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풍수 연구가 공문룡의 인생 그리고 사주 이야기 <2>

“내 나이 칠순인데…뒤늦게 팔자 고쳐도 될까요?”

글/공문룡(명리·풍수 연구가) | 기사입력 2021/05/07 [15:18]

명리·풍수 연구가 공문룡의 인생 그리고 사주 이야기 <2>

“내 나이 칠순인데…뒤늦게 팔자 고쳐도 될까요?”

글/공문룡(명리·풍수 연구가) | 입력 : 2021/05/07 [15:18]

남편·자식 덕 신통찮아 신세 한탄 노부인, 조심스레 황혼재혼 고민 상담
내미는 사주를 보니 상대 미워하는 ‘원진살’ 없고 흉작용 글자도 없어
“좋은 인연이니 오래 이어가라” 덕담에 “우리 둘 궁합 그렇게 좋아요?”


상담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부부 인연에 관한 통변이다. 그만하면 백년해로를 하는데 큰 문제가 없겠다 싶었는데 웬걸 뒤늦게 황혼이혼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팔자에 나타나 있는 부부 인연이 별로다 싶은데 천수를 다하도록 큰 말썽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부부금슬에 관련된 상담을 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가로늦게 이런 걸 여쭤봐도 될는지요.”


필자가 20년 가까이 칼럼을 연재하는 매체가 있는데 주요 독자가 노인층이다 보니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노인층이 많다. 이번에는 칠순을 앞둔 노부인이다.

 


“남편 덕이 없으면 자식 덕도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구나 싶어서요.”  


사주팔자에 일주(日柱)와 시주(時柱)가 흉으로 작용하면 십중팔구 남편이나 자식이 짐이 되는 삶으로 기울어질 공산이 크다. 일주는 나와 배우자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이고, 시주는 자식과의 관계를 일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주에서 필요로 하는 글자가 배우자 자리인 일지나 자식 자리인 시주에 있는 경우다.

 

사람의 삶을 평균 잡아 60년으로 보고(요즘은 평균수명이 훨씬 길어졌지만) 15년씩 4기분으로 나눠 해당 시기에 어떤 글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본다. 따라서 일주나 시주에 사주에서 필요로 하는 글자가 있거나 운세의 흐름에서 해당 글자가 와주는 경우를 길운으로 본다.

 

만일 사주에서 꺼리는 글자가 있거나 운세에서 오는 경우는 삶이 저조한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배우자 덕이나 자식 덕이 안 좋다는 평가를 하게 된다.  

 

“남편 덕이 없다 해서 자식 덕마저 없을 거라는 말은 신세 한탄할 때 입에 담는 말이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주를 받아 적어 보니 남편 덕, 자식 덕 없음을 입에 올릴 만하다 싶었다. 20여 년 전 50줄에 들어설 무렵 남편과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져 우여곡절 끝에 남남으로 갈라선 후 이불가게를 하면서 홀몸으로 자식 둘을 키워 시집 장가를 보냈으면 됐지. 이것들이 제 어미 고생은 안중에도 없고 지금도 걸핏하면 남매가 겨끔내기로 제 어미 돈 알겨내는 쪽으로만 이골이 나서 자식인지 뭔지 속이 상해 죽겠다고 했다.


하긴 자식 자리에 있는 글자가 칠살인데다 흉작용을 하는 입장이다. 하기야 헤어진 남편도 툭하면 아내가 애써 모아놓은 돈을 축내기 일쑤였던 점을 감안하면 고단함으로 일관되는 삶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럴 때는 그저 입을 다물고 저쪽에서 다음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위로를 한답시고 섣불리 눈물 꼭지를 건드렸다간 수습이 난감해진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노부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이 나이에 뒤늦게 팔자를 고치겠다는 건 아무래도 남우세스러운 노릇이 되겠지요?”


“예?”


“여러 날 고민하던 끝에 조언을 듣고 싶어서요. 선생님이 말리신다면 이쯤에서 맘을 접을 겁니다.”


“재혼을 하시려구요?”      


“아무래도 안 되겠죠? 제 나이 70인데…. 그냥 맘에 맞는 사람이랑 친구처럼 지내는 게 좋겠죠?”


“아닙니다.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면 한 지붕 아래 함께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물론 궁합이 좋아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하겠지만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주를 불러준다. 이때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은 원진(元嗔)살이 개입되었는지를 보는 거다.

