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이 착각하는 것이 자연과학은 객관적이고, 정확하고, 한번 정립된 이론은 영원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이론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가차 없이 폐기되고 새로운 이론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모든 학문 분야가 그렇듯이 의학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한다.
대사 건강 및 장수 전문가로 사람들이 더 오래도록 즐기면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로버트 러프킨 박사는 “현대 의학은 틀릴 리가 없고 틀릴 수도 없는 과학이 아니다”면서 “의사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증상을 묻고 약을 처방해 준다. 그런데 의사들이 처방해 주는 약은 대부분이 증상만 완화하는 약이다. 일시적으로는 몸이 나은 것 같지만 같은 증상으로 또 병원을 찾게 된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뇨, 고혈압, 심장병, 암, 알츠하이머 등 모든 병은 결국 신진대사와 관련이 있으므로 신진대사부터 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러프킨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건강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현대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병들게 했는지 까발린다. 그의 저서는 최근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정말중요한)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로도 출간됐다. 리프킨 박사의 저서를 바탕으로 현대 의학의 거짓말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신진대사의 원리를 간추려 소개한다.
당뇨·고혈압·심장병·암의 뿌리는 대사 기능장애···잘못된 식생활 쌓인 결과
해마다 미국의 주된 사망원인 상위 10가지 중 8가지 대사증후군과 직접 관련
아파서 병원 가면 의사는 증상 묻고 약 처방···그 약은 대부분 증상만 완화
몸에 좋다던 씨앗 기름·식물성기름에는 염증 일으키는 오메가6 지방산 가득
버터와 코코넛 기름, 야자유, 올리브유, 아보카도 기름 등이 건강한 기름
노화는 마모와 파손 쌓인 결과로 피할 수 없어···장수 돌파구는 대사 기능
▲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증상을 묻고 약을 처방해 준다. 그런데 의사들이 처방해 주는 약은 대부분이 증상만 완화하는 약이다. <사진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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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한때 의학 교육자로서 믿고 가르치며 실천했던 많은 기본 원리에 도전한다. 이들 ‘거짓말’은 고의로 지어낸 헛소리가 아니라 결함 있는 체계에서 나온 오류다. 기성 의료계는 건강과 영양, 만성 질환 등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굳혀버렸다. 다른 많은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우리가 ‘확정된 과학’이라고 믿은 틀 안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그중 많은 부분이 불완전한 자료와 낡은 패러다임, 때로는 이해관계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학박사 로버트 러프킨은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한국어판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그는 “한국은 빠르게 발전해 의료혁신과 연구, 장수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었지만 당뇨병, 비만,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고 지적하면서 “이 질병들은 주로 대사 기능장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바로, 수십 년간 잘못된 식생활 조언이 설파된 결과와 씨름하는 기성 의료계, 그리고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압도된 현 의료체계 말이다”라고 설파한다.
어떻게 이런 병들이 생겼을까?
러프킨 박사는 수십만 명이 듣는 팟캐스트 ‘건강과 장수의 비밀(Health Longevity Secrets)’의 진행자이며, 미국 서부 최고 명문인 USC와 UCLA 의과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시에 의사로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200편 이상의 동료 평가 논문과 14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그는 전문적인 의료 영양사였던 어머니 덕분에 어릴 적부터 항상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을 먹었고 포화지방 대신 카놀라유 같은 씨앗 기름을 사용하며 콜레스테롤이 많은 노른자를 제거한 하얀 오믈렛을 먹으며 자랐다. 의대 교수가 된 후에는 어머니가 알려주신 내용과 다르지 않은 의대에서 배운 지식을 가르치고, 수백만 달러 연구비와 제약회사들의 연구 지원금을 받으며 의료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섰다.
그러나 러프킨 박사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절염으로 젊은 나이에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보건기관의 권장 식품과 식품 피라미드의 지시대로 자격증을 지닌 영양사가 만든 음식을 평생 먹어왔던 러프킨 박사에게 어떻게 이런 병들이 생겼을까?
