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아워홈 ‘남매의 난’ 전말

‘보복운전’ 논란 오빠 밀어내고 세 자매 대반란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1/06/11 [15:34]

식품기업 아워홈 ‘남매의 난’ 전말

‘보복운전’ 논란 오빠 밀어내고 세 자매 대반란

송경 기자 | 입력 : 2021/06/11 [15:34]

‘아워홈’ 세 자매의 반란이 성공했다. ‘보복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동생인 구미현·명진·지은 자매의 공격으로 경영권을 내주고 밀려났다. 아워홈의 새 수장인 대표이사에는 1남 3녀 중 막내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선임됐다. 아워홈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에서 세 자매가 완승하면서 구 대표는 5년 만에 아워홈으로 복귀했다.

 

구 대표는 6월4일 입장문을 통해 “아워홈을 되살리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보복운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구본성 부회장은 아워홈 대표이사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최대주주로서 사내이사직을 유지해 누이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빠 편 들던 큰딸 미현씨 돌아서 막내 손 들어 세 자매 완승
경영권 찾은 구지은 “아워홈 되살리고 세계적 기업 키우겠다”
구본성 경영권 뺏겼지만 여전히 최대주주…누이와 갈등 예상

 

▲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새 수장을 맡은 구지은 대표이사.  

 

LG에서 계열 분리된 종합식품업체 아워홈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에서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오빠를 밀어내고 경영권을 장악하는 반란에 성공했다.


6월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이 이날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을 통과시켰다는 것. 장녀 구미현씨는 그동안 구본성 부회장을 지지했지만 이날은 막내 동생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의 손을 들어주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구미현씨가 보유하고 있는 19.3%의 지분이 구 전 대표 쪽으로 움직이면서 세 자매의 지분율은 59.57%가 됐다. 구 부회장의 지분은 38.56%이고, 구명진씨와 구지은 전 대표는 각각 19.6%, 20.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워홈 세 자매 ‘반란’ 성공


세 자매는 60%에 달하는 지분율을 앞세워 이날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원래 11명이 있던 이사회에 21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주주총회가 끝난 뒤 바로 열린 이사회에서 구본성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는 안까지 통과시켰다. 아워홈의 새 수장인 대표이사에는 구지은 전 대표가 선임됐다.


구지은 등 세 자매가 반란에 성공한 이유는 ▲이사보수한도 사용초과 및 증액 논란 ▲정기주총 개최 관련 법, 정관 무시 논란 ▲보복운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본성 부회장은 그동안 아워홈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도 본인을 포함한 이사 보수한도를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이사보수한도를 초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주총이 법과 정관을 무시하고 열리지 않았던 점 등도 문제가 됐다. 일부 주주들은 올해 3월까지 열려야 하는 주총이 개최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주총 개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6월3일에는 법원이 보복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한 혐의에 대해 구본성 부회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세 자매의 반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본성 부회장이 오너로서 자질과 품위를 지키지 못했고 이사보수한도 사용초과 등 갖은 구설수에 휘말리자 그동안 지지를 표명했던 장녀 구미현씨가 돌아서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 해임당한 구본성 부회장.  

 

새 수장 구지은 경영 능력 인정


앞서 한 차례 경영분쟁을 치른 바 있는 구지은 전 대표는 5년 만에 구본성 부회장을 밀어내고 신임 대표로 올라서게 됐다. 2004년 외식사업부 상무로 아워홈 경영에 참여했고 2015년 부사장에 오르는 등 차기 수장으로서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어쨌든 구 대표가 아워홈의 경영권을 다시 탈환하면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지은 대표는 구자학 회장의 4남매 중 아워홈에서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으며 후계자 1순위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회장과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딸 이숙희 여사의 막내 딸이다.


구 대표는 LG유통에서 분리된 아워홈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아워홈은 같은 해 3월 LG유통으로부터 푸드 서비스 사업을 양수해 전문식당, 식자재영업 단체급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아워홈은 프리미엄 종합식품 브랜드 ‘손수’를 론칭했으며 현재 전국 800여 개 급식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하루에 100만 식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 구 대표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구 대표는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보스턴대학 Human Resource 과정 석사를 수료한 후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구 대표는 아워홈에 입사한 이후 구매 및 물류, 글로벌유통 및 외식 사업 등을 맡아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냈다. 이후 그는 ▲아워홈 FD(외식)사업부장 ▲아워홈 글로벌유통사업부장 ▲아워홈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신규 브랜드 론칭과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식자재 전문 종합포털 사이트를 통한 신시장 창출 ▲호남물류센터 오픈 ▲글로벌 외식브랜드 타코벨과의 프랜차이즈 계약 체결 등이다.


실제로 구 대표가 입사한 해인 2004년 아워홈의 매출은 500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매출은 1조3000억 원으로 수직상승했다.


구 대표는 2016년 구본성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면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외식기업인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했다. 이후 외식 기업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겨 오빠인 구 부회장과 대립해왔다.

 

“경영 정상화 최선 다하겠다”


구 대표는 이날 신임 대표 선임 직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아워홈을 되살리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구 대표는 “새로 아워홈을 맡게 됐다”며 “과거 아워홈은 항상 바르고 공정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항상 한발 앞서가는 회사였다”고 했다.


구 대표는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아워홈은 과거의 좋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왔다”며 “신임 대표로 과거 공정하고 투명한 아워홈의 전통과 철학을 빠르게 되살리면서,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아워홈의 구성원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구 대표는 일부 임원을 좌천하거나 업무에서 배제 또는 해고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는 만큼 향후 아워홈을 이끌면서 투명한 경영 활동과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구 대표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상장사로서 주주와 종업원들의 권익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구본성 전 부회장 개인에 의해 매출 규모가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아워홈 같은 대기업이 좌지우지되는 문제점을 노출한 만큼 이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분 구조상 갈등의 불씨 여전


한편 이날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구본성 부회장은 당분간 아워홈의 사내이사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3분의 2 이상의 지분이 동의해야 사내이사직도 박탈할 수 있어서다. 구 부회장의 지분은 38.56%로 3분의 1을 넘는다.


구 부회장에 여동생들에게 밀려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지만, 일각에선 지분 구조상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에 아워홈의 경영권을 가져온 구미현(19.3%)ㆍ명진(19.6%)ㆍ지은(20.7%) 세 자매의 지분을 합치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59.6%에 달하지만, 전체 3분의 2 이상에는 못 미친다. 구본성 부회장이 지분 38.6%를 가진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향후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사회 과반 결의로 가능한 대표이사 해임과 달리 사내이사 해임에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구본성 부회장은 사내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 자매가 지난 4일 이사회에서 구본성 부회장의 대표이사직만 떼어낸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남매의 난’에 구본성 부회장 본인이 빌미를 제공한 만큼,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구본성 부회장은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지난 3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지탄을 받은 구본성 부회장이 경영권을 되찾고자 여론전 등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아워홈이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 120억원의 영업손실과 14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이사 보수한도 초과 집행 논란이 빚어진 점도 구 부회장에게는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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