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우려로 부진했던 반도체 관련 매수세가 되살아나면서 올해도 반도체가 증시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추세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1월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2만9600원(17.02%) 상승했다. 이에 따라 17만 원대였던 주가는 20만 원 대에 안착했고,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부진을 겪었던 삼성전자 주가도 1월 11일 2100원(3.95%) 올라 5만5300원, 1월 15일 5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은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매수세 회복 “저점 딛고 반등” 기대감에 상승 추세
“실적 눈높이 하향조절 9부 능선 지나” “저점 매수 기회 노리는 전략 권고”
HD현대중공업·HJ중공업 등 줄신고가···슈퍼사이클 지속·트럼프發 훈풍 영향
바이오, 금리인하·미국 정책수혜 전망···네카오 등 AI 서비스 본격화 기대감
▲ 1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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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주가 다시 부각된 건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고 국내 수출경기 선행지표인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1월 3일(현지 시각) 49.3으로 예상치를 웃돌면서부터다. ISM제조업지수는 전통적으로 반도체와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왔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는 글로벌 테크 밸류체인 내 제조업과 중간재·자본재 성격이 강한 레거시 반도체 특화 기업이 주류를 구성해 글로벌 제조업·투자 경기 회복 여부가 주가 반격, 도약의 선결 과제로 기능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팔랐던 반도체 업종과 대표주 실적 눈높이 하향 조정 행렬이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9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5000억 원으로 당초 시장 전망치(7조7000억 원)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대규모 유입되면서 주가도 활기를 찾았다.
삼성전자는 실적을 발표한 1월 8일 하루에만 3.43%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3% 넘게 오른 건 지난해 12월 12일(3.52%)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주가가 역사적 하단에 있고 실적이 저점을 딛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자간담회 발언도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했다. 황 CEO는 “삼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도 삼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는 등 HBM 테스트 통과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속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SKC 유리기판의 엔비디아향 공급을 시사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실적이 1분기 저점을 통과한 뒤 2분기 또는 하반기를 지나야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고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본격적인 주가 상승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에도 모건 스탠리 목표주가 상향에 힘입어 외국인 수급 자금이 유입됐다”면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반도체 업종은 오히려 자금 유출이 발생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저가매수 콜은 외국인 매수의 추세성을 확인한 뒤 시차를 두고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수급 여건은 우호적이므로 순환매는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고가 행진 조선주 ‘쾌속’
올해에도 조선업 슈퍼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조선주가 국내 증시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증권가에서는 조선업 수주 사이클 지속 기대감과 미국 트럼프발 훈풍으로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부터 국내 조선주는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쾌속 질주하고 있다. 1월 10일 기준 HD현대중공업 주가는 1만2500원(4.15%) 오른 31만40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16% 뛴 30만8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1.83%), HJ중공업(1.83%), 한화오션(0.56%) 주가도 상승 마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30만8000원에 거래를 마친 1월 15일까지 9.2% 상승했다. 2024년 12월 6일 20만9000원에 거래되던 주가는 한 달 사이 약 50%나 급등했다. HD현대중공업은 주가가 급등하며 전날 기준 코스피 시총 11위(27조8748억 원)로 올랐다. 12월 말 17위에서 6계단이나 뛴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미포도 한 달 전보다 각각 18.86% 17.53% 뛰었다. HJ중공업은 한때 737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지만 1월 15일에는 7110원으로 주저앉았다. 한화오션도 올해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무려 20.48%나 상승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 5개사의 주가는 88.1%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74조 원으로 불어났다. 주가상승률은 HD현대중공업 122.9%, HD한국조선해양 88.6%, HD현대미포 58.1%, 한화오션 48.8%, 삼성중공업 45.8% 등으로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해군함 건조에 동맹국과의 협업 의지를 내비치고 중국 견제 의지를 표명한 점이 K-조선주들을 밀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월 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고,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MRO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 달러(약 78조 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 달러(약 88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 원을 차지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군함 사업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사업 확장, 미국을 발판으로 전세계 군함, 잠수함 수요 시장에 대한 지배력 확대, 상선 시장의 호황, 해양사업의 회복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진행할 액화천연가스(LNG) 신규 수출 프로젝트 재개 방침도 올해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밸류에이션 부담 우려에도 국내 조선업이 슈퍼사이클 지속과 원화 약세,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C) 발주량 증가와 등으로 올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 후판가 하락, 외국인 인력의 안착, 공정 개선 등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실적도 우상향을 지속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는 있지만 중장기적 성장이 어디까지 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LNG 개발 확대에 따른 LNG선 발주 강세가 기대되는가운데 컨테이너선 발주가 예상치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2021년부터 시작된 수주 사이클이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과거 발주 사이블 중 사이클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데 주목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영업이익 추정치를 평균 5%, 목표주가를 34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공정 안정화에 따른 건조물량 증가와 건조선가 상승과 이에 따른 고정비 감소, 제품믹스 개선 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후판가격 하락과 주력 고부가 선박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건조 본격화에 따른 해양플랜트 매출액 증가 등 영향으로 올해에도 분기별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인터넷株 기회 온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가 100만 원 시대를 다시 열면서 황제주에 오른 가운데 올해 바이오 업종을 둘러싼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리 인하와 트럼프 행정부 정책 수혜 등 바이오 업종을 둘러싼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 다소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던 NAVER, 카카오 등 인터넷 업종 역시 올해 기회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 유망 업종으로 바이오가 주목되고 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해 금리 인하 수혜에 더해 트럼프 2.0 행정부 관련 정책 수혜가 기대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생명공학 기업 및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중국 업체의 미국 내 사업이 제한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생물보안법은 당초 지난해 통과가 유력했으나 연말 최종 통과가 불발되면서 올해 재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을 적대시하고 있는 만큼, 취임 이후 법안 통과에 속도가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대감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3년 말 76만 원대에 머물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한때 111만 원을 뚫고 올랐고 현재도 1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며 황제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가 역시 지난해 11월 15만3000원대를 전저점으로 현재 18만 원대 중반까지 회복 중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초부터 미국 생물보안법이 발의되면서 국내 CDMO(위탁개발생산) 업체들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며 “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은 중요한 임상 결과 등을 발표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또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NAVER, 카카오 등 인터넷 업종도 올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AVER와 카카오는 올해 생성형 AI(인공지능) 고도화로 성장 엔진을 돌리고 있다. 카카오는 대화형 플랫폼 형태의 새 AI 앱 ‘카나나’를 개발하고 있으며 NAVER는 LLM(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로 생성형 AI 솔루션 사업을 벌이면서 클라우드 부문 매출을 늘리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NAVER의 경우 소비 심리 악화로 광고와 커머스 시장 모두 부진한 가운데 AI를 접목한 신규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며 “네이버플러스스토어, Ad부스트(Voost)의 안착이 중요하고, 이에 따른 매출 효율이 확인되면 주가는 재차 빠르게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AI 서비스는 카카오톡 개편, ‘카나나’ 출시로 확인될 예정”이라면서 “카나나는 1분기 퍼블릭 CBT(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으며 최종 서비스는 하반기 출시를 예상한다. 출시 직후 수익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여전히 카나나에 대응되는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초기 트래픽 확보에 성공한다면 잠재 수익원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NAVER의 주가는 지난해 8월 15만 원대를 저점으로 지난해 12월 22만 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20만 원대로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이후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