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치매 쫓는 두뇌 사용 설명서

“미리미리 생활습관 바꾸면 뇌는 늙지 않는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1/06/25 [12:27]

일찌감치 치매 쫓는 두뇌 사용 설명서

“미리미리 생활습관 바꾸면 뇌는 늙지 않는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1/06/25 [12:27]

최근까지도 뇌는 특정 시기까지만 발달하고 이후로는 쇠퇴한다는 게 통념이었다. 하지만 평생 뇌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이 들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거나 나이 먹으면 뇌도 늙는다는 말은 더 이상 ‘팩트’가 아닌 것이다.

 

CNN 수석 의학전문 기자로 활약하는 산제이 굽타 박사는 전 세계의 저명한 뇌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비밀을 밝혀내고자 했다. 또한 저서 <킵 샤프>(니들북)를 통해 뇌 건강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아왔던 부분들을 이해하기 쉽게 짚어주고, 과학적 증거에 기초해 뇌 건강에 좋은 이상적 식단, 운동, 수면, 사회적 소통 등에 관한 전략을 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바로 실천 가능한 뇌 건강 12주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다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뇌 건강이라는 영역에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굽타 박사의 일찌감치 치매 쫓는 두뇌 사용 설명서를 소개한다.

 


 

치매는 본격 증상 나타나기 20~30년 전부터 조용히 시작
치매 증상 일찍부터 나타난다는 것은 예방할 수 있다는 뜻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고…습관 바로잡으면 뇌도 건강

 

잘 배우고 잘 소통하는 사람은 기억력, 인지기능 저하 걱정 ‘뚝’
인지기능 저하를 세월 탓으로 돌리지 말고 생활 습관 개선 실천을

 

▲ CNN 수석 의학전문 기자로 활약하는 산제이 굽타 박사의 책 '킵 샤프' 표지. 

 

나이 들어서 그런지 자꾸 깜빡깜빡한다든가, 건강에 아무리 신경 써도 타고난 유전자는 절대 쫓아가지 못한다든가 하는 말들을 많이 하고 또 많이 들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나이를 먹으면서 발생하는 노화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늙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창’일 때보다 건강한 식단을 챙기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줄이려고 하면서도 이러한 노력이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젊은 시절로 되돌려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특히 뇌 건강과 관련해서 나이와 연관 지으며 나이에 제한을 두고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중년 이후로 기억력, 인지력,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특정 연령이 지나면 머리가 잘 따라가지 못한다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을 꺼린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나 장기보다 유독 뇌와 연관된 질환에 있어서 막연한 무력감이나 공포심이 크기도 하다.

 

치매는 20~30년 전부터 시작


신경외과 의사이자 CNN 의학 전문 기자인 산제이 굽타 박사는 이 같은 노화와 뇌 자체에 대한 신화와 고정관념을 바로잡고, 일상생활의 사소한 습관들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나이나 유전자와 상관없이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의 발병률은 65세 이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5년마다 거의 2배씩 증가한다. 85세 이상에서는 약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린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가 65~85세의 단 20년 사이에 노인들에게만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치매는 절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뇌의 노화는 본격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무려 20~30년 전부터 조용히 시작된다.


“85세 이후 3명 중 1명은 치매에 걸린다. 단, 이것이 65~85세의 20년 사이에 치매가 뿌리를 내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30% 이상이 치매에 걸리는 85세의 사람들에게서 뇌 쇠퇴의 징후는 이들이 55~65세였을 때 조용히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65세에 치매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의 10% 이상이 이들이 단 35~45세였을 때부터 뇌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저명한 신경학자는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젊은 층이나 중년층의 병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 수도 있다’고.”


젊은 나이부터 치매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치매 증상이 일찍 나타난다는 것은 치매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병이며,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의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뇌 건강에 위험한 특징들


굽타 박사는 저서 <킵 샤프> 속에서 나의 뇌 건강에 위험한 특징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질문 24가지를 던진 후 치매 위험 정도를 확인해보라고 권한다. 그중 12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1.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가?
2.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는가?
3. 과체중인가, 혹은 비만인가?
4.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가?
5.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같은 대사 장애가 있는가?
6.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과거에 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가?
7.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는가?
8. 다른 사람들과의 사교 활동이 부족한가?
9. 식단에 설탕과 지방이 많고 곡물, 생선, 견과류, 올리브유,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적은가?
10. 만성적이고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가?
11.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같은 수면 장애를 겪고 있거나 일상적인 수면 부족을 경험하고 있는가?
12.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해 치매를 앓는 환자를 돌보고 있는가?


