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아름다운 곳으로 반짝반짝 봄맞이 여행

‘윤동주 언덕’에서 별 헤는 밤…서울야경 가슴에 어린다!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2/26 [16:37]

야경 아름다운 곳으로 반짝반짝 봄맞이 여행

‘윤동주 언덕’에서 별 헤는 밤…서울야경 가슴에 어린다!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1/02/26 [16:37]

외출을 할 때는 너도나도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기 위해 집에 콕 박혀 지낸 지도 1년이 지났다. 이제는 외식도 여행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생활’에 지쳐 갑갑증이 도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보급은 시작됐다. 바이러스가 제 아무리 심술을 부려도, 코로나19에 빼앗긴 들에는 봄이 오고 있다. 이 겨울 끝자락에서 당신은 어떤 여행을 꿈꾸고 있는가?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야경 명소’를 추천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는 도시를 사뿐사뿐 거닐고, 일몰과 달빛이 황홀한 항구에서 살랑살랑 봄바람을 맞는 모습.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지 않는가? 화려한 조명이 도시를 감싼 야경을 보며 복잡한 생각, 내일의 고민, 우울한 기분을 날려 보내자.

 


 

서울의 야경 명소 많지만 가장 뜻깊은 곳은 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
시인은, 해 지는 풍경 보며 조국의 어두운 현실에 가슴 아파하지 않았을까


목포해상케이블카 타면 발 아래 아득하게 펼쳐진 바다…짜릿한 스릴 선사
케이블카 유리창에 ‘안녕, 목포’…케이블카에서 누리는 일몰 여운도 특별

 

1. 서울의 야경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가 좀처럼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치료제도 개발된다는 소식이 그나마 반갑고 조그만 위안이다. 밤하늘을 환하게 밝힌 달을 보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해보는 건 어떤가?


서울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다. 도심 가득한 마천루와 한강을 따라 성냥갑처럼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밤이면 형형색색 불빛을 내뿜으며 화려한 풍경을 연출한다. 서울에 야경 명소가 많지만, 큰 발품 들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뜻깊은 장소를 꼽으라면 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떠오른다. 서울 도심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자하문고개 정상에 자리하는데, 언덕에 오르면 경복궁과 시청, 종로 일대와 N서울타워까지 보인다.

 

▲ 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본 서울의 야경. 


윤동주는 김소월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하는 ‘서시’는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쯤 외웠을 법하다.


1917년 만주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1941년에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立敎)대학 영문과에 입학한다. 도시샤 대학 영문과로 옮긴 그는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경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45년 2월 생을 마감한다.


윤동주의 첫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유고 시집으로 발간됐다. 생전에 이 시집을 펴내고자 한 그는 서문으로 ‘서시’를 쓰고, 3부를 필사해 이양하와 정병욱에게 증정했다. 윤동주 사후 정병욱이 보관하던 필사본을 공개하면서 그의 시가 세상에 알려졌다. 초판 서문에는 윤동주가 늘 동경하던 시인 정지용이 쓴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이 없이!”라는 구절이 있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1941년,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후배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했다. 그는 이때 청운동과 누상동 일대를 산책하며 시상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청운동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김송의 집에 머문 약 4개월은 윤동주의 짧은 생에 가장 행복한 시기로 여겨진다. 깊은 속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후배와 함께 차 마시며 음악을 즐기고, 문학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성악가인 김송 부인의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하기도 했다. 저녁 무렵 하숙집 근처로 나온 그는 언덕에서 해 지는 서울 풍경을 보며 조국의 어두운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시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 자하문고개 정상에 자리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특별한 것은 없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 소나무가 있고, 짤막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언덕으로 한양도성길이 지나가는데, 성곽 앞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부암동과 평창동을 내려다본다. ‘윤동주 소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 앞에 서면 멀리 북한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의연한 듯 고독한 듯 서 있는 소나무가 마치 시인의 뒷모습 같다.

 

▲ 저녁 무렵에 만난 윤동주 소나무. 


