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경제정책 총지휘자로 나선 내막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6/28 [14:19]

김상조, 경제정책 총지휘자로 나선 내막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6/28 [14:19]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1일 청와대 경제 투톱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을 경질하고 후임 정책실장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경제수석에는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한 것이다. 경제분야 정책을 총괄해온 두 사람이 임명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동시에 교체된 것을 두고 국민체감 성과를 내기 위한 문책성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실장, 경제수석 교체를 계기로 향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등 경제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J노믹스 숨은 설계자로 알려진 김상조 실장을 경제정책 총지휘자로 전면에 내세워 경제활력을 모색할 수 있을까?

 


 

J노믹스 설계자, 대·중소기업 협력 끌어내 경제활력 모색할까?
정책 일관성과 유연성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생각 여러 번 강조

 

▲ 김상조 실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재벌 저격수’로 통한다. 그러나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과 달리 공정위원장으로서의 업무를 유연하게 잘 수행해왔다는 것이 공정위 내부의 평가다.    

 

‘공정경제’를 앞세워 온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의 경제라인을 전격 교체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6월21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수현·윤종원 교체를 발표했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비서실 정무직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라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신임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전문성과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경제분야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경제 구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면서 “학계·시민단체·정부 등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경제분야뿐 아니라 사회·복지·교육 등 다방면의 정책에도 정통한 전문가로서,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대기업 불공정 행위의 단속을 맡아온 김 실장 발탁을 통해 대·중소기업 협력과 대기업의 투자 확대를 더욱 독려하고 이를 통해 민생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실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재벌 저격수’로 통한다. 그러나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과 달리 공정위원장으로서의 업무를 유연하게 잘 수행해왔다는 것이 공정위 내부의 평가다. 공정경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기업 등을 잘 아우르며 왔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정책실장 임명 직후인 6월21일 오후 소감을 밝히며 “만병통치약식 해법을 고집하는 것은 실패를 자초한다”고 말해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되, 국내외 경제환경에 맞춰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김 실장은 6월25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학자’라는 말을 13번이나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남은 상견례라며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김 실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인사차 춘추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돼 재계 등에서 정책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내 직책이 공정거래위원장이었기 때문에 내 영역이었던 ‘공정경제’를 먼저 하고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한 “공정거래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공정경제)가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3가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때 의도한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 내 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경제가 혁신성장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고,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상호 연결되어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2년간 일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혁신성장이 뒤로 밀리고 공정경제가 너무 거칠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내가 지난 2년 동안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왔는가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 실장은 “저는 경제학자”라며 “모든 일에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걸 비교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게 경제학자”라고 강조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생각도 거듭 강조했다.


“경제정책은 시장의 경제 주체들에게 얼마나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문제에 대해 선언적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경제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필요한 정책을 보완하면서 유연성을 갖는 게 경제 정책의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협의에 충실하겠다.”


김 실장은 또한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의 자서전을 인용해 “끊임없이 자기를 혁신하는 편집광적인 노력만이 생존을 보장한다”고도 했고, 영국의 경제학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세상이 바뀌면 내 마음도 바뀐다’는 말을 언급하며 “환경이 바뀌면 정책은 거기에 맞게 바뀐다”는 말도 했다. 향후 정책추진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해서는 “업무 파악이 아직 다 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과 ‘소득주도성장의 지속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최저임금은 결정 과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이 정말 부적절하다”며 “적절한 타이밍이 되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내용, 각각의 과제들과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를 따로 한 번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민노총 역시 지금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 말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답변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재벌개혁을 중요시했는데 공정위원장을 하면서 재벌개혁이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을 드리겠다”며 “이 자리에서 답변하면 다음 오실 신임 공정위원장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김 실장은 ‘경제학자로서 자신이 케인지언(케인스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 자신을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를 거부해왔다”면서도 “물론 일반이론과 화폐론 등 케인스의 책은 다 읽었다. 또 한편으로는 애덤 스미스와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자들의 원서도 다 읽었다. 현재 내 생각에는 케인스와 같은 흐름의 경제학자들이 미친 영향도 크지만,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책도 지금의 내 생각을 형성하는데 똑같은 영향을 미쳤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책을 놓고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는 어느 한 방향으로 내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