“내 어머니는 영양사였다. 전문적인 의료 영양사로, 여든을 넘겨서까지도 병원에서 일했다. 나는 그런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 우리 가족은 음식 피라미드, 권장 식단. 영양학 통념의 지혜를 따랐다. 식사는 항상 저지방에 고탄수화물이었다. 우리는 포화지방을 마트에서 파는 카놀라유 같은 다양한 씨앗 기름이나 마가린으로 신경 써서 바꿔나갔다. 우리 집에서는 ‘하얀 오믈렛’을 먹었다. 콜레스테롤 섭취를 최대한 줄이려고 달걀흰자로만 요리한 음식이다. 그러면 건강해지는 줄 알았다.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레 러프킨 박사도 의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한 데다 운까지 따라주어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에 입학했고, 이어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의대는 적성에 맞았다. 러프킨 박사는 대학에 남아 교수가 되었다. 그곳에서 가르치며, 또 다른 의사들에게 배웠다. 의대에서 배운 지식은 어머니가 앞서 알려준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대학에서 나는 영상의학을 배우고 가르쳤다. 방사선의학이라고도 한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신경외과 의사와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심장외과와 산부인과를 비롯한 모든 진료과 선생님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영상의학은 인체의 모든 계통과 환자의 모든 질환을 다루기에 나도 의료 분야 전반을 얼마간은 꿰고 있어야 했다. 어떤 질병이든 대개는 그 질병을 다루는 과정에서 영상의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상의학 전문의는 그 모든 질환의 실무 지식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나도 내 환자를 보고, 치료하고, 약을 처방했다. 의사로서 기본 업무를 다 하고도 추가로 또 일한 셈이다. 게다가 내 연구도 했다. 해야 할 연구가 정말 많았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수백만 달러 연구비를 받고 의료 장비들을 책임 연구했다. 제약회사들이 주는 연구 지원금도 받았다.”
러프킨 박사는 스스로를 “오롯이 기성 의료인이었고 조직체계에 잘 스며든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주요 국제학회 의장을 지냈고, 전 세계에서 강의했으며, 대학과 제약회사와 연구소에서 보수를 받았다. 의료계에서 두루 인정을 받았다. 기성 의료계의 비공식 대변인 격이었다. 그런 내가 네 가지 병을 얻게 되었다. 내가 배우기로 (또한 내가 가르쳤다시피) 그 병들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도 아마 있었을 노화 관련 질환이었다.”
러프킨 박사가 얻은 병은 고혈압(고혈압약 필요), 통풍성 관절염(조절 약물 처방), 이상지질혈증(혈중 지질 농도 이상, 스타틴 처방), 당뇨 전 단계(혈당 수치가 당뇨병 전단계 범위로 들어감, 또 다른 약 처방) 등이었다.
믿었던 건강상식이 거짓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정립된 과학적 이론에 따르면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를 키운 어머니는 영양학 전문가로, 자격증을 지닌 영양 사였다. 식사는 보건기관이 권장하고 식품 피라미드가 지시하는 대로 정확히 따랐다. 이렇게 자란 내가 이 나이에 벌써 이러면 안 되었다. 모범생답게 잘해온 내가 저승 문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 머리에서 경종이 울렸다. 의료계의 무언가가 크게 잘못됐다. 그동안 실컷 거짓말만 들어왔다는 건데, 진실이 궁금했다.”
러프트 박사는 과학계 탐사 보도로 명성을 날리는 기자 게리 타우브스(Gary Taubes)와 친구 사이였다. 물리학 연구 실태와 노벨상 수상자들의 씁쓸한 뒷이야기를 고발해서 유명해진 친구다. 게리 기자는 저서를 통해 저지방 식단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그러기는커녕 우리를 더 병들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진실이라고 알렸다.
게리 기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사실을 깨달은 러프킨 박사는 “자라는 내내 그 반대로 믿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마치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진 듯했다”면서 “틀린 정보가 오직 이것뿐일까?”라며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전문 분야가 영상의학이라는 점도 러프킨 박사가 현대 의학의 문제점을 파고들게 만들었다.
“나는 다행히 영상의학 전문의로서 다양한 종류의 만성 질환을 다뤄볼 수 있었 다. 신경외과, 산부인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신경과, 안과 등 다른 진료과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더 집중하므로 큰 그림을 놓치기도 한다. 또한 나는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실제 질병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관상동맥 협착, 출혈성 뇌졸중 환자의 혈액, 내장 지방, 간 지방, 악성 신생물(종양), 알츠하이머병의 뇌 위축, 당뇨성 궤양, 기타 합병증 같은 병증들이었다. 이런 만성 질환의 병변을 병원에서 매일같이 관찰했다. 이 같은 도구를 손에 쥔 나는 수많은 논문과 책을 읽어나가며 나 자신을 다시 교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가르쳐온 지식이 이제는 오류로 밝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러프킨 박사가 영양, 건강, 장수와 관련해 믿어온 모든 것이 게리 기자가 밝혀낸 풍부한 증거와 충돌했다. 영양사인 어머니에게, 또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반대되었다. 심지어 UCLA 데이비드게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십 년간 의대에서 가르친 내용과도 어긋났다. 러프킨 박사는 게리 기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건강 개념의 틀이 자신이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익히 알고 있던 인체의 여러 계통에 어떻게 얹히는지를 보았다.
