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와 전월세 수요 증가로 전셋값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전국 평균 대비 3배 이상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의 임차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월 14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매매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6% 올랐지만, 전세가격은 6.3%나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21% 올랐는데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4.89% 오르면서 전국 평균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78% 오르면서 전국 평균과 비교해 3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25년 아파트 입주물량 27% 감소···불확실성 커지며 임대 수요 대이동
빌라 월세 10.1% 는 동안 전세 13.3% 감소···연립·다세대 원룸도 상승
대출규제로 전세보증 문턱 높아지자 ‘월세 쏠림’···전세 못 믿어 월세로···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119.3 최고치···전세대출 규제·스트레스 DSR 영향
▲ 서울 은평구 빌라 밀집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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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7~8월 거래량과 가격 변동률이 고점을 기록한 뒤 하반기 들어 대출규제 강화 등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다. 반면 전세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거래가 자료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지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7㎡는 지난 8월 보증금 19억3000만 원(16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11월 19일에는 같은 면적(11층)이 보증금 22억 원에 계약됐다. 석 달 만에 전세금이 2억7000만 원이나 뛰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96㎡도 지난 8월 보증금 20억 원(10층)에 계약됐지만, 11월에는 2억 원 오른 22억 원(3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2025년에는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을 담당하는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고, 전월세 시장으로 유입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4425가구다. 올해 연말까지의 36만3851가구보다 27.3%(9만9426가구) 줄어든 것으로 2013년 이후 가장 적다.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12·3 내란 사태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주택 매수세가 임대 수요로 이동할 수 있다. 또 대출규제 강화로 전월세 시장에 머무는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에서도 2025년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25년 집값은 1.0% 하락하고, 전세는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1% 상승하고, 전셋값은 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건산연은 “2025년 입주 전망 물량이 예년보다 다소 적어 전세가격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세는 매수세 축소로 인한 수요 유입으로 인해 소폭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출 문턱 높이자 빌라 월세↑
빌라 전세사기로 비(非) 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이 뚜렷해진 와중에 전방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월세 거래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2월 15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분석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월세 거래는 6만61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125건)보다 10.1% 늘었다.
전세 거래는 5만7604건으로 같은 기간(6만6408건) 오히려 13.3% 줄어들었다. 지난해는 전세 거래량이 월세 거래량보다 10.5% 많았는데, 올해는 월세 거래량이 14.9% 많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전세 거래는 7월까지 월평균 6000건대에 육박했지만 8월 이후 평균 4000건대로 감소했고, 11월에는 3049건까지 줄었다.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세 보증금과 평균 임차료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11월까지 서울 빌라 월세 평균 보증금은 8920만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의 7229만 원보다 23.4% 증가했다. 매달 내는 평균 임차료도 2023년 82만 원에서 2024년 84만 원으로 2만 원 올랐다.
원룸의 경우 지난 10월 2024년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다방이 발표한 ‘10월 다방여지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평균 월세는 77만 원,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915만 원이었다. 월세는 직전월과 비교해 4만 원(5.3%) 올랐고, 전세 보증금은 473만 원(2.2%) 내렸다. 평균 월세는 다방여지도가 공개된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이는 빌라 전세사기 이후 수요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데다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 및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대출 규제 여파까지 겹치며 임대시장에서 월세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비아파트에 적용되는 1순위 주택가격을 ‘공시가격의 140%’로 조정하고 담보인정비율(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인하하면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워진 것도 월세로 수요가 쏠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 자료를 보면 전세보증 가입 요건이 현재 공시가격의 126%에서 112%로 강화될 경우 지난해 체결된 빌라 전세 계약의 69%가 동일 조건을 갱신할 경우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81.6%로 가입 불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서울 67.6%, 경기 69.6%로 절반을 웃돌았다.
