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공 정유경, 총괄사장 승진 후 백화점 본업 ‘압도적 경쟁력’확보
‘일상의 격을 높이는 문제 해결’키워드로 브랜드 가치 획기적 업그레이드
김기원 대표가 이끄는 한국맥도날드 2023년 직영 매출 1조, 사상 최대 매출
김정수 부회장, 위기에 경영 뛰어들어 ‘불닭볶음면’띄우고 삼양식품 제2 도약
1. 신세계 정유경 회장
2024년 10월 30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2015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에 회장직으로 올라섰고,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뿌리를 이어받아 독립 경영에 나서게 됐다.
재계 27위 신세계그룹이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 회장의 전격적인 승진 소식을 알리자 재계에서는 세대 교체와 동시에 독자 경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삼성가에서 출발한 신세계백화점은 모녀 승계를 통해 대를 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를 가지고 독립했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완전 계열 분리됐고,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성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됐다. 이후 신세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통 그룹으로 지속 성장, 재계 순위 27위의 기업이 됐다.
대형마트와 스타벅스 사업을 영위하는 이마트 부문은 장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맡으면서 전반적인 그룹 경영총괄 역할을 맡았고, 백화점 부문과 패션·뷰티(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의 사업은 딸 정유경 회장이 주로 맡아왔다.
1972년생으로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디자인학과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학을 전공한 정 회장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하며 가업을 승계해 나갔다.
2009년 12월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백화점 사업의 기틀을 다지고, 2016년 총괄사장이 되며 백화점 본업의 ‘압도적 경쟁력’확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백화점 부문의 매출과 손익은 2016년 대비 모두 2배 성장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이외에도 ‘일상의 격을 높이는 문제 해결’을 키워드로 브랜드 가치의 획기적 업그레이드, 미래 성장을 향한 인프라 구축으로 신세계 백화점 부문의 외연을 확장하고 내실을 탄탄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경영 실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조직의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각 점포가 ‘지역 1번지, 랜드마크’가 되는 것에 승부수를 던졌다. 퀀텀 점프를 위한 핵심 사업인 ‘랜드마크 프로젝트’는 정 회장이 백화점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16년부터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실행됐다.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 대전, 광주를 중심으로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키우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주요 신사업에 투자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최초 연 거래액 ‘3조 원 클럽’목표를 달성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는 초대형 럭셔리 복합 쇼핑공간으로 수도권 외 지역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거래액 2조 원을 돌파했다.
정 회장은 ‘일상의 격을 높이는 문제 해결’을 키워드로 신세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패션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 편집숍 ‘분더샵’사업을 통해 큐레이션된 패션부터 예술·문화를 선보였다. 식문화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로 ‘신세계 한식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주와 까사미아를 통해 주거문화 수준을 끌어올렸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후 ‘뷰티’와 ‘콘텐츠’를 강화하고 나섰다. 승진 당일 조직개편을 통해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을 총괄하는 ‘뷰티 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비주얼전략TF’를 새롭게 구성하고, 신세계 대표 직속으로 뷰티 편집숍 시코르(CHICOR) 총괄을 뒀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정 회장이 해외 뷰티 편집숍에 대항해 직접 구상한 사업이다. 시코르는 최근 AK플라자 홍대점을 리뉴얼하는 등 뷰티 판매 채널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베어미네랄’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동시에 신세계는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에 100억 원 규모의 출자를 단행하며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마인드마크는 신세계가 영화와 방송, 디지털콘텐츠 유통업에 뛰어들기 위해 2020년 4월 설립한 콘텐츠 자회사다. 지금까지 신세계가 마인드마크에 출자한 금액은 760억 원 규모다.
2.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기업 문화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식품·유통업계에서 성과와 전문성, 소프트 파워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존의 틀을 깨며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올해 유통 업계에서 주목받는 리더 중 한 명이다.
김 대표가 이끄는 한국맥도날드는 2023년 직영 매출 1조 원을 처음 돌파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2023년 직영 매출은 전년(약 9946억 원) 대비 12.4% 증가한 약 1조1181억 원을 기록했다. 직영 매출 기준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맥도날드가 한국에 진출한 1986년 이래 처음이다.
가맹점 매출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약 1조2920억 원에 달한다. 3년 연속 1조 원을 돌파하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는 원부자재 가격, 배달 수수료 등 지속적인 제반 비용 상승에도 고객 중심 활동과 국내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등 김 대표의 노력과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974년생인 김 대표는 1997년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P&G, SBS미디어홀딩스, 코카콜라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2020년 4월 마케팅 상무로 한국맥도날드에 합류해 이듬해인 2022년 5월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한 로컬 소싱 프로젝트인 ‘한국의 맛(Taste of Korea)’프로젝트 시작을 주도했던 주인공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우리 농가와 협력해 지역 특산물의 가치를 알리고자 2021년부터 해당 프로젝트를 운영해오고 있다.
창녕 마늘, 보성 녹돈, 진도 대파, 진주 고추 등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며, 올해는 진주 고추를 활용한 ‘진주 고추치즈 버거’가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2400만 개와 약 800t(톤)의 농산물 수급량을 달성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생의 성과를 입증했다. 이에 힘입어 고객들에게는 국내산 재료로 만든 특별한 메뉴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외에도 ‘베스트 버거’, ‘맥카페’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했다.
특히 김 대표가 론칭한 ‘The BTS 세트’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2021년 5월 한 달 가량 한정 판매를 했는데 국내에서만 145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해 단일 세트로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 수치를 기록했다.
또 2024년 9월에는 카타르의 카말 알 마나(Kamal Al Man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2016년부터 한국맥도날드가 추진해온 ‘전략적 파트너(DL)’물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알 마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맥도날드와 30년간 협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로,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맥도날드는 제2의 도약판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이후에도 한국맥도날드의 국내 시장 사업 기조를 유지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매장을 500개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2025년 ‘한국의 맛 프로젝트’5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한 다채로운 활동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로컬 소싱, 친환경 정책, 일자리 창출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고객 중심 가치를 최우선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3.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IMF 당시 한때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던 삼양식품은 2010년대 후반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현재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만든 주역은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1994년 삼양식품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결혼한 김 부회장은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이 삼양식품에 입사한 1998년은 회사가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이후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시기다.
김 부회장은 2006년부터 신제품 위원회를 주도했으며, 2012년에는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삼양식품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이 ‘불닭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유다.
불닭볶음면은 김 부회장이 매운 요리 가게 앞을 지나던 중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한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매운 라면을 개발하기로 결심한 것에서 시작됐다.
김 부회장은 각국의 매운 소스와 매운 고추·조미료를 직접 공수해 소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약 2년 후 라면을 세상에 선보였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기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해외 곳곳에서 ‘불닭 챌린지’등이 유행하자, 불닭볶음면 수출량도 급증했다. 실제 삼양식품의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8093억 원으로 2016년(930억 원) 대비 9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4년 3분기까지 총 수출액 9638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68%로 대폭 뛰었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수출 비중은 77%까지 확대됐다.
해외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삼양식품 실적 역시 우상향이다. 삼양식품은 2023년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1468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은 단일 브랜드 매출 1조 원을 달성했으며,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수출 전문 생산 공장인 밀양 2공장을 건설 중이다. 당초 5개로 계획했던 밀양2공장의 생산라인은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6개로 늘렸다.
하지만 밀양2공장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출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중국 내수용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밀양2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2027년쯤에는 다시 공급량이 수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