언덕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 표석이 있고, 그 앞으로 ‘서시’ 시비가 있다. 시비 앞에 서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한 윤동주는 고국 땅에도 묻히지 못했다. 간도 용정에 있는 그의 무덤에서 가져온 흙 한 줌을 이 언덕에 뿌렸다.


야경을 보기 좋은 곳이 시비 앞이다. 서울의 야경 사진이 들어간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서울 밤 풍경’ 표지판도 있다. 요즘 해 지는 시각은 오후 6시 전후. 하늘이 서서히 보랏빛과 주홍빛으로 물들 때쯤이면 도심의 빌딩에도 하나둘 불이 켜지고, 사위가 금세 어두워진다. 저녁이 되면 제법 쌀쌀하다. 바람이 불어와 소나무 가지를 흔든다. 7시면 완전히 어두워, 멀리 N서울타워의 불빛이 선명하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윤동주 문학관과 이어진다. 종로구는 용도 폐기된 청운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해 윤동주 문학관을 조성하고, 2012년 7월에 문을 열었다. 수도가압장은 산 중턱에 있는 청운아파트에 수돗물을 보내기 위해 만들었는데, 아파트가 철거된 뒤 버려지다시피 했다.


문학관에는 시인의 유품과 자필 서신, 생애 사진 등이 전시된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나오는 우물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문학관을 꾸민 점이 흥미롭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당분간 입장객을 받지 않는다. 문학관은 건축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2013년 대한민국공공건축상 국무총리상, 2014년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았고, ‘한국의 현대건축 Best 20’에 선정됐다. 건축가 이소진에게는 2012년 젊은 건축가상을 안기기도 했다.

 

▲ 한양도성길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풍경. 


문학관 건너편은 창의문이다. 이곳에서 한양도성길 백악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창의문에서 시작해 혜화문에 이르는 백악구간은 등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의문 터에서 인왕산 정상을 지나 창의문까지 이어지는 인왕산 구간을 걸은 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저녁을 맞아도 좋다.


부암동 골목도 함께 걸어보자. 옛 골목의 정취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이다. 가파른 시멘트 계단을 따라 좁은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방앗간도 만나고, 조그마한 갤러리도 만난다. 여기저기 고개를 기웃거리고 쉴 만한 카페와 식당이 많으니 산책 삼아 걸어보자.

 

<글·사진/박상준(여행작가)>

 

2. 목포의 야경


전남 목포는 항구다. 담양에서 나주·영암 등을 지나온 영산강은 목포를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그래서 ‘남포’(나주의 남쪽 포구), ‘목개’(목처럼 중요한 지역)라는 옛 이름이 세월을 거듭하다 목포가 됐다. 어원은 그렇지만 여행자에게 목포는 낭만이다. 옛 항구에 깃든 시간이 여행을 로맨틱하게 물들인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북항스테이션에서 유달산스테이션을 지나 고하도스테이션까지 총 길이 3.23km, 왕복 40분 동안 육상과 해상을 넘나든다. 항구도시이자 낭만도시인 목포 전경을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월에는 대보름을 전후해 달맞이를 겸한 야간 여행으로 매혹한다.

 

▲ 유달산 관운각과 목포해상케이블카 야경. 


무엇보다 목포의 산과 섬을 함께 여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카 탑승만 고려하면 반쪽 여행에 그친다. 유달산은 물론 고하도 여행까지 염두에 두고 시간을 넉넉하게 안배해야 한다. 고하도에서 일몰을 보고, 유달산으로 돌아와 야경과 달맞이하는 일정으로 짜면 알차다.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한 케이블카는 유달산 이등바위와 일등바위를 향해 오르고, 잠시 후 유달산 곁을 지난다. 유달산 상부의 5번 타워는 높이가 무려 155미터에 이른다. 유달산스테이션에서 고하도스테이션까지는 영산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이동한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일반캐빈과 크리스탈캐빈으로 나뉘는데, 이 구간을 지날 때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캐빈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발 아래 아득하게 펼쳐진 바다가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케이블카 유리창에 ‘안녕, 목포’ ‘목포에 오길 참 잘했다’ 같은 문구 또한 눈길을 끈다. 목포해상케이블카 인증 사진으로 인기다.