 

원진살이란 인간관계에서 까닭 없이 상대를 미워하고 멀리하게 되는 흉살이니 부부간에 원진살이 개입하면 좋은 일은 줄어들고 나쁜 일은 늘어나므로 원만한 부부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원진살이 없다면 운세의 흐름이 사주 내에서 흉작용을 하는 글자들과 어떤 관계인지를 본다. 대운이나 태세운은 10년 또는 1년을 주기로 변하므로 흉작용을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길작용을 할 때도 있어서다. 이모저모 살펴봐도 특별히 맘에 걸릴 만한 흉이 없으니 이제 남은 건 두 사람이 얼마나 살갑게 지낼 준비가 되었는지에 달린 셈이다.


“사귀신 지 얼마나 됐죠?”


“일 년 좀 넘었나? 이불가게 자주 들르던 손님이 소개를 했는데…, 첫인상이 그리 나쁘진 않았어요. 매너도 점잖았구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니 이상하게 제 맘이 자꾸 기울어지는 거예요. 한쪽으로는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주책인가 싶으면서도 왠지 내가 이 영감을 제대로 붙잡지 않으면 좋은 인연을 놓칠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자꾸 드는 거 있죠?”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저쪽 영감님도 홀몸인가요?”


“5년 전에 부인을 먼저 보냈답니다. 자식들은 짝지어 모두 독립시켰구요. 아주 신사예요. 이야기도 조곤조곤 재미있게 하고 아는 것도 아주아주 많고…, 예전에 헤어진 영감탱이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갑자기 말이 빨라졌다. 목소리에 윤기가 흐르는 게 상대가 마음에 쏙 들었다는 뜻이다. 나도 모르게 덕담이 흘러나왔다. 


“축하드립니다. 좋은 인연이니 오래오래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한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황혼에 접어들어 이혼하거나 재혼을 하는 게 사회적으로 환영을 받지 못하는 소행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굳이 늙은 나이에 그처럼 유난을 떨어가며 살아야 하느냐는 식의 마땅찮은 시선이 태반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저마다 자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혹시나 싶어 한 가지 질문을 보태봤다.


“혹시 아들이나 딸이 어머니 결혼을 반대하지는 않았습니까?”


“아이고, 왜 안했겠어요? 아들 며느리, 딸 사위가 한동안 기를 쓰고 반대하더라구요. 그 속이야 뻔하죠. 내가 재혼하면 돈 알겨내기가 어려워지겠다 싶으니까 그토록 손사래를 친다는 거 내가 왜 모르겠어요?”


쌓아둔 재산이 많을수록 황혼이혼이나 재혼 문제에 격하게 반대하는 자식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돈 앞에서는 부모의 행복 따위를 거론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겠다. 오죽하면 모든 재산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부모의 재혼 조건으로 내세우는 각박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 경우도 상당 부분 자식들에게 양보하는 선에서 가까스로 재혼 문제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노후의 행복을 확보했다는 점과 좋은 인연을 만났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자칫 노후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급함에 등을 떠밀려 만나지 말았어야 할 팔자와 인연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가 ‘효녀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의 경우다. 애비 눈을 뜨게 해주겠다는 일념에서 공양미 삼백 석에 인신 공양의 제물로 팔려가면서 적잖은 노후 자금까지 챙겨준 딸의 효심을 망각하고 천하에 몹쓸 아낙인 뺑덕어멈에게 넋이 나간 끝에 걸인으로 나앉은 심봉사.

 

한마디로 그는 뺑덕어멈 같은 여자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누군가 곁에서 그의 팔자에 드리워지는 흉의 그림자를 피할 길을 일러줬더라면 좋았으련만 늘그막의 사무치는 외로움이 뺑덕어멈에게 막무가내로 기울어지는 자신을 추스릴 겨를조차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노후의 외로움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굳이 뜯어말려야 할 만큼 나쁜 인연이 아니라면 황혼 재혼은 권장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열심히 사랑하세요. 노래도 있잖아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호호호, 우리 둘이 그렇게 궁합이 좋아요?”


“물론이죠. 아, 그리고 이건 그냥 노파심에서 여쭤보는 건데 설마 맨날 손만 잡고 주무실 건 아니죠?”


“호호호호.”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냥 윤기 흐르는 웃음소리만 한참 이어졌다. 그 웃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답이 되고도 남았다. 늙어서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어 서로 가려운 데 긁어주고 곰살궂게 다독이며 사는 느긋한 재미! 그거 젊은 축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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