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1개 기업집단 해외 계열사 현황

재벌 해외법인 700곳 조세피난처 숨었나?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1/06/11 [15:23]

국내 71개 기업집단 해외 계열사 현황

재벌 해외법인 700곳 조세피난처 숨었나?

송경 기자 | 입력 : 2021/06/11 [15:23]

재벌기업의 해외법인 4700곳 중 700곳이 ‘조세피난처’로 숨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71개 기업집단(그룹)이 지배하고 있는 해외 계열사 4700여 곳 중 700곳 이상이 조세회피지로 의심되는 곳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홍콩 소재 해외법인은 1년 사이에 감소했고 최근 군부 쿠데타 폭력 사태를 겪고 있는 미얀마에도 20여 곳 되는 법인이 향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법인 4700곳 중 700곳 조세회피지 의심국가에서 운용
삼성 594곳 가장 많고 한화 447곳, 현대차 379곳, CJ 373곳
포스코, 쿠데타 발생 미얀마에 인터내셔널·건설·강판 등 5곳

 

▲ 재벌기업의 해외법인 4700곳 중 700곳이 ‘조세피난처’로 숨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먼 군도. 

 

국내 71개 기업집단(그룹)이 지배하고 있는 해외 계열사 4700곳 중 700곳 이상은 조세회피지로 의심되는 나라에서 운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월8일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해외 계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국내 71개 그룹이 다수 지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외법인은 124개국에 걸쳐 총 4703곳이다.


71개 그룹은 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한 곳이다.


개별 그룹 중에서는 삼성이 59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447곳), 현대차(379곳), CJ(373곳), SK(367곳), LG(360곳), 롯데(220곳)순으로 해외법인 숫자가 200곳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법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에만 885곳(18.8%)으로 가장 많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해외법인 숫자만 해도 268곳으로 71개 그룹 중 30%를 넘었다.


미국에 법인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그룹은 한화(154곳)로, 태양광 사업 등을 위해 미국 현지에 많은 법인을 세워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SK(78곳), 삼성(77곳), 현대차(74곳)가 미국에 설립한 법인 수와 비교해도 2배가량 많다.


미국 다음으로 중국(874곳, 18.6%)에 해외법인이 많았다. 국내 4대 그룹이 중국(홍콩 제외)에 진출한 숫자는 317곳(36.3%)이나 됐다. SK(92곳), LG(80곳), 현대차(73곳), 삼성(72곳)순으로 법인 수가 많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통과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홍콩에서는 국내 대기업 해외계열사가 올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만 해도 국내 64개 그룹이 홍콩에 세운 해외 법인 숫자는 170곳이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곳 줄어든 163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이 홍콩에 배치해둔 법인 숫자는 83곳인데 올해는 78곳으로 5곳 줄었다. 홍콩에 법인을 두었던 대기업 중 일부는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법인을 철수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238곳)이었다. 베트남은 일본(194곳)은 물론 싱가포르(167곳), 인도네시아(160곳) 등을 제치고 해외법인 숫자가 많았다. 국내 그룹 중에서도 베트남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기업은 CJ그룹과 롯데그룹이다. CJ 32곳, 롯데 29곳 순으로 베트남에 해외법인을 많이 두고 있다. 이는 삼성(19곳), LG·한화(각 14곳)보다도 훨씬 많다.


최근 군부 쿠데타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도 24개의 해외법인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별로 보면 포스코와 CJ가 각 5곳씩으로 파악됐다. 이어 SK·롯데·농협·LS·하림 각 2곳, 현대차·LG·한진·이랜드 각 1곳씩 미얀마에 해외법인을 세워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건설·포스코강판 등이 건설, 곡물도정, 관광숙박시설 등의 목적으로 미얀마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었다.


CJ그룹도 CJ제일제당과 에스지생활안전 등이 동·식물성 유지 및 고무제품 제조 등을 위해 미얀마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강판 등은 지난 4월 중순께 미얀마 법인의 파트너사인 MEHL과 합작관계를 종료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샬아일랜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세회피처로 거론한 지역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수는 120곳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싱가포르를 비롯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조세회피성 국가 등에도 610곳 이상 법인이 세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운 회사 4700곳 중 730곳 정도는 조세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서 운영 중인 것이다. 이는 해외법인 10곳 중 1곳 이상의 비율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대기업 중에는 세금을 줄이고 국내 세무당국 등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조세회피성이 강한 3~4개 이상 국가를 경유하며 해외법인을 서로 지배하고 있는 곳도 여럿 있다”며 “최근 7개국(G7)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정하는 방안이 향후 구체화 되면 국내 대기업이 조세피난처 등에 해외 법인을 세우는 과거의 행태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지정한 71개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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