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典再讀新書…이정랑의 人物論[44]

윗사람이라면 진짜 인재와 가짜 인재 식별하라

글/이정랑(중국고전 평론가) | 기사입력 2021/06/11 [14:44]

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典再讀新書…이정랑의 人物論[44]

윗사람이라면 진짜 인재와 가짜 인재 식별하라

글/이정랑(중국고전 평론가) | 입력 : 2021/06/11 [14:44]

손자병법 저자 손무의 후손 손빈, 보통 사람은 못 견딜 시련
위나라 혜왕, 인재 구해 나라 맡기려 현명한 선비들 불러들여
‘귀곡자 제자’란 방연의 허풍에 넘어가 대장군 임명하고 신임

 

방연과 동문수학한 손빈, 손무의 병법 13편 전해받아 지략 출중
손빈과 얘기 나눈 혜왕, 방연보다 그가 훨씬 뛰어난 인물 직감
손빈과의 권력다툼 잠시 피하고 기회를 보아 그를 제거할 심산

 

▲ 어둠의 뒤 가려진 최종 병기, 마지막 승전을 위한 운명적 대결이 시작된다! 사진은 중국 영화 ‘삼국-무영자’ 한 장면. 

 

<손자병법>은 군사 전문가들에게 있어 최고의 경전으로서 인류 문명사회의 기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책이 저술된 당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책에서 지혜를 구하고 있고 군사 분야뿐 아니라 정치와 상업, 처세 등의 영역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에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손자병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


전국시대의 손빈은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孫武)의 후손으로서 역시 뛰어난 군사 전문가였다. 그가 지은 <손빈병법>은 비록 지금은 전해지지 않지만 <손자병법>만큼 대단한 병법서였으리라고 추측된다. 그러나 손빈은 손무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손빈과 방연(龐涓)의 이야기는 중국의 남녀노소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이야기로 손빈도 중국 역사상 대단히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춘추전국시대는 서로 다른 두 시대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세 가문이 진(晋)나라를 분할한 시점을 전국시대의 시작으로 본다. 당시 진나라는 한(韓)·위(魏)·조(趙) 등 세 가문의 나라로 나뉘며 종말을 고했고, 그 가운데 국력이 가장 강했던 나라는 위나라였다.


위나라 혜왕(惠王)은 진(秦)나라를 본받아 상왕 같은 인재를 구해 나라를 맡기려 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현명한 선비들을 불러들였다.


방연은 그중 한 사람으로 그는 자신을 당대의 기인이었던 귀곡자(鬼谷子)라고 밝혔다. 귀곡자는 종횡가(縱橫家)의 효시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저서 <귀곡자>는 군주를 설득하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었는데, 지금까지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귀곡자>를 살펴보면 귀곡자가 확실히 뛰어난 인물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는 평생 은둔해 살면서 벼슬에 연연하지 않았다. 아무튼, 방연은 자신이 귀곡자의 제자일뿐더러 종횡가로 유명한 소진(蘇秦), 장의(張儀)와 동문이라고 허풍을 떨었다. 이에 넘어간 혜왕은 그를 신임하게 되었다.


방연은 대장군의 지위에 올랐고, 그의 아들 방영(龐英), 조카 방총·방모(龐茅)가 모두 장군으로 임명되어 이른바 ‘방씨 군대’를 이루었다. 이들은 의외로 강력해서 잘 훈련시킨 병마로 위(衛)나라, 송나라, 노나라를 연이어 격파하고 복종하게 했다. 동쪽의 대국 제나라가 파견한 군대도 방연에게 패해 도주했다. 그러자 혜왕은 더욱 그를 신임했다.


방연과 동문수학한 손빈은 재능과 덕을 겸비한 드문 인재였다. 더욱이 스승 귀곡자로부터 손무의 병법 열세 편을 전해 받아 지략이 한층 출중해졌다.


한번은 묵자(墨子)의 문하생인 금활리(禽滑厘)가 귀곡자를 방문했다가 손빈을 사귀게 되었다. 그는 손빈을 하산시켜 각국의 군주들을 도와 성을 지키고 전쟁을 줄이고자 했다. 손빈이 그에게 말했다.


“저의 동문 방연이 벌써 하산을 했습니다. 그가 출세하면 저를 부르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금활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방연이라면 이미 위나라에서 고관을 맡고 있네, 왜 자네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는지 모르겠군. 내가 위나라에 가서 대신 알아봐 줌세.”


전쟁을 극구 반대했던 묵자는 문하에 많은, 제자들을 두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술을 지녔고 규율이 엄했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피하지 않았다. 당시 묵자의 영향력은 대단히 컸다. 한번은 말만으로 강대한 초나라를 겁 주어 송나라 침공을 포기하게 했다. 그래서 어느 나라를 들르던 그는 국빈 대접을 받았다.


