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융단 깐 듯한 차밭에 서면 어지러운 마음 ‘가지런’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6/11 [14:35]

싱그런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융단 깐 듯한 차밭에 서면 어지러운 마음 ‘가지런’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1/06/11 [14:35]

꽃과 자연을 찾아 무작정 ‘밖’으로 나가고 싶은 계절이다. 속없이 한껏 흐드러진 작약, 화려함 그 자체인 장미, 뙤약볕 아래 붉게 핀 양귀비, 청초한 자태로 하늘하늘 흔들리는 수레국화, 초록 이파리들이 연출하는 싱그러운 풍경까지. 5~6월에 피는 꽃과 신록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색과 모양, 향을 달리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녹음을 스치는 바람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고운 꽃과 싱그런 자연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환영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신록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이 오기 전에 아름다운 꽃길, 싱그러운 들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알싸한 자연의 내음에 취해 보라. 소담스런 꽃을 보고 초록빛 풍경을 음미하노라면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동화되어 심신의 여유와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봉화산 나무계단 오르면 양옆에 차나무가 반갑게 손 내밀고…
차밭 보며 차 한 모금 머금으면 시나브로 ‘몸과 마음의 평화’

 

이른 오전 전등사는 고즈넉…아침 햇살이 산사의 여백 채우고…
달각거리는 다기 소리, 목탁 소리 간간이 뒤섞여 ‘평화 그 자체’

 

1. 전북 익산 차밭 여행


5~6월이면 차밭이 떠오른다. 차나무에 새잎이 돋아 초록빛이 더욱 싱그러워지기 때문이다. 융단을 깐 듯한 차밭에서 향긋한 차를 즐기다 보면 어지러운 마음도 가지런해진다. 차밭은 전남 보성이 유명하지만, 전북 익산에도 차밭 여행지가 있다. 익산시 웅포면 입점리에 가면 차밭에서 야생 차를 맛보고, 녹차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익산은 차 애호가 사이에서 이름난 지역이다. 우리나라 최북단 야생 차나무 군락이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차나무는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재배하지만, 보성이나 하동보다 위쪽에서도 자란다. 웅포면 입점리 산30번지에 2009년 익산시가 큼지막하게 세운 야생차북한계군락지(N 36°03′) 표석이 있다.

 

▲ 야생차북한계군락지에 자리 잡은 익산산림문화체험관 앞 차밭. 


표석 뒤는 임해사 터다. 임해사는 숭림사의 말사로, 구전에 따르면 조선 초기에 소실됐다. 사찰에서 차를 많이 마신 시기로, 이때부터 차나무를 키운 것으로 추정한다. 절이 소실된 뒤에도 차나무는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온 듯하다. 야생 차나무는 대규모 차밭과 달리 산에서 소규모로 자라며, 이곳 절터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차나무의 생육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따로 손대지 않아 주변에 풀이 우거졌다. 그래서 다른 차밭처럼 정갈한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절터 위로 봉화산 자락을 따라 차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봉화산 정상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 양옆에 차나무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 따로 가지치기하지 않아, 키와 잎이 큰 편이다. 야생 차나무 군락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익산산림조합이 등산객의 발길이 잦은 구간에 녹색 펜스를 설치했다.

 

▲ 봉화산 정상에 서면 드넓은 평야와 미륵산, 금강과 웅포곰개나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야생 차나무 군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봉화산 200m’ 팻말을 만난다. 다소 가파르지만, 정상까지 가보기를 추천한다. 이곳은 고려 중엽에 설치된 봉수대가 있던 자리다.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면 드넓은 평야와 미륵산,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웅포곰개나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앉아서 쉴 만한 자리도 있어 땀을 식히기 좋다.

 

▲ 제다 체험을 하기 위해 체험관 앞 차밭에서 딴 찻잎. 


봉화산 정상에서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와 익산산림문화체험관으로 향한다. 체험관은 차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제다 체험은 찻잎을 따고, 덖고, 비비고, 채반에 말리기까지 녹차 만드는 과정을 두루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새 찻잎이 나오는 5월부터 진행하며, 이른 아침에 시작해 오후 늦게 끝난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한주씨가 “이곳 야생 차나무는 비료나 약을 전혀 주지 않아,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도 체험은 차를 끓이고 마시는 예절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주로 참여한다. 차와 관련은 없지만, 나무로 각종 소품을 만드는 목공 체험(어린이 대상)과 유아를 위한 숲속 체험 학습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유료다(예약 필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체험관 1층 숲속쉼터 카페에서 차를 맛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자. 메뉴에 야생 차나무 군락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발효차가 있다. 차를 마시기에는 카페 내부 공간보다 차밭이 보이는 체험관 앞 데크가 좋다. 체험관 앞 가지런한 차밭을 보노라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임이 실감 난다.