“어떻게 내가 그렇게도 틀릴 수 있었을까? 의료기관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심지어 그렇게 오랫동안 말이다. 수십 년간 알츠하이머병. 심장병, 당뇨병, 관절염은 별개의 질병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게리의 책과 논문, 기사, 연구에 따르면 그 질환들은 모두 대사이상이다. 사실, 해마다 미국의 주된 사망 원인 상위 10가지 중 8가지가 대사증후군과 직접 관련이 있다.”
만약 우리가 그동안 건강 상식이라 믿어 왔던 것들이 거짓이었다면? 의사들이 환자에게 알려주던 각종 식이요법이나 약에 관한 조언들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러프킨 박사는 의대에서 가르쳤던 것들은 마치 잘못된 지도를 들고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았고, 비만과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모든 만성 질환의 진짜 원인을 모르고 엉뚱한 방향으로 질주한 결과, 지금의 우리는 심각한 건강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며 현대 의학의 실패를 고백한다.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나와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이 뒤집히는 상황에서, 업데이트되는 최신 의학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사들은 거짓으로 밝혀진 가짜 의학 상식들을 여전히 전파하고 있다.
러프킨 박사는 입증되지 않은 거짓말이 확고한 ‘사실’로 받아들여진 지금의 현실을 우려하며, 수많은 논문과 통계 자료를 근거로 정확하게 검증된 최신 의학적 ‘팩트’를 조언한다.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비만, 당뇨, 암, 심장질환이 모두 대사 건강 불균형에서 비롯되었음을 입증하며, 만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다.
▲ 모든 병은 결국 신진대사와 관련이 있으므로 신진대사부터 짚어 봐야 한다. 신진대사는 우리 몸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과정으로, 신진대사를 높이려면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이 필요하다. <사진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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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끔찍한 거짓말
러프킨 박사는 “수십 년간 잘못된 식생활 조언이 설파된 결과와 씨름하는 기성 현대 의학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의 책에는 더 많은 거짓말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 끔찍한 거짓말을 소개한다.
▲1칼로리는 1칼로리일뿐이다.
비만에 관한 대표적인 거짓말이다. 비만은 체지방량이 과도해서 과체중보다 더 심각한 상태를 말하며 현재 미국인 절반가량이 비만 상태이다. 비만은 건강에 좋지 않을뿐더러 대부분의 만성 질환의 지표이기도 하다.
1칼로리는 1칼로리라는 말은 두 가지 이유에서 거짓이다. 하나는, 열량 자체만으로는 비만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열량은 유형마다 비만 조절에 달리 작용한다는 것이다.
체중 증가를 제어하는 핵심은 섭취한 열량 중 얼마를 태우고 얼마를 저장하느냐에 있다. 전체 칼로리 숫자가 아닌 우리 몸의 생화학적 신호가 문제를 푸는 열쇠이고 그 장본인이 바로 인슐린이다. 따라서 인슐린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열량이 지방으로 저장되지 않고 살이 찌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권장하는 ‘식품 피라미드’는 인슐린 분비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음식들로 (많은 양의 섭취가 필요한) 밑바닥을 채웠고 그로 인해 우리 몸에 지방이 쌓였다. 식단에서 지방을 내쫓고 탄수화물을 환영한 바로 그 시점에 비만율은 치솟았고 그 뒤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가 최선이다.
2형 당뇨병은 음식물로 섭취한 탄수화물이 인슐린을 자극해서 생긴다. 인슐린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우리 몸은 인슐린 저항성을 띠게 되고 세포는 인슐린에 점점 무덤덤해진다. 이렇게 악순환에 들어간다. 결국 이 악순환은 미국 성인의 38%를 당뇨 전 단계 상태로 만들었다.
