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따라 맛 따라 즐기는 쉼표여행

지금 딱 맛있는 대게·주꾸미·도다리 별미여행 즐겨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4/09 [15:47]

꽃 따라 맛 따라 즐기는 쉼표여행

지금 딱 맛있는 대게·주꾸미·도다리 별미여행 즐겨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1/04/09 [15:47]

꽃 피고 새 우는 봄이다! 매화에서 산수유·진달래·목련을 거쳐 개나리·벚꽃·라일락까지. 봄꽃 릴레이가 한창이다. 그렇게 봄이 무르익고 있다.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은 고운 자태로 피어나는 봄꽃을 보면 ‘절로 눈물이 난다’고들 한다. 봄이 되면 마음이 들뜨고,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해진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 ‘여행의 맛’을 느껴보자.

 

여행에서 추억의 절반은 맛있는 음식이 차지하는 법. 봄꽃과 제철별미, 사람향기가 가득한 곳에서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보고 싶은 대로 보자.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먹고 보고 즐기는 ‘쉼표여행’을 하노라면 소홀했던 나를 오롯이 보살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죽변항과 후포항은 귀한 대게 맛보러 온 ‘상춘객 발길’
손으로 대게 다리 살짝 꺾어 잡아당기면 하얀 속살 쏙~


무창포에서 주꾸미·도다리 맛보고, 오천항에서 키조개 탐식
이맘때의 주꾸미는 무엇보다 야들야들하고 담백한 맛 일품

 

1. 울진 대게 별미여행


경북 울진은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힘들다.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기찻길도, 하늘길도 없다. 충주에서 영주를 지나 울진으로 들어가는 국도 36호선이 아니면 삼척에서 내려가거나 영덕에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도 울진에 가야 하는 이유는 대게 때문이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대게의 고장’ 울진은 시원한 바다 풍광과 함께 미각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이지만, 그중에도 2월 말~3월이 최고다. 대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봄에 울진으로 가야 한다. 이맘때 죽변항과 후포항은 모락모락 올라온 김으로 뒤덮이고, 귀한 대게를 맛보러 온 상춘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람도 따스해서 여행하기 한결 좋다.


쫄깃하고 고소한 울진대게는 국가 브랜드 대상을 4년 연속 수상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조선시대 인문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로 나올 만큼 역사도 깊다. 울진대게가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한 데는 주민들의 노력이 한몫했다.


울진 어민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대게 유통을 자율적으로 규제한다. 11월이면 대게를 법적으로 잡을 수 있지만, 울진에서는 12월부터 조업한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암컷과 몸통 세로 길이 9cm 이하 대게는 잡지 않고, ‘물게(속이 차지 않은 대게) 팔지도 사지도 말기’ 캠페인을 하는 등 울진대게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다.


울진 여행은 오전 9시 죽변항에서 시작한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대게 경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배에서 위판장으로 옮긴 대게를 바닥에 일사불란하게 진열한다. 대게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배를 위로 향하게 놓는다. 위판장 바닥을 메운 싱싱한 대게가 내뿜는 붉은 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문도 모르고 잡혀 온 대게는 다리를 치켜들고 발버둥친다.

 

▲ 경매 시작 전, 배에서 위판장으로 옮긴 대게를 바닥에 일사불란하게 진열한다. 


경매 시작 전, 대게의 상태를 확인하는 중매인들이 분주하다. 매서운 눈으로 색을 살피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빨간 모자를 쓴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면 중매인들은 서둘러 값을 제시한다. 짜릿한 긴장감이 돌고, 잠시 정적이 흐른다.

 

최고가를 쓴 중매인에게 낙찰되면 싱싱한 대게를 운반하는 이들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다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대게를 통에 담는다. 다리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값이 내려가기 때문. 다리가 떨어진 대게는 무더기로 쌓아놓고 따로 경매한다. 바닥에 떨어진 주인 모를 다리만 주워 가는 이도 있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불을 피워놓고 다리를 구워 먹는다.

 

▲ 암컷과 몸통 세로 길이 9cm 이하 대게는 잡지 않는다. 


활기찬 대게 경매를 구경하고 나서 대게를 먹어보자. 죽변항과 후포항 근처에 대게를 바로 쪄주는 집이 모여 있다. 싱싱한 대게를 고르면 찜통에 15~20분 찐다. 대게는 찌는 동안 내장이 흐르지 않도록 배가 위로 향하게 놓는다. 찜통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먹기 좋게 손질된 몸통과 다리를 차례로 맛본다.