이곳에는 약 4.1ha에 차나무 24만 본이 자란다. 2004년 파종한 녹차 육모 24만 개를 식재한 차밭이다. 다른 차밭과 달리, 차밭 사이로 소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차나무를 심을 때, 산비탈에 있는 소나무를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와 반짝이는 차밭을 바라보며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면, 시나브로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익산산림문화체험관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에 함라마을이 있다. 김안균과 조해영, 이배원 등 근대 만석꾼 가옥이 있는 마을로, 정겨운 옛 담장(등록문화재 263호)이 사이좋게 이어진다. 흙다짐에 돌을 박은 토석담이 많고, 토담과 돌담, 전돌을 사용한 담 등 여러 가지 담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모양과 함께 세대를 이어가며 만들고 덧붙인 흔적이 고스란하다. 담장을 따라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옛 정취가 느껴진다.

 

▲ 세대를 이어가며 만들고 덧붙인 흔적이 고스란한 함라마을 옛 담장. 


함라마을 부근에 자리한 익산교도소세트장이 인기다. 폐교된 남성분교 부지에 만든 세트장으로, 실제 교도소 아닌가 싶을 만큼 규모가 크고 사실적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내부자들〉, 드라마 〈아이리스〉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감방을 둘러보고 유치장 체험이 가능해, 연인들이 이색 데이트 코스로 많이 찾는다. 파란 죄수복을 빌려 입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죄수복 대여는 중단된 상태다.


익산에는 불교와 개신교, 원불교, 천주교 등 종교 성지가 많다. 익산 나바위성당(사적 318호)은 우리나라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입국해 첫발을 디딘 땅에 지어 의미가 깊다. 성당 건물은 우리나라 근대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고딕과 한옥 양식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성당 옆에는 나바위성당의 역사를 상세히 보여주는 나바위성지역사관이 있다. 성당 뒤 야트막한 산에 망금정이 자리한다. ‘아름다운 금강을 바라보다’라는 뜻으로,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좋다.

 

<글·사진/채지형(여행작가)>

 

2. 강화도 전등사


초여름, 차향은 마당 깊숙이 머문다. 꽃향기에 수수한 한옥 향까지 어우러져 완연한 휴식이 찾아든다. 강화초지대교와 맞닿은 강화도 길상면에는 전통찻집 두 곳이 따사롭다. 온수리(전등사로) 전등사 죽림다원과 장흥리(길상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기대 전통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이른 오전에 찾은 전등사는 고즈넉함이 더하다. 아침 햇살이 산사의 여백을 채우는 사색의 시간이다. 죽림다원은 마당 너머 천년 고찰 전등사를 품에 안고 있다. 달각거리는 다기 소리와 목탁 소리가 간간이 뒤섞이는 이 시간이 평화롭다.


죽림다원은 20여 년 전에 문을 열었다. 신도들이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 가는 휴식 공간이 본격적인 찻집으로 모습을 바꿨다. 나무 탁자로 채운 다원 마당에는 전등사 대조루와 종루가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대조루 계단 너머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이 수줍게 담겨 있다.


한옥 찻집 죽림다원은 단청과 커다란 서까래가 운치 있다. 내부에는 형형색색 도자기들이 전시되고, 탁자마다 놓인 화분이 봄 분위기를 더한다. 한가한 시간에 들르면 창가 자리에 앉아 전등사의 봄날을 만끽해도 좋다. 벚꽃이 지고 나면 수선화, 백리향, 작약, 돌단풍, 철쭉, 매발톱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당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죽림다원에서는 직접 만든 차를 내놓으며, 쌍화탕과 연잎차가 인기다. 쌍화탕은 14가지 한약재를 이틀간 우려 깊은 맛을 낸다. 연잎차는 전등사 승려와 보살들이 가마솥에 덖은 연잎으로 만든다. 이 밖에 모과차, 생강레몬차, 쑥차 등이 주요 메뉴이며 쑥떡과 연꿀빵도 맛볼 수 있다.

 

▲ 인기 메뉴 쌍화탕과 연꿀빵. 


