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58위의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 졸업 5년 만에 유동성 위기로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건설업계에 다시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1월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은 최근 홈페이지에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자금난과 유동성 부족으로 당사는 2025년 1월 6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며 “아파트 수분양자 및 협력업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하루빨리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경기 침체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중소 건설업체의 줄도산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 건설업계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에 대한 지원과 미분양 대책,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수요 진작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등 미분양→미수금 늘어 유동성 위기
12월 말 만기 도래 60억 원 어음 막지 못하면서 결국 법정관리 신청
2024년 부도 건설사 30곳 4년째 늘어···업계에선 “수요 진작책 시급”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에 공사비 급등 겹치면서 미청구 공사액 증가
▲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 졸업 5년 만에 유동성 위기로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건설업계에 다시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
시공능력 평가 58위의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이 지난 1월 6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2019년 11월 워크아웃(기업 재무개선 작업)을 졸업한 지 5년여 만에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이다.
신동아건설은 지난 1977년 신동아그룹 계열사로 설립됐으며 ‘여의도 63빌딩’ 시공사로 유명하다. 1989년 신동아그룹에서 분리된 후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로 주택사업을 이어왔으며 도로, 교량시공 등 공공사업도 수행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에서 58위를 차지한 중견기업이다.
5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 신세
신동아건설은 지난 2010년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났지만 5년 2개월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신동아건설은 이후 지난 2022년 2월 ‘파밀리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약 14년 만에 리뉴얼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섰으나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분양 사업장인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와 ‘신진주 역세권 타운하우스’ 등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공사미수금이 늘었고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지난해 12월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 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LS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보증 규모는 약 4000억 원으로, 본 PF 2550억 원과 브릿지론 1450억 원으로 구성된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급격한 자금사정 및 유동성 악화, 원자잿값 상승과 공사비 증가, 분양률 저조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는 신동아건설에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이르면 한 달 안에 결정될 예정이다.
신동아건설은 1월 8일 당첨자 발표 예정이었던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모집공고도 취소했다. 이 단지는 신동아건설이 80% 지분을 가졌으며 최근 1·2순위 청약에서 대부분 타입이 미달됐다.
지난 2023년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중견급 신동아건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지난해 불거졌던 ‘n월 위기설’ 때와 같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부동산·건설경기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상반기 ‘n월 위기설’, 이른바 중소 규모의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0월 주식거래를 재개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으며, 신세계건설은 자진 상장폐지 후 그룹 자회사로 편입해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30곳으로 2022년 대비 9곳이 늘었다. 부도 건설업체는 2021년 12곳에서 2024년 30곳으로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감 커진 건설업계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 중소 건설업체는 물론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건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으로 줄도산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에 대한 지원과 미분양 대책,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수요 진작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023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이어 신동아건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공사비를 제 때 받지 못하는 중소 업체들은 자금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문을 닫는 건설사들이 속출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며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줄도산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분양이 됐더라도 입주율이 떨어지다 보니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집계됐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12월(1만7710가구)과 비교하면 267.8%나 급증했다.
특히 최근 미분양 주택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337가구(1.8%) 증가한 1만8644가구다. 집을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주택이 늘면서 지방 중소·중견 업체의 유동성 위기도 가중되고 있다.
부도가 난 건설업체도 4년 연속 증가세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30곳으로, 2022년과 비교해 9곳이 늘었다. 부도 건설업체는 2021년 12곳에서 2024년 30곳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중소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2년 말부터 시장이 안 좋아져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밖의 업체들은 사업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체력을 길러왔고, 미분양 주택도 과거 위기 때보다 적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건설업계는 건설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결국 수요 진작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 관계자는 “대구의 미분양 문제가 심각했을 때도 업계에서 가장 많이 요청한 것이 수요를 진작하라는 것이었다”며 “수요가 늘어야 사업성이 개선돼 PF 사업도 재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견 주택업체를 회원사로 둔 대한주택건설협회도 새해를 맞아 수요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원주 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출 총량제 폐지 ▲주거지원 계층과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 우대금리 적용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세제 감면 ▲도시형 생활주택 및 오피스텔 주택 수 산정 제외 등을 요청했다.
특히 “미분양 주택 적체가 심각한 지방 주택업체에 대한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한 긴급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유동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청구 공사액‘ 손실 떠안나?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미청구 공사액 증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10대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이 지난해 대비 10% 넘게 급등하면서 건설업계의 재무건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청구 공사액은 이미 공사를 진행했지만, 건설사가 아직 발주처에 공사비를 받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1월 14일 기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2024년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미청구 공사액은 19조5933억 원으로, 2023년 말보다 11.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만 미청구 공사액이 감소했다. 포스코이앤씨의 미청구 공사액은 지난해 말 1조9504억 원에서 10.6% 감소한 1조7428억 원을 기록하면서 가장 많이 줄었다.
다만 다른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액이 늘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2조7331억 원(48.2%) ▲HDC현대산업개발 1조3083억 원(33.2%) ▲롯데건설 1조8545억 원(30.8%) ▲대우건설 1조6318억 원(26.0%) ▲현대엔지니어링 1조6235억 원(13.3%) ▲SK에코플랜트 1조2401억 원(9.8%) ▲GS건설 1조3409억 원(5.8%) ▲DL이앤씨 9360억 원(5.3%) 등 각각 증가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공사비 급등에 분양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미청구 공사액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지방을 중심으로 늘어난 미분양 물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도 한몫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 통계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문제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해 11월 말 미분양 주택은 총 6만5146가구로,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수도권은 546가구가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1236가구가 감소했다.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644가구로, 전월 대비 1.8% 증가했는데, 수도권에서는 1가구 감소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338가구 증가했다. 이 같은 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건설업계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청구 공사는 받을 가능성이 낮은 데다, 대손충당금도 설정하지 않아 사실상 시한폭탄”이라며 “건설 원자잿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발주처로부터 늘어난 공사비를 모두 받기도 어렵다 보니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건설업계의 재무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갈수록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고, 내부에서는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재무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일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일부 사업장에서 대한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로 인해 건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있었지만, 탄핵 정국과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