 의사들은 심장에는 자체적 대응 능력이 없으며 손상된 조직이 결코 재생될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견해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심장은 스스로 다시 젊어질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성인이 되어서도 새로운 심장근육 세포가 생성될 수 있으며, 심장이 석회화된 혈관 주위에 새로운 우회로를 만들어 혈관을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심장의 치유력을 깨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모든 심혈관 질환의 80% 이상은 적절한 시기에 생활 방식을 개선하기만 하면 수십 년 이상 발병을 피하거나 늦출 수 있다.”
블레히는 운동과 기대수명의 관계를 입증한 여러 연구와 실험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미국의 한 연구진은 57~86세 사이의 환자 315명을 대상으로 암 진단 후 평균 6년 동안 이들에게 여가 시간에 얼마나 자주 신체 활동을 하는지, 얼마나 피곤함을 느끼는지를 조사했다. 약 8년이 지나자 연구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활동적인 여성과 중간 정도의 활동적인 여성의 사망자 수는 각각 12.9명과 13.4명에 불과했지만 신체적으로 비활동적인 환자의 경우 32.9명에 달했다. 두 배 가까운 차이였다. 또 심부전 환자의 경우 하루에 10분 남짓만 운동하더라도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만 보를 걷지 않더라도 우리의 몸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블레히는 “그러니 지금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으로 호소하며, 위기의식을 고취한다.
뿐만 아니라 운동은 놀랍게도 뇌의 기능까지 향상시킨다. 만약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활발하게 두뇌 활동만 하고 있다면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고. 근육을 움직일 때 나오는 지구력 인자와 마이오카인은 뇌를 보호하고 뇌의 효율을 높인다. 한 실험에서 일 년 동안 매일 40분씩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한 이들의 해마 부피가 2% 증가한 것이 발견되었다. 이는 최대 2년의 회춘에 해당하는 지표라고도 볼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하루라도 더 일찍 시작하라
이처럼 운동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인간의 몸을, 한 사람의 인생을 혁명적으로 바꾼다. 우리의 신체는 엄청난 결함과 취약함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놀라운 자가 치유력과 재생력을 갖추고 있다.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그 본질을 작동만 시킨다면 더 오랜 시간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임상교수인 박용우 박사는 “아무리 초가공식품을 멀리하고, 항노화 치료에 집중한다고 해도 규칙적인 운동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뇌 건강, 면역력 유지, 근감소증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더 일찍 운동이라는 만병통치약을 더 알맞은 용법과 용량으로 처방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60세에 몸의 통지표를 받아 들었을 때 어떤 결과를 맞이하고 싶은가?
“단, 젊은 시절이나 중년에 운동을 시작하면 노년기를 위한 완충 장치를 만들 수 있다. 성인은 매주 최소 150분에서 300분 이상 중등도에서 고강도 수준의 지구력 훈련(유산소 활동)을 포함한 신체 활동을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운동은 근력 운동으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근육은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 특별히 강화 운동을 통해 단련해야 한다. 근육은 힘줄을 통해 뼈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근력 운동을 하면 뼈도 함께 자극을 받아 강화된다.”
블레히의 처방은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늦은 때란 없다. 최장 96세 노인이 거주하는 요양원에서 고저항 근력 운동을 한 결과 근력과 근육 크기, 기능적 이동성이 많이 증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중 일부는 보행 보조기 없이 지팡이 하나로 걸을 수 있을 정도의 발전을 보였다.
그렇다면 그보다 훨씬 젊은 당신이 이 실험에 참여한다면 훗날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또 그 결과, 당신의 누릴 수 있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해마는 노년기에도 신경가소성을 유지하며, 1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면 해마의 부피가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마 부피가 증가하면 기억 기능이 향상되고 혈청 BDNF 수치가 높아진다. 또한 체력 수준이 높을수록 해마 부피의 손실이 방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유산소 운동이 신경을 보호하며, 노년기에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이 인지력 향상이나 뇌 부피 증가에 효과가 없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블레히의 신체 활동과 노년의 삶에 관한 연구에 참여한 한 분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산책하러 나간다고 전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나는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