실제 HUG가 보증사고 비율을 낮추기 위해 담보인정비율을 80%로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HUG가 담보인정비율 하향 시행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설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보증 가입이 까다로워질수록 비아파트 전세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임대업계의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아파트 시장은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월세 쏠림이 강화되고, 아파트도 서서히 월세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현금 흐름에 따라 아파트와 비아파트 월세 임차인이 나뉘면서 주거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
서울 아파트 시장에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가 급증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비아파트 공급 감소 등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12월 16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전월 대비 1.4p(포인트) 상승한 119.3을 기록했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3년 11월(111.6)과 비교하면 무려 7.7p 올랐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한동안 상승이 주춤했다. 2024년 1월 112.1에서 2월 112로 소폭 낮아졌다가 3월(112.6)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6월 113.6 ▲7월 114.7 ▲8월 116.1 등 2024년 하반기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 역시 120.6으로 1년 전(113.9) 대비 6.7p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B부동산 월세지수 집계는 중형(전용면적 95.86㎡)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2월 13일 기준 11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44.1%로 10월(41.2%)보다 상승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9월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로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월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11월 기준) 서울에서 1000만 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는 총 157건으로 집계됐다. 2000만 원 넘는 월세 거래도 22건에 달한다.
단지별로 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0월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말 보증금 1억 원 기준 월세가 200만~21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30% 상승한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역시 올해 11월 보증금 8억 원, 월세 510만 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11월 보증금 8억 원, 월세 31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여기에 전세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공급이 끊기고, 정국 혼란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파트 매매 거래도 관망세를 이어가면서 거주 수요가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고 있는 점도 향후 아파트 월세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10월까지 비아파트 인허가는 3만430가구, 착공은 2만8501가구로 착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0%, 21.2% 줄어들었다. 비아파트 입주 역시 누적 3만516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1% 감소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이 생존 본능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데다 대출 규제까지 겹쳐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세가 오르고 있다”며 “비아파트에서 더 빠른 속도로 월세화가 진행되고 그 이후 아파트의 월세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전세시장은 보합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내년 전월세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내년 전셋값은 보합과 상승이 팽팽하고, 월세는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방이 12월 9일부터 15일까지 다방 앱 이용자 15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전월세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9%(627명)는 2025년 전세 시장이 ‘보합’ 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 응답도 38%(608명)에 달해 팽팽했다. 월세 시장에 대해선 59%(935명)가 ‘상승’을 점쳤다.
이는 2023년 12월 조사와 같은 답변으로 대다수의 응답자가 내년 부동산 시장이 올해와 비슷한 기조가 이어진다고 체감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래 형태별로 살펴보면, 2025년 전세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39%(627명)는 보합, 38%(608명)는 상승, 23%(363명)는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월세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59%(935명) 상승, 34%(550명) 보합, 7%(113명)는 하락으로 응답해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월세 시장의 상승을 점쳤다. 상승 전망 이유로는 ‘월세 수요 증가’를 선택한 비율이 37%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금리 인상(24%), 경기 침체(20%), 전셋값 상승(19%) 등의 순이었다.
또한 2023년 조사에서 2024년 전세 시장을 상승 34%, 보합 39%, 하락 23%로 전망했고, 월세는 54%, 보합 38%, 하락 8%로 전망한 바 있어 2024년 조사는 2023년에 비해 전월세 모두 상승 전망 비율은 증가한 반면 하락 전망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에 ‘2025년 이사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110명(69%)에 달했다. 사유로는 ‘기존 주거·거래 형태 변화의 필요’가 408명(37%)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이어 개인 사유(학교, 직장, 결혼) 357명(32%), 주거비 완화 182명(16%), 상급지 이동 163명(15%) 등이 뒤를 이었다.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장은 “2024년 한 해 다양한 정책 등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겪은 실수요자들이 2025년 임대차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설문 결과 2023년 조사와 비슷하게 전세 보합, 월세 상승이라는 결과가 나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방의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는 1598명이었으며 20대 371명, 30대 351명, 40대 442명, 50대 348명, 60대 이상 86명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