한편 위나라에 들른 금활리는 혜왕에게 손빈과 방연의 일을 말했다. 혜왕은 즉시 방연을 불러 왜 손빈을 부르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손빈은 제나라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금 제나라와 적대관계에 있는데 어떻게 그를 부르겠습니까? 만약 이곳에 온다 해도 제나라를 먼저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편지를 쓰지 않았습니다.”


방연의 말을 듣고 혜왕이 따져 물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람은 전혀 등용할 수 없단 말이오?”


방연은 할 수 없이 편지를 써 손빈을 오게 했다.

  

방연의 음모


혜왕은 위나라에 온 손빈과 잠시 얘기를 나누자마자 그가 방연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임을 알아챘다. 그는 손빈을 부군사로 임명하여 군사인 방연을 돕게 하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방연이 급히 말했다.


“손빈은 제 손윗사람이며 재능도 훨씬 뛰어납니다. 어찌 저의 밑에 둘 수 있겠습니까? 먼저 그를 객경(客卿)에 임명하고 나중에 공을 세우면 제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사실 그것은 방연의 음모였다. 손빈과의 권력다툼을 잠시 피하고 기회를 보아 그를 제거할 심산이었다. 당시에 객경이라는 벼슬은 신하보다는 높지만, 실권이 전혀 없는 자리였다. 그것도 모르고 손빈은 방연을 진실한 친구로 믿고 감격했다.


본래 방연은 손빈의 가족이 모두 제나라에 있으므로 그가 위나라에 오래 머물지 않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슬쩍 손빈의 마음을 떠보았다.


“어째서 가족을 불러 함께 살지 않습니까?”


“내 가족은 제나라 군주에게 모두 학살당했네. 남은 몇 명도 뿔뿔이 흩어져 찾을 길이 없는데 어떻게 부를 수가 있겠나?”


방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빈이 위나라에 계속 머문다면 자기는 언젠가 그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반 년 뒤, 제나라 사람 하나가 손빈에게 사촌 형이 쓴 편지를 가져왔다.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손빈은 응하지 않았다.


“저는 이미 위나라에서 객경이 되었습니다.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그는 따로 답장을 써서 형에게 전하게 했다.


손빈의 답장은 뜻밖에 위나라 사람의 손에 넘어가 혜왕에게 바쳐졌다. 이 편지를 본 혜왕이 방연에게 물었다.


“손빈이 제나라를 잊지 못하는 듯한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기회가 왔음을 직감한 방연이 말했다.


“그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인물입니다. 만약 제나라로 돌아간다면 위나라에 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제가 먼저 그를 권유해보겠습니다. 여기에 그냥 머물겠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게 처분을 맡겨주십시오. 어쨌든 그는 제가 추천한 사람이니까요.”


혜왕은 그의 청을 승낙했다.


당연히 방연은 손빈에게 권유하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향에서 편지가 왔다고 들었는데 왜 가보지 않습니까?”


“형님이 돌아오라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온당치 않은 것 같아 가지 않겠네.”


“고향을 떠나온 지 벌써 여러 해이고 집안과도 줄곧 연락을 못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형님이 찾으시니 돌아가서 뵙는 게 도리입니다. 가서 친지들을 뵙고 성묘도 한 다음 돌아오시지요.”


혜왕이 귀향을 허락해주지 않을까 두려웠던 손빈은 방연의 권유에 매우 감격했다. 다음날 손빈은 혜왕을 찾아가 두 달간의 휴가를 청했다.


혜왕은 손빈의 청을 듣자마자 그가 제나라와 내통하려 한다고 단정했다. 혜왕은 즉시 손빈을 방연에게 압송해 심문하게 했다. 방연은 일부러 놀란 척하며 먼저 손빈을 풀어준 다음, 곧바로 혜왕에게 달려가 그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당황한 기색으로 돌아와서 손빈에게 말했다.


“대왕이 노하여 기필코 당신을 죽이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극구 간청하여 겨우 목숨은 부지시켜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경형과 빈형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손빈은 울화가 치밀었지만, 자신을 위해 힘써준 방연이 무척 고마웠다.


결국, 손빈은 얼굴에 죄상을 적어넣는 경형과 두 정강이뼈를 베는 빈형을 당했다. 이때부터 그는 기어 다닐 수밖에 없는 장애인 신세가 되었다.

 

방연, 돕는 척 손빈 감시


방연은 손빈의 생활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었다. 그의 도움에 보답하고 싶었던 손빈은 뭔가 자신이 해줄 일이 없는지 물었다.


“손씨 가문 대대로 전해져온 열세 편의 병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것을 기록할 수 있으시다면 함께 연마하여 후대에 전했으면 합니다.”