굽타 박사는 위의 12가지 질문 중, 해당되는 항목이 3개 이상일 경우 “당신의 뇌는 이미 쇠퇴 중이거나 곧 쇠퇴될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3개 이상 ‘예’라고 대답했다면,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은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운동, 비만, 흡연, 식단관리, 수면 등은 영원히 고칠 수 없는 것들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개선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굽타 박사는 뇌 쇠퇴에 가장 주요하게 작용하는 원인으로 신체활동 부족, 건강하지 못한 식단, 흡연, 사회적 고립, 수면 부족, 정신적으로 자극적인 활동 부족, 알코올 남용, 고혈압, 비만, 당뇨병, 높은 콜레스테롤 등을 꼽고 있다.


그러므로 굽타 박사는 “뇌 건강의 핵심은 나이나 타고난 유전자가 아니라 생활 습관에 있다”면서 “습관을 바꾸면 뇌는 늙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 한 어르신이 서울 양천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유튜브로 진행하는 치매예방 손가락 공운동 강의를 시청하며 따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상 속 작은 생활 습관 교정


더욱 주목할 것은 굽타 박사의 친절한 설명 방식이다. 그는 뇌 건강에 효과가 좋은 전략을 결론적으로 요약, 제시하지 않고 세계적인 석학들의 의학적·과학적 연구 결과를 풍부하게 수록함으로써, 사람들이 뇌 건강을 지키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한 다음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연구자들은 앉아만 있는 사람들이 조기 사망 위험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다음으로 사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운동을 조금 하지만 일주일 150분이라는 운동 권장량을 충족하지 못한 그룹이었다. 그래도 사망 위험은 20%나 낮았다. 운동 지침을 충실히 이행한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14년간 사망 위험이 31%나 낮았고 실제로 더 오래 살았다. 가장 오래 사는 축복은 매주 450분씩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졌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은 주로 걷기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걷기만 했는데 운동을 완전히 기피했던 사람들에 비해 조기 사망 가능성이 39%나 낮았던 것이다.”


굽타 박사는 치매는 ‘일상 속 작은 생활습관 교정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저서에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고 총명하고 예리한 뇌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을 12주 프로그램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종합 전략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가 제안하는 12주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꼭 맞는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마음가짐이 필요하겠지만, 특별한 비용이 요구되거나 지금까지의 생활을 깡그리 바꾸고 엄격하게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각자의 건강 상태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해나가면 된다.


“건강한 삶을 위해 사회적 교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과학적 증거가 있다. 특히 뇌 건강에 대해서 말이다. 이 자료를 보면 친구,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 정신이 총명해지고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지 우리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숫자만이 아니다. 관계의 유형, 질, 목적도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굽타 박사의 ‘킵 샤프’ 치매 예방법은 빌 게이츠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 게이츠는 추천사를 통해 “뇌 의학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첨단 분야”라면서 “굽타 박사의 책은 뇌 기능을 유지하는 방법을 심도 깊게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안내서”라고 치켜세웠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도 실천하고 있다는 ‘킵 샤프’ 치매 예방법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산제이 굽타 박사는 5가지만 잘 지키면 늙지 않는 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잘 먹고(균형 잡힌 식단), 잘 움직이고(규칙적인 운동), 잘 배우고(인지 기능 자극 활동), 잘 자고(양질의 수면), 잘 소통하면(세상과의 교류) 평생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 저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의 뇌는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에 존재해왔고, 의학과 과학이 최첨단으로 발달한 오늘날까지도 뇌에 한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아주 많다. 오죽하면 뇌를 인류의 발견 중 가장 복잡한 것이라고 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어제까지 사실로 믿어왔던 뇌에 관한 정보가 오늘은 오류로 판명 나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비슷한 병증이라도 뇌에 생겼다고 하면 극도의 두려움부터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뇌와 정신(의식)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크므로 치매처럼 내 정신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질환에 걸리거나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의 그 충격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으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은 치매에 걸린 환자가 의료 서비스 제공자 및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통이 너무 어려워지기 전에 진료 계획에 참여하고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한 것에 대한 견해를 밝힐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조기 진단은 미래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임상 시험에 적합한 환자가 될 수 있게 해준다.


어쨌든 목표는 하나다. 치매 환자를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인이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치매 환자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울 수 있다. 심지어 첫 증상이 나타난 후 20년 정도를 더 사는 일도 가능하다. 진행률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각 환자들이 최대한 오래 생존할 수 있도록 증상을 관리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할 것이다.”


의사로서 수많은 치매 환자를 만나온 굽타 박사는 ‘치매보다 나쁜 병을 본 적이 없다’고 경고하며 환자 본인과 가족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노화나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세월 탓으로 돌리지 말고 생활습관 개선 전략을 실천하며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힘쓸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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