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예사롭지 않은 행보

“세계 경제 질서 변화…글로벌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5/01/22 [17:31]

최태원 SK그룹 회장 예사롭지 않은 행보

“세계 경제 질서 변화…글로벌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

송경 기자 | 입력 : 2025/01/22 [17:31]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10대 그룹 총수 중 가장 활발하게 대외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1월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KBS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 “트럼프 2기 대비해 수출 주도 경제로 바꿀 때”라고 강조했고, “빠르게 다가오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AI 푸어’가 생겨날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끌었다.

 

또 1월 23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세션에서 발표한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성과 기반 금융’에 대한 보고서에서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은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고 짚으면서 “이런 환경 속에서 ‘성과 기반 금융’이 기업 경영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CES 2025’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한 뒤 HBM 개발 속도에 자신감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수출 주도형 경제모델 과거처럼 작동 어려워···변화된 경쟁방식 찾아야”

젠슨 황 만남 뒤 “SK 개발속도가 엔비디아 요구 조금 넘는다는 것 확인”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KBS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빠르게 다가오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AI 푸어(poor)’가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의 격차를 뜻하는 ‘AI 디바이드(Divide·격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 질서 변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1월 19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등장했다. 이날 대담은 정·재계 리더들의 한국 사회 방향과 과제를 진단하기 위한 취지로 약 1시간에 걸쳐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 경제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연대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며 “미국 주도의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의 불안 요소가 삼각파도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미 흑자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약 600억 달러, 바이든 정부 4년간 1500억 달러로 통상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수십 년간 활용했던 수출 주도형 경제모델은 현재의 무역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며 “변화된 환경에 맞는 경쟁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경제연대를 통해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지금 (세계 경제) 룰(rule)을 결정하는 나라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유럽연합(EU) 경제블록 정도”라며 “함께 연대할 파트너와 추구해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등을 협력 가능한 상대 국가로 꼽았다.

 

이어 해외투자와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면서 “통상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상품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판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민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인구의 약 10%인 500여만 명의 해외인력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인공지능(AI) 패권전쟁에 대한 전략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컨센서스 즉 국가 차원의 전략이 중요하다”며 “‘모든 것을 다 잘하겠다’가 아니라 그중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해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제조 AI와 한국 차원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에너지 조달과 관련해서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다”며 “중앙집권 식의 그리드 시스템이 아니라 분산 전원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경제도 변화에 맞게 자원배분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모든 경제주체가 토의와 컨센서스로 속도감 있게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이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그가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을 맡고 있고 우리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당연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AI 대응’에 방점을 찍은 것과 관련, 최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최 회장의 발언에 무게감이 실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 1월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SK 전시 부스에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젠슨 황 만나 AI·HBM 협력 논의

 

최 회장은 이에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행사인 ‘CES 2025’ 행사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과 만났고,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을 조금 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하는 등 후일담을 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 회장은 1월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을 찾아 전시관을 둘러보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만남에서 이뤄진 사업 논의 내용을 언급하고 SK의 AI 사업 비전 등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황 CEO와의 만남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로 만나 사업 관련한 여러 논의를 했다”고 전한 뒤 “(기존에는) 상대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투헤드(Head-to-Head)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또한, “(엔비디아가) 컴퓨팅을 잘 이해해 컴퓨팅 관련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서 만드는 회사라는 것이 황 CEO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3년 연속 CES를 찾은 데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전부 AI화 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전시다”라며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이나 우리 주변 기기 안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화되고 상식화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SK의 AI 사업과 관련, 데이터 센터 사업 추진의 비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AI 반도체를 하고 있지만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은 AI데이터 센터 솔루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것이며 AI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AI 산업 경쟁에서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AI는 이제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이고 이 경쟁에서 뒤쳐지면 반도체·조선·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선택사항이 아니고 인터넷 환경이나 증기기관처럼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 변화를 만들고 있는 산업”이라면서 “가능하면 최전선에 서서 이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냐 따라갈 것이냐에 따라 경제적 부침이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도 내놨다. 최 회장은 “우리 스스로 어떤 형태로든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제조업 관련 AI라든지 로봇 관련한 AI라든지 특정 지역을 삼아 전략화 하든지 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특화 없이 전반적인 성장을 추구하면 일개 기업이나 조직 단위 규모와 실력으로 세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끝으로 AI 인프라와 사람을 강조하면서 “교육을 통해 얼마나 많은 AI를 상시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지, AI를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이 AI를 가지고 실험해 결과가 나오는 기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나라, 다른 곳에 전부 의존하게 되면 우리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우리가 필요한 건 스스로 만들어야지 남에게 영원히 의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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