대나무처럼 긴 다리도 문제없다. 손으로 살짝 꺾어서 잡아당기면 하얀 속살이 쏙 빠져나온다. 짭조름한 바다 향이 배어 다른 양념은 필요 없다. 눈을 지그시 감고 풍요로운 맛을 즐기면 된다. 통통한 살을 발라 먹은 다음에는 게딱지에 담긴 볶음밥이 기다린다. 대게 내장에 참기름과 김 가루를 넣고 볶은 밥까지 먹으면 미식 여행이 완성된다.

 

▲ 쫄깃한 대게 속살과 게딱지에 담긴 볶음밥. 


쪄 먹는 대게를 ‘찐’으로 치지만, 울진에서는 대게를 활용한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고소함이 배가되는 대게버터구이는 젊은 여성이 특히 좋아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대게를 오래 보관하며 먹기 위해 만든 게짜박이도 별미다. 대게비빔밥과 대게물회, 게살비빔만두를 찾는 이도 많다. 주전부리도 있다. 반죽에 대게 살과 대게 가루를 넣은 울진대게빵이다.


대게 요리를 맛본 뒤에는 대게 원조 마을인 거일마을로 향한다. 평해읍 거일2리로, 마을 지형이 게 알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거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일마을에는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대게 조형물, 대게 원조 마을 유래비와 어부상이 있다. 거일마을에서 약 23km 떨어진 곳에는 울진대게 최대 서식지 왕돌초가 있다. 왕돌초는 수중바위 군락으로, 해양 생물 120여 종이 사는 ‘어족 자원의 보고’다. 매년 2~3월 후포항과 거일마을 일원에서 ‘울진대게와붉은대게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했다.

 

▲ 거일마을에 있는 대게 조형물. 


거일마을에서 북쪽으로 가다 보면 오산항이 나온다. 오산항을 품은 매화면에는 이현세만화매화벽화거리가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등 이현세 작가의 대표작이 떠오른다. 걸어가면서 읽는 벽화 만화, 새마을호 객실을 개조한 ‘남벌열차카페’, 이현세 작가 작품의 명장면으로 꾸민 만화도서관도 들러볼 만하다. 봄에는 매화가 활짝 피어 산책하는 즐거움이 더하다.


바다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왕피천케이블카를 만난다. 왕복 1430미터 거리를 오가며 맑은 왕피천과 탁 트인 동해를 만끽한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에서 운이 좋으면 바다와 강이 만나는 왕피천의 은어도 볼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뿐만 아니라, 해맞이정류장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망양정에서 보는 경치도 아름답다.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인 망양정에 오르면 장애물 하나 없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탑승장은 엑스포정류장과 해맞이정류장 두 곳이지만, 탑승권은 엑스포정류장에서 판매한다.


마지막 코스는 울진의 새 명소로 떠오른 국립해양과학관이다. 2020년 7월 개관한 해양과학 전문 교육·체험 기관으로, 바다의 다양한 모습과 주제를 담은 전시공간이 여러 곳 있다. 길이 393미터 해상스카이워크, 수심 6미터 아래 수많은 해양 생물이 공존하는 동해를 관찰할 수 있는 해중전망대 등도 갖췄다. 국립해양과학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람을 하루 3회(회차별 100명, 예약 필수)로 제한하며, 해중전망대와 VR어드벤처, 영상관은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글·사진/채지형(여행작가)>

 

2. 보령 주꾸미 별미여행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산과 들에 푸릇한 새싹이 움트듯, 바다에도 싱싱하고 영양 가득한 해산물이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돋운다. 서해 연안의 충남 보령은 요즘 주꾸미, 도다리를 비롯해 갖가지 해산물이 풍성하다. 올봄에는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무창포해수욕장에서 주꾸미샤부샤부와 도다리탕을 맛보고, 오천항에서 다양한 키조개 요리를 탐식하자.

 

▲ 봄철 무창포해수욕장의 별미, 주꾸미샤부샤부. 


무창포해수욕장은 매년 3월 ‘주꾸미·도다리축제’가 열리는 보령의 대표적인 봄맞이 미식 여행지다(올해 축제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취소 가능). 이맘때면 해변에 늘어선 음식점 어디서든 알이 꽉 찬 주꾸미와 도다리를 만날 수 있다.


주꾸미는 낙지처럼 몸통에 다리가 8개 달렸지만, 짧고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필수아미노산과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풍부한 주꾸미는 산란 전인 3~4월에 영양분이 가장 많아 봄철 보양식으로 인기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알이 가득해 맛도 좋다.