방연의 제의에 손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응낙했다. 그때부터 손빈은 누운 채로 죽간(竹簡,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글자를 기록하던 대나무 조각. 또는 대나무 조각을 엮어서 만든 책)에 한 자 한 자 글자를 새겨넣었다. 그는 그 병법을 완전히 암기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여의치가 않았다. 게다가 억울하게 형벌을 받은 분이 채 가시지 않아 하루에 겨우 십여 자를 새길 수 있을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성아(誠兒)라는 하인을 시켜 손빈을 재촉하게 했다. 성아는 손빈을 불쌍하게 여겨 그를 시중드는 사람에게 물었다.


“방군사는 왜 기를 쓰고 손선생이 빨리 병법을 쓰게 하는 거죠?”


“잘은 모르겠지만 방군사가 손선생을 살려준 건 그 병법 때문인 것 같아요. 병법을 다 쓰고 나면 손선생은 곧 죽은 목숨이지요.”


이 말을 들은 손빈은 매우 놀라 곰곰이 앞뒤 상황을 따져보았다. 그리하여, 모든 사실을 깨달은 그는 고함을 내지르면서 기절해버렸다. 사람들이 그를 흔들어 깨웠을 때 그는 미쳐 있었다.


손빈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가슴을 두드렸다. 두 눈이 풀린 채로 물건들을 내던지고 새겨놓은 병법을 불 속에 던졌다. 또 더러운 물건들을 마구 집어삼키기도 했다. 놀란 종들이 급히 방연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고했다.


“손선생이 미쳤습니다.”


방연이 부랴부랴 달려와서 보니 손빈은 바닥에 엎드려 크게 웃다가 돌연 얼굴을 쳐들고 대성통곡을 했다. 방연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방연을 향한 채 머리를 땅에 짓찧고는 되풀이해 외쳤다.


“귀곡 선생님, 살려주세요! 귀곡 선생님, 살려주세요!”


방연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고의로 미친 척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를 돼지우리에 가뒀다. 그 안에서도 손빈은 여전히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고, 힘이 빠지면 우리 한가운데 엎드린 채 잠이 들었다. 시간이 꽤 지난 다음에도 여전히 그런 식이었지만 방연은 마음을 놓지 않고 그를 감시하게 했다. 어느 날 밥을 나르러 온 자가 목소리를 낮춰 손빈에게 말했다.


“저는 선생께서 지금 치욕을 무릅쓰고 방군사를 속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을 날라오다가 기회를 봐서 선생을 구해드리겠습니다.”


그자는 말을 마치고 뚝뚝 눈물을 떨궜다. 손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네 썩은 음식을 먹겠대? 내가 만든 게 훨씬 맛있다!”


손빈은 음식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돼지 똥을 집어 입안에 쑤셔 넣었다.


그자는 바로 방연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방연은 손빈이 형벌을 받은 뒤, 울분을 못 참고 정말 미쳐버렸다고 단정했다. 이때부터 그는 손빈 옆에 감시자만 붙여놓고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손빈은 낮에는 길거리에 누워 있다가 밤이 되면 돼지우리로 기어 돌아왔다. 간혹 거리의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면 그는 껄껄 웃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혼자 지껄였다. 시간이 흐르자 위나라 도읍인 대량 사람치고 손씨 성을 가진 미치광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연도 매일 부하들의 보고를 받긴 했지만, 더는 손빈을 자신의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고, 그를 죽일 생각도 품지 않았다. 손빈의 이런 생활은 계속되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손빈


어느 날 밤 누더기를 걸친 사람이 손빈의 곁에 와 앉았다. 잠시 후 그가 손빈의 옷을 꼭 잡고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금활리일세. 나를 알아보겠나?”


깜짝 놀란 손빈이 자세히 그를 살폈다. 과연 금활리가 틀림없었다. 손빈은 철철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든 이곳에서 죽을 운명인 제가 오늘 뜻밖에도 선생을 다시 뵙는군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방연이 매일 사람을 시켜 절 감시하고 있어요.”


“내가 벌써 자네의 억울한 사정을 제나라 왕에게 말해놓았네, 왕이 순우곤을 사절로 보내 일을 도모하게 시켰지. 지금 순우곤이 왔고 모든 준비가 다 끝났으니 자네는 그의 수레에 숨어 제나라로 떠나게 될 걸세, 그리고 난 다른 사람을 자네로 꾸며 여기에 이틀간 있게 한 다음, 자네가 위나라를 벗어나면 도망 가라고 했네.”


금활리는 손빈의 옷을 벗겨 그와 용모가 비슷한 부하에게 입히고 그 자리에 눕게 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수레에 손빈을 숨겼다.


이튿날 혜왕은 방연에게 제나라 사신 순우곤을 국경까지 호위하게 했다. 이틀 뒤 거리에 누워 있던 손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놀란 방연은 사람들을 풀어 강물 속 우물 속까지 샅샅이 뒤지게 했지만 끝내 그를 찾지 못했다. 혜왕의 질책이 두려웠던 방연은 손빈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거짓 보고를 올렸다.

 

j6439@naver.com 


<다음 호에도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다섯째주 주간현대 1245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