현대 의학은 당뇨병의 병세를 호전시키기보다는 관리하는 데 더 치중하기에 원인을 피해 갈 수 있는 영양 측면의 변화 지침을 알려주기보다는 인슐린이나 약물을 처방하는 데 더 능숙하다. 생활습관만 바꾸면 강력하고 효과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뿐더러 약물 사용의 합병증까지도 막을 수 있는데 말이다. 의약품 조사업체에 따르면 2013년의 인슐린과 당뇨약 판매고가 230억 달러(약 32조 원)에 달했고, 미국당뇨병학회는 제약회사로부터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500만 달러(약 7천억 원) 이상을 후원받았다.
▲식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가 심장병이다. 이런 결과는 “식이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늘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서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라는 앤설 키스의 조작된 식단-심장 가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전 세계 사람들은 심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으로 빠르게 바꿔나갔다. 포화지방은 트랜스지방과 식물성기름, 전분, 곡물로 대체되었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약물인 스타틴이 등장했다. 스타틴의 엄청난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인 셋 중 한 명은 당뇨 전 단계며 당뇨병 환자의 80%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 이런 상황에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아직도 원인 대신 증상만 치료하고 있다.
식품 피라미드 따르다 몸 망가져
러프킨 박사는 현대 의학과 건강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깨우며 만성 질환의 원인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현대 의학계에 잘못 알려진 개념을 밝혀낸다. 신진대사 이상이 대부분의 만성 질환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임을 밝히며, 만성 질환을 예방함으로써 건강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신진대사를 위한 ‘올바른 식습관’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다이어트와 식단에 관해서라면 수많은 책이 있다. 내용도 고만고만하게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영양만이 환경과 유전적 요인을 포함한 위험 요소들에 대처하는 단 하나의 해답인 것도 아니다. ‘올바로 먹는’ 사람이더라도 40대와 50대에 일찍 사망할 가능성은 여전할 수 있으며, 정작 그 점을 모르기에 십상이다.
러프킨 박사는 바로 본인이 그랬다고 고백한다. 모든 것을 올바르게 실천한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 질환에 걸렸고, 그 때문에 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음식 섭취를 더 넓은 관점에서 다룬다. 음식물이 몸에 들어가면 무엇이 어떻게 되고, 왜 그런지를 알려준다.
“때는 1901년이었다. 독일군은 U보트 잠수함에 쓸 더 나은 윤활제가 필요했다. 독일 과학자들이 액체인 식물성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부분적으로 굳힌 고체 유지를 만드는 법을 궁리해냈다. 이 제조법은 나중에 프록터앤드갬블에 팔렸고, 이 미국 회사는 그 기름을 제빵과 튀김에 쓰는 식용유로 팔기로 결정한다. 바로 크리스코라는 쇼트닝 제품이다. 이렇게 트랜스지방이라는 것이 생겨나 심장질환이 폭증했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크리스코는 이후 제조법을 조금 바꾸어 1회 섭취 분당 트랜스지방을 0.5g 이하로 줄였다. 제품의 영양 성분표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0g으로 표기할 수 있게 해준 편법이었다. 이어서 프록터앤드갬블은 미국심장협회에 170만 달러를 지불하고 신제품 크리스코를 홍보하면서, 이 기름으로 요리하면 동물성 지방을 쓰는 것보다 건강하다는 거짓말을 퍼트렸다.
나는 씨앗 기름과 식물성기름을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여기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오메가6 지방산(리놀레산)이 가득 들었다. 이 여덟 가지 기름은 종종 ‘건강한 식물성’ 기름으로 홍보된다. 사실이 아니다. 버터와 우지(牛脂)라는 인도식 버터기름. 코코넛 기름, 야자유, 올리브유, 아보카도 기름 등이 건강한 기름이다.”
러프킨 박사는 “노화는 마모와 파손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로 피할 수 없다”면서 수명에 관한 거짓말들을 까발린 후 노화와 장수에 관해서도 파고든다. 장수를 고민할 때 노화, 특히 대사 기능과 관련된 돌파구가 있고, 그 혜택을 누리며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육신이 마모되면 늙는다는데, 이는 거짓말이다. 이제는 이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안다. 노화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에 비해 노화가 더 강력하게 프로그램되어 있다. 가령 태평양 연어는 산란하고 바로 죽는다. 그런가 하면 사실상 늙지 않는 동물도 있다. 모든 만성 질환의 가장 큰 단일 위험 요인은 바로 노화라고 생각되어왔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사실과 어긋나 버리면, 노화에 관한 더 많은 내용이 다 틀리게 된다. 진실을 알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