알배기 주꾸미는 끓는 채소 국물에 데쳐 먹는 샤부샤부가 제격이다. 주꾸미를 통째로 넣어 익히다가 몸 전체가 분홍빛으로 변하면 먹어도 된다는 신호다. 머리는 더 익혀야 하는데, 한 입 베어 물면 밥풀 같은 알이 우르르 쏟아진다. 제철 주꾸미는 무엇보다 야들야들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주꾸미·도다리축제에서 주꾸미 낚시를 하는 사람들.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전에 촬영한 사진. <사진제공=보령시청> 


봄철 진미로 꼽히는 도다리도 놓쳐선 안 될 맛이다. 광어와 닮은꼴인 도다리는 납작한 모양새부터 범상치 않다. ‘좌광우도’라고 해서 대가리를 아래쪽으로 두고 정면에서 볼 때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다. 도다리는 양식이 어려워 시중에 유통되는 것도 거의 자연산이라 한다.


도다리회는 쫀득하고 차진 맛이 일품이지만, 알이 차기 시작하면 살이 물러져 탕으로 많이 먹는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면 맑은탕을, 얼큰한 맛을 좋아하면 매운탕을 추천한다. 한소끔 끓인 도다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봄에는 알싸하면서 향긋한 쑥 향이 도다리와 어우러진 도다리쑥탕이 별미다.

 

▲ 알이 꽉 찬 도다리로 끓인 맑은탕. 


주꾸미와 도다리를 저렴하게 맛보려면 무창포해수욕장 끝에 있는 무창포수산물시장을 이용하자. 매일 들어오는 싱싱한 해산물을 사다가 2층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다. 상차림 비용은 1kg당 1만~1만 5000원이다.


보령시 북부에 자리한 오천항은 바닷물이 내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방파제가 필요 없는 천혜의 항구다. 산으로 둘러싸여 호수 같은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어선이 평화로운 정경을 그려낸다. 옛적에는 상업과 군사 요충지로 번성했다고 하나, 지금은 아담한 항구가 정겹게 보인다.

 

▲ 산으로 둘러싸여 호수 같은 오천항 풍경. 


이 작은 항구가 전국 키조개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한다. 키조개 집산지 오천항 앞은 매일 키조개를 다듬는 상인들로 분주하고, 골목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키조개 음식점이다. 키조개는 4~5월이 제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산란기(7~8월)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채취가 가능하다. ‘머구리’라 불리는 잠수부들이 수심 20~40미터 바다에 들어가 모래흙에 박힌 키조개를 캔다. 청정 바다에서 자라 맛과 영양이 뛰어난 키조개는 단백질과 타우린 등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이다.


키조개는 버터구이나 샤부샤부로 많이 먹는데, 이곳 별미는 키조개두루치기다. 미나리와 양파, 버섯, 대파 등 각종 채소와 키조개를 매콤한 양념에 볶듯이 끓여 맛의 궁합이 완벽하다. 부드러운 관자와 아삭한 채소가 씹히는 맛에 한 번 놀라고, 물 한 방울 넣지 않고도 시원하고 깔끔하게 우러난 국물에 두 번 놀란다. 마무리는 역시 남은 양념에 볶은 밥이다. 마지막 한 입까지 맛있는 미식 탐험을 즐기기 좋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미식 탐험을 한 뒤에는 근처로 봄나들이에 나서보자. 무창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보령머드박물관이 있다. 대천해수욕장 끝자락에 자리한 박물관은 갯벌의 생태와 이를 활용한 천연 머드 제품을 전시한다. 여름마다 펼쳐지는 보령머드축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축제 캐릭터 머돌이와 머순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오천항에는 조선시대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보령 충청수영성(사적 501호)의 흔적이 있다. 당시 군선 140여 척이 머물고, 병력이 8400명에 이른 충청수영성은 서해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충청 수군은 나라의 위기마다 큰 역할을 담당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연합해 왜군에 맞서고, 병자호란 때 밀려오는 청나라 대군을 막아냈다.


충청수영성은 성곽과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데다, 옛 건물을 복원해 과거의 위용이 드러난다. 성내에 남아 있던 옛터에 복원한 영보정은 1504년 수사 이량이 지었다. 정약용과 이항복이 ‘조선 최고의 정자’로 묘사했을 만큼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경치를 품고 있다. 이곳에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촬영했는데, 동백(공효진 분)과 용식(강하늘 분)이 노을 질 무렵에 걷던 바닷가 언덕이 바로 영보정 앞 성곽이다.


오천항 부근에는 보령 청소역(등록문화재 305호)이 있다. 영화 〈택시 운전사〉를 촬영한 이곳은 장항선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驛舍)다. 1929년 진죽역으로 문을 열었으며, 1988년 청소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단층구조 벽돌 건물인 청소역은 건축적·철도사적 가치가 높아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지금도 하루 8차례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이다. 무엇보다 주변의 정겨운 풍경이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글·사진/정은주(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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