 

▲ 고하도스테이션 옥상정원에서 만난 일몰. 


고하도는 ‘높은 산(유달산) 아래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후 108일간 머물며 전열을 가다듬은 곳이다. 칼섬, 용섬, 병풍도 등 또 다른 이름이 말해주듯 목포의 전략적 요충지다. 고하도스테이션에 내리면 숲속 산책로를 지나 고하도전망대와 고하도 해안 덱을 돌아볼 만하다.


고하도전망대는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을 본떠서 지었다. 모양이 특이해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1층에 카페가 있고, 계단을 오르면 이순신 장군과 고하도, 유달산과 북항 권역의 관광지 전시물이 차례로 나온다. 전망대 정상에서 유달산을 거쳐 고하도에 이르는 목포해상케이블카와 고하도 해안 덱 너머 목포대교 등 사방 전경이 시원스레 안겨든다.

 

▲ 고하도로 향하는 케이블카와 고하도 모습. 


고하도 해안 데크는 바다 위에 놓인 산책로다. 멀리 목포대교를 눈에 담고 걷다 보면 이순신 장군과 용 조형물 포토 존이 나온다. 고하도에서 해질녘까지 머문 뒤 다시 유달산스테이션으로 이동한다. 케이블카 안에서 누리는 일몰의 여운도 특별하다.


유달산은 목포의 어머니 산이다. 보통 노적봉인공폭포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른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유달산스테이션에서 좀 더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마저 부담스러울 때는 마당바위나 관운각에서 야경을 감상해도 좋다. 서쪽은 바다 한가운데 놓인 목포대교의 위용이, 동쪽은 오밀조밀하게 모여 앉은 목포 시가지 전망이 화려하다.

 

▲ 케이블카에서 본 목포 시가지. 


도시 야경은 목포 여행을 한층 로맨틱하게 만든다. 2월에는 달을 보며 간절한 소원 하나 빌어봄 직하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유달산스테이션 옥상전망대도 무난하다. 목포대교와 고하도 일대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단축 운행한다(평일 오전 11시~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전 10시~오후 8시). 매표는 오후 7시에 종료하며, 오후 6시 이후 발권부터 야간 할인을 적용한다. 기상 상황이나 안전상 사전 공지 없이 휴장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하길 권한다.


목포는 1897년 개항해 근대 풍경이 곳곳에 남아 있다. 1900년에 목포 일본영사관(사적 289호)으로 지은 목포근대역사관 1관이 대표적이다. 르네상스 양식 붉은 벽돌 건물은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지난해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실내는 1~2층에 목포의 역사를 7가지 주제로 전시한다. 건물 뒤쪽에 일제가 판 방공호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1관에서 약 240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1920년경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전남기념물 174호)으로 지은 건물이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되새기며 돌아볼 일이다. 목포근대역사관 1·2관은 입장권 하나로 돌아볼 수 있다. 주변은 일제강점기 적산 가옥이 남은 근대역사거리로, 카페와 식당 등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서산동 시화골목도 눈길을 끈다. 유달산 서쪽이라 서산동이고, 과거에는 너른 보리밭이 있어 ‘보리마당’이라 불렸다. 영화 〈1987〉에서 연희(김태리 분)가 살던 달동네로 나오며 알려졌다. 이한열(강동원 분)과 연희가 시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연희네슈퍼 앞 평상도 그대로다.


연희네슈퍼에서 언덕 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바보마당’과 첫째·둘째·셋째 골목으로 갈린다. 골목마다 1970~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구멍가게나 벽화가 눈길을 끈다. 바보마당은 보리마당에서 이름을 딴 ‘바다가 보이는 마당’으로, 카페와 미술관, 사진관 등이 있어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마을 위쪽 보리마당로에는 마을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포토 존이 있다.

 

<글·사진/박상준(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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