차향을 음미한 뒤에는 여유로운 호흡으로 전등사를 둘러보자. 고구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지켜낸 사찰로 알려졌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내온 느티나무와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치는 나부상이 전등사의 흥미로운 볼거리다.


죽림다원 운영 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이다(연중무휴). 찻집 직원이 추천하는, ‘감동의 차 한잔’을 기울이는 시간대는 저녁 예불 무렵이다. 전등사 입장료(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500원)는 찻값(5000~8000원)과 별도다.


장흥리 온수천 변에 자리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들어선 갤러리 겸 찻집이다. 고택을 재현한 이곳은 깊은 마당에 유연하게 굽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대청과 사랑방, 안방 등을 전시 공간이자 차 마시는 차방으로 꾸며 어느 곳이든 차향과 한옥, 작품이 함께한다.

 

▲ 장흥리 온수천 변에 자리한 도솔미술관은 한옥에 들어선 갤러리 겸 찻집이다. 


30여 년 동안 조경업에 종사한 관장이 취미인 그림을 소재로 2015년 한옥 찻집을 열었다. 행랑채와 누마루를 끌어들이고, 대형 서까래에 기와를 올렸다. 일반인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문턱 낮은 미술관이 이곳의 모토다. 미술관은 1~2층 전시실 외에도 별채, 뜰안채 등으로 구성된다. 갤러리에는 매달 새로운 작품이 내걸린다. 한지 공예, 민화, 서양화, 사진, 도자기 등 소재에 제한은 없다.


이곳 찻집의 대표 메뉴는 수제 대추차와 단호박식혜다. 대추차는 말린 대추를 씨와 껍질째 끓여 으깬 뒤 5시간 우려 깊은 맛이 난다. 단호박식혜는 찐 단호박을 갈아 식혜에 넣고 끓인 뒤 얼려 살얼음이 뜬 채로 낸다. 직접 담근 오미자청으로 만든 오미자차와 찰보리 가루로 구운 보리빵, 약식 등도 인기다.


볕이 좋을 때는 마당과 뜰안채에서 차를 마시고, 미술관 뒤쪽이나 누마루에서 강화의 들판을 바라보며 차향에 취할 수 있다. 찻집의 귀염둥이로 사랑받는 고양이 ‘레오’, 반려견 ‘별이’와 시간을 보내도 좋다. 미술관에서 작가들의 손길이 깃든 기념품도 판매한다.

 

▲ 한옥 찻집 도솔미술관에 드리운 야경.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즉석에서 컵에 입히는 체험이 흥미롭다. 주말에는 보자기 매듭 전시를 선보였고, 공예 체험도 진행했다. 한옥 앞마당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도 가능하다. 도솔미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 입장료는 8000원(차·음료 포함)이다. 친절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해 질 무렵 미술관 풍경도 운치 있다.


한옥의 여운은 강화 읍내로 이어진다. 강화도는 최근 강화읍 원도심 걷기 여행이 인기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사적 424호)은 원도심 여행의 대표 건축물이다.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으로, 1900년 궁궐 도편수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옛 목재로 단장한 성당 내부와 중층 한옥 위에 십자가를 세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삼문과 내삼문, 대형 종이 있고, 성당 뒤쪽에 한옥으로 지은 사제관이 보인다. 강화성당 내부 관람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용흥궁공원에서 바라보면 자태가 더욱 멋스럽다. 용흥궁공원은 강화의 직물 산업을 이끈 심도직물이 있던 터다. 공원 한쪽에 옛 굴뚝과 직조기가 전시되고 주변에 목화가 심겨 있으며, 강화삼일독립운동기념비도 있다. 용흥궁공원 옆의 용흥궁(인천유형문화재 20호)은 조선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거주한 가옥이다.


강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간직한 고장이다. 5월에 고인돌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다. 강화 고인돌은 7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 137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길이 6.4m에 무게 75t이나 된다. 선사시대 고인돌은 부근리 외에 고천리와 오상리 일대에 흩어져 있으며, 강화나들길 17코스(고인돌탐방길)로 연결된다.


강화도 동쪽 해안은 치열한 역사의 현장을 담은 돈대가 줄지어 있다. 광성보에 속하는 용두돈대는 강화해협을 지켜낸 요새 중 한 곳이다. 용 머리처럼 바다를 향해 돌출된 암반 위에 세워진 모습이 독특하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이곳에서 치열한 포격전이 전개됐다. 용두돈대로 향하는 길은 해안 언덕을 따라 솔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